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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상무의 강남 야구장(78)] 큰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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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 그룹의 인사 평가 시즌이 돌아왔다. 인사 평가를 통해 매 반기별 7% 내외의 인력 교체를 하는 제법
빡센 그룹 인사 특성상 모두들 예민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부사장급 핵심 임원진의 인사
이동을 포함한 대규모 인사 이동이 예정되어 있는 터라 각 부서에서는 모두 몸 사리기에 바쁘다.

…는 어디까지나 수동적인 사람들의 이야기고, 임원 승진을 노리는 오 부장과 그의 심복 주 대리는 지난
분기 동안 꽤나 열심히 움직였다. 언젠가 오 부장의 라이벌이자 지난 임원 승진 기회에서 그를 주저앉힌
강인구 상무의 예언처럼 오부장은 잠깐 방황하는 듯 했지만 그렇게 두어달 방탕하게 놀더니 이번 분기
부터는 전성기 시절의 열정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뭔가가 '될 듯' 할 때 흔히 그렇듯이 홍콩쪽 무역그룹 셩안 그룹과의 800억짜리, 사실상 이미 경쟁사인
JNK 사에게 넘어간 것으로 모두가 판단했던 계약을 따온 것도 컸다. 대영 그룹 측에서는 TFT를 구성
해서 달려들었지만, 분기 실적이 급했던 JNK 측에서 파격적인 제안을 던진 통에 거의 게임 끝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던 한국에서의 미팅에 오부장의 영업 3팀 몇몇 멤버가 TFT에
'특공대'로서 추가로 투입되었다.

JNK 측이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은 배경-실적 압박-에 대한 정보를 미묘하게 흘리고 이쪽에서도 셩안
과의 단순 MOU 차원을 넘어서 추후 한국 진출을 시작으로 한 동아시아 시장 확대 계획에 대한 전면
적인 협조를 떡밥으로 던지고, 마지막으로 '한국식 접대문화'를 선물했다. 이 부분에서 오 부장이 윗선
들을 구워 삶아가며 전면적으로 협상 방향을 디자인했고, 주 대리가 첫 對 해외영업 파트 실무를 담당
했다.

'밤문화 접대'를 즐기지 않는 셩안 측 협상단이었지만 마음 맞는 사람들과의 술자리를 싫어할 정도로
까탈스러운 타입들은 아니었고, 사케를 곁들인 저녁 식사 자리에서 협상단장이 기러기 아버지라는 걸
알게 된 오부장은 동병상련으로 의기투합, 장소를 옮겨 폭탄주에 3차까지 달리면서 '펑요우(朋友)'가
되어 결국 협상을 이쪽으로 이끌었다.

일부 멤버만 투입된 FTF 성과였기에 사내 인사 규정상 영업 3팀 단위의 고과는 상승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 특별 지시로 영업 3팀에 대한 특별 휴가와 포상 회식비가 지급될 정도로 큰
쾌거였으므로 인사 평가 시즌에서도 오 부장과 주 대리는 희희낙락이었다.


"주 대리는 휴가 때 어디갈 생각이야?"

퇴근길, 술 한잔을 주고 받으며 대화를 나누는 와중 문득 오 부장이 물었다.

"저야 뭐…홍콩이나 다녀올까 생각 중이에요"
"셩안 쪽에 도 부장 만날라고?"
"아니요, 미쳤다고 휴가 가서 회사 사람들 만나겠습니까"
"흠"
"부장님은요?"

오 부장은 잠깐 대답을 미루다가 곧 고개를 끄덕이며 "미국에 좀 다녀오려고" 하고 대답했다.

"사모님 뵈실려고요?"

오 부장은 술을 원샷하고 입을 열었다.

"집 사람이랑 연락이 안 돼. 일주일째"

주 대리는 잠시 할 말을 찾다가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오 부장은 그러나 주 대리 팔을 툭툭 치며 말했다.

"그런데 아들하고는 연락이 돼. 그리고… 마누라의 신변에는 이상이 없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 줄은
알게 됐지"

더더욱 할 말이 없어진 주 대리. 그러나 오 부장은 또 한번 원샷을 하며 말했다.

"나도 복수 좀 해야겠어. 내가 쏠께. 화장실 다녀올 동안 강남야구장 박지성 상무한테 전화 한 통 넣어놔"

잠시 고민하던 주 대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싸랑에 취해, 향기에 취해, 그대에게 빠져버린 나, 나~는 나~는 꽃!을 든 남자~"

오 부장은 반쯤 벌거벗은 강남야구장 뉴페이스 주미의 엉덩이를 움켜쥐며 노래를 불러댔고, 주 대리는
수영이의 가슴에 얼굴을 묻어가며 계속 술을 들이켰다. 흠뻑 부드러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지난 한 주간의
피로를 이겨냈지만, 사실 그보다는 오 부장의 속내가 궁금했다.

하지만 분명 괴로울 속내에 비해, 지금 아가씨의 몸을 더듬는 그의 표정은 피식 웃음이 나오리만치 행복한
표정이었고 주 대리 역시 더이상의 남 걱정 대신 본격적으로 수영의 가슴을 확 까고 무릎 위에 앉혔다.

"가슴 정말 예쁜데?"
"오빠 이거 진짜야"

그녀의 말에 주 대리는 그저 또 껄껄 웃었고, 그 말이 자신의 거짓말에 대한 허탈한 웃음이라고 생각했는지
수영은 멋적게 가슴을 손으로 받쳐보이며 "근데 진짜 같지 않아?" 하며 같이 웃었다. 그녀의 백치미 어린 웃
음이, 주 대리는 쏙 마음에 들었다. 



  (이어서 보러가기) - [박지성 상무의 강남 야구장]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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