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와 헤어진지 일주일이 지났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살이 3kg이나 빠졌다. 여전히 식욕도 없고, 우울
하기만 하다.
친구들 말 때문에 헤어졌다며 이 귀 얇은 등신 같은 년아, 하고 내 등짝을 때리던 엄마도 이젠 내 눈치를
본다. 내가 집 안에 들어서면 벌써 집 전체의 분위기가 어두워진다. 며칠 전, 거실에서 엄마와 내 이야기
를 하던 아버지의 말이 여전히 귓가에 생생하다.
"거 진짜… 좋은데 혼처 들어오면 기집애들 옆에서 질투나서 일부러 더 남자 흉 보고 지랄하는걸 몰라?
그걸 곧이 곧대로 듣고 혼자 발 동동 구르다가 사단이 나지. 아니 그래, 그래서 그냥 그대로 끝낸거야?
어? 당신도 생각이 있으면, 애가 못하겠다 그럼 휴대폰을 뺏어서라도 번호를 알아내야지. 아니 그리고
딸 결혼 얘기까지 나오는데 걔 남친 전화번호도 안 받아놓는게 말이 돼? 생각이 있어 없어? 아니 애 좀
깨워봐"
…죽고 싶다.
어제 인터넷을 하다가 문득 남자랑 5:5로 결혼 준비를 한다는 여자의 글을 봤다. 부모님이 안 계신 남자
랑 각각 3천씩 모으고 대출을 내서 결혼에 골인한다는 것이었다.
소설 냄새가 나는 글이었지만 어쨌거나 세상에는 저런 커플이 분명 있기는 있겠지, 하고 생각을 해보니
저런 케이스보다는 훨씬 좋은 조건인데도 도대체 나는 일주일 전 왜 그랬나 하는 생각에 또 사로잡혔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맨 처음엔 나도 전혀 오빠의 의견에 반대가 없었는데.
새삼 엄마 아빠의 말이 떠올랐다. 니가 귀가 얇아서, 친구들이 질투가 나서 일부러 더 남자 흉보고 그런
거라고. 거기에 휘둘린 거라고.
헤어질 때 오빠의 소름끼치도록 차가운 목소리.
"정말 실망했다. 연락 기다리지마. 나도 너 기억에서 지울테니, 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리 알아"
단 한번도 보여준 적 없는 차가운 표정과 목소리… 그래서 연락도 못하겠다.
지금도 몇 주 전의 나를 생각해보면 내가 생각해도 내가 좀 미쳤던 것 같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짜증부리고, 칭얼대고, 회사로 전화하고, 고집 피우고…어차피 결혼하면 부부인데. 왜 그랬을까. 다시
기억을 더듬었다. 떠올리기만 해도 부끄럽고 멍청했던 몇 주 간의 기억을 헤집는다. 친구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어른거린다.
"아니 너네 오빠가 무슨 능력이 없는 사람도 아니고, 솔직히 그 정도는 해야되는게 맞지 않아?"
"잘 생각해야 돼. 결혼하고 나면, 그때도 남자가 잘해줄 거 같니? 결혼하기 전에 하는거야 그런건"
"너 너무 끌려가는거 아니니?"
"요즘에 어디 평수 늘려서 이사 가는게 쉬운 줄 알아? 처음에 좀 힘들더라도 어느 정도 사이즈는 잡아
놔야 그 정도 선에서 유지가 되는거야. 그리고 너네 오빠 정도면 그 정도도 못할 이유가 없잖아"
"그리고 솔직히, 너네 아버지 부담되시겠다. 좀 그렇지 않아? 아니, 보통은 그쪽이 여유가 있으면…"
"정말? 진짜? 말도 안 돼"
"야, 암만 그래도 그거는 해야지"
"우리 언니도 처음에는 너처럼 그랬어. 근데 지금은 뭐래는 줄 알아?"
"니가 좀 말하기 힘들면, 다음에 우리랑 밥 한번 같이 먹자고 해. 옆에서 바람 팍팍 넣어줄께"
"결혼 준비할 때 기선제압 못하면 평생 경제권 남자가 쥐고 가는거야. 요즘 남자들 그런 쪽으로 얼마나
쫀쫀한데"
"남자 쪽 집안도 빵빵하다며. 야, 솔직히 그리구 그냥 일반 직장인들도 그거보다는…"
"벌써부터 그러면 너 나중에 결혼생활 어쩌려구 그래. 할 말은 해"
"잘 들어. 야, 이거는 돈 문제가 아니야. 결혼은 집안 대 집안 문제인데, 너 이렇게 애처럼…"
…손해보는 것만 같고, 나만 바보같이 시집 가는 것 같고, 오빠한테 서운하고, 아빠한테 미안해지는 것
같고, 친구들 언니들 얘기 들어보면 진짜 나만 바보같은 짓 하는 것 같고, 나중에 생각해보면 진짜 너무
후회할 것 같고, 초조하고, 정말 이건 아닌 것만 같고…
하지만 헤어지고 나니 그거야말로 나만 바보된 것 같다. 아무리 옆에서 위로를 해줘도 위로가 안된다.
