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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생각보다 짧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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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강장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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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력에 좋다면, 파리 모기 같은 해충이라도 먹을 거다… 우스갯소리로 많이들 하셨죠? 그런데 정말로 파리
모기가 정력에 좋답니다"

최인구 앵커의 그 농을 던지는 듯 마는 듯한 앵커 멘트. 하지만 오늘은 그 멘트보다 내용이 더 솔깃했다. 고개
숙이고 까진 대머리 이마 가득 땀 흘리며 푹푹 국밥들을 떠먹던 아자씨들의 시선은 일제히 TV로 향했고 급기야
성격 급한 아저씨는 "거기 사장님요, 티비 볼륨 좀 더 키주이소" 하고 부탁했다.

그렇잖아도 계산을 하다 앵커의 '정력' 드립에 티비 곁으로 오고 있던 여주인은 얼른 티비 볼륨을 키웠고,
월요일 저녁 장사 잘 되는 국밥집의 그 누리끼리한 형광등 빛 아래 어수선한 분위기는 무슨 일제 시대 한글
배우는 야학당만큼이나 삽시간에 열기로 불타올랐다.


"…잉글랜드 페니서커 연구소 후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파리, 모기의 번식기에 몸에서 분비되는 곤충 성
호르몬 성분이 탁월한 성적 강장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밝혀져…"

기자의 말에 아저씨들은 슬몃 입가에 웃음기를 띄며 하나둘씩 입을 열었다.

"뭐고? 벌거지가 증력에 좋타 이 말이가?"
"아따 이거 또 겁나게들 츠먹겠구마이"
"아 그룸! 거시기에 좋다는디 안 먹는게 빙신이지"
"아 좀 조용히들 좀 합시다, 끝까지 들어봐요"


"…해당 성분으로 만들어진 신약의 경우 임상실험 결과 발기력이 피아그라의 5배, 지속력이 프렐리지의 약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놀라움을 안겼으며, 후커 박사의 경우 자연 상태의 곤충 그대로 섭취하더라도
그 효과 자체는 별 차이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자연 상태의 파리 모기의 경우 위생상의 문제로…"


피아그라의 5배! 처음에 그저 우습게 듣던 아저씨들도 표정이 달라졌다. 피아그라의 다섯 배라지 않는가. 
피아그라의 다섯 배! 먹어본 사람은 머릿 속으로 그 무시무시한 효과를 계산해보았으며, 먹어본 적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 말로만 듣던 천하의 피아그라 다섯 배라니 그 기대야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이미 기사 꼭지는 다음 뉴스로 넘어갔으되 아저씨들의 표정에는 아직 흥분된 긴장감마저 남아있었다. 아 
정력에 그리 좋다는데 파리 모기가 아니라 뭐 바퀴벌레라고 못 먹겠는가. 아저씨들은 이내 곧 표정을 풀고
어색하게 웃으면서 "아 다들 이제 파리 모기 쳐먹게 생겼구만. 마누라들이 아주 밥상에 파리 모기 맨날
올리겠어" 하고 농담조로 탄식을 했지만 이미 그들의 눈에는 이채가 돌고 있었다. 

짝! 

마침 가게 문가에 앉아있던 대머리 아저씨는 모기를 두 손으로 후려쳐잡더니 그 손바닥의 모기를 그대로
또 혀로 주욱 핥았다. 다들 비위가 상했지만, 까놓고 말해 다들 본인이라고 하더라도 그랬을 것이기에 
아무도 딱히 비난하거나 제재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어휴, 오늘 밤 좋겄소?" 하고 한마디 여유있는
농담까지 던지는 사람이 있을 따름이었다.



그 뉴스의 여파는 정말로 대단했다. 다음 날 카이자 제약의 주가가 폭락했고 오픈 마켓의 파리채와 포충
망이 며칠 만에 없어서 못 팔 지경이 되었다. 중년 부부는 물론이요 신혼 부부들도 일부러 밤에 창문을 열고
잠을 자며 밤새도록 모기 잡는 짝짝 소리가 집집마다 울려퍼졌다. 몇몇 아파트 단지에선 아예 외부 방충망을
달고 모기 양생 물 웅덩이를 일부러 만들기도 했다.

한달 여의 시간이 지나자 [ 위생적으로 양식한 파리·모기 ]를 판다는 글들이 오픈 마켓에 올라오기 시작했고
(파리에 비해 심미적으로 섭취가 용이한 모기가 살짝 더 가격이 비쌌다), 한의원이나 생약 조제방에선 이제
홍삼이나 개소주 대신 파리 모기를 쪄내기 시작했다. 반년쯤 지나자 이제는 야구장이나 축구장 근처에서 
번데기 대신 모기 튀김을 파는 행상들이 늘어났다.


