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10:32 국정원 국내부 별과 3실 브리핑 룸.
"진보언론을 중심으로 언론연맹 소속 77개 언론사 전부에서 주베를 향해 직접적인 포문을 개방한 상태이고,
민주통일당에서 주베를 비판하는 공식 대변인 성명을 내놓았습니다. 무엇보다 현재 사이트 내 모든 광고가
내려간 상태입니다. 이 부분이 큽니다. 돈줄이 끊겨서야 오래 갈 수가 없습니다"
설명을 듣고 있던 이현식 차장은 목을 긁적이며 물었다.
"그쪽 운영진은 뭐하고 있는데? 고소를 하던지, 뭐 가만히 있는거야? 보고서 올라온 거 보니까 뭐 신문에서
인터뷰를 조작하고 난리도 아니던데. 하여간 허재철이 그 꼴통 새끼…아직도 그 버릇 못 버렸어"
그 말에 브리핑을 담당한 조민 요원 대신 온라인 동향 분석관 강현일 요원이 대신 대답했다.
"대외적인 사이트 이미지가 워낙에 부정적이기도 하고, 고소나 기자회견 등으로 신분이 노출되는 즉시 집중
포화를 맞게 될 겁니다. 일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저쪽이 워낙에 독이 올라있는 상태라…어떤 식으로든 불
이익이 엄청날테니, 움직일 수가 없겠죠. 그리고 고소조치를 취하면 오히려 상대측에서 좋다고 더 카운터가
들어갈 겁니다. 지금이 사실 현재로서는 최선의 포지션입니다"
씁쓸한 표정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던 이현식은 중얼거렸다.
"그럼 답이 없다는 소리네. 하… 참…. 위에서도 지원도 없고. 그럼 뭐 얼마나 갈 것 같애?"
조민 요원은 잠시 입술을 잘근거리며 고민하다 대답했다.
"사이트 운영진 측의 의지에 달린 문제지만…돈 줄이 끊긴 이상, 관리비 부담도 있고…당분간이야 별 문제
없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힘들 것이라 봅니다. 압박에 대한 피로도 분명 있을테구요"
"뭐 기부 같은거 받으면 안되나? 다꼼수 뭐 이런 거도 옛날에 기부 많이 받았잖아?"
하지만 강현일은 고개를 저었다.
"단순 기부는 잘해봐야 단발성입니다. 물론 유저풀이 넓고 큰 만큼 비용이 생각보다 작지는 않겠지만 장기
적으로는 기대하기 어렵고, 주베의 연령층과 충성도를 비교해보았을 때 다꼼수에 비견하기는 어렵습니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 것은 유료화인데, 그건 향후의 확장을 가로막을 겁니다. 대외적 이미지도 부정적인 사
이트를 돈까지 내가면서 접근하는 이는 없을테고…. 무엇보다도 다꼼수는 직접적으로 컨텐츠를 생산하는
생산자 입장이었지만 주베 운영진은 컨텐츠 관리자 개념이기 때문에 컨텐츠를 생산하는 이가 돈까지 지불
하게 된다면 결국 골수의 파워유저 중심으로 개편될 겁니다. 그때는 이미 영향력을 상실하게 될 테구요"
잠시 회의실 안에 정적과 한숨이 흘러나오다가 다시 강현일이 입을 열었다.
"위에서는 뭐, 어떻게 말이 없습니까?"
"없어. 오히려 똥물이라도 튈까 걱정이지. 보수 이미지 흐린다고 외려 더 난리인 양반들도 있고. 하여간에
그렇게 인터넷에서 털리고도 아직도 몰라. 정말 몰라. 그나마 달랑 하나 있는건데 그것도 건사할 생각같은
거는 아예 안 해. 그래놓고 또 선거 때 되면 달달 볶겠지, 등신 새끼들"
'어르신들' 이야기에 모두들 입맛만 다시다가 조민 요원이 물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레 왼쪽에서 크게 이슈 몰아가는건…"
"왜긴 왜야. 그렇잖아도 눈엣가시였는데 마침 이슈몰이 되니까 최대한 밀어붙여놓고, 하는 김에 똥칠 좀
더 해놓고, 아예 죽이진 못해도 팔 다리 하나는 제대로 분질러 놓자 이거지. 이미 여론만 놓고 봐서는 뭐
거의 성공이나 다름없잖아?"
"네, 이미 이미지는 더이상 떨어질 곳이 없을 정도로 추락했죠"
"하여간 새끼들…적당히 해야지 말이야. 도와줄래도 도와줄 수가 없어"
조민 요원이 거기에 한 마디 더했다.
"어차피 주베 시스템 자체가 알바 몇 명이 멀티 아이디만 돌려도 베스트 등록이 가능하고, 언론에서 지원
사격을 해주니까 이미지 훼손 자체야 마음만 먹으면 어려운게 아니니까요"
AM 11:21 여의도 국회회관 915호실.
