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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시리즈의 류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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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한국의 야구 팬 여러분, 그리고 세계의 메이저리그 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월드 시리즈
7차전이 열리고 있는 다저스 스타디움입니다. 9회 말 현재 4:3으로 다저스가 뉴욕 양키스를 근소하게
앞서고 있는 가운데 류현진 선수가 여전히 마운드를 지키고 있습니다. 다소 지친 기색인데요…"

다소 지친 기색이 엿보이는 류현진. 12승 방어율 3.98, 그리고 투수로서는 특이하게도 3할대 타격의 준
수한 성적으로 신인왕 후보까지 오른 화려한 데뷔 시즌의 그였지만 역시나 월드 시리즈. 7차전의 긴장
감 탓인지 1회 2점, 2회 1점을 내주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11삼진을 잡아내며 멋지게 양키즈 타선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렇죠. 현재 공이 114구를 넘겼어요. 지칠 법 하죠, 네 첫 타자는 2번 카노, 오늘 4타수 2인타, 오늘
첫 타석에서 솔로 홈런까지 있었죠. 조심해야 합니다"

그 퉁퉁한 볼살이 더 빵빵하도록 바람을 후 내쉰 류. 그리고는 슥 투구 자세에 들어가 부드럽게 초구를
뿌렸다.

"초구 바깥 쪽으로 살짝 벗어나는 볼. 142Km/h대의 직구입니다"
"네, 지금 직구가 이 정도 속도가 나오는게, 많이 지치긴 지쳤어요…"
"그렇지만 지금 다저스 불펜이 든든한 상황이 아니란 말이죠?"
"그렇죠. 지난 경기, 지지난 경기 다 선발이 6회까지 잘 막아줬는데 불펜에서 뒤집히지 않았습니까?
특히 마무리 브랜든 리그 선수가 좋지 않아요"

한참이나 포수 에르난데스와 싸인을 주고 받은 류현진, 하지만 제 2구 역시 볼. 회심의 커브였지만 
공 하나 차이로 빠진 볼이었다. 타석의 카노 역시 호흡을 고르며 류현진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3구째,
이번에는 공이 크게 빠졌다. 관중석에서는 한숨 소리가 흘러나왔고, 결국 덕아욱에서 매팅리 감독이
걸어나왔다.

"아, 투수를 바꾸는 걸까요"
"9회말 무사에 첫 타자 0-3, 위기죠"

씁쓸한 표정으로 마운드로 오른 그는 류현진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무어라 말을 걸었다.

"woo chano, ye kajy what noon de"

지난 1년간 영어가 꽤 늘은 류현진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ma, ham he bo ip see the" 

매팅리 감독의 인상이 환하게 펴졌고 류 역시 조금 힘을 얻은 듯한 표정이었다. 매팅리 감독은 결국
투수를 바꾸지 않고 내려갔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다저스의 홈 관중들 역시 박수로 류현진에게 힘을
주었다.

"아, 그대로 가는군요. 류현진 선수, 끝까지 완투 기대합니다"
"한국인 첫 월드시리즈 완투승, 류현진 선수의 전설을 기대해봅니다"

이어진 제 4구, 살짝 가운데로 몰린 볼이었지만 카노의 헛 스윙! 1-3 상황에서 다시 이어진 제 5구에
카노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았다. 하지만 방망이에 빗맞은 볼은 그대로 평범한 투수 플라이 아웃으로
이어졌다. 

"아, 첫 타자 범타로 돌아세웁니다. 류현진, 이제 아웃 카운트 두 개 남았습니다!"
"아~ 좋아요!"

다음 타자는 양키스의 3번 타자, 케빈 유킬리스. 류현진도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힘을 불어넣듯이 
어깨를 한번 크게 돌리고 언제나처럼 부드럽게 초구를 뿌렸다.

딱! 

볼은 글러브에 들어가지 않았고 좌측 담장을 향해 뻗었다. 수만 관중들은 그 딱 소리와 함께 모두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숨 죽였지만 다행히 볼은 아슬아슬하게 파울이 되었다. 