"아 이걸 어떻게 먹어"
"왜 못 먹어 왜. 다른 집 남편들은 다 먹는데. 앞 집의 효진이네 아빠는 무슨 후추처럼 국 먹을 때도 꼭 모기
튀김 쳐서 먹는대더라. 반찬도 맨날 파리 모기 없어서 못 먹는대"
"아 내가 뭐 개구리 새끼야? 이런거 뉴스에서도 나왔잖아. 위생적으로 키우네 뭐네 해도 다 위생적으로 문제
있다고"
"아 그래서 내가 깨끗하게 씻고 두 번씩 튀겼잖아. 자꾸 못 먹겠다 그래서 튀김옷도 입혔고"
"아, 너 진짜 왜 그러니? 너 왜 이렇게 밝혀?"
"참나, 내가 밝히는거야 이게? 기가 막혀. 누군 이런거 요리하고 싶어 요리하는 줄 알아? 누구는 안 더러운
줄 알아? 내가, 남만큼만 누리고 살아도 이런거 누가 등 떠밀어도, 먹이라고 해도 안 먹여. 근데, 내가 왜
이러겠어? 어? 지 못난건 모르고"
"이 여편네가 미쳤나. 발정이라도 났냐? 어? 아니 씨 이딴거 벌거지 새끼를 반찬이랍시고 자꾸 드럽게"


…남편의 식성이 까탈스러운 집에서는 숱하게 싸움이 벌어졌으며, 반대로 그런 더러운거 먹고 뽀뽀할 생각도
하지 말라면서 질색팔색을 하는 여자들도 많았다. 

게다가 꼭 그런 '어른들' 말고도, 10대들 역시, 그들에게도 '성'은 중요했다. 

"오빠, 이거 먹어"
"으"
"아 웨에. 어? 내가 일부러 잡은건데"
"알았어 알았어, 먹을께"
"웅. 다 먹으면 뽀뽀해줄께"

항상 용돈에 굶주린 10대들에게 큰 돈이 있을 리 없었다. 게다가 이미 해마 수준의 가격대를 형성한 파리·모기
시장가를 감안컨데 그네들이 용돈으로 매번 구입하기에는 부담이 없잖아 있었다. 결국 밤새워 잡은 파리·모기
를 잘 말렸다가 그것을 10대 특유의 감성으로 이쁘게 초콜렛으로 포장해서 먹기 좋게 선물하기도 하는 것이
그네들의 사랑이었다.

또, 농가에서는 더이상 벌을 기르지 않았다. 기껏 힘들게 양봉해봐야 중국산에 밀려, 가짜 꿀에 밀려 매번 
가격을 후려차이던 차에 파리·모기는 훨씬 고수익 상품이었다. 강장제로 사용되는 만큼 한번 형성된 시장가는
잘 떨어지지도 않았다. 농가에서는 하나둘씩 양봉 대신 양승(蠅), 양문(蚊)을 시작했다. 


"오늘 또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집단 식중독이…"

물론 폐혜도 엄청났다. 해충을 박멸하기는 커녕 오히려 양식을 해댔으니 그 피해가 없을 리 없었다. 서울에서
뇌염과 말라리아가 대규모로 창궐하는가 하면, 식중독 사고는 감기만큼이나 흔한 질병이 되었다. 일부 도심
양식업자들과 가정에서의 불결한 해충 대응이 많은 사고를 유발했다. 또, 섭식용으로 그나마 위생적인 양식
과정을 거친 것들과 달리 도시의 뒷골목에서 발생한 불결한 해충마저 일반 서민 가정에서 무분별하게 섭취
하는 통에 온갖 감염성 질병이 사람들을 괴롭혔다.


"새온누리 한승회 의원과 민주통일 조문찬 의원이 공동발의한 '양승 및 양문업 금지 법안'은 금일 법사위를
통과하여…"

결국 뇌염 사망자가 불과 3년 만에 3백명을 넘기는 사태가 벌어지자 정치권에서도 뒤늦게나마 그것을 금지
하는 법안을 내놓았고, 사회적으로도 더이상의 몬도가네는 용납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그 짧은 
'해충 붐'은 그렇게 채 5년을 채우지 못하고 마무리 되었다. 암시장은 여전히 존재했지만 성적으로 문제있는
일부 장년층들이 종종 조심스럽게 찾을 뿐이지 과거와 같은 열풍은 더이상 없었다.

그리고 또 몇 년 후, 사람들의 기억에서 그 짧은 해충붐이 가물가물한 추억으로 남을 무렵 일요일 낮의 재연
방송에서 그 후커 교수의 연구가 조작된 결과였으며, 그의 해충으로 만든 강장제는 플라시보 효과 밖에 없었
다는 씁쓸한 진실이 흥미성 이슈 꼭지로 잠깐 지나갔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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