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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생각보다 짧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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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도대체 내 어디가 좋다고 맨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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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승희는 소리쳤다.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냥 뭐… 니가 좋으니까"

그러자 승희는 더 짜증난다는 얼굴로 말했다.

"오빠도 감정이 있을거 아니에요. 왜 맨날 오빠는 내가 짜증을 내도 흥, 못되게 굴어도 흥 그래요?
감정이 없어요? 왜 사람이 그렇게 솔직하지 못해요? 내가 오빠를 못 믿는 이유가 바로 그거에요.
오빠처럼 참기만 하는 사람이 언젠가 터지면, 그게 더 무서우니까. 알아요?"

솔직히 충격이었고, 서운했다. 나는 그저 니가 좋으니까, 니 곁에서 그렇게… 니가 조금이라도 편할 수
있다면, 나한테 화를 풀어서라도 기분이 좀 나아지면 그게 좋으니까 그런건데. 참은 게 잘못이라니. 

그래, 니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대충 알겠어. 하지만… 그건 아니잖아.

"승희야, 아니 나는…"
"오빠 같은 남자들 잘 알아요. 제가 처음 사귄 남자도 그랬어요. 사귀기 전에는, 또 사귄 직후에는 정말
여신처럼 떠받들고, 영원히 잘해줄 것처럼 그러다가…개새끼"

그녀 입에서 난데없이 '개새끼'라는 말이 튀어나오게 할 정도의 좆같은 기억은 도대체 무엇일까 궁금
했지만 일단 이제서야 작은, 아니 꽤 큰 의문이 하나 풀렸다. 그랬구나. 그래서 더 남자를 못 믿는 거
였어. 허허. 그랬어…

"오빤 스스로가 착한 남자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아니에요. 그냥 미련하게 속내를 숨길 뿐이에요.
알아요? 제일 매력없고, 제일 치사하고, 제일 무서운 사람들이라구요"

왜 항상 그녀가 매번 이유없이 나에게 그토록 짜증을 내고 화를 냈는지. 아니, 뭐 그 좆같다는 첫 사랑의
레알 뭐 같은 기억 이외에도, 병신들의 뒤끝을 많이 경험한 것이 분명하리라. 사실 승희 니가 청순하게
생겨서 우리 같은 병신들이 좋아할만하게 생기기는 했지. 흐.

"맨날 지가 먼저 잘해주다가도, 내가 고백 안 받아주면 그제서야 그러더라구요. 그럴 거면 왜 자기한테
잘해줬냐고. 근데 전 잘해준 적 없거든요. 내가 몇 번 싫다고 눈치줘도 모르는 척 하고 넘겨놓고선 왜
뒤늦게 지랄들이래요? 왜?"

근데 너는 왜 뜬금없이 엉뚱한데서 스트레스 받고 나한테 지랄이냐, 란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흐, 하는 웃음으로 흘려버리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너 고생 많이 했구나. 나보다 더한 병신들 많이 만나서"

왜 그녀가 그렇게나 나쁜 남자 타령을 했는지 좀 알 것도 같았다. 차라리 걔들은 계속 잽으로 원투
한방씩 날리긴 해도, 속으로 끙끙 앓다가 난데없이 핵폭탄을 터뜨리진 않을테니.

"오빠도 똑같아요"
"내가 뭘…"

씁쓸하게 웃는 나. 넌 정말로 내 진심을 몰라주는구나.

"오빠도 지금이야 나는 달라, 난 정말로 너 실망 안 시킬거야, 그러겠지만 결국 언젠가 또 짜증을 못
이기고 착한 남자인 척, 감정이 없는 사람인 양 행동하는거 관둘거잖아요. 난 오빠 같은 남자들을 잘
알아요. 그래서 오빠가 싫어요"

하아…

"아니야…"
"어떻게 믿어요?"






"…이상입니다, 재판장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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