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싸구려 안감을 댄 저가 레인코트의 미끌거림에 기분나쁜 후덥지근함을 느끼며 걷고 있었다. 차라리 비가
마구 쏟아지면 그래도 이 답답한 옷이 고맙기라도 하겠지만 지금처럼 거의 비가 그치고 방울방울 떨어지는 시점
에서는 그저 당장 이 옷을 벗어던지고 샤워부터 하고 싶은 생각만 간절했다.
'니기미'
게다가 아까 술자리에서 먹은 곱창이 뭐가 잘못됐는지 배가 살살 아프던 것이 이제는 급기야 꾸륵거리고
똥구멍에 슬슬 자극이 온다. 속으로 욕 한마디 하고 발걸음을 조금 서둘렀지만… 아까 버스타고 술김에
졸면서 가다 화들짝 놀라 엉뚱한 곳에 내린 것이 문제다. 당최 여기가 어딘지 감도 안 잡힌다.
차라리 아까 진작에 큰 길쪽으로 나가서 택시라도 탔으면 좋았을걸, 대충 이쯤이려니 하고 지름길이라 생각
해 골목길에 접어든게 패착이다. 당최 여기가 어딘지 감도 안 잡히고 계속 산동네 오르막길을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다.
'야단났네'
꾸륵꾸륵 거리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심한 복통은 아니라 걸을만 하지만, 이러다가 갑자기
확 뒤가 땡기기라도 하면 좆되는거다. 나이 서른 셋에 바지에 똥을 쌀 수는 없는 일. 게다가 인적도 드물고
사람 하나 없이 가로등만 을씨년스러운 이 어둑어둑한 골목길은 동서남북 어느 방향으로 가야될지도 모르
겠다. 휴대폰도 배터리 나가서 꺼진지 오래. 길치인게 태어나 이렇게 짜증나는 것도 오래간만이다.
첫 사랑하고 첫 연애하던 날이 문득 떠올랐다.
길을 모르니 엉뚱한 길을 잘못 들어서 한참을 엉뚱한 길을 뱅글뱅글 돌았지. 그래도 착한 애라서 별 말은
없었지만 힐 신고 돌아다니느라 얼마나 발이 아팠을까. 아직도 그 날만 생각하면 손에 식은 땀이 난다.
'10년도 더 된 일인데'
아니, 그보다 지금 당장 뒤가 급하다. 아 씨발, 이러다간 진짜 길바닥에서 바지 까고 똥싸야 될지도 모르
겠다고 생각했다. 뭐, 비도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니 누군가에게 들킬 일이야 없을 것 같지만…
발가락 끝에 힘이 들어간다. 다리도 뻐근한게 힘이 든다. 얼굴에는 땀인지 빗물인지 모를 물방울이 흥건
하다. 등은 이미 미끌미끌하다. 답답하다. 미칠 것 같다.
조금 더 빠르게 걷다가 슬슬 뛰기 시작했다. 똥이 급하다. 10단계로 친다면 벌써 8.5는 넘어선 것 같다.
'10분은 버틸 수 있을까'
한참을 걷다가 오히려 점점 더 산동네로 가는 방향인 것 같아서 방향을 틀었는데 막힌 길이다. 니기미,
돌아서서 내려다보니 엄청나게도 높이 올라왔다. 진짜 산동네까지 온 모양이다. 씨발 길을 단단히 잘못
들었다.
'미치겠네'
후우, 심호흡을 했다. 아니 마음은 조금 편하게 먹기로 했다. 정말 급하면 진짜 바지 까고 뭐 골목길에서
싸면 된다. 그래, 그리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큰 길쪽 방향을 겨우 알았다. 한 10분쯤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될 것 같기도. 그래서 어디 커피 전문점 같은 곳에라도 들어가서 싸면 되지.
하지만 이미 벌써 엉덩이는 한계가 와있었다. 이게, 같은 설사라도 참기 쉬운 설사가 있고 어려운 설사가
있는데 안타깝게도 이건 후자였다. 장 내에 가스 농도가 너무 높았다. 당장이라도 배는 폭발할 것 같고
항문은 움찔움찔하는데 이미 발가락에는 쥐가 날 것 같다.
"하아아"
심호흡을 했다. 걸음이 점점 빨라진다. 등줄기에 굵은 땀 한방울이 흐른다. 이마에 땀도 훔쳐낸다. 그래,
이건 이미 빗물이 아니라 땀이다. 무슨 운동 거하게 한 것마냥 온 몸이 땀에 절었다. 이 환기 안되는
레인코트 덕분이다. 아마 벗으면 고무냄새도 어지간히 날 거다. 싼 맛에 사는건 이래서 지랄이다. 이마
를 닦다보니 조금 빗줄기가 굵어졌다. 그렇다고 비가 막 쏟아지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분명 빗줄기가
굵어지긴 했다.