"그럼, 그래야지. 아니 어디 그게 말이나 될 소리야? 당연히 이래야지. 사필귀정이야, 사필귀정"
모처럼 기분 좋은 듯, 홍삼 액기스를 들이키던 박 의원은 박수까지 쳐가며 기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년간 아주 눈엣가시도 그런 눈엣가시가 없을 것만 같았던 그 어린 노무 새끼들이 드디어 목에 칼이 들어
간 셈이니까.
"모름지기, 돈 없으면 세상 일이 어디 하나 돌아가는게 없는 법이야. 제까짓 것들이 말이야"
"그리고 운영진 측에 대한 신상추적은 계속하는 중입니다"
"그래, 계속 파봐. 그 놈들 몇 놈만 잡아서 조리돌림하면 게임 끝나는거야. 지긋지긋한 놈들 같으니. 세상
천지에 원 어디 그런 악질 놈들이 있어? 미친 놈들. 하여간에 어린 놈들이 문제야 어린 놈들이…"
PM 12:13 신림 한아름 오피스텔 401호
"아효, 씹쌔끼들. 너넨 어쨌든 끝난거야 이 벌레 새끼들아"
승일은 간만에 아주 통쾌한 기사를 봤다. 생각해보니 해외토픽류 가십기사 이외에 나름 시사 사회 분야
기사보고 웃은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너무 웃음 없이 세상에 대해 근심만 하고 살았던 것 같다. 여튼
기분 좋다. 주베 그 악마 같은 사이트에서 드디어 광고가 떨어져 나갔단다. 광고 떨어진 인터넷 사이트
라니, 볼장 다 본 것 아닌가. 어디 운영비 감당이 되기나 하겠는가.
만약 운영을 그대로 지속할 수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정말 '누가 뒤를 봐주고 있다' 라는 설에 대한 아주
강력한 근거가 되는 것 일테니 어디 주베 새끼들, 어떻게 되나 기대가 된다.
"어쭈? 벌레 새끼들 링크 찍고 왔나보네?"
그의 베플에 반대가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여유가 넘쳤다. 그 이상으로 찬성 추천이
더 빠르게 쌓이고 있었으니까. 그 순간 그는 확신했다. 주베는 앞으로 결코 지금 이상 커지지 못하리란
것을. 그들은 죄업의 탑을 쌓아도 너무 높이 쌓았다.
PM 12:22 영등포 신남해 빌딩 6층
"일단 다들 수고했고, 뭐 당분간은 더 추이 지켜봐야 되니까 긴장들 하고. 일단 오늘은 여기서 맛있는
거 먹고 해산합시다"
"네 가오리택배님"
윤수는 '가오리택배'라는 자신의 주베 아이디로 놀려대는 홍일의 말에 웃으면서도 주의를 주었다.
"그러다 남들이 진짜 주베하는 사람으로 오해하면 더 큰일이니까 그런 농담은 좀 자제를…"
"죄송합니다. 아 근데 솔직히 그 글은 진짜 해도 해도 너무 했어요. 알면서도 울컥 하더라니까요"
"벌레 코스프레를 위해 제가 벌레가 된다는 심정으로 썼어요. 저도 죄 짓는 기분이었어요, 솔직히"
홍일과 윤수의 말을 듣고 있던 가영이 끼어들었다.
"에이에이, 잘하셨어요. 그거 덕분에 언론에서도 완전 열 받은 거잖아요. 네티즌들도 그 사진 보면
바로 돌아서고. 근데 솔직히 놀랜건 전 솔직히 암만 주베라고 해도 그런 글은 민영화 폭탄 맞을 줄
알았는데, 그런 글도 좋다고 추천하더라구요. 전 진짜 거기서 아 진짜 얘들은 쓰레기도 상 쓰레기
구나, 일말의 인간성도 기대하면 안되겠구나 생각했어요"
"맞습니다. 걔들은 진짜 없어져야 돼요"
약 10여 명의 '자원봉사 요원'들은 아주 기분 좋은 표정으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상석에서 그
들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가 있었으니…
지난 대선의 민주통일당 온라인 바이럴 협력업체였던 웹 에이전시 '레볼루션'의 대표이자, 반(反)
주베 네티즌들 몇몇이 모여 추진한 '해충박멸' 프로젝트의 팀장을 맡은 김형진이었다.
"자자, 이제 그만들 떠드시고 술 한잔 쭉 들이킵시다. 위하여!"
피자 세 판과 치킨 두 마리에 맥주 피쳐 몇 병의 조촐한 파티지만 의미는 컸다. 광고를 끊었으니 날개
죽지를 자른 셈이나 다름없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던가. 대선 패배 이후로 끊었던 술이 다 깽기는
기분 좋은 날이다. 그동안 디도스에다 해킹에다 온갖 공격을 해보았지만 기스 하나 나지 않았던 그
주베에 대해 전략을 바꾼게 주효했다. 바깥이 튼튼하면 안이 무르기 마련이다. 승리에 도취되어 점점
자극을 찾아 타락해가는 그 사이트에 살짝 기름만 몇 방울 쳤을 뿐인데 그들은 아주 손쉽게도 무너지
기 시작했다.
