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에스콰이어
나이 서른 여섯. 금융업계 종사. 슬슬 자기 스스로도 칼 같은 라인의 섹시함보다는 어른스럽고 무게감 있는
스타일의 패션을 추구하기 시작. 전성기 때는 어마어마한 여성 편력을 자랑했지만 지금은 적당히 정리하고
자기와 동급, 혹은 그보다 상위 계층의 S급 여성을 함락시키는데에 더 관심이 있는 상태. 솔직히 20대 여자
애들을 함락시키는 것은 너무나 쉽고, 재미도 없다. …그 정도로 자신감은 언제나 충만하지만 가끔 단순히
나이 때문에 어린 애들한테 빠꾸 먹을 때면 씁쓸하기도 하다.
적당히 이룰 것은 다 이룬 느낌이지만, 그래도 저 하늘 위의 초 하이클래스 존재들을 바라보노라면 여전히
갈 길이 먼 느낌이다. 아직 어린, 잘나가는 동생들과 가끔 어울리다보면 때로는 '나 아직 현역이구나' 하는
생각도 하지만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 하는 아찔함도 종종 느낀다.
아직까지도 진지한 결혼에 대한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단지 과거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인에 대한
미련 때문은 아니다. 그저… 결혼과 함께 동시에 지금 나이를 잊고 누리고 있는 그 모든 즐거움을 한 큐에
잃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2. GQ
나이 스물 아홉. 해외 유학파 출신으로, 훤칠하고 잘 생기기도 잘 생긴데다 말빨도 좋고 스타일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주말 심야, 슈퍼카를 타고 번화가에 등장하는 순간 주변 여자들의 눈이 일제히 꽂힌다.
시원한 웃음과 센스 있는 감각도 있어서 사실 그가 노리면 거의 어지간한 여자애들은 다 넘어온다고
봐야한다. 다만 아직까지 '성숙한 여인의 매력'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하지 못한다. 바로 그 때문에 주변
형님들에게 "넌 그래서 아직 애라는거야" 하고 놀림을 받지만, 그런 놀림을 '노땅들의 자기 위안'이라고
비웃을 정도의 패기는 갖고 있다. 물론, 머지않아 그 '공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왠지 모를 예감은 하
고 있다.
이론에 대해서는 천재 소리를 들을 정도이고, 내정되어 있는 그룹 전략기획실에서의 일도 분명 그곳의
꼰대들을 마음껏 짓밟고 능력을 펼쳐보일 자신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도 무언가는 느끼고 있다. 자신의
그 자신감이라는 이름의 허세 속에 가려진 분명한 약점을.
결혼 같은 것은 생각도 해본 적 없다. 아니, 재윤과의 만남이 그렇게만 끝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벌써
결혼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순정은 짓밟혔고 그저 지금은 마냥 놀고 싶을 따름이다.
3. 아레나 옴므
부자는 망해도 3년은 먹고 산다고 했던가. 솔직하게 말하자면 망했지만 지금 가진 것만으로도 30년은
충분히 부유하게 먹고 살 수 있다.
올해 나이 마흔 하나. 이혼한 마누라에게 매달 퍼주는 엄청난 돈이 슬슬 신경쓰이지만 그딴 일을 생각
할 여력이 있다면 퍼팅 연습을 한번 더 하고 말겠다. 과거에 하던 사업에 비하자면 지금 시작하고 있는
사업은 규모나 이미지나 차마 어디가서 말도 못 꺼낼 상황이지만 여유있게 웃으며 칵테일 한잔을 비워
내고 그 상황을 타파할 정도의 감각은 아직 살아있다.
얼마 전, 벤틀리가 질려서 매물로 내놨더니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길래 기가 막혀서 벤츠
S클래스를 새로 샀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안 꿀려보이려고 허세를 부린다는 루머가 또 돈다. 그제서야
감 잡고 벤츠 스마트를 구입해서 직접 몰고 다녔더니 사람들이 웃으면서 아직 감각 젋다며 인정해준다.
요즘의 작은 취미라면 술과 돈의 힘을 빌리지 않고 내가 몇 살까지 꼬실 수 있을까를 시험해보는 것
이다. 그리고 지난 주에는 22살 아가씨에게서 사랑해요 소리를 들었다.
