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며칠 전, 갑작스레 급전이 필요해서 고민고민 끝에 카드로 현금 서비스를 받았다. 씁쓸했다. 은행에서
현금 서비스를 받고 돌아 나오는데 왠 정장을 입은 노인 한 분이 정장을 빼입고 내 팔을 붙들었다.
"저기…내가 대전에서 올라왔는데, 지갑을 잃어버려서… 집에 갈 돈이 없네. 지금 내가 돈이 5천원 뿐이
없어…미안한데 차비 좀 빌려줄 수 있겠나?"
평소 의심 많은 나였고, 워낙에 뻔한 수법이라 무시하고 싶었지만 하, 이 노인네 참 탈이 좋다. 일단은
땀에 흠뻑 젖은 상태에다 정장을 입었고 손에는 낡은 손가방, 구두는 빚 바랜 갈색 구두… 무엇보다 참
난처한 상황에 빠져서 어쩔 줄 몰라하는 그 표정이 연민이 일게 했다.
그냥, 이유는 모르겠는데 아버지가 겹쳐 보였다. 현금 서비스로 찾은 비싸디 비싼 돈 3만원을 주었다.
고맙다며 손목에 찬 개싸구려 시계를 담보랍시고 풀어주는데 솔직히 거기서 구라라는 티가 났다. 그냥
시계는 됐다고 안 받았다. 씁쓸했지만 그냥 적선한 셈 치기로 했다.
어쩌면 현금 서비스를 받아 나오는 좆같은 기분을,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돕는 선행으로 풀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노인네가 메모가 빼곡한 작은 수첩에 내 은행 계좌를 받아 적어갔다. 꼭 입금하겠다며. 몇 번이고 고맙
다는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이미 구라라는 촉이 왔다. 그냥 돈 버린 셈치기로 했다. 정말 입금해주면
참 훈훈한 이야기고.
그게 지난 주 금요일의 이야기다. 물론 당연하게도 오늘까지도 돈은 입금되지 않았다. 씨팔 노친네.
2
퇴근을 앞둔 5시 반, 본부장 님이 갑작스러운 전체 회의를 6시에 잡았다. 퇴근할 시간에 무슨 일인가,
했더니 우리 본부가 통째로 접힌단다. 아직 확정된 건은 아니지만 거의 분위기 상으로는 그렇단다. 허,
이게 또 왠 날벼락이란 말인가.
모처럼 요즘 그나마 살만해졌다, 싶었더니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아니, 전부터 말은 좀 있었다. 지난
3년간 우리 본부가 까먹은 돈이 기백억 단위인지라 올해 사업계획 잡을 때부터 꽤 내부적으로도 조금
조심스러웠던 것도 있고, 얼마 전 회사에서 외부 컨설팅 업체를 불러다가 자문을 구하기도 하던 터라
흉흉한 우려가 돌기도 했지만 정말 말이 씨가 되었을 줄이야.
어차피 새로 생긴 본부인데다 투자 비용이라는게 있는 업계인지라 걱정을 하면서도, 요번 분기 들어
서서히 고생의 성과가 돌아오는 분위기라 고무되기도 했고 설마설마 했건만 결국 월급쟁이 사장 입장
에서는 가뜩이나 불황에 돈 까먹는 본부라는게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지난 몇 달 간의 생고생이 뇌리를 스쳤지만 솔직히 해방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관두어야지, 하고 생각
했던 것도 있었으니까. 정리해고 및 본부 해체는 최대한 빨리 진행될 예정이란다. 예비 백수가 되었다.
어째 요 몇 년간 원치 않는 경영난으로 인한 이직이 너무 잦아졌다. 그래도 나름 다들 상장사들인데
씨발 이력서가 걸레가 되었다.
3
요 몇 달간 수면부족에 시달렸다. 원래 평일에 4~5시간 자고 주말에 부족한 잠을 몰아자는 타입인데
요 근래는 조금 더 상황이 안 좋았다. 거기에다 술자리도 잦았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끊어놓은
헬스는 지난 4월에 6개월치를 끊고 단 한번도(!) 안 갔다.
그러다보니 살이 미친듯이 불어났다. 이직한 이래 무려 7kg이 불었다. 백수가 되면, 당분간 빡세게
운동 좀 해야겠다.
