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불나불
1언제는 안 그랬냐만 요새는 그래도 평소보다도 수면 시간이 더 짧아지고 있다. 평균 새벽 3~4시에 잠들어7시 반에 일어난다. 택시를 타고 출근길에 30분 잠깐 달게 자고, 그래도 피곤한 날에는 점심 먹고 한 20분 더 자는게 전부다. 2인력충원이 안 되는 관계로 엉뚱하게 떠 넘어온 업무 덕분에 위협적으로 늘어난 업무량. 손에 익지 않은 일을 하려니 진행도...
View Article창해일성소(滄海一声笑)
"항상 대단하십니다""별 말씀을"오늘도 인터넷 격전지에서 화려한 글치로 상대를 완벽하게 농락한 김박스에게, 그의 추종자이자 PC방사장이자 그의 유일한 오프라인 지인인 윤일진이 다가와 축하의 한 마디를 건내었다. PC방에서 컵라면 하나로 배를 채우고 밤을 새워가며 처절한 토론을 한 끝에 번들거리는 개기름을 대충 물티슈로 닦아내며 김박스는 주섬주섬 짐을...
View Article[혹평] 영화 레미제라블 감평
영화를 보기 전 '2012년 최고의 영화'라느니 '아직까지도 가슴이 뛴다' 등의 영화평에 기대가 컸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해서 개인적으로는 '2012년 최악의 영화'였다. (아주 좆같다고 소문난 영화들은 그냥 아예 안 봤으니까) 사전정보 없이 가기는 했다. 레미제라블 보러가는데 무슨 사전정보냐, 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일단 영화가 시작되고 뮤지컬...
View Article창수
어릴 적부터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빨랐다. 그에 반해 거기에다 모르는 척,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둔해보이기까지 하는 그 무덤덤함까지 타고 났다. 눈치가 빠르다는 것은 아차하면 예기(銳氣)를 밖으로뿜어내기 쉬운 법. 그 예기를 덮어줄 무덤덤함까지 갖고 있었으니 이는 보검에 명갑이었다. 게다가 단순히 미시적인 눈치만 빠른 것이 아니었다. 적당히 굴러가는...
View Article커피숍에서
추운 날씨, 인경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선다. "조심해, 바닥 완전 미끄러워" "어어, 어" 손을 잡고 걷노라니 순간순간 살짝 미끄러지는 그녀의 움찔거림이 느껴진다. 칼바람이 뺨을 스치고 귀가 얼어 붙기 시작한다. 집에서 나온지 겨우 10분도 안 됐는데. 평소 같으면 천천히 걸어도 10분이면 도착하는 카페가 왜 이렇게 멀게만 느껴질까. 그녀와 내 입에서...
View Article[박지성 상무의 강남 야구장(83)] - 고백
* 본 컨텐츠는 19세 미만의 이용자에게는 권장되지 않습니다. "쟤 좀 그만 말려라"태훈의 언질에 선우는 그제서야 또 자작하는 진경의 손길을 제지했다. "그만 마셔, 평생 마실 술 오늘 다 마실 생각이야?"하지만 진경은 "히힛" 하는 웃음과 함께 "뭐 어때요, 한잔만 더요" 하고 선우의 손길을 뿌리치며 자신의 잔을 채웠다. 선우는 태훈에게 도움의 눈빛을...
View Article차가운 손
빠른 생일이라 그녀는 실제로 나보다 나이가 한 살 많기도 했지만, 그녀에 대해 느끼는 나이차는 그보다 훨씬 이상이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노안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그저 막연한 '어른스러움'에 의한 거리감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그녀는 '누나' 라기보다는 '형'에 가까웠다. 키도 크고 남자처럼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에, 일에 찌들어가는 와중에 옥상에서 담배...
View Article감기 몸살
"미안, 오늘 몸이 너무 안 좋다. 내일…이나 모레 보자. 아니면 주말에"퇴근길 택시 안, 선영의 영화 제안을 거절했다. 간만의 제안을 거절한 것임에도, 고맙게도 서운함 대신 걱정부터해주었다."오빠 목소리 완전 갔네요. 힘내요 오빠, 약 지어먹어요. 약 있어요?""어, 레몬""그게 뭐야. 잘 챙겨먹어요. 약도 먹고 밥도 잘 챙겨먹구. 아 속상하다. 오빠 왜...
View Article[박지성 상무의 강남 야구장(84)] - 원정 데뷔 전
* 본 컨텐츠는 19세 미만의 이용자에게는 권장되지 않습니다. 호경은 회사의 아이돌이었다.너무 표현이 과했나. 사실 객관적으로 놓고 봤을 때 호경의 외모는 뭐, 적당히 예쁜, 어찌보면 길거리에서는 꽤 흔한 그런 애였는지도 모르겠다.하지만 남자 직원 48명, 여자라고는 우리 경리 호경이, 사장 비서 미선씨, 매점 할머니 하나, 식당 아줌마 셋, 합계 6명...
View Article미온수
우리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갤러리아의 고메이494에 들어섰다. "배고프다""나도. 얼른 맛있는거 먹자"작년 가을부터 각 백화점간의 이른바 '식품관 전쟁'이 발발하면서 체인점을 내지 않는 소문난 맛집 음식들을 백화점 식품관에서 맛볼 수 있게 되었지만… "별로 맛있지도 않잖아"'그래봐야 좀 더 나은 푸드코트'라는 신랄한 표현으로 그녀는 백화점들의 새로운...