4. 루엘
요 몇 년 사이 한국 남자들의 감각이 부쩍 늘었다고 많이 칭찬을 하고 다닌다. 몇 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땐 정말 여기서 몇 년 있다가 나까지 감각이 후져지면 어쩌지 하고 은근히 걱정했을 정도였다.
물론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도 지옥에서 갓 벗어난 수준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나아졌다.
한국 사회에서 '수트를 입은 외국인'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프리미엄을 갖는다. 그리고 그 프리미
엄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의 분석이 아닌, 외국계 컨설팅 업체의 타이틀을 원하며,
우리는 그 바램을 들어줄 따름이다. 그럴 때마다 씁쓸해진다.
마음에 들어서 무어라 말을 걸어도, 어색한 웃음만 지을 뿐 영어로 말 한마디 못하는 여성들을 보며
가끔 허무함을 느끼지만 반대로 유창한 발음과 고급스러운 표현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먼저 접근
하는 여인들을 바라보며 묘한 생각에 잠기곤 한다.
이런저런 생각이 교차하지만, 아무래도 마흔이 되는 내후년까지는 한국에 더 있고 싶다. 아직까지는
이 나라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
5. 맥심
엊그제 전역했다. 전역 기념으로 현중이, 태민이 불러서 클럽에서 밤새도록 놀았다. 너무나도 즐겁다.
간만에 본 윤아는 정말 예뻐져 있었다.
군대에서 있었던, 흔한 군대자랑썰이 아닌 개미친 또라이 같은 썰들을 풀자 여자애들 다 웃다 까무라
친다. 현중이, 태민이도 "아 진짜 형 미친 거 같아요" 하면서 바닥을 굴러다닌다.
집으로 돌아와 복학 신청을 해놓고 라면 하나 끓여먹으니 엄마가 용돈 하라며 책상 위에 5만원을 놓고
간 것을 발견했다. 순간 무한한 가능성을 고민했지만 일단 온라인 게임 한판 하면서 생각하기로 한다.
PC방에서 한참 담배 빨면서 연승 가도 달리고 있는 도중 전화가 온다. 태민이다.
"왜 임마"
"형, 오늘 나이트 갈래요?"
"뭔 나이트? 아니다, 가자. 몇 시에?"
"몰라요, 이따 봐요 할튼"
"오케이. 이따 연락할께"
전화를 끊고는 다시 마우스를 잡는다. 머릿 속으로는 맞벌이 하는 어머니 아버지 생각이 스쳐 지나
가고 이거 정말 내가 뭔 짓 하는거지, 군대 전역하면 정신 차리고 살기로 했잖냐, 하고 자책하지만
모든 것은 복학 이후에 다시 생각해보기로 하자며, 지금은 그저 전역의 기쁨을 누리기로 한다.
6. 레옹
나름 충분히 인정해 줄만큼 성장했음에도, 아직껏 미국을 통해 세계를 배우듯 바라보는 이 나라를
보면서 가끔은 헛웃음이 나올 때도 있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이 있어 작은 기대를
갖게 한다.
솔직히 무시했지만, 긴 역사가 갖는 전통의 힘은 솔직히 무시할 수 없고 2% 엘리트들은 확실하게
깨어있는 나라다. 앞으로 한 5년, 10년을 바라보면 꽤 근사해질 것 같다. 그전에 아마도 내가 먼저
이 나라를 떠날 것 같지만.
최고급 프랑스식 파인 다이닝에서 역시 고르고 고른 이태리 빈티지 와인을 마시며 그녀들과 함께
분위기를 잡지만 그 만찬과 와인에 대한 평가 기준이 그저 단순히 '가격' 밖에 없는 모습을 보며
허무함을 느끼지만 가끔은 그래서 더 편하고 좋다.
열심히 공들여 공부하고, 화려한 수식어로 설명할 필요없이 어설픈 한국어로 "퓌싼거야, 이궈" 하고
한마디 해주면 빵 터져서 좋아라하니까.
어쨌든 즐기듯이 바라보면 충분히 좋은 나라다. 그렇게 30대 중반의 오늘을 나는 힘차게 즐긴다.
너무나 개방적인 20대 한국 아가씨 둘과 함께.