그나저나 걱정이다. 당장 빨리 취업이 안 되면 정말 좆될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갑작스레 급전이 필요해서 고민고민 끝에 카드로 현금 서비스를 받았다. 씁쓸했다. 은행에서
현금 서비스를 받고 돌아 나오는데 왠 정장을 입은 노인 한 분이 정장을 빼입고 내 팔을 붙들었다.
"저기…내가 대전에서 올라왔는데, 지갑을 잃어버려서… 집에 갈 돈이 없네. 지금 내가 돈이 5천원 뿐이
없어…미안한데 차비 좀 빌려줄 수 있겠나?"
평소 의심 많은 나였고, 워낙에 뻔한 수법이라 무시하고 싶었지만 하, 이 노인네 참 탈이 좋다. 일단은
땀에 흠뻑 젖은 상태에다 정장을 입었고 손에는 낡은 손가방, 구두는 빚 바랜 갈색 구두… 무엇보다 참
난처한 상황에 빠져서 어쩔 줄 몰라하는 그 표정이 연민이 일게 했다.
그냥, 이유는 모르겠는데 아버지가 겹쳐 보였다. 현금 서비스로 찾은 비싸디 비싼 돈 3만원을 주었다.
고맙다며 손목에 찬 개싸구려 시계를 담보랍시고 풀어주는데 솔직히 거기서 구라라는 티가 났다. 그냥
시계는 됐다고 안 받았다. 씁쓸했지만 그냥 적선한 셈 치기로 했다.
어쩌면 현금 서비스를 받아 나오는 좆같은 기분을,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돕는 선행으로 풀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노인네가 메모가 빼곡한 작은 수첩에 내 은행 계좌를 받아 적어갔다. 꼭 입금하겠다며. 몇 번이고 고맙
다는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이미 구라라는 촉이 왔다. 그냥 돈 버린 셈치기로 했다. 정말 입금해주면
참 훈훈한 이야기고.
그게 지난 주 금요일의 이야기다. 물론 당연하게도 오늘까지도 돈은 입금되지 않았다. 씨팔 노친네.
2
퇴근을 앞둔 5시 반, 본부장 님이 갑작스러운 전체 회의를 6시에 잡았다. 퇴근할 시간에 무슨 일인가,
했더니 우리 본부가 통째로 접힌단다. 아직 확정된 건은 아니지만 거의 분위기 상으로는 그렇단다. 허,
이게 또 왠 날벼락이란 말인가.
모처럼 요즘 그나마 살만해졌다, 싶었더니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아니, 전부터 말은 좀 있었다. 지난
3년간 우리 본부가 까먹은 돈이 기백억 단위인지라 올해 사업계획 잡을 때부터 꽤 내부적으로도 조금
조심스러웠던 것도 있고, 얼마 전 회사에서 외부 컨설팅 업체를 불러다가 자문을 구하기도 하던 터라
흉흉한 우려가 돌기도 했지만 정말 말이 씨가 되었을 줄이야.
어차피 새로 생긴 본부인데다 투자 비용이라는게 있는 업계인지라 걱정을 하면서도, 요번 분기 들어
서서히 고생의 성과가 돌아오는 분위기라 고무되기도 했고 설마설마 했건만 결국 월급쟁이 사장 입장
에서는 가뜩이나 불황에 돈 까먹는 본부라는게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지난 몇 달 간의 생고생이 뇌리를 스쳤지만 솔직히 해방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관두어야지, 하고 생각
했던 것도 있었으니까. 정리해고 및 본부 해체는 최대한 빨리 진행될 예정이란다. 예비 백수가 되었다.
어째 요 몇 년간 원치 않는 경영난으로 인한 이직이 너무 잦아졌다. 그래도 나름 다들 상장사들인데
씨발 이력서가 걸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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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 달간 수면부족에 시달렸다. 원래 평일에 4~5시간 자고 주말에 부족한 잠을 몰아자는 타입인데
요 근래는 조금 더 상황이 안 좋았다. 거기에다 술자리도 잦았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끊어놓은
헬스는 지난 4월에 6개월치를 끊고 단 한번도(!) 안 갔다.
그러다보니 살이 미친듯이 불어났다. 이직한 이래 무려 7kg이 불었다. 백수가 되면, 당분간 빡세게
운동 좀 해야겠다.
그나저나 걱정이다. 당장 빨리 취업이 안 되면 정말 좆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