'으음'
순간 걸음을 멈추고 제자리에서 몸을 부르르 떨며 겨우 폭발할 뻔한 항문을 참아냈다. 침이 절로 꼴깍
넘어간다. 뒤질 것 같이 고통스러웠지만 일단 참으니 조금 살 것 같았다. 차라리 이렇게 가스 압력 때문에
압박받는게 그래도, 최악은 아니다. 똥 끝이 괄약근을 아예 열어제끼며 마구 대가리를 내미는 케이스,
방귀인 줄 알고 살짝 열었다가 변실금마냥 설사가 주륵 새나가는 케이스보단 낫지 않는가. 식은 땀이
마구 난다.
'아니야'
이대로 큰 길로 향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다. 이러다 괜히 어설프게 큰 길로 향하는 적당히 인적
있는 곳에서 최후의 일격이 나를 습격하면 그때는 길가에서 쌀 수도 없고 정말 개좆되는 상황에 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 단위로 인내심을 소모하고 있었다. 그 귀중한 인내의 순간에서 나는 제자리에 멈춰서서 잠시 고민했다.
어이없지만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너무 힘들다. 장이 뒤틀리고 꼬이는 느낌이었다. 꾸륵꾸륵 폭발할
것 같다. 안된다, 이제는 슬슬 한계다.
'1분? 1분 30초? 아니아니, 자세 잡고 레인코트 벗어놓고, 뿜어낼 상황의 시간까지 감안하면…여유시간은
잘해야 30초? 40초?'
결단을 내렸다. 이미 발가락 끝은 오무릴대로 오무린 상태, 걷는 자세도 어느 정도 무너진 상태다. 입은
마치 매운 것이라도 먹은 것마냥 혀를 꼬부라 트리고 쓰읍 쓰읍하며 당장이라도 완전히 오리 걸음이라도
걸을 것처럼 허벅지와 무릎을 제대로 펴지 못하며 걷고 있었다. 나는 이미 동물처럼 희번뜩이는 눈으로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몇 군데의 후보지를 지나치고, 또 지나친 으슥한 골목 중에 '아까 거기서 그냥 쌀 걸'하는 후회를
하며 이제는 그리 썩 좋지 않은 골목에서 정말로 '어쩔 수 없이' 바지 벨트를 풀며 어려운 마지막 걸음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이 골목은 비도 젖지 않았네'
기이하다. 마치 여기만 비가 오지 않은 것마냥 길이 뽀송뽀송했다. 하지만 이미 그런 것에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나는 코트를 벗어제끼고 바지를 팬티와 함께 내렸다. 자세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참아왔던, 이제는 정말로 후들거리는 괄약근에서 힘을 뺐다.
"푸득, 푹, 풋, 푸풉, 풋! 푹! 푸푹! 푸득!"
무섭도록 더러운 소리와 함께 내 항문에서 그 기나긴 고행의 결과물들이 지독한 냄새를 뿜어제끼며
'튀어나갔다'. 두 다리가 후들거렸다. 입에서 절로 긴 한숨이 뿜어져 나왔다. 휴지는 없지만, 이미 아까
휴지 대용으로 쓸만한 물건은 물색해두었다.
손수건
전 여친이, 한창 사귀던 시절에 생일선물로 사준 명품 손수건이다. 아까웠지만, 휴지 대용품으로 쓸만한
물건이 그것 뿐이었다. 팬티나 양말을 쓸수도 있겠지만 양말은 이미 푹 젖은데다 신발을 벗기가 좀 그런
상황이고, 이 자세에서 팬티를 벗는 것은 굉장히 어려웠다.
'이제 슬슬'
아직도 잔변감이 없잖이 조금 남아있었지만, 너무 오래 엉덩이를 까고 앉아있을 수는 없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애써 진정시키고 그 아까운 손수건으로 엉덩이를 조심스럽게 닦아냈다. 사방팔방으로
분사된 폭발형 설사라서 작은 손수건 하나로 닦기에는 아무래도 좀 무리가 있었지만 어쨌든 그래도 제법
나름 수습은 그럭저럭 잘해냈다.
설사가 덕지덕지 묻은 손수건. 당초의 계획은 그래도 빨아서 쓸까? 하는 생각까지 해봤지만 너무 처참한
상황이고 도저히 이걸 집에까지 들고갈 방법이 없었다. 그대로 똥 위에 덮어두고 조심스럽게 바지를 이제
추스려 입었다. 살 것 같았다.
그 짧은 시간만에 알이 배긴 허벅지를 저주하며 겨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저 앞에서 한 소녀의 그림자
를 발견했다. 나는 낭패감을 느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서둘러 레인코트를 집어들고, 옆에 놓은
가방을 다른 손에 들고 들어온 골목 반대방향으로 조금 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을 따름이다.
