Quantcast
Channel: 생각보다 짧은 시간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703

"아…왜 그랬어요"

$
0
0
"아부지…2천만원…하아. 퇴직금 받을 때 뭐라고 했어요. '이거 이제 내 생명줄이다, 절대로 허투루
안한다' 다짐했잖아. 근데 퇴직금 반 가까운 돈을 그렇게 막 쓸어넣는게 어딨어.

그거, 사람은 그냥 잠깐 미안하면 그만인거야. 그 사람이 그 돈 먹고 날르면 어쩔라고 그래. 이 놈
저 놈 막 찔러서 몇 억 해쳐먹고 튀면 그거 뭐 잡을 수나 있고, 잡으면 그 돈이 남아나 있겠어? 그냥
지금이라도, 당장…. 아 그 사람 평생 계속 볼 거 아니잖아. 그냥 그 사람한테 말해서, 아 미안하다.
내가 급하게 돈 쓸 일이 생겨서 투자하기로 했던거, 미안하게 됐다. 그냥 없던 일로 하게 됐다. 그러
고 돈 다시 받아와요….

일이백도 아니고, 아니 일이백이라고 해도, 이제 은퇴하고 재취업해서 쥐뿔, 얼마 한달에 벌지도 못
하는 상황인데 그 큰 돈을 가족들하고 아무런 상의도 없이 훌쩍 그것두 퇴직하기 바로 얼마 전에 친
해진 사람한테 투자한답시고 꿔준다는게 말이 되냐구요.

나도 사업한답시고 깝치다가 망해 먹어봐서 알아. 남의 돈 날린거? 미안하지. 정말 미안하지. 눈물
나게 미안하지. 근데 어쨌든 날리면, 날린 사람만 억울한 거잖아. 게다가 그 사람은 뭔데. 기획부동
산이니 뭐니 한탕 해먹고 튀면 그만인거잖아.

도대체가, 아니 매번 왜 그러는거야. 엄마야 워낙에 사람이 그저 아줌마라서 뭘 모른다고 치지만,
내가 누차 말하잖아요. 큰 돈 나갈 일 있을 때는 좀 의논을 하고 하라구. 그거 병인 거 같애. 생전
돈 몇 백원 아낀다고 택시 탈거 버스 타고 버스 탈거 걸어오고 그러면서, 이렇게 한번씩 꼭 뭐에
씌인 사람처럼 뭉텅뭉텅 날려먹잖아. 

엄마 고생하는거 불쌍하지도 않아? 장애등급까지 나올 정도로 그렇게 평생을 고생해서 허리까지
그래 작살나고 맨날 골골매는 사람이 불쌍하지도 않냐고. 아부지도 평생 그렇게 힘들게 일만 하고
여지껏 일하면서도 왜 그렇게 사람이 약지를 못 해. 

답답해죽겠어. 아주. 2천이 말이 2천이지 그게 작은 돈이야? 작은 돈이냐고.

나같은거, 장가 안 가면 그만이야. 내가 벌어 내가 가면 그만이지. 못 가면 하는 수 없는거고. 그냥
그딴거 걱정 안 하고 신경 안 써도 돼. 세상에 돈 2천에 거저 생기는 부동산이 어딨어. 있어도 어디
땅같지도 않은 땅이겠지. 도대체 뭘 믿고 그런 거에요. 

암만 봐도 그거 사기 같애. 세상에 돈 2천 꿔주면 그 돈으로 경매에서 부동산 건수를 건져서 그걸
준다고? 그게 말이 돼? 그렇게 돈 벌 구멍이 있으면 지가 해쳐먹고 지 부모자식을 챙기지 왜 생판
남한테 그러냐고. 그리고 돈 2천을 융통 못 하는 놈이 부동산 경매를 한다는게 말이 돼, 애초에?
만에 하나 설령 해준다고 해도 그거 빌미로 더 큰 돈 빌려서 더 크게 해먹자고 하겠지.

하아…

그 사람한테, 내일, 아니 지금이라도 당장 다시 전화 걸어서, 미안하게 됐다, 그 돈 돌려받았으면 
한다, 하고 말하고…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경찰에 신고하던가… 내가 뭐 어디 법률구조공단이고 
뭐고 다 알아보고 어떻게든 할테니까… 여튼 그 돈 다시 받는 걸로 해요.

나 들어가봐야 돼. 요즘 회사 분위기 별로야. 자꾸 자리 비우면 안 돼…어.

알았어요, 여튼 꼭 전화해요. 그 새끼 진짜… 순진한 사람 꼬셔다가 사기 쳐먹는 새끼 분명하다고.
모르긴 몰라도 벌써 그 돈 날렸다 각오는 해야 될 거에요. 

내가 몇 번을 말하잖아. 내가… 큰 돈 나갈 일 있으면 제발 혼자 독단으로 결정하지 말고 가족이랑
좀 상의를 해서 진행을 하라고. 매번 이렇게 빵빵 터뜨리면 도대체 속 터져서 어떻게 살아. 엄마는
어쩌냐고. 

하아… 

알았어요. 밥은 먹었어요? 어, 난 그냥… 여튼 알았어요. 이따 거기에 다시 전화해보고, 진행상황
말 좀 해줘요. 알았어요…기운 내시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마음 독하게 먹고…어, 어어."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703

Trending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