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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생각보다 짧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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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상무의 강남 야구장(84)] - 원정 데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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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컨텐츠는 19세 미만의 이용자에게는 권장되지 않습니다. 




호경은 회사의 아이돌이었다.

너무 표현이 과했나. 사실 객관적으로 놓고 봤을 때 호경의 외모는 뭐, 적당히 예쁜, 어찌보면 길거리에서는
꽤 흔한 그런 애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남자 직원 48명, 여자라고는 우리 경리 호경이, 사장 비서 미선씨, 매점 할머니 하나, 식당 아줌마 셋,
합계 6명 뿐인 생산공장에서… 미선씨야 작년에 시집갔고, 그나마 오다가다 얼굴이라도 마주치는 젊은 여자
애라곤 호경이 뿐이니 수컷들 눈이 쏠리는거야 당연지사.

"아…씨발 딱 엎어트리고 치마 걷어올려붙이고 빤쓰 까고 막 기냥 뒤로 이렇게…아 존나 꼴리네"
"하, 미친 새끼. 근데 아 진짜 호경이가 꼴리긴 해"
"아 존나 죽여 진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의 생산 라인 현장의 사내 새끼들 입에서는 틈만 나면 호경에 대한 상상과 음담
패설이 흘러나왔고, 모르긴 몰라도 그 중에 그녀 생각하며 딸딸이 한 번 안 쳐본 새끼는 없었으리라.

"근데 걔는 젊은 애가 그래도 열심히 하지 않냐? 보통 씨발 딱 경리하는 애들 마인드가 육시 칼퇴근이잖아
근데 보면 맨날 사무실에서 일고 여덟시, 우리 특근하는 날 보면 가끔은 열시까지도 일하고"
"애가 됐지 솔직히. 지 또래 애들은 다 대학가서 지금 한창 만날 클럽에다 나이트에다 놀아 제낄텐데"
"고졸이 다 그런거지 임마. 까놓고 말해서 씨발 상고 나온 기집애가 어디가서 취업을 해 요즘에"

잠깐 쉬는 시간에 담배를 태우면서 노가리를 까는 상택, 재문, 호철. 셋 다 서른 대여섯의 노총각으로서 
말로는 맨날 젊은 애들을 지지고 볶지만 현실이야 그저 쐬주과 담배와 딸딸이 인생이다. 셋이 화물창고
쪽을 바라다보며 문 옆에 앉아 그렇게 노곤한 몸을 쉬이고 있노라니, 저기 마침 아까 어디 나갔던 호경이
가 이쪽으로 걸어왔다.

세 노총각은 그저 멀리서부터 담배를 느릿느릿 태우며 그녀를 멀리서부터 주욱 시선으로 훑어내리다가,
마침 가까이 오자 그래도 셋 중에선 제일 말빨이 서고 여자 좀 주물러 본 상택이 말을 걸었다.

"여~ 호경이, 어디 다녀와?"

호경은 뜬금없는 상택의 물음에 "아" 하고 머리를 살짝 귀 뒤로 넘기더니 "요 앞에 차장님 심부름 다녀왔
어요. 다들 쉬시는 중이세요?" 하고 되물었다. 어쩌면 저리도 목소리도 귀여울까.

"어어, 쉬는 중이야"

호철은 또 병신같이 실실 쪼개며 대답을 하고, 잠깐 어색한 침묵이 한 1초 흐르더니 호경이 말했다.

"저…그런데 저 들어갈께요"
"아 그래. 아 븅신아, 길 좀 비켜. 하 이 새끼는 눈치도 없어"
"아…일루 지나가요"

상택는 재문을 괜히 꾹 찌르며 그녀의 길을 비켜줬다. 호경은 어색하게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세
남자와 공장 안에서 쉬던 모든 남자의 눈길이, 그녀의 청바지 밖으로 드러난 빵빵하고 탄력있는 엉덩이와
허벅지 라인으로 쏠렸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형님들, 특급정보 특급정보"

작업 시작 전, 아침부터 괜히 쪼개는 1라인의 형동이. 건들건들하는게 묘하게 얄미우면서도 참 생긴게
여기서 일하기 좀 아깝게 잘 생기긴 한 얼굴이다. 

"뭔데?"

참 생각없이 사는 새끼이기는 해도, 이 새끼가 종종 풀어대는 병신같은 개소리들은 기가 막힌 소리가 많아
그것도 나름 힘이 된다. 특히 주말이 지나가고 술에 쩔어 노곤한 월요일의 아침 같으면, 호들갑 떠는 그의
목소리는 또 묘하게 기대를 고조시켰다.  

"제가 토요일에 서울 갔다왔잖아요. 아는 형님들이랑"
"뭔 시발 서울이 뉴욕쯤 되냐. 뭔 개촌놈처럼 서울 다녀온걸 자랑해. 일 준비 안 해?"

뜬금없이 끼어들어 일침을 놓는 3라인 작업반장 충식의 말에 다들 픽 웃으면서도 얼른 작업준비를 했지만
형동이의 썰은 계속된다.