나이 서른 여섯. 금융업계 종사. 슬슬 자기 스스로도 칼 같은 라인의 섹시함보다는 어른스럽고 무게감 있는
스타일의 패션을 추구하기 시작. 전성기 때는 어마어마한 여성 편력을 자랑했지만 지금은 적당히 정리하고
자기와 동급, 혹은 그보다 상위 계층의 S급 여성을 함락시키는데에 더 관심이 있는 상태. 솔직히 20대 여자
애들을 함락시키는 것은 너무나 쉽고, 재미도 없다. …그 정도로 자신감은 언제나 충만하지만 가끔 단순히
나이 때문에 어린 애들한테 빠꾸 먹을 때면 씁쓸하기도 하다.
적당히 이룰 것은 다 이룬 느낌이지만, 그래도 저 하늘 위의 초 하이클래스 존재들을 바라보노라면 여전히
갈 길이 먼 느낌이다. 아직 어린, 잘나가는 동생들과 가끔 어울리다보면 때로는 '나 아직 현역이구나' 하는
생각도 하지만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 하는 아찔함도 종종 느낀다.
아직까지도 진지한 결혼에 대한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단지 과거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인에 대한
미련 때문은 아니다. 그저… 결혼과 함께 동시에 지금 나이를 잊고 누리고 있는 그 모든 즐거움을 한 큐에
잃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2. GQ
나이 스물 아홉. 해외 유학파 출신으로, 훤칠하고 잘 생기기도 잘 생긴데다 말빨도 좋고 스타일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주말 심야, 슈퍼카를 타고 번화가에 등장하는 순간 주변 여자들의 눈이 일제히 꽂힌다.
시원한 웃음과 센스 있는 감각도 있어서 사실 그가 노리면 거의 어지간한 여자애들은 다 넘어온다고
봐야한다. 다만 아직까지 '성숙한 여인의 매력'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하지 못한다. 바로 그 때문에 주변
형님들에게 "넌 그래서 아직 애라는거야" 하고 놀림을 받지만, 그런 놀림을 '노땅들의 자기 위안'이라고
비웃을 정도의 패기는 갖고 있다. 물론, 머지않아 그 '공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왠지 모를 예감은 하
고 있다.
이론에 대해서는 천재 소리를 들을 정도이고, 내정되어 있는 그룹 전략기획실에서의 일도 분명 그곳의
꼰대들을 마음껏 짓밟고 능력을 펼쳐보일 자신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도 무언가는 느끼고 있다. 자신의
그 자신감이라는 이름의 허세 속에 가려진 분명한 약점을.
결혼 같은 것은 생각도 해본 적 없다. 아니, 재윤과의 만남이 그렇게만 끝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벌써
결혼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순정은 짓밟혔고 그저 지금은 마냥 놀고 싶을 따름이다.
3. 아레나 옴므
부자는 망해도 3년은 먹고 산다고 했던가. 솔직하게 말하자면 망했지만 지금 가진 것만으로도 30년은
충분히 부유하게 먹고 살 수 있다.
올해 나이 마흔 하나. 이혼한 마누라에게 매달 퍼주는 엄청난 돈이 슬슬 신경쓰이지만 그딴 일을 생각
할 여력이 있다면 퍼팅 연습을 한번 더 하고 말겠다. 과거에 하던 사업에 비하자면 지금 시작하고 있는
사업은 규모나 이미지나 차마 어디가서 말도 못 꺼낼 상황이지만 여유있게 웃으며 칵테일 한잔을 비워
내고 그 상황을 타파할 정도의 감각은 아직 살아있다.
얼마 전, 벤틀리가 질려서 매물로 내놨더니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길래 기가 막혀서 벤츠
S클래스를 새로 샀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안 꿀려보이려고 허세를 부린다는 루머가 또 돈다. 그제서야
감 잡고 벤츠 스마트를 구입해서 직접 몰고 다녔더니 사람들이 웃으면서 아직 감각 젋다며 인정해준다.
요즘의 작은 취미라면 술과 돈의 힘을 빌리지 않고 내가 몇 살까지 꼬실 수 있을까를 시험해보는 것
이다. 그리고 지난 주에는 22살 아가씨에게서 사랑해요 소리를 들었다.
