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 자느냐"
학규는 나지막하게 청을 찾았다. 청은 겨우 잠에 들뻔한 노곤한 몸을 부스스 일으켜 세우고는 아버지를
향해 대답했다.
"아니어요 아버지"
청의 대답에 학규는 잠시 말이 없다가 "아니다, 그냥 자나 해서. 지금 밖은 몇 시나 되었느냐" 하고 물었다.
풀벌레조차 잠든 야심한 시각, 시간은 물어서 무엇하랴 싶지만 청은 얼추 생각을 해보고는 "축시쯤 되었을
거여요" 하고 대답했다.
"그렇구나. 미안하다, 다시 어서 자거라"
"아니어요, 아버지도 주무셔요"
"내일은 날이 더우려나 보구나. 후덥지근하이 잠이 오지 않는구나"
"등목이라도 하시겄어요?"
"아니다. 미안하구나. 자거라"
청은 다시 조용히 머리를 베개에 대었다. 어인 일인지 오늘 학규는 쉽게 잠을 청하지 못하는 듯 계속 뒤척
뒤척 홑이불만 들썩인다. 청은 그녀야말로 눈을 감아도 뱅글뱅글 어지럽게 도는 머릿 속에 잠은 오지않고
피곤에 지쳐 고만 간신히 지친 이성의 끈을 겨우 놓을 뻔 하였으나, 그렇게 아배 학규의 눙청 없는 물음에
다시 홱하니 정신이 돌아오고야 말았다.
걱정되고 피곤한 마음에 욱씬거리는 머리만 그저 몇 번이고 배게만 고쳐배매 차마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속으로 눈물만 흘린다.
내일 인당수로 나 가고나면 우리 불쌍한 봉사 아부지는 누가 챙길까. 진지는 잘 챙겨잡수실까. 걱정만 태산
이되 그저 초조하기만 하다.
"미안하다 청아, 나 물 한잔만 떠다주겠느냐"
"음, 음! 네 아버지"
청은 잠긴 목을 풀고 그리 대답하고는 다시 몸을 일으키었다. 이불 옆 살짝 벗어놓은 면 저고리를 다시
쟁여입고는 문을 나선다. 보름달이 가까운 달은 오늘따라 유난히 휘엉청하나 무슨 안개가 이다지도 끼었
는지 저 문 앞 최참봉 어르신네 논 길도 안 보이는 것이 우후우후후 하는 부엉이 소리만 을씨년스럽다.
풀어진 머리를 매만지매 엄지 발고락이 빼꼼하니 민망시러운 터진 신을 신고 부뚜막에서 조심스럽게
물대접 하나를 손에 든다. 바슬바슬 촉촉하게 밤이슬 젖은 마당 자갈모래가 신발 밑으로 자글스레 찰박
하니 혹시라도 그새 아버지 잠 들었을까 모래소리에 잠깨지 않게 괭이 걸음으로 집 뒷편으로 향한다.
우후우후후 하고 부엉이가 울어대는데 그 소리가 멀지 않다. 공연한 마음에 뒤를 한번 돌아보니 별 달리
무어가 있을 리 없다. 몇 걸음 더 떼어 된장 항아리 고 옆에, 머리에 이고 다니는 작은 물 항아리 뚜껑을
열고는 그 안에 대접으로 차글차글 두번 물을 떠 다시 뚜껑을 닫는다.
넘의 집 장독대는 언감생심, 겨우 저 아랫 메에 분이 할매 임종할 적 썩은 된장 항아리 하나를 공으로
얻어, 앞 못 보는 아배와 등치가 생전에 열 살 먹은 애만도 못한 조막만한 부녀가 끙끙대며 이고지고
굴리듯 모셔온 된장 항아리는 이 집의 유일한 세간살이다운 세간살이다. 허나 그보다도 고 옆의 이 물
항아리야말로 청이 본 적도 없지마는 참으로 애틋하게 보고픈 엄마의 몇 안되는 유품 아닌 유품이라
정이 각별하다.
허나 이도저도 이제 해가 뜨면 모두 별(別)이다. 공양미 삼백석에 이 한 몸 바치고 나면 죄 끝이라.
그렇다곤 해도 아주 앞이 갑갑하지마는 않다. 석달 전 즈음이었을까. 앞 못 보는 봉사이면서도 어찌나
천지를 발발 돌아다니시는 아버지인지 모르지마는, 그렇다고는 해도 어이 그런 인연을 꿰찼을까 싶어
여지껏 궁금하기만 궁금한 것이 동산 너머 뱃 골에 사는 뺑덕이네 어머니다.
