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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생각보다 짧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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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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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름 밤, 후덥지근한 날씨 속 그녀와 나는 빗물 들이치는 반지하방 창문 열고 그렇게 끈적한 선풍기
바람 하나로 견디며 그렇게 끌어안고 잔다.

몸 부서져라 일하는 고단한 하루 지긋지긋하게 가난에 치여 사는 하루가 저물고 창 밖으로 차 타이어
모래 밟히는 소리와 함께 해가 저물면 언제나처럼 찌개 하나에 밥 한 그릇 뚝딱 비우고, 청소 마친 이
좁은 방 안에서 땀 흘리며 살을 부딪힌다.

하루에 느끼는 단 하나의 즐거움. 너와 내가 이 세상에 살아있고 그것이 참되고 행복한 것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 피어나는 쾌락과 샘솟는 땀, 터져나오는 교성과 흘리는 신음, 강렬한 전율과 짜릿한
기쁨, 폭발하는 절정과 둘을 찾아오는 나른한 여운…

그리고 서로를 품에 안고 사랑한다 속삭이며 지그시 눈을 감고 또 몰래 살짝 눈을 떠, 곤히 자는 너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 세상 내 유일한 행복에 고마워하며 미안한 시간.

더욱 차가워지는 심야의 공기에 열어놓은 창을 반쯤 닫고 사박사박대는 길거리 행인들의 발소리조차
잦아들 무렵 드디어 찾아오는 곤한 잠의 시간…

그러나 쉽게 잠들지 못하는 이 내 가슴 속 답답함의 무게.

이유없이 시큰해지는 콧잔등과 흐르는 눈물에 차마 그녀가 깰까 싶어 억지로 입술 깨물며 울음 참고 
잠을 청하지만 내 가슴팍이 젖어드는 것은 역시 그녀의 눈물 때문이니 이 너무나 한심스러운 나의 이
무능과 무지, 그리고 나 하나 정말로 죽어도 좋으니 탈출하고픈 답답한 가난의 굴레에 제발 부디, 너
만이라도 행복하고 호강하며 살 수 있다면 난 진짜 죽어도 좋다 가슴 속으로 빌고 또 비는 이 간절한
행복에 대한 염원.

문득 서로 같이 살기로 한 날 '내 꼭 너 호강시켜줄께' 큰 소리 쳤던 기억에 설움 복받쳐 그만 살짜기
흐느끼는 내 뺨을 쓸어주는 네가 고마워서 난 또 그렇게 널 강하게 끌어안는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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