4. 루엘
요 몇 년 사이 한국 남자들의 감각이 부쩍 늘었다고 많이 칭찬을 하고 다닌다. 몇 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땐 정말 여기서 몇 년 있다가 나까지 감각이 후져지면 어쩌지 하고 은근히 걱정했을 정도였다.
물론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도 지옥에서 갓 벗어난 수준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나아졌다.
한국 사회에서 '수트를 입은 외국인'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프리미엄을 갖는다. 그리고 그 프리미
엄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의 분석이 아닌, 외국계 컨설팅 업체의 타이틀을 원하며,
우리는 그 바램을 들어줄 따름이다. 그럴 때마다 씁쓸해진다.
마음에 들어서 무어라 말을 걸어도, 어색한 웃음만 지을 뿐 영어로 말 한마디 못하는 여성들을 보며
가끔 허무함을 느끼지만 반대로 유창한 발음과 고급스러운 표현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먼저 접근
하는 여인들을 바라보며 묘한 생각에 잠기곤 한다.
이런저런 생각이 교차하지만, 아무래도 마흔이 되는 내후년까지는 한국에 더 있고 싶다. 아직까지는
이 나라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
5. 맥심
엊그제 전역했다. 전역 기념으로 현중이, 태민이 불러서 클럽에서 밤새도록 놀았다. 너무나도 즐겁다.
간만에 본 윤아는 정말 예뻐져 있었다.
군대에서 있었던, 흔한 군대자랑썰이 아닌 개미친 또라이 같은 썰들을 풀자 여자애들 다 웃다 까무라
친다. 현중이, 태민이도 "아 진짜 형 미친 거 같아요" 하면서 바닥을 굴러다닌다.
집으로 돌아와 복학 신청을 해놓고 라면 하나 끓여먹으니 엄마가 용돈 하라며 책상 위에 5만원을 놓고
간 것을 발견했다. 순간 무한한 가능성을 고민했지만 일단 온라인 게임 한판 하면서 생각하기로 한다.
PC방에서 한참 담배 빨면서 연승 가도 달리고 있는 도중 전화가 온다. 태민이다.
"왜 임마"
"형, 오늘 나이트 갈래요?"
"뭔 나이트? 아니다, 가자. 몇 시에?"
"몰라요, 이따 봐요 할튼"
"오케이. 이따 연락할께"
전화를 끊고는 다시 마우스를 잡는다. 머릿 속으로는 맞벌이 하는 어머니 아버지 생각이 스쳐 지나
가고 이거 정말 내가 뭔 짓 하는거지, 군대 전역하면 정신 차리고 살기로 했잖냐, 하고 자책하지만
모든 것은 복학 이후에 다시 생각해보기로 하자며, 지금은 그저 전역의 기쁨을 누리기로 한다.
6. 레옹
나름 충분히 인정해 줄만큼 성장했음에도, 아직껏 미국을 통해 세계를 배우듯 바라보는 이 나라를
보면서 가끔은 헛웃음이 나올 때도 있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이 있어 작은 기대를
갖게 한다.
솔직히 무시했지만, 긴 역사가 갖는 전통의 힘은 솔직히 무시할 수 없고 2% 엘리트들은 확실하게
깨어있는 나라다. 앞으로 한 5년, 10년을 바라보면 꽤 근사해질 것 같다. 그전에 아마도 내가 먼저
이 나라를 떠날 것 같지만.
최고급 프랑스식 파인 다이닝에서 역시 고르고 고른 이태리 빈티지 와인을 마시며 그녀들과 함께
분위기를 잡지만 그 만찬과 와인에 대한 평가 기준이 그저 단순히 '가격' 밖에 없는 모습을 보며
허무함을 느끼지만 가끔은 그래서 더 편하고 좋다.
열심히 공들여 공부하고, 화려한 수식어로 설명할 필요없이 어설픈 한국어로 "퓌싼거야, 이궈" 하고
한마디 해주면 빵 터져서 좋아라하니까.
어쨌든 즐기듯이 바라보면 충분히 좋은 나라다. 그렇게 30대 중반의 오늘을 나는 힘차게 즐긴다.
너무나 개방적인 20대 한국 아가씨 둘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