반 식경이면 넘는 동산이라고는 해도 그건 멀쩡한 사람 기준이고, 걸음 더딘 우리 아부지 기준으로는
그 배는 걸리는 거리인데다 중간에 갈림길도 있어 헤메기도 쉬운 길이건만 그 거리를 넘어 온 동리에
소문이 나기를, 소경 심가네가 드디어 새 장가를 갈지도 모르겠고 그 혼처는 뱃 골의 뺑덕이 엄마,
해주댁이란다.
아 심가에 무슨 쩐이 있어 새 장가를 가나, 무신 볼 것이 있다고 멀쩡한 여자가 시집을 혼다냔 말이냐
하고 퉁을 놓는 사람들에게 아는 사람들은 아 시집 일주일만에 남편 잡아먹고 덜컥 태기를 배어서는
그래 홀로 신랑도 없이 억척스레 혼자 살아온 여자한테 소경이면 어떻고 벙어리면 어떻겠느냐 배넷
빙시만 아니면 되는거 아니냐는 어른들의 눙을 들었다.
아직 남녀의 정을 모르는 청이라 하나,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을 정도의 나이는 된 바 청이는
그것이 참 마음이 묘했다.
여지껏 앞 못 보는 봉사가 홀로 젖동냥까지 해가며 자기를 키워준 아버지의 정을 생각하면 그저 자다
가도 눈물이 괴괴할 정도로 가슴 아프게 고맙지마는, 그리고 나 낳다가 죽었으니 생전에 얼굴 한번 못
본 어머니이지마는 아버지에게 새 어머니가 생긴다는 소리에 기쁨보다는 서운한 마음이 먼저 들었던
것에 청은 그저 마음이 복잡하였다.
그리하야 정신없이 동리 밖으로 걷다 발길 닿은 시전에서 우연하게 인연이 닿은 것이 바로 청나라
뱃사람들이요 대승사 스님들이니, 스님이 보증을 서겠다고 하니 삼백석의 약속이야 틀림이 없을
것이고 삼백석이면 아버지 새 장가 새 출발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나 없어도 그 새로 만난
분과 살아가시면 되겠거니 생각을 하니 실로 인당수 제물은 꼭 아주 나를 위해 생겨난 것만 같았다.
"에그머니나"
혼자 집 뒷마당에 걸터앉아 울적하니 허튼 생각을 하다보니 아버지 물 떠오라는 소리는 그렇게 깜박
잊고 시간을 얼마를 허비했는지 모르겠다. 얼마나 목이 타실까 하는 생각에 다시 겅중겅중 뛰다시피
물그릇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건만 아버지는 역시나 다시 주무시고 계시다.
조심스레 머리 맡에 물그릇을 놓아두고 잠자리로 돌아가려던 차에 학규가 나지막하게 부른다.
"청아"
주무시는 줄 알았던 터라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정도로 놀랐지마는, 겨우 마음을 추스리고 아버지의
부름에 답한다.
"예 아버지"
그러자 학규는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하였다.
"청아, 이 애비는 너 하나만 있으면 된다. 넘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다니어도, 다 그저 흰 소리이니
깊이 듣지 말거라. 그저 내 걱정은 너 시집 보내는 것 하나지 다른 것은 하나 없다. 내 요즘 해주댁을
만나고 다닌 것은, 니 좋은 혼처 어디 없을까 알아보고 다닌 것이니, 넘들 소리에 귀 기울일 것 없다"
그 이야기를 들은 청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한 채 그저 멍한 얼굴로 이불 속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제사 자기가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가 멍해졌다.
뺑덕 어멈, 아니 해주댁을 아버지가 만나고 다닌 것은 그 본인의 새 장가가 아니라, 여자임에도 억척
스레 시장통을 누비고 다닌 통에 어지간한 남자 이상으로 괄괄하고 발이 넓은 그녀의 인맥을 통해
어디 좋은 딸의 혼처가 없나 싶어 알아보고 다니었던 것이다.
아뿔싸 이를 어찌한단 말이냐.
허나 이미 삼백석은 대승사에 공양되었고 열 석은 절에서 받아와 어제 오늘 우리 두 사람 입에 들어
갔으니 물릴 수도 없고 이를 어찌한단 말인고.
그리고 우리 불쌍한 아버지는 그럼 인자 정말 누가 돌봐줄 사람도 없이, 그나마 금지옥엽 키운 나
하나 없이 그렇게 외롭게 덩그러니 남는단 말인가.
내 생각이 짧다한들 이다지도 짧았던가. 어찌 한번 제대로 알아볼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렇게 덜컥
일을 저질렀단 말인가.
청은 가슴이 턱 막히고 세상이 무너진 듯 공허하여 설마 이게 꿈은 아닌가 싶었지만 이 어찌 꿈이라고
둘러대겠는가. 단지 그저…
어느새 다시 곤하게 잠에 곯아 떨어진 아버지의 그 거친 손을, 눈물 글썽이며 마지막으로 꼬옥 한 번
잡아드릴 따름이라.
tag : 효녀심청
학규는 나지막하게 청을 찾았다. 청은 겨우 잠에 들뻔한 노곤한 몸을 부스스 일으켜 세우고는 아버지를
향해 대답했다.