물론 그는 결코 놈들을 얕보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그들도 조치를 취하기야 하겠지만 그때 가서는
그에 맞춰 '맞춤 공격'을 하면 그만이다. 그는 어떤 식으로든 주베를 무너뜨릴 생각이다. 이제는 그들을
안다. 자신이 붙었다. 그리고 방법론에 있어서도 거침이 없다. 전신에 똥 묻은 놈들과 싸우는데 어떻게
깨끗하게만 싸우겠는가. 때로는 조금 손을 더럽혀도 좋다고 생각한다. 내 한 손 더럽혀서 이 나라 구할
수 있다면 그쯤 어디 못하겠는가. 어쩌면 주베의 중고딩들은 나중에 나한테 고마워 할지도 모를 일이다.
PM 13:41 여의도 삼흥빌딩 LS미디어 4층 소회의실
"주국창씨, 이건 국창씨 컴퓨터 인터넷 로그 기록입니다. 그 중에 빨간 줄 쳐놓은게 업무 외 사이트에
접속한 기록입니다. 모두 업무시간이구요"
"죄송합니다"
인사팀장을 마주보던 국창은 고개를 푹 숙였다. 인사팀장은 잠시 헛기침을 하다가 파일에서 종이 한
장을 슥 내밀었다.
"이미 오 팀장님을 통해서 한 차례 경고가 주어진 것으로 압니다. 업무 시간에 다른 사이트 접속이
잦은 편이라고 들었습니다"
국창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인사팀장이 내민 문서를 힐끔 바라보았다.
"이번 분기 인사평가 점수도 있고 해서…일단, 에…원칙적으로는 권고사직 형태가 맞겠습니다만, 곧
어차피 회사에서 희망퇴직 접수가 있을 예정입니다. 그래서 희망퇴직의 형태로…급여 3개월 분 위로
금과 실업수당을 받으실 수 있도록 처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순간 국창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시말서 정도를 생각했는데 권고사직이라니.
"저기…그…어…"
하지만 무어라 변명할 여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참 어이없게도, 접속 로그 기록에
남아있는 jube.com 이 눈에 들어왔다. 어차피 남들 다 업무 중에 딴 짓하는데 왜 나만 이렇게까지
당해야하나, 하던 억울한 생각이 그냥 정리되었다. 주베니까. 그리고 '주베 때문에 회사 짤렸다' 글
올리면 반응 꽤나 좋겠다라는 생각에 웃음이 터질 뻔한 것을 겨우 참았다. 스스로가 참 미친 새끼란
생각이 들었다.
겨우 웃음을 참은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씁쓸한 마음을 달래면서, 또 시원하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PM 14:05 서초 금원 빌딩 2층 게임 개발사 'TDHM'
"장원이 말이야"
"어"
"걔 주베하더라?"
"정말? 허…"
태경과 문환은 복도 끝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팀의 막내 개발자 장원의 이야기를 꺼냈다 .
"근데 나도 가끔 주베 가는데? 재밌는건 재밌던데. 정보글 같은거"
문환은 난데없이 '주밍아웃'을 했고, 태경은 오히려 그 말에 더 놀랐다.
"뭐?"
"뭘 놀래…. 그냥 웃기면 하는거지. 좀 미친 글도 있긴 하지만, 난 솔직히 DC종자라서 존댓말하고 막
그런 사이트는 못 하겠더라. 답답해. 또 그런 사이트도 뒷구녕으로 더러운 거 할 거는 다 하잖아"
"허…그래도 그게 주베랑 비교가 되냐"
"된똥이나 설사똥이나 냄새 나는건 마찬가지지"
"된장이랑 똥을 같은 거라고 하는 수준이지 니 비교는"
그 말에 문환은 담배연기를 슥 뿜고는 말했다.
"막말로 주베가 미친 짓 하는거 뭐 있는데? 정치인 능욕이야 반대쪽에서 박주만, 전수창 욕 안 하냐?"
"걔들 잘못이 그거 뿐이 아니잖아. 신상털이하고 온갖 미친 짓 다 하잖아"
"물론 가끔은 미친 짓도 하지. 근데 그걸 이유로 이렇게까지 하는게 맞냐는 말이야. 그럼 기독교의
극히 일부가 미친 짓 한다고 기독교를 나라에서 못 믿게 하냐? 그건 아니잖아. 근데 주베는 왜 그러
는데. 그리고 까놓고 주베 미친듯이 까는 놈들 중에 주베 열심히 하는 놈 있냐? 어떻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곡된 정보로만 주베를 까, 그리고 주베를 하면서 주베 까는 놈은 뭐 주베인 아니냐?"
"그게 지금 말이 되는 소리야? 그리고 주베가 정말 그렇게 다른 사이트급으로 가끔 한두번씩 사고
치는 사이트일 때나 통하는 얘기지 그건"
"에휴…"
서로 감정이 상할 뻔 했지만, 문환은 곧 고개를 갸웃했다.
