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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생각보다 짧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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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와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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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찬송가와 성경은 제 삶에서 항상 저를 지탱해주던 큰 기둥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안에서 전
항상 감사할 수 있었고 행복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리 성경에 집중하려해도 집중이 되지 않고, 찬송가를 들어도 더이상 벅차오르는 감정이 없습니다.
오직 증오와 허탈함, 허무함과 아쉬움 뿐입니다.

더이상 눈물은 흐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슴은 오늘도 울고 있습니다. 그리움? 아닙니다, 이 감정은
제가 인정할 수 없는 어떤…증오에 가까운 감정입니다. '미움'입니다. 품어서는 안되는 마음인데…


오늘 아침, 거의 3주일 만에 처음으로 방 청소를 했습니다. 그리고 미어지는 가슴을 쥐어 짰습니다.
침대 밑을 청소하다가 그녀의 머리끈이 나왔으니까요.

9년 연애의 흔적은 징하게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녀의 물건은 버려도 버려도 계속 어디선가 튀어
나옵니다. 

성경 파우치, 십자가 귀걸이 한쪽, 동방박사 못난이 인형, 성배 양말, 오병이어 비스킷, 디지털 성경
대백과, 좋은 말씀 사전, 미카엘 찬양 반주기, 전자성경, 성경 확대경 스탠드, 설교 컨퍼런스 묶음집, 
성지순례 DVD 풀 세트, 선교 중국어, 오지 선교 바이블… 도대체 얼마나 더 버려야 하는 것일까요.

그녀의 선물들, 버리자니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하아…"

가슴이 허무합니다. 오늘도 인터넷 창을 켜면 포털 첫 화면에 그녀의 기사가 떡 하니 떠있습니다.
아니, 그녀의 이름은 이제 아무 상관 없습니다.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9년… 말이 9년이지 9년의 세월은 정말 긴 세월입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그녀가 다른 사람을 만난
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녀도 저도, 서로에 대해 이제는 사랑이라기보다는 정, 오랫동안
함께 해온 동반자라는 감정이 더 크니까요. 공기는 너무나 소중하지만, 정작 공기에 대한 감사함은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차라리 이별 그 자체는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새로운 남자가 운동선수라는 생각을 하면 저는 매번 마귀의 시험에 휩싸이고 맙니다.
그것도 축구선수라니요. 그 엄청난 운동량과 칼로 찔러도 들어가지도 않을 탄탄한 허벅지, 초콜릿
같은 복근…

9년간 서로를 아끼고 참고 신앙의 힘과 미래에 대한 기대로 지켜온 혼전순결…그러나 아마도 오늘
밤 둘은… 

물고, 빨고, 핥고, 쑤시고, 후비고, 휘돌리고, 감아올리고, 흔들고, 비비고, 주무르고, 쳐올리고,
오므리고, 더듬고, 문지르고, 쓸어내리고, 긁고, 끌어안고, 할퀴고, 미친듯이 달려가는데 아득하게
저 먼 어디에선가 환희에 찬 격정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려오고 그 찬란한 빛과 조우하는 순간
질끈 감는 눈과 머릿 속에서 터져나가는 불꽃놀이 같은 짜릿한 쾌락, 짜릿한 경련이 지나가고
아스라히 정신을 찾아갈 무렵 다시금 아래에서 피어오르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지고의 기쁨…


"하아…아…씨발!"

그것을 상상하면 저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죽고 싶은 패배감과 좌절감이 저를
못 견디게 합니다. 몇 번을 주먹으로 벽을 쳤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주먹이 얼얼하네요.

도대체 저는 지난 9년 간 무엇을 위해 인내한 것일까요. 아니, 중학교 시절 호기심에 접한 그 첫 
자위 이래 다시는 결혼 전까지 음욕에 빠지지 않겠다고 주님께 맹세하고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오늘까지 저는 순결을 지켜왔습니다. 

그런 저였기에 혼전순결을 원하는 그녀의 바램은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너무 잔인하지 않습니까. 운동선수라니요. 운동선수라니요! 그럼 도대체 제 앞에서 9년간 취해온
그 모습들은 다 뭐란 말입니까. 설마 그녀의 혼전순결 요구는 그저 내숭과 허튼 소리에 불과했던
것일까요. 그런 생각만 했다하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짜증에 저 역시 타락해버리고 싶습니다. 

조심스럽게 바지를 내립니다. 그리고 오늘도…그래요. 지난 2주간 매일,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쳤습니다. 미친듯이 쳤습니다. 타락하기 위해. 남은 그녀의 흔적들을 맡고 핥고 만지고 느끼며. 

"으음…"

물론 끝난 이후 매번 격렬한 허탈함이 저를 엄습합니다. 특히 엊그제였던가요. 그녀가 남기고 간
머리끈을 거기에 끼우고 미친듯이 친 다음 휴지로 닦으려다가 툭 마우스를 쳤을 때 네이버 창에 
뜬 그녀의 열애 기사를 보는 순간… 정말로 그런 생각하면 안 되지만 자살할 뻔 했습니다. 정말
그 자괴감이 어마어마했습니다.


한 선배가수가 오늘 아침에 전화해서 그러더군요. 다 경험이고 재산이라고. 특히 가수가, 사랑의
상처 하나쯤 가슴에 품고 있는 것은 정말로 큰 재산이라고.

…딸딸이 치던 도중에 받은 전화라서 이번에도 역시 자괴감이 엄청났지만 어쨌든 그 말씀은 정말
맞는 말 같습니다.

다행히 저는 그래도 조금씩 나아져갑니다. 가슴의 쓰린 상처는 결코 쉽게 치유될 것 같지 않지만,
선배님의 말씀대로 그 상처를 다음 앨범에서 녹여내고 싶습니다.

주님도, 그녀도, 다 잊고 당분간은 음악에 매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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