"아니어요 아버지"
청의 대답에 학규는 잠시 말이 없다가 "아니다, 그냥 자나 해서. 지금 밖은 몇 시나 되었느냐" 하고 물었다.
풀벌레조차 잠든 야심한 시각, 시간은 물어서 무엇하랴 싶지만 청은 얼추 생각을 해보고는 "축시쯤 되었을
거여요" 하고 대답했다.
"그렇구나. 미안하다, 다시 어서 자거라"
"아니어요, 아버지도 주무셔요"
"내일은 날이 더우려나 보구나. 후덥지근하이 잠이 오지 않는구나"
"등목이라도 하시겄어요?"
"아니다. 미안하구나. 자거라"
청은 다시 조용히 머리를 베개에 대었다. 어인 일인지 오늘 학규는 쉽게 잠을 청하지 못하는 듯 계속 뒤척
뒤척 홑이불만 들썩인다. 청은 그녀야말로 눈을 감아도 뱅글뱅글 어지럽게 도는 머릿 속에 잠은 오지않고
피곤에 지쳐 고만 간신히 지친 이성의 끈을 겨우 놓을 뻔 하였으나, 그렇게 아배 학규의 눙청 없는 물음에
다시 홱하니 정신이 돌아오고야 말았다.
걱정되고 피곤한 마음에 욱씬거리는 머리만 그저 몇 번이고 배게만 고쳐배매 차마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속으로 눈물만 흘린다.
내일 인당수로 나 가고나면 우리 불쌍한 봉사 아부지는 누가 챙길까. 진지는 잘 챙겨잡수실까. 걱정만 태산
이되 그저 초조하기만 하다.
"미안하다 청아, 나 물 한잔만 떠다주겠느냐"
"음, 음! 네 아버지"
청은 잠긴 목을 풀고 그리 대답하고는 다시 몸을 일으키었다. 이불 옆 살짝 벗어놓은 면 저고리를 다시
쟁여입고는 문을 나선다. 보름달이 가까운 달은 오늘따라 유난히 휘엉청하나 무슨 안개가 이다지도 끼었
는지 저 문 앞 최참봉 어르신네 논 길도 안 보이는 것이 우후우후후 하는 부엉이 소리만 을씨년스럽다.
풀어진 머리를 매만지매 엄지 발고락이 빼꼼하니 민망시러운 터진 신을 신고 부뚜막에서 조심스럽게
물대접 하나를 손에 든다. 바슬바슬 촉촉하게 밤이슬 젖은 마당 자갈모래가 신발 밑으로 자글스레 찰박
하니 혹시라도 그새 아버지 잠 들었을까 모래소리에 잠깨지 않게 괭이 걸음으로 집 뒷편으로 향한다.
우후우후후 하고 부엉이가 울어대는데 그 소리가 멀지 않다. 공연한 마음에 뒤를 한번 돌아보니 별 달리
무어가 있을 리 없다. 몇 걸음 더 떼어 된장 항아리 고 옆에, 머리에 이고 다니는 작은 물 항아리 뚜껑을
열고는 그 안에 대접으로 차글차글 두번 물을 떠 다시 뚜껑을 닫는다.
넘의 집 장독대는 언감생심, 겨우 저 아랫 메에 분이 할매 임종할 적 썩은 된장 항아리 하나를 공으로
얻어, 앞 못 보는 아배와 등치가 생전에 열 살 먹은 애만도 못한 조막만한 부녀가 끙끙대며 이고지고
굴리듯 모셔온 된장 항아리는 이 집의 유일한 세간살이다운 세간살이다. 허나 그보다도 고 옆의 이 물
항아리야말로 청이 본 적도 없지마는 참으로 애틋하게 보고픈 엄마의 몇 안되는 유품 아닌 유품이라
정이 각별하다.
허나 이도저도 이제 해가 뜨면 모두 별(別)이다. 공양미 삼백석에 이 한 몸 바치고 나면 죄 끝이라.
그렇다곤 해도 아주 앞이 갑갑하지마는 않다. 석달 전 즈음이었을까. 앞 못 보는 봉사이면서도 어찌나
천지를 발발 돌아다니시는 아버지인지 모르지마는, 그렇다고는 해도 어이 그런 인연을 꿰찼을까 싶어
여지껏 궁금하기만 궁금한 것이 동산 너머 뱃 골에 사는 뺑덕이네 어머니다.