"뭔 인터넷 사이트에 소속감 갖고 싸우겠냐, 미안. 들어가자"
하지만 둘은 알고 있었다. 그 순간 둘 다 서로에 대해 뭔가 분명한 선 하나가 그어졌다는 사실을.
PM 15:51 종로 어버이 회관
"아이아이 김씨, 그 확성기 그거 망가졌더라고. 그거 못 써"
"엉? 이거 못 써?"
"못써못써, 저거 들고 가"
"어어"
오늘도 시위 퍼포먼스를 준비 중인 보수 단체 어버이회. 현수막은 어젯 밤에 완성되어 들어왔고,
피켓과 퍼포먼스용 의상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근데 활동비 저번에 한거, 줬어?"
"줬지"
"그랴? 가물가물 허네"
"적어놔. 이렇게 맨날 적어야 돼, 사람이"
"여튼 빨갱이 넘들이 말이야, 우리 애기덜, 정신 똑바로 백힌 애기덜 인터넷, 그 주밴지 월밴지 뭐 그거를
못 살게 군다데. 그니께 가서 잘 하더라고"
"어이, 그럼. 아이 근데 새온누리 자식들은 도대체 만날 뭐얼하고 있는 거시여 시방, 어잉? 아주 뭐 갑갑
시려 죽겄어"
"그 놈 아덜, 걍 돈 찍 몇 푼 보내고 그게 땡이여. 글구 그 놈 아덜만 문젠가? 딸내미도, 그 애비만 못 한 거
가티여"
"그래서 암만 잘나도 딸은 딸이라고 하잖여"
"나라가 망할런지 원"
PM 16:47 여의도 여의도 연구센터 정책 기획실
"이거는 망하는 길로 가는거야"
"뭐 답 없나?"
한우식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위에서는 놨어. 그리고 이미 똥칠 다 해놨는데 그걸 누가 케어하고 어떻게 잡아줘. 그냥 저러다
마는거지"
"허, 아깝네. 그냥 소스만 조금 흘려줘도 알아서 잘 받아먹잖어, 똑똑하게. 지들이 캐오기도 하고"
"그래도 잘 써먹었는데 뭐. 원래 큰 게임 한판 이겼다고 거기 매달리면 그게 징크스가 되는 거고, 그러다
계속 털어먹는거야"
"왼쪽 애들이 편하긴 편할거야. 주베 같은게 10개만 있어봐, 참, 얼마나 편하게 가겠냐고"
"그러다 눈 머는거야. 이번에 온라인만 보다가 정신 못 차리고 저쪽 애들 다 갈렸잖아"
"어쨌든. 그래도 한 1년은 가겠지?"
"글쎄다. 그나저나 오늘 칼퇴근?"
"어"
PM 17:51 청와대 비서실 위민 3관 221사무실
"하, 독한 놈들"
만겨레 신문을 보다 덮은 윤 비서관은 혀를 찼다.
"아니 뭔 놈의 신문이 내용이 죄 주베 욕하는 기사 뿐이야. 무슨 나라 꼴이 이래? 제 1야당에 진보 신문이
인터넷 사이트 하나를 죽일라고 난리 법석이니 원. 이게 찌라시지 찌라시"
하지만 조태식은 옆의 동민일보를 보여주며 말했다.
"여기도 1면인데"
"아니 이게 말이 되는 얘기냐고. 무슨 사람이 죽었어, 폭탄이 터졌어, 인신매매를 했어? 세상천지 유머
사이트 하나를 못 죽여서 언론에 정치권까지 이 난리인 나라가 어딨냐고"
"눈엣가지 맞지 뭐. 문상원이 그 옷장만 해도, 주베가 터뜨린거 아냐. 홍보 문건에다, 막판에 그 여직원
문 앞에서 난리친 것도 고스란히 거기서 이슈화해서 역풍 먹은거 아니냐. 당연히 문 닫게 하고 싶지"
"아니 막말로 사이트 하나 닫게 만드는거야 그럴 수 있다쳐, 근데 참…이게 정말로 이 난리까지 떨어야
되는 일이야? 그리고 자칭 '진보'라는 애들이 그러는게 말이 돼? 어떻게 이 나라는 모든게 거꾸로야…
이경씨, 이게 말이 돼?"
윤 비서관이 구석에서 얌전히 앉아있던 인턴, 진이경에게 묻자 이경은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네? 네…뭐 그냥…뭐…헤에"
웃음으로 대충 때우고자 하자 조 비서관이 물었다.
"이경씨도 인터넷 좀 하나? 자주 가는 사이트 같은거 있어?"
그러자 이경은 또 조심스럽게 웃으며 "있긴 있는데요…" 하고 대답했다. 두 비서관은 물었다.
"뭐하는데? 베이트 창? 아니면 여자시대? 뭐 어떤 사이트?"