마구 쏟아지면 그래도 이 답답한 옷이 고맙기라도 하겠지만 지금처럼 거의 비가 그치고 방울방울 떨어지는 시점
에서는 그저 당장 이 옷을 벗어던지고 샤워부터 하고 싶은 생각만 간절했다.
'니기미'
게다가 아까 술자리에서 먹은 곱창이 뭐가 잘못됐는지 배가 살살 아프던 것이 이제는 급기야 꾸륵거리고
똥구멍에 슬슬 자극이 온다. 속으로 욕 한마디 하고 발걸음을 조금 서둘렀지만… 아까 버스타고 술김에
졸면서 가다 화들짝 놀라 엉뚱한 곳에 내린 것이 문제다. 당최 여기가 어딘지 감도 안 잡힌다.
차라리 아까 진작에 큰 길쪽으로 나가서 택시라도 탔으면 좋았을걸, 대충 이쯤이려니 하고 지름길이라 생각
해 골목길에 접어든게 패착이다. 당최 여기가 어딘지 감도 안 잡히고 계속 산동네 오르막길을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다.
'야단났네'
꾸륵꾸륵 거리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심한 복통은 아니라 걸을만 하지만, 이러다가 갑자기
확 뒤가 땡기기라도 하면 좆되는거다. 나이 서른 셋에 바지에 똥을 쌀 수는 없는 일. 게다가 인적도 드물고
사람 하나 없이 가로등만 을씨년스러운 이 어둑어둑한 골목길은 동서남북 어느 방향으로 가야될지도 모르
겠다. 휴대폰도 배터리 나가서 꺼진지 오래. 길치인게 태어나 이렇게 짜증나는 것도 오래간만이다.
첫 사랑하고 첫 연애하던 날이 문득 떠올랐다.
길을 모르니 엉뚱한 길을 잘못 들어서 한참을 엉뚱한 길을 뱅글뱅글 돌았지. 그래도 착한 애라서 별 말은
없었지만 힐 신고 돌아다니느라 얼마나 발이 아팠을까. 아직도 그 날만 생각하면 손에 식은 땀이 난다.
'10년도 더 된 일인데'
아니, 그보다 지금 당장 뒤가 급하다. 아 씨발, 이러다간 진짜 길바닥에서 바지 까고 똥싸야 될지도 모르
겠다고 생각했다. 뭐, 비도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니 누군가에게 들킬 일이야 없을 것 같지만…
발가락 끝에 힘이 들어간다. 다리도 뻐근한게 힘이 든다. 얼굴에는 땀인지 빗물인지 모를 물방울이 흥건
하다. 등은 이미 미끌미끌하다. 답답하다. 미칠 것 같다.
조금 더 빠르게 걷다가 슬슬 뛰기 시작했다. 똥이 급하다. 10단계로 친다면 벌써 8.5는 넘어선 것 같다.
'10분은 버틸 수 있을까'
한참을 걷다가 오히려 점점 더 산동네로 가는 방향인 것 같아서 방향을 틀었는데 막힌 길이다. 니기미,
돌아서서 내려다보니 엄청나게도 높이 올라왔다. 진짜 산동네까지 온 모양이다. 씨발 길을 단단히 잘못
들었다.
'미치겠네'
후우, 심호흡을 했다. 아니 마음은 조금 편하게 먹기로 했다. 정말 급하면 진짜 바지 까고 뭐 골목길에서
싸면 된다. 그래, 그리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큰 길쪽 방향을 겨우 알았다. 한 10분쯤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될 것 같기도. 그래서 어디 커피 전문점 같은 곳에라도 들어가서 싸면 되지.
하지만 이미 벌써 엉덩이는 한계가 와있었다. 이게, 같은 설사라도 참기 쉬운 설사가 있고 어려운 설사가
있는데 안타깝게도 이건 후자였다. 장 내에 가스 농도가 너무 높았다. 당장이라도 배는 폭발할 것 같고
항문은 움찔움찔하는데 이미 발가락에는 쥐가 날 것 같다.
"하아아"
심호흡을 했다. 걸음이 점점 빨라진다. 등줄기에 굵은 땀 한방울이 흐른다. 이마에 땀도 훔쳐낸다. 그래,
이건 이미 빗물이 아니라 땀이다. 무슨 운동 거하게 한 것마냥 온 몸이 땀에 절었다. 이 환기 안되는
레인코트 덕분이다. 아마 벗으면 고무냄새도 어지간히 날 거다. 싼 맛에 사는건 이래서 지랄이다. 이마
를 닦다보니 조금 빗줄기가 굵어졌다. 그렇다고 비가 막 쏟아지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분명 빗줄기가
굵어지긴 했다.