반 식경이면 넘는 동산이라고는 해도 그건 멀쩡한 사람 기준이고, 걸음 더딘 우리 아부지 기준으로는
그 배는 걸리는 거리인데다 중간에 갈림길도 있어 헤메기도 쉬운 길이건만 그 거리를 넘어 온 동리에
소문이 나기를, 소경 심가네가 드디어 새 장가를 갈지도 모르겠고 그 혼처는 뱃 골의 뺑덕이 엄마,
해주댁이란다.
아 심가에 무슨 쩐이 있어 새 장가를 가나, 무신 볼 것이 있다고 멀쩡한 여자가 시집을 혼다냔 말이냐
하고 퉁을 놓는 사람들에게 아는 사람들은 아 시집 일주일만에 남편 잡아먹고 덜컥 태기를 배어서는
그래 홀로 신랑도 없이 억척스레 혼자 살아온 여자한테 소경이면 어떻고 벙어리면 어떻겠느냐 배넷
빙시만 아니면 되는거 아니냐는 어른들의 눙을 들었다.
아직 남녀의 정을 모르는 청이라 하나,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을 정도의 나이는 된 바 청이는
그것이 참 마음이 묘했다.
여지껏 앞 못 보는 봉사가 홀로 젖동냥까지 해가며 자기를 키워준 아버지의 정을 생각하면 그저 자다
가도 눈물이 괴괴할 정도로 가슴 아프게 고맙지마는, 그리고 나 낳다가 죽었으니 생전에 얼굴 한번 못
본 어머니이지마는 아버지에게 새 어머니가 생긴다는 소리에 기쁨보다는 서운한 마음이 먼저 들었던
것에 청은 그저 마음이 복잡하였다.
그리하야 정신없이 동리 밖으로 걷다 발길 닿은 시전에서 우연하게 인연이 닿은 것이 바로 청나라
뱃사람들이요 대승사 스님들이니, 스님이 보증을 서겠다고 하니 삼백석의 약속이야 틀림이 없을
것이고 삼백석이면 아버지 새 장가 새 출발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나 없어도 그 새로 만난
분과 살아가시면 되겠거니 생각을 하니 실로 인당수 제물은 꼭 아주 나를 위해 생겨난 것만 같았다.
"에그머니나"
혼자 집 뒷마당에 걸터앉아 울적하니 허튼 생각을 하다보니 아버지 물 떠오라는 소리는 그렇게 깜박
잊고 시간을 얼마를 허비했는지 모르겠다. 얼마나 목이 타실까 하는 생각에 다시 겅중겅중 뛰다시피
물그릇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건만 아버지는 역시나 다시 주무시고 계시다.
조심스레 머리 맡에 물그릇을 놓아두고 잠자리로 돌아가려던 차에 학규가 나지막하게 부른다.
"청아"
주무시는 줄 알았던 터라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정도로 놀랐지마는, 겨우 마음을 추스리고 아버지의
부름에 답한다.
"예 아버지"
그러자 학규는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하였다.
"청아, 이 애비는 너 하나만 있으면 된다. 넘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다니어도, 다 그저 흰 소리이니
깊이 듣지 말거라. 그저 내 걱정은 너 시집 보내는 것 하나지 다른 것은 하나 없다. 내 요즘 해주댁을
만나고 다닌 것은, 니 좋은 혼처 어디 없을까 알아보고 다닌 것이니, 넘들 소리에 귀 기울일 것 없다"
그 이야기를 들은 청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한 채 그저 멍한 얼굴로 이불 속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제사 자기가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가 멍해졌다.
뺑덕 어멈, 아니 해주댁을 아버지가 만나고 다닌 것은 그 본인의 새 장가가 아니라, 여자임에도 억척
스레 시장통을 누비고 다닌 통에 어지간한 남자 이상으로 괄괄하고 발이 넓은 그녀의 인맥을 통해
어디 좋은 딸의 혼처가 없나 싶어 알아보고 다니었던 것이다.
아뿔싸 이를 어찌한단 말이냐.
허나 이미 삼백석은 대승사에 공양되었고 열 석은 절에서 받아와 어제 오늘 우리 두 사람 입에 들어
갔으니 물릴 수도 없고 이를 어찌한단 말인고.
그리고 우리 불쌍한 아버지는 그럼 인자 정말 누가 돌봐줄 사람도 없이, 그나마 금지옥엽 키운 나
하나 없이 그렇게 외롭게 덩그러니 남는단 말인가.
내 생각이 짧다한들 이다지도 짧았던가. 어찌 한번 제대로 알아볼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렇게 덜컥
일을 저질렀단 말인가.
청은 가슴이 턱 막히고 세상이 무너진 듯 공허하여 설마 이게 꿈은 아닌가 싶었지만 이 어찌 꿈이라고
둘러대겠는가. 단지 그저…
어느새 다시 곤하게 잠에 곯아 떨어진 아버지의 그 거친 손을, 눈물 글썽이며 마지막으로 꼬옥 한 번
잡아드릴 따름이라.
tag : 효녀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