하지만 그 둘의 질문에 이경은 그냥 살포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블로그 하나 보는게 있는데요…비밀이에요"
tag : 스밍아웃이제일어려운법
"진보언론을 중심으로 언론연맹 소속 77개 언론사 전부에서 주베를 향해 직접적인 포문을 개방한 상태이고,
민주통일당에서 주베를 비판하는 공식 대변인 성명을 내놓았습니다. 무엇보다 현재 사이트 내 모든 광고가
내려간 상태입니다. 이 부분이 큽니다. 돈줄이 끊겨서야 오래 갈 수가 없습니다"
설명을 듣고 있던 이현식 차장은 목을 긁적이며 물었다.
"그쪽 운영진은 뭐하고 있는데? 고소를 하던지, 뭐 가만히 있는거야? 보고서 올라온 거 보니까 뭐 신문에서
인터뷰를 조작하고 난리도 아니던데. 하여간 허재철이 그 꼴통 새끼…아직도 그 버릇 못 버렸어"
그 말에 브리핑을 담당한 조민 요원 대신 온라인 동향 분석관 강현일 요원이 대신 대답했다.
"대외적인 사이트 이미지가 워낙에 부정적이기도 하고, 고소나 기자회견 등으로 신분이 노출되는 즉시 집중
포화를 맞게 될 겁니다. 일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저쪽이 워낙에 독이 올라있는 상태라…어떤 식으로든 불
이익이 엄청날테니, 움직일 수가 없겠죠. 그리고 고소조치를 취하면 오히려 상대측에서 좋다고 더 카운터가
들어갈 겁니다. 지금이 사실 현재로서는 최선의 포지션입니다"
씁쓸한 표정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던 이현식은 중얼거렸다.
"그럼 답이 없다는 소리네. 하… 참…. 위에서도 지원도 없고. 그럼 뭐 얼마나 갈 것 같애?"
조민 요원은 잠시 입술을 잘근거리며 고민하다 대답했다.
"사이트 운영진 측의 의지에 달린 문제지만…돈 줄이 끊긴 이상, 관리비 부담도 있고…당분간이야 별 문제
없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힘들 것이라 봅니다. 압박에 대한 피로도 분명 있을테구요"
"뭐 기부 같은거 받으면 안되나? 다꼼수 뭐 이런 거도 옛날에 기부 많이 받았잖아?"
하지만 강현일은 고개를 저었다.
"단순 기부는 잘해봐야 단발성입니다. 물론 유저풀이 넓고 큰 만큼 비용이 생각보다 작지는 않겠지만 장기
적으로는 기대하기 어렵고, 주베의 연령층과 충성도를 비교해보았을 때 다꼼수에 비견하기는 어렵습니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 것은 유료화인데, 그건 향후의 확장을 가로막을 겁니다. 대외적 이미지도 부정적인 사
이트를 돈까지 내가면서 접근하는 이는 없을테고…. 무엇보다도 다꼼수는 직접적으로 컨텐츠를 생산하는
생산자 입장이었지만 주베 운영진은 컨텐츠 관리자 개념이기 때문에 컨텐츠를 생산하는 이가 돈까지 지불
하게 된다면 결국 골수의 파워유저 중심으로 개편될 겁니다. 그때는 이미 영향력을 상실하게 될 테구요"
잠시 회의실 안에 정적과 한숨이 흘러나오다가 다시 강현일이 입을 열었다.
"위에서는 뭐, 어떻게 말이 없습니까?"
"없어. 오히려 똥물이라도 튈까 걱정이지. 보수 이미지 흐린다고 외려 더 난리인 양반들도 있고. 하여간에
그렇게 인터넷에서 털리고도 아직도 몰라. 정말 몰라. 그나마 달랑 하나 있는건데 그것도 건사할 생각같은
거는 아예 안 해. 그래놓고 또 선거 때 되면 달달 볶겠지, 등신 새끼들"
'어르신들' 이야기에 모두들 입맛만 다시다가 조민 요원이 물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레 왼쪽에서 크게 이슈 몰아가는건…"
"왜긴 왜야. 그렇잖아도 눈엣가시였는데 마침 이슈몰이 되니까 최대한 밀어붙여놓고, 하는 김에 똥칠 좀
더 해놓고, 아예 죽이진 못해도 팔 다리 하나는 제대로 분질러 놓자 이거지. 이미 여론만 놓고 봐서는 뭐
거의 성공이나 다름없잖아?"
"네, 이미 이미지는 더이상 떨어질 곳이 없을 정도로 추락했죠"
"하여간 새끼들…적당히 해야지 말이야. 도와줄래도 도와줄 수가 없어"
조민 요원이 거기에 한 마디 더했다.
"어차피 주베 시스템 자체가 알바 몇 명이 멀티 아이디만 돌려도 베스트 등록이 가능하고, 언론에서 지원
사격을 해주니까 이미지 훼손 자체야 마음만 먹으면 어려운게 아니니까요"
AM 11:21 여의도 국회회관 915호실.