애써 아무리 스스로를 달래고, 안 되려니까 안된 것 뿐이다, 라고 생각해봤자 전혀 위로가 안 됐다.
"친구들이 죽으라면 죽을거야? 걔들이 지금은 너 위로해준다 어쩐다 하지? 정말 걔들이 너 걱정하고
슬퍼할 거 같애? 아 같이 위로야 해주겠지. 근데 속으로는 니랑 정원이랑 헤어진거 갖고 파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일거다"
"너 엄마 친구 경숙이 아줌마 알지? 걔가 어떤 앤 줄 알아? 지 이혼하니까, 주변에 친구들마다 다 돌아
다니면서 조금만 부부관계 이상 있으면 아닌 척 아닌 척 이혼 바람 집어넣고 다니는 애야. 아 너는
어떻게 이 엄마만큼도 눈치가 없어"
"아빠가 말은 그렇게 해도, 언니 없을 때 언니 걱정 많이 해. 그리고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언니 친구들
좀 이상한 거 같애"
아, 길 한복판에서 크게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다. 답답하다. 짜증난다. 엄마 아빠 말 들으면
내가 등신 같고, 친구들 말 들으면 또 아니고.
"야, 난 솔직히 잘 헤어졌다고 봐. 아니야. 진짜 그건 아니었어"
"살면서 얼마나 의견충돌이 많고 짜증나는 일이 많을텐데 그런 문제 갖고 먼저 남자가 헤어지자 말자
그래? 차라리 잘된거야"
"야야 됐어, 니가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 것도 아닌데, 그 오빠가 이상한 사람인거지"
"암만 남자가 능력 있어봤자, 능력만 있으면 뭘해. 그걸 쓸 줄을 알아야지. 안 그래?"
…모르겠다. 다 모르겠다. 다 짜증나고, 다 싫다. 그냥 콱 죽어버리고 싶다.
하기만 하다.
친구들 말 때문에 헤어졌다며 이 귀 얇은 등신 같은 년아, 하고 내 등짝을 때리던 엄마도 이젠 내 눈치를
본다. 내가 집 안에 들어서면 벌써 집 전체의 분위기가 어두워진다. 며칠 전, 거실에서 엄마와 내 이야기
를 하던 아버지의 말이 여전히 귓가에 생생하다.
"거 진짜… 좋은데 혼처 들어오면 기집애들 옆에서 질투나서 일부러 더 남자 흉 보고 지랄하는걸 몰라?
그걸 곧이 곧대로 듣고 혼자 발 동동 구르다가 사단이 나지. 아니 그래, 그래서 그냥 그대로 끝낸거야?
어? 당신도 생각이 있으면, 애가 못하겠다 그럼 휴대폰을 뺏어서라도 번호를 알아내야지. 아니 그리고
딸 결혼 얘기까지 나오는데 걔 남친 전화번호도 안 받아놓는게 말이 돼? 생각이 있어 없어? 아니 애 좀
깨워봐"
…죽고 싶다.
어제 인터넷을 하다가 문득 남자랑 5:5로 결혼 준비를 한다는 여자의 글을 봤다. 부모님이 안 계신 남자
랑 각각 3천씩 모으고 대출을 내서 결혼에 골인한다는 것이었다.
소설 냄새가 나는 글이었지만 어쨌거나 세상에는 저런 커플이 분명 있기는 있겠지, 하고 생각을 해보니
저런 케이스보다는 훨씬 좋은 조건인데도 도대체 나는 일주일 전 왜 그랬나 하는 생각에 또 사로잡혔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맨 처음엔 나도 전혀 오빠의 의견에 반대가 없었는데.
새삼 엄마 아빠의 말이 떠올랐다. 니가 귀가 얇아서, 친구들이 질투가 나서 일부러 더 남자 흉보고 그런
거라고. 거기에 휘둘린 거라고.
헤어질 때 오빠의 소름끼치도록 차가운 목소리.
"정말 실망했다. 연락 기다리지마. 나도 너 기억에서 지울테니, 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리 알아"
단 한번도 보여준 적 없는 차가운 표정과 목소리… 그래서 연락도 못하겠다.