'으음'
순간 걸음을 멈추고 제자리에서 몸을 부르르 떨며 겨우 폭발할 뻔한 항문을 참아냈다. 침이 절로 꼴깍
넘어간다. 뒤질 것 같이 고통스러웠지만 일단 참으니 조금 살 것 같았다. 차라리 이렇게 가스 압력 때문에
압박받는게 그래도, 최악은 아니다. 똥 끝이 괄약근을 아예 열어제끼며 마구 대가리를 내미는 케이스,
방귀인 줄 알고 살짝 열었다가 변실금마냥 설사가 주륵 새나가는 케이스보단 낫지 않는가. 식은 땀이
마구 난다.
'아니야'
이대로 큰 길로 향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다. 이러다 괜히 어설프게 큰 길로 향하는 적당히 인적
있는 곳에서 최후의 일격이 나를 습격하면 그때는 길가에서 쌀 수도 없고 정말 개좆되는 상황에 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 단위로 인내심을 소모하고 있었다. 그 귀중한 인내의 순간에서 나는 제자리에 멈춰서서 잠시 고민했다.
어이없지만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너무 힘들다. 장이 뒤틀리고 꼬이는 느낌이었다. 꾸륵꾸륵 폭발할
것 같다. 안된다, 이제는 슬슬 한계다.
'1분? 1분 30초? 아니아니, 자세 잡고 레인코트 벗어놓고, 뿜어낼 상황의 시간까지 감안하면…여유시간은
잘해야 30초? 40초?'
결단을 내렸다. 이미 발가락 끝은 오무릴대로 오무린 상태, 걷는 자세도 어느 정도 무너진 상태다. 입은
마치 매운 것이라도 먹은 것마냥 혀를 꼬부라 트리고 쓰읍 쓰읍하며 당장이라도 완전히 오리 걸음이라도
걸을 것처럼 허벅지와 무릎을 제대로 펴지 못하며 걷고 있었다. 나는 이미 동물처럼 희번뜩이는 눈으로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몇 군데의 후보지를 지나치고, 또 지나친 으슥한 골목 중에 '아까 거기서 그냥 쌀 걸'하는 후회를
하며 이제는 그리 썩 좋지 않은 골목에서 정말로 '어쩔 수 없이' 바지 벨트를 풀며 어려운 마지막 걸음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이 골목은 비도 젖지 않았네'
기이하다. 마치 여기만 비가 오지 않은 것마냥 길이 뽀송뽀송했다. 하지만 이미 그런 것에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나는 코트를 벗어제끼고 바지를 팬티와 함께 내렸다. 자세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참아왔던, 이제는 정말로 후들거리는 괄약근에서 힘을 뺐다.
"푸득, 푹, 풋, 푸풉, 풋! 푹! 푸푹! 푸득!"
무섭도록 더러운 소리와 함께 내 항문에서 그 기나긴 고행의 결과물들이 지독한 냄새를 뿜어제끼며
'튀어나갔다'. 두 다리가 후들거렸다. 입에서 절로 긴 한숨이 뿜어져 나왔다. 휴지는 없지만, 이미 아까
휴지 대용으로 쓸만한 물건은 물색해두었다.
손수건
전 여친이, 한창 사귀던 시절에 생일선물로 사준 명품 손수건이다. 아까웠지만, 휴지 대용품으로 쓸만한
물건이 그것 뿐이었다. 팬티나 양말을 쓸수도 있겠지만 양말은 이미 푹 젖은데다 신발을 벗기가 좀 그런
상황이고, 이 자세에서 팬티를 벗는 것은 굉장히 어려웠다.
'이제 슬슬'
아직도 잔변감이 없잖이 조금 남아있었지만, 너무 오래 엉덩이를 까고 앉아있을 수는 없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애써 진정시키고 그 아까운 손수건으로 엉덩이를 조심스럽게 닦아냈다. 사방팔방으로
분사된 폭발형 설사라서 작은 손수건 하나로 닦기에는 아무래도 좀 무리가 있었지만 어쨌든 그래도 제법
나름 수습은 그럭저럭 잘해냈다.
설사가 덕지덕지 묻은 손수건. 당초의 계획은 그래도 빨아서 쓸까? 하는 생각까지 해봤지만 너무 처참한
상황이고 도저히 이걸 집에까지 들고갈 방법이 없었다. 그대로 똥 위에 덮어두고 조심스럽게 바지를 이제
추스려 입었다. 살 것 같았다.
그 짧은 시간만에 알이 배긴 허벅지를 저주하며 겨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저 앞에서 한 소녀의 그림자
를 발견했다. 나는 낭패감을 느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서둘러 레인코트를 집어들고, 옆에 놓은
가방을 다른 손에 들고 들어온 골목 반대방향으로 조금 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