"그럼, 그래야지. 아니 어디 그게 말이나 될 소리야? 당연히 이래야지. 사필귀정이야, 사필귀정"
모처럼 기분 좋은 듯, 홍삼 액기스를 들이키던 박 의원은 박수까지 쳐가며 기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년간 아주 눈엣가시도 그런 눈엣가시가 없을 것만 같았던 그 어린 노무 새끼들이 드디어 목에 칼이 들어
간 셈이니까.
"모름지기, 돈 없으면 세상 일이 어디 하나 돌아가는게 없는 법이야. 제까짓 것들이 말이야"
"그리고 운영진 측에 대한 신상추적은 계속하는 중입니다"
"그래, 계속 파봐. 그 놈들 몇 놈만 잡아서 조리돌림하면 게임 끝나는거야. 지긋지긋한 놈들 같으니. 세상
천지에 원 어디 그런 악질 놈들이 있어? 미친 놈들. 하여간에 어린 놈들이 문제야 어린 놈들이…"
PM 12:13 신림 한아름 오피스텔 401호
"아효, 씹쌔끼들. 너넨 어쨌든 끝난거야 이 벌레 새끼들아"
승일은 간만에 아주 통쾌한 기사를 봤다. 생각해보니 해외토픽류 가십기사 이외에 나름 시사 사회 분야
기사보고 웃은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너무 웃음 없이 세상에 대해 근심만 하고 살았던 것 같다. 여튼
기분 좋다. 주베 그 악마 같은 사이트에서 드디어 광고가 떨어져 나갔단다. 광고 떨어진 인터넷 사이트
라니, 볼장 다 본 것 아닌가. 어디 운영비 감당이 되기나 하겠는가.
만약 운영을 그대로 지속할 수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정말 '누가 뒤를 봐주고 있다' 라는 설에 대한 아주
강력한 근거가 되는 것 일테니 어디 주베 새끼들, 어떻게 되나 기대가 된다.
"어쭈? 벌레 새끼들 링크 찍고 왔나보네?"
그의 베플에 반대가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여유가 넘쳤다. 그 이상으로 찬성 추천이
더 빠르게 쌓이고 있었으니까. 그 순간 그는 확신했다. 주베는 앞으로 결코 지금 이상 커지지 못하리란
것을. 그들은 죄업의 탑을 쌓아도 너무 높이 쌓았다.
PM 12:22 영등포 신남해 빌딩 6층
"일단 다들 수고했고, 뭐 당분간은 더 추이 지켜봐야 되니까 긴장들 하고. 일단 오늘은 여기서 맛있는
거 먹고 해산합시다"
"네 가오리택배님"
윤수는 '가오리택배'라는 자신의 주베 아이디로 놀려대는 홍일의 말에 웃으면서도 주의를 주었다.
"그러다 남들이 진짜 주베하는 사람으로 오해하면 더 큰일이니까 그런 농담은 좀 자제를…"
"죄송합니다. 아 근데 솔직히 그 글은 진짜 해도 해도 너무 했어요. 알면서도 울컥 하더라니까요"
"벌레 코스프레를 위해 제가 벌레가 된다는 심정으로 썼어요. 저도 죄 짓는 기분이었어요, 솔직히"
홍일과 윤수의 말을 듣고 있던 가영이 끼어들었다.
"에이에이, 잘하셨어요. 그거 덕분에 언론에서도 완전 열 받은 거잖아요. 네티즌들도 그 사진 보면
바로 돌아서고. 근데 솔직히 놀랜건 전 솔직히 암만 주베라고 해도 그런 글은 민영화 폭탄 맞을 줄
알았는데, 그런 글도 좋다고 추천하더라구요. 전 진짜 거기서 아 진짜 얘들은 쓰레기도 상 쓰레기
구나, 일말의 인간성도 기대하면 안되겠구나 생각했어요"
"맞습니다. 걔들은 진짜 없어져야 돼요"
약 10여 명의 '자원봉사 요원'들은 아주 기분 좋은 표정으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상석에서 그
들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가 있었으니…
지난 대선의 민주통일당 온라인 바이럴 협력업체였던 웹 에이전시 '레볼루션'의 대표이자, 반(反)
주베 네티즌들 몇몇이 모여 추진한 '해충박멸' 프로젝트의 팀장을 맡은 김형진이었다.
"자자, 이제 그만들 떠드시고 술 한잔 쭉 들이킵시다. 위하여!"
피자 세 판과 치킨 두 마리에 맥주 피쳐 몇 병의 조촐한 파티지만 의미는 컸다. 광고를 끊었으니 날개
죽지를 자른 셈이나 다름없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던가. 대선 패배 이후로 끊었던 술이 다 깽기는
기분 좋은 날이다. 그동안 디도스에다 해킹에다 온갖 공격을 해보았지만 기스 하나 나지 않았던 그
주베에 대해 전략을 바꾼게 주효했다. 바깥이 튼튼하면 안이 무르기 마련이다. 승리에 도취되어 점점
자극을 찾아 타락해가는 그 사이트에 살짝 기름만 몇 방울 쳤을 뿐인데 그들은 아주 손쉽게도 무너지
기 시작했다.