"아 진짜 근데 다른게 아니고, 아 강남 싸롱들 진짜 물 뒤지두만. 형님들 가보셨죠? 아 진짜 존나 뒤지는데
만날 씨발 동네 뽕집에 안마에 꼻아박은 돈이 존나 아까울 정도더라구요"
"아휴 씨발 촌놈 새끼"

계속 촌놈촌놈 하며 충식이 방해를 해댔지만 슬쩍 작업장 시계를 보며 8시 55분, 딱 5분 남았음을 확인하곤
형동은 말을 서둘렀다.

"아 근데 딴게 아니고, 호경이 있잖아요"

다들 왕년에 놀아본 허세들을 떨며, 서울의 업소에서 처음 놀다온 형동을 무시하다가 호경의 이야기가 
난데없이 흘러나오자 다시 귀들이 쫑긋했다.

"어"
"근데 제 아는 형님이 초이스한 기집애가, 딱! 진짜 딱! 호경이 도플갱어 도플갱어, 완전 대박"

충식이 "도플…이 뭔데" 하고 끼어들자 재문이 "완전 똑같이 생긴 사람이요" 하고 옆에서 대답했고, 계속
형동이 말을 이어갔다.

"진짜 난 뻥 안치고 호경이가 들어온 줄 알았어. 존나 똑같애요. 목소리는 호경이보다 좀 더 낭랑한데, 아
성격 싹싹한 것도 그렇고, 여튼 존나 깜짝 놀랄 정도. 이래 형님이 초이스하고 난 담에 가까이서 보니까
더 비슷해 더" 

그러면서 딱 놀 때 찍은 그녀의 사진을 보여주노라니 다들 우르르 몰려들었다.

"야 너 씨발 룸빵에서 놀았냐? 형동이 너 돈 좀 있네?"
"아 형님, 풀싸롱 풀싸롱. 요즘 별로 안 해. 작은거 세 장도 안 해. 나 그리고 다른데 돈 안 쓰잖아요"
"야 근데 룸빵까지 가서 호경이 끕 초이스하는건 좀 아깝지 않냐"
"아는 사람 닮은 년 따는게 얼마나 맛있는데 임마. 뭘 모르네"

재주도 좋게 어떻게 구워삶아 사진까지 찍었는지 모르겠지만 여튼 부둥켜 안고 찍은 그 '호경 닮은 애'는
정말로 호경과 비슷했다. 

"닮긴 닮았네"
"하…"
"어디어디"
"그래도 얘가 좀 더 이쁘네"

다들 형동의 휴대폰을 돌려보며 사진을 돌려보다가 곧 작업 시작을 알리는 싸이렌이 울리자 자신의 작업
라인으로 돌아갔다. 형동이 덕분에 라인의 오전 대화주제는 전부 유흥이었다. 상택도 몇 개의 웃기는 업소
실수담을 풀었고, 이빨왕 태진이 아저씨도 간만에 빵빵 터지는 썰들을 뿌려대니 술술 다들 썰들이 풀려나
왔고, 그래서 다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했다.

재문과 호철은 별로 업소와는 인연이 없던 터라 그저 듣기 위주였지만, 재문은 상택의 풀싸롱 썰에 꽤 끌린
모양이었다. 상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 존나게 비싸긴 하지. 그냥 떡만 칠거면 걍 안 가는게 나아 솔직히. 근데 이게 씨발 기집애들 끼고 딱
노는게 존나 재밌지단 말이야. 이게 안 가보면 몰라"

재문은 다시 물었다.

"혹시 주말에 안 갈래? 간만에 씨발 서울 공기도 좀 쐬고. 아 좀 우리도 가끔 한달에 한두번은 천안 탈출
좀 하자"

상택은 픽 웃으며 말했다.

"이 새퀴, 그냥 야우리에서 놀자는 것도 아니고 꼭 서울까지 가자네? 너 그 호경이 닮은 애 보고 그러지?"

재문은 픽 웃으며 고개를 돌렸지만 상태과 호철은 그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댔다.



터미널에서 내린 재문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 함께 가자고 졸랐지만 다들 이런저런 이유로 빼는 통에 결국
혼자 왔다. 혼자 어떻게 가서 무슨 재미로 노냐, 라고 따졌지만 의외로 다들

"야 의외로 혼자 가는 것도 재밌어"

라고 조언을 하길래 힘을 내었다. 아무래도 호구 빨리고 올 거 같다며 호철이 걱정해주었지만 형동이 다시
"아 어차피 딱 정해진 돈에 웨이타 뽀찌 똘똘한 애 하나 딱 잡아서 걔한테만 주는 걸로 하고 하면 따른 호구
뜯길 일 자체가 없어요" 하고 용기를 줘서 에라 모르겠다며 금요일 밤 일 끝나자마자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뭐 꼭 그 호경이 닮은 애 아니더라도, 그냥 간만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밤 9시.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밤놀이 하러 온 거니까. 그리고 형동이에게서 뺏듯이
받아온 그 '아우지 모터스'의 가라 명함을 보면서 박지성 상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강남 야구장 박지성 상뭅니다"

형동의 말대로 굵은 목소리의 박지성 상무라는 사람이 전화를 받았고, 선릉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재문의
입에는 가볍게 미소가 감돌았다. 

 [다른 편 보러가기] -> [박지성 상무의 강남 야구장]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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