지금도 몇 주 전의 나를 생각해보면 내가 생각해도 내가 좀 미쳤던 것 같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짜증부리고, 칭얼대고, 회사로 전화하고, 고집 피우고…어차피 결혼하면 부부인데. 왜 그랬을까. 다시
기억을 더듬었다. 떠올리기만 해도 부끄럽고 멍청했던 몇 주 간의 기억을 헤집는다. 친구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어른거린다.
"아니 너네 오빠가 무슨 능력이 없는 사람도 아니고, 솔직히 그 정도는 해야되는게 맞지 않아?"
"잘 생각해야 돼. 결혼하고 나면, 그때도 남자가 잘해줄 거 같니? 결혼하기 전에 하는거야 그런건"
"너 너무 끌려가는거 아니니?"
"요즘에 어디 평수 늘려서 이사 가는게 쉬운 줄 알아? 처음에 좀 힘들더라도 어느 정도 사이즈는 잡아
놔야 그 정도 선에서 유지가 되는거야. 그리고 너네 오빠 정도면 그 정도도 못할 이유가 없잖아"
"그리고 솔직히, 너네 아버지 부담되시겠다. 좀 그렇지 않아? 아니, 보통은 그쪽이 여유가 있으면…"
"정말? 진짜? 말도 안 돼"
"야, 암만 그래도 그거는 해야지"
"우리 언니도 처음에는 너처럼 그랬어. 근데 지금은 뭐래는 줄 알아?"
"니가 좀 말하기 힘들면, 다음에 우리랑 밥 한번 같이 먹자고 해. 옆에서 바람 팍팍 넣어줄께"
"결혼 준비할 때 기선제압 못하면 평생 경제권 남자가 쥐고 가는거야. 요즘 남자들 그런 쪽으로 얼마나
쫀쫀한데"
"남자 쪽 집안도 빵빵하다며. 야, 솔직히 그리구 그냥 일반 직장인들도 그거보다는…"
"벌써부터 그러면 너 나중에 결혼생활 어쩌려구 그래. 할 말은 해"
"잘 들어. 야, 이거는 돈 문제가 아니야. 결혼은 집안 대 집안 문제인데, 너 이렇게 애처럼…"
…손해보는 것만 같고, 나만 바보같이 시집 가는 것 같고, 오빠한테 서운하고, 아빠한테 미안해지는 것
같고, 친구들 언니들 얘기 들어보면 진짜 나만 바보같은 짓 하는 것 같고, 나중에 생각해보면 진짜 너무
후회할 것 같고, 초조하고, 정말 이건 아닌 것만 같고…
하지만 헤어지고 나니 그거야말로 나만 바보된 것 같다. 아무리 옆에서 위로를 해줘도 위로가 안된다.
애써 아무리 스스로를 달래고, 안 되려니까 안된 것 뿐이다, 라고 생각해봤자 전혀 위로가 안 됐다.
"친구들이 죽으라면 죽을거야? 걔들이 지금은 너 위로해준다 어쩐다 하지? 정말 걔들이 너 걱정하고
슬퍼할 거 같애? 아 같이 위로야 해주겠지. 근데 속으로는 니랑 정원이랑 헤어진거 갖고 파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일거다"
"너 엄마 친구 경숙이 아줌마 알지? 걔가 어떤 앤 줄 알아? 지 이혼하니까, 주변에 친구들마다 다 돌아
다니면서 조금만 부부관계 이상 있으면 아닌 척 아닌 척 이혼 바람 집어넣고 다니는 애야. 아 너는
어떻게 이 엄마만큼도 눈치가 없어"
"아빠가 말은 그렇게 해도, 언니 없을 때 언니 걱정 많이 해. 그리고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언니 친구들
좀 이상한 거 같애"
아, 길 한복판에서 크게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다. 답답하다. 짜증난다. 엄마 아빠 말 들으면
내가 등신 같고, 친구들 말 들으면 또 아니고.
"야, 난 솔직히 잘 헤어졌다고 봐. 아니야. 진짜 그건 아니었어"
"살면서 얼마나 의견충돌이 많고 짜증나는 일이 많을텐데 그런 문제 갖고 먼저 남자가 헤어지자 말자
그래? 차라리 잘된거야"
"야야 됐어, 니가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 것도 아닌데, 그 오빠가 이상한 사람인거지"
"암만 남자가 능력 있어봤자, 능력만 있으면 뭘해. 그걸 쓸 줄을 알아야지. 안 그래?"
…모르겠다. 다 모르겠다. 다 짜증나고, 다 싫다. 그냥 콱 죽어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