View Article뻑적지근
요 근래 한달간 집에 가장 빨리 온게 오후 9시. 물론 보안 관계로 회사에서 할 수 밖에 없는 업무를 처리하고나온게 그거고, 일단 집에 와서 또 일을 한다. 감기에 걸렸고 기침을 쉴 새 없이 한다. 집에 오는 길에 콜록대며 커피 한잔 사서 와서 마시고 일하면서 늦은 저녁 챙겨먹고 신문 좀 보고 컴퓨터 잠깐 깔짝대면 벌써 새벽 2시.나간 직원들에 대한 충원이...
View Article은우
"어이구, 감독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인사드려""안녕하세요"성북동 인근의 한 고급 음식점 별실로 신생 연애기획사 샘빛 엔터테인먼트의 정은동 이사와 신인 여배우한은우가 들어섰다."어어, 얼른 들어와"그들을 맞이한 건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2012 카랑탕 황금물개상 수상 감독 이동수였다. 그는 전성기시절 '흥행을 거머쥔 예술감독'이란 평가를 받을 정도로...
View Article인류의 미래
서기 2461년, 아시아 지역 대부분와 유럽 일부를 재패한 무갈 제국의 황제 알 핫산 3세는 '문 시티' 건축을선언한다. 달에 도시를 세우겠다는 그의 야심한 계획은 곧이어 경쟁관계의 북미 연합을 자극해서 근 500년 만의 우주개발 경쟁이 벌어진다. 그것도 달 이주 계획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프로젝트로. 서기 2499년, 핵융합 엔진을 탑재한 달 이주선...
View Article독신
"언니도 아무 남자나 좀 만나요""어떻게 아무 남자나 만나""어휴, 언니 도대체 왜 이렇게 멀쩡한 남자들이 없죠?""그러게""모르겠다. 하, 알았어요 언니, 푹 쉬고 주말에 봐요""어"전화를 끊었다. 다시 또 세상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것 같아 외로움이 몰려온다. 다들 그렇다. 예전에는안 그랬는데. 과거에 알던 그녀들은 그렇지 않았다. 다들 당당했고...
View Article자괴감
-------------------------------------------------------------------------------------------------------내 나이 서른 셋, 내 통장에 들어있는 현찰 토탈 이십팔만원, 리볼빙으로 버텨가는 카드빚은 392만원, 4월 만기 대출금 1,100만원, 연봉 2500 계약직, 회사 사정으로...
View Article병원
오늘은 간만에 일찍 끝난 날이다. 출근하면서 다짐했으니까. '오늘은 하늘이 두쪽나도 칼퇴한다'그만큼 몸이 안 좋았다. 간밤에 몸살을 앓았다. 열나고 뒷목을 중심으로 머리 아프고…스트레스도 스트레스고잠을 덜 자서 그렇기도 했을 것이다. 해열제 먹고 발가벗고 4시간 잤다. 다행히 아침에 열이 내렸다. 하지만 몸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출근길 택시 안에서 거의...
View Article창수
어릴 적부터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빨랐다. 그에 반해 거기에다 모르는 척,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둔해보이기까지 하는 그 무덤덤함까지 타고 났다. 눈치가 빠르다는 것은 아차하면 예기(銳氣)를 밖으로뿜어내기 쉬운 법. 그 예기를 덮어줄 무덤덤함까지 갖고 있었으니 이는 보검에 명갑이었다. 게다가 단순히 미시적인 눈치만 빠른 것이 아니었다. 적당히 굴러가는...
View Article커피숍에서
추운 날씨, 인경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선다. "조심해, 바닥 완전 미끄러워" "어어, 어" 손을 잡고 걷노라니 순간순간 살짝 미끄러지는 그녀의 움찔거림이 느껴진다. 칼바람이 뺨을 스치고 귀가 얼어 붙기 시작한다. 집에서 나온지 겨우 10분도 안 됐는데. 평소 같으면 천천히 걸어도 10분이면 도착하는 카페가 왜 이렇게 멀게만 느껴질까. 그녀와 내 입에서...
View Article[박지성 상무의 강남 야구장(83)] - 고백
* 본 컨텐츠는 19세 미만의 이용자에게는 권장되지 않습니다. "쟤 좀 그만 말려라"태훈의 언질에 선우는 그제서야 또 자작하는 진경의 손길을 제지했다. "그만 마셔, 평생 마실 술 오늘 다 마실 생각이야?"하지만 진경은 "히힛" 하는 웃음과 함께 "뭐 어때요, 한잔만 더요" 하고 선우의 손길을 뿌리치며 자신의 잔을 채웠다. 선우는 태훈에게 도움의 눈빛을...
View Article중얼중얼
우울한 내용의 글을 두어개 써놓고 며칠 글을 안 올렸더니 몇몇 분들이 '혹시…'하는 생각으로 오해를 하신 모양이다. 하지만 어디 해충 박멸이 쉬운가. 인간 벌거지 스타일박스는 여전히 멀쩡히 잘 살아있다. 0 몸이 안 좋긴 안 좋다. 감기를 벌써 3주째 앓고 있고 요새는 하루종일 머리가 띵하다. 기운도 없다. 감기가 정말 지독히도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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