물론 그는 결코 놈들을 얕보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그들도 조치를 취하기야 하겠지만 그때 가서는
그에 맞춰 '맞춤 공격'을 하면 그만이다. 그는 어떤 식으로든 주베를 무너뜨릴 생각이다. 이제는 그들을
안다. 자신이 붙었다. 그리고 방법론에 있어서도 거침이 없다. 전신에 똥 묻은 놈들과 싸우는데 어떻게
깨끗하게만 싸우겠는가. 때로는 조금 손을 더럽혀도 좋다고 생각한다. 내 한 손 더럽혀서 이 나라 구할
수 있다면 그쯤 어디 못하겠는가. 어쩌면 주베의 중고딩들은 나중에 나한테 고마워 할지도 모를 일이다.
PM 13:41 여의도 삼흥빌딩 LS미디어 4층 소회의실
"주국창씨, 이건 국창씨 컴퓨터 인터넷 로그 기록입니다. 그 중에 빨간 줄 쳐놓은게 업무 외 사이트에
접속한 기록입니다. 모두 업무시간이구요"
"죄송합니다"
인사팀장을 마주보던 국창은 고개를 푹 숙였다. 인사팀장은 잠시 헛기침을 하다가 파일에서 종이 한
장을 슥 내밀었다.
"이미 오 팀장님을 통해서 한 차례 경고가 주어진 것으로 압니다. 업무 시간에 다른 사이트 접속이
잦은 편이라고 들었습니다"
국창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인사팀장이 내민 문서를 힐끔 바라보았다.
"이번 분기 인사평가 점수도 있고 해서…일단, 에…원칙적으로는 권고사직 형태가 맞겠습니다만, 곧
어차피 회사에서 희망퇴직 접수가 있을 예정입니다. 그래서 희망퇴직의 형태로…급여 3개월 분 위로
금과 실업수당을 받으실 수 있도록 처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순간 국창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시말서 정도를 생각했는데 권고사직이라니.
"저기…그…어…"
하지만 무어라 변명할 여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참 어이없게도, 접속 로그 기록에
남아있는 jube.com 이 눈에 들어왔다. 어차피 남들 다 업무 중에 딴 짓하는데 왜 나만 이렇게까지
당해야하나, 하던 억울한 생각이 그냥 정리되었다. 주베니까. 그리고 '주베 때문에 회사 짤렸다' 글
올리면 반응 꽤나 좋겠다라는 생각에 웃음이 터질 뻔한 것을 겨우 참았다. 스스로가 참 미친 새끼란
생각이 들었다.
겨우 웃음을 참은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씁쓸한 마음을 달래면서, 또 시원하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PM 14:05 서초 금원 빌딩 2층 게임 개발사 'TDHM'
"장원이 말이야"
"어"
"걔 주베하더라?"
"정말? 허…"
태경과 문환은 복도 끝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팀의 막내 개발자 장원의 이야기를 꺼냈다 .
"근데 나도 가끔 주베 가는데? 재밌는건 재밌던데. 정보글 같은거"
문환은 난데없이 '주밍아웃'을 했고, 태경은 오히려 그 말에 더 놀랐다.
"뭐?"
"뭘 놀래…. 그냥 웃기면 하는거지. 좀 미친 글도 있긴 하지만, 난 솔직히 DC종자라서 존댓말하고 막
그런 사이트는 못 하겠더라. 답답해. 또 그런 사이트도 뒷구녕으로 더러운 거 할 거는 다 하잖아"
"허…그래도 그게 주베랑 비교가 되냐"
"된똥이나 설사똥이나 냄새 나는건 마찬가지지"
"된장이랑 똥을 같은 거라고 하는 수준이지 니 비교는"
그 말에 문환은 담배연기를 슥 뿜고는 말했다.
"막말로 주베가 미친 짓 하는거 뭐 있는데? 정치인 능욕이야 반대쪽에서 박주만, 전수창 욕 안 하냐?"
"걔들 잘못이 그거 뿐이 아니잖아. 신상털이하고 온갖 미친 짓 다 하잖아"
"물론 가끔은 미친 짓도 하지. 근데 그걸 이유로 이렇게까지 하는게 맞냐는 말이야. 그럼 기독교의
극히 일부가 미친 짓 한다고 기독교를 나라에서 못 믿게 하냐? 그건 아니잖아. 근데 주베는 왜 그러
는데. 그리고 까놓고 주베 미친듯이 까는 놈들 중에 주베 열심히 하는 놈 있냐? 어떻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곡된 정보로만 주베를 까, 그리고 주베를 하면서 주베 까는 놈은 뭐 주베인 아니냐?"
"그게 지금 말이 되는 소리야? 그리고 주베가 정말 그렇게 다른 사이트급으로 가끔 한두번씩 사고
치는 사이트일 때나 통하는 얘기지 그건"
"에휴…"
서로 감정이 상할 뻔 했지만, 문환은 곧 고개를 갸웃했다.
