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로 쓰러진 이래 근 일주일이 넘게 지났건만 어깨는 여전히 심하게 아프다. 매일 아침마다 옷 입으면서
아구구 신음성을 내지른다. 회사에 민폐가 될까 싶어 아침에는 못 뿌리고 퇴근해서 집에 오면 어깨에 맨소
래담 스프레이부터 뿌리기 바쁘다.
쓰러질 때 잘못 쓰러져서 그냥 어깨가 삐끗했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누가 인대 늘어난 걸수도 있으니 병원
가서 제대로 알아보란다. 조금 걱정은 되지만 또 막상 병원갈 생각하니 귀찮기도 하고 '그 정도는 아니겠지'
하고 넘기고 만다. 여튼 뭐 어깨 관절 돌리는 것은 꿈도 못 꾸고 무거운 것도 못 들고 있다. 덩달아 그 핑계로
며칠째 운동도 쉬고 있다.
목요일 저녁, 전 직장의 팀장님께 갑작스레 연락이 와서 가볍게 술 한잔 했다. 근처에 잠깐 볼일이 있어서
들렀다가 마침 생각이 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연락을 했단다. 솔직히 '다시 불러주는건가?' 하는 은근한
기대에 피곤함도 참고 나간 자리였건만 개뿔이, 회사는 더욱 몰락의 길을 걷는 모양이다. 심지어 그 본인도
얼마 전 다른 회사로 이직을 위해 면접까지 봤단다. 떨어졌지만. 애가 셋이라는데 걱정이 많아 보였다.
좀 사러갔더니 없었다. 아니 있긴 있었는데 시들해서 다른 꽃을 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역시 해바라기가
제일 좋다. 남자의 꽃 해바라기.
금요일에는 일본 여행을 다녀온 K가 손수건을 선물로 주었다.
손수건 쓸 일은 잘 없지만 그래도 이쁘니 마음에 쏙 든다.
요즘 책을 대량으로 구입했다. 바 앤 다이닝 과월호를 10만원어치나 구입했다. 백영옥 소설들과 다른 잡지도
몇 권 질렀다. 비 오는 주말, 방에서 뒹굴거리면서 보기에는 그야말로 최고다. 그리고 오늘 또 몇 권을 더
샀다. 요즘 볼만한 책이 참 많다.
오늘은 하루종일 방구석에서 뒹굴대다가 저녁에 커피나 같이 할까 싶어 J를 불렀지만 그녀는 약속시간에
무려 1시간이나 늦게 도착했다. 몸도 별로 안 좋아보였다. 몸살 기운이 있단다. 괜히 불러냈나 싶었지만
어쨌든 커피 마시며 한 시간 가량 농담이나 따먹다가 들여보냈다.
사실 기다리다보니 혼자 샌드위치 먹으면서 잡지 보는게 더 좋아서 그녀가 아예 안 와도 좋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역시 하루종일 혼자 입 닫고 있는 것보다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게 더 나았다.
다시 집에 돌아와 지난 일주일간 쌓아온 빨래를 돌리고 온 방에 널었다. 가뜩이나 비까지 오는데 눅눅하지만
그래서 에어컨 켜고 물 먹는 하마 한 팩 뜯고 양초까지 켰다.
빨랑 자고 내일 일찍 일어나서 쇼핑이라도 좀 하고 비 오는 주말을 알차게 보내고 싶은데 잠은 안 오고 마냥
다 귀찮다. 월요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