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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생각보다 짧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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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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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낮임에도 이른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 탓에 날씨가 흐려 방 안은 마치 노을질 저녁 무렵
만큼이나 어슴프레하니 나른할대로 나른한 나와 그녀.

"밥 먹어야지"
"먹어야지"

하지만 우리 둘은 말만 그렇게 할 뿐, 당최 일어날 줄을 모른다. 몸이 천근만근이다. 그게 웃겨 내가
피식 웃고 그녀도 나를 따라 실없이 웃는다.

그리고는 전라의 내 몸을 그녀의 손길이 내 젖꼭지를 따라서 조금씩 내려가더니 배를 지나 배꼽을
지나 이윽고 무성한 그곳의 털을 만지작 거린다.

"배 안 고파?"
"고파"

그러나 여전히 그녀는 나의 '털'만을 만지작 거릴 뿐이고, 나는 짐짓 모르는 척 가만히 눈을 감는다.
그러자 그녀는 또 장난을 치고 싶어졌는지 내 바램대로 나의 그것을 살며시 쥔다.

"누구세요?"

눈을 감은 채로 뜬금없는 한 소리를 하니 그녀도 웃더니 대답한다.

"윤정이에요"
"아 윤정이니, 어 무슨 일이야?"
"오빠 나 뭐 좀 빌려줘요"
"뭘 빌려줄까"
"좀 말하기 그런데"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에 내 안의 또 다른 나는 슬그머니 어른이 되어버렸고, 침을 꼴깍 삼킨
난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빌려줄께"

그 말을 들은 그녀는 잠시 몸을 일으키는 듯 하더니 곧 내 위로 몸을 겹쳐온다.





"근데 밥 먹어야지"

난 한참 전부터 했던 말을 또 했고, 윤정은 이번에도

"먹어야지"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 또 우리는 한참을 쿡쿡대며 실없이 웃는다. 문득 지금이 몇 시인지 궁금해
졌지만 그것은 묻지 않기로 했다. 몇 시인 것을 아는 순간, 이 한없이 몽환적인 쾌락의 시공간이
깨어져 버릴 것 같았다.

"오빠"
"응?'
"나 왜 이러지?"
"왜"
"나 오늘 미친 거 같아"

내 '털'을 또 만지작 거리던 그녀가 다시 그 손길을 조금 더 밑으로 뻗어온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 밥 먹어야 되는데… 나도 미친 거 같다"

이번에는 내가 몸을 일으켜 그녀 위로 포개었다.


우리 둘은 오늘 정말 미친 것 같다. 그리고 또 미칠 생각이다. 이 모두 다, 비 때문이다. 주말에 내린
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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