"아, 큰일 날 뻔 했습니다"
"아, 이건 뭐 소리만 듣고 바로 넘어가는 줄 알았어요"

류현진은 그러나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 언제나처럼 그 온화한 얼굴로 제 2구를 뿌렸다. 그러나 이
번에도 공은 글러브로 빨려들어가지 못하고 결국 3루쪽으로 빠지는 안타가 되었다. 

"이번에는 타자가 참 잘 쳤어요, 완전 제대로 방망이를 가져다 댔거든요?"
"네, 다음 타자는 트레비스 해프너, 류현진 선수가 다시 잘 막아주길 바랍니다!"

9회 말 한 점 차로 앞선 가운데 원아웃 1루 상황. 양키스의 4번 타자 트레비스 해프너가 웃음기 어린
얼굴로 타석에 들어섰다. 류현진의 표정은 여전히 변화 없는 가운데 그의 초구는 구석을 찌르는 145
km/h짜리 슬라이더. 스트라이크를 외치는 주심의 목소리와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는 해프너. 웃음
이 해퍼 헤프너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것 같다는 쓰레기 같은 애드립을 간신히 참은 캐스터는 다시
현 상황을 상기시키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지금 이 상황 자체가 놀라운 상황 아닙니까? 한국인 선수가 월드시리즈 7차전 선발로 완투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자, 주자 1루 상황, 류현진 선수가 멋지게 삼진으로 해프너 선수를 돌려세우기를
기원합니다!"

이어진 류현진의 2구, 해프너의 방망이는 빠르게 돌았지만 방망이를 살짝 스치는 볼…하늘로 붕
떠오른 볼을 포수 에르난데스가 가볍게 받았고, 관중석에서는 기쁨의 함성이 쏟아졌다. 

"이제 아웃카운트 투!. 다음은 양키스의 5번 타자 버몬 웰스! 이제 아웃 카운드 하나면 류현진은
최초의 월드시리즈 선발 완투승을 거둔 한국인 투수가 됩니다!"
"관중들 지금 모두 기립해서 응원하고 있습니다!"

관중석에서는 류현진을 향해 ddal! ddal! ddal! ddal! 하면서 그를 응원하는 함성을 지르고 있었고
류현진은 픽 웃으며 입을 실룩였다. 하지만 이미 지칠대로 지친 상태. 특히 이 엄청난 긴장감과 숨
막히는 열기는 아무리 100승 투수인 그라고 하더라도 숨이 조이는 것은 어쩌 수 없었다. 괜히 모자
를 고쳐쓰고, 로진 백을 다시 만지작 거리고 바지를 추켜세우는 등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자 포수 에르난데스가 타임을 요청했다. 그는 마운드로 걸어나왔다. 어차피 둘 다 영어가 짧아
긴 대화 소통이 어렵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 어떤 대화일지 모두가 웃음 띈 얼굴로 지켜보았다.

카메라가 에르난데스와 류현진의 얼굴을 클로즈 업 했고, 에르난데스의 한 마디에 류현진은 크게
웃으며 알았다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 말에 힘을 얻었는지 류현진은 151km짜리의 직구와 
148km짜리 슬라이더, 146km짜리 커브로 버몬 웰스의 삼구삼진을 이끌어냈다. 

4:3, 경기 종료. 승리 투수 류현진, 월드시리즈 우승팀 LA 다저스. 속보가 전 세계로 송출됐고 경
기장은 떠나갈 듯한 함성과 열광에 휩싸였다. 경기장으로 뛰어오른 다저스 선수들은 샴페인을
터뜨리며 류현진에게 뿌려댔고 그는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맛보았다.

경기 후 승리 투수 인터뷰에서 미국의 기자들은, 에르난데스가 마지막에 한 말이 무엇이었기에
그렇게 갑자기 힘이 솟았나 라고 물었고, 류현진은 "한국 기자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하고 만면
가득히 미소를 띠운 채 말했다. 

"에르난데스가 그러더군요. Do you remember? HANWHA라고…" 

미국 기자들은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 했지만 한국에서 취재온 기자들은 모두 큰 웃음을 터뜨렸고,
그들에게서 겨우 전설의 구단 한화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미국 기자들은 류현진과 에르난데스의
대화 기사 맨 밑에 작게 한화에 대한 정보 한 줄을 적어넣었다.

* 한화 : 류현진 선수의 출신 구단. 리그 128연패 세계 기록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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