"뭔 인터넷 사이트에 소속감 갖고 싸우겠냐, 미안. 들어가자"
하지만 둘은 알고 있었다. 그 순간 둘 다 서로에 대해 뭔가 분명한 선 하나가 그어졌다는 사실을.
PM 15:51 종로 어버이 회관
"아이아이 김씨, 그 확성기 그거 망가졌더라고. 그거 못 써"
"엉? 이거 못 써?"
"못써못써, 저거 들고 가"
"어어"
오늘도 시위 퍼포먼스를 준비 중인 보수 단체 어버이회. 현수막은 어젯 밤에 완성되어 들어왔고,
피켓과 퍼포먼스용 의상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근데 활동비 저번에 한거, 줬어?"
"줬지"
"그랴? 가물가물 허네"
"적어놔. 이렇게 맨날 적어야 돼, 사람이"
"여튼 빨갱이 넘들이 말이야, 우리 애기덜, 정신 똑바로 백힌 애기덜 인터넷, 그 주밴지 월밴지 뭐 그거를
못 살게 군다데. 그니께 가서 잘 하더라고"
"어이, 그럼. 아이 근데 새온누리 자식들은 도대체 만날 뭐얼하고 있는 거시여 시방, 어잉? 아주 뭐 갑갑
시려 죽겄어"
"그 놈 아덜, 걍 돈 찍 몇 푼 보내고 그게 땡이여. 글구 그 놈 아덜만 문젠가? 딸내미도, 그 애비만 못 한 거
가티여"
"그래서 암만 잘나도 딸은 딸이라고 하잖여"
"나라가 망할런지 원"
PM 16:47 여의도 여의도 연구센터 정책 기획실
"이거는 망하는 길로 가는거야"
"뭐 답 없나?"
한우식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위에서는 놨어. 그리고 이미 똥칠 다 해놨는데 그걸 누가 케어하고 어떻게 잡아줘. 그냥 저러다
마는거지"
"허, 아깝네. 그냥 소스만 조금 흘려줘도 알아서 잘 받아먹잖어, 똑똑하게. 지들이 캐오기도 하고"
"그래도 잘 써먹었는데 뭐. 원래 큰 게임 한판 이겼다고 거기 매달리면 그게 징크스가 되는 거고, 그러다
계속 털어먹는거야"
"왼쪽 애들이 편하긴 편할거야. 주베 같은게 10개만 있어봐, 참, 얼마나 편하게 가겠냐고"
"그러다 눈 머는거야. 이번에 온라인만 보다가 정신 못 차리고 저쪽 애들 다 갈렸잖아"
"어쨌든. 그래도 한 1년은 가겠지?"
"글쎄다. 그나저나 오늘 칼퇴근?"
"어"
PM 17:51 청와대 비서실 위민 3관 221사무실
"하, 독한 놈들"
만겨레 신문을 보다 덮은 윤 비서관은 혀를 찼다.
"아니 뭔 놈의 신문이 내용이 죄 주베 욕하는 기사 뿐이야. 무슨 나라 꼴이 이래? 제 1야당에 진보 신문이
인터넷 사이트 하나를 죽일라고 난리 법석이니 원. 이게 찌라시지 찌라시"
하지만 조태식은 옆의 동민일보를 보여주며 말했다.
"여기도 1면인데"
"아니 이게 말이 되는 얘기냐고. 무슨 사람이 죽었어, 폭탄이 터졌어, 인신매매를 했어? 세상천지 유머
사이트 하나를 못 죽여서 언론에 정치권까지 이 난리인 나라가 어딨냐고"
"눈엣가지 맞지 뭐. 문상원이 그 옷장만 해도, 주베가 터뜨린거 아냐. 홍보 문건에다, 막판에 그 여직원
문 앞에서 난리친 것도 고스란히 거기서 이슈화해서 역풍 먹은거 아니냐. 당연히 문 닫게 하고 싶지"
"아니 막말로 사이트 하나 닫게 만드는거야 그럴 수 있다쳐, 근데 참…이게 정말로 이 난리까지 떨어야
되는 일이야? 그리고 자칭 '진보'라는 애들이 그러는게 말이 돼? 어떻게 이 나라는 모든게 거꾸로야…
이경씨, 이게 말이 돼?"
윤 비서관이 구석에서 얌전히 앉아있던 인턴, 진이경에게 묻자 이경은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네? 네…뭐 그냥…뭐…헤에"
웃음으로 대충 때우고자 하자 조 비서관이 물었다.
"이경씨도 인터넷 좀 하나? 자주 가는 사이트 같은거 있어?"
그러자 이경은 또 조심스럽게 웃으며 "있긴 있는데요…" 하고 대답했다. 두 비서관은 물었다.
"뭐하는데? 베이트 창? 아니면 여자시대? 뭐 어떤 사이트?"
하지만 그 둘의 질문에 이경은 그냥 살포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블로그 하나 보는게 있는데요…비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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