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사이보그화에 대해서 과거 많은 소설가들과 철학자들은
"많은 장벽이 있을 것"
이라고 내다보았다. 기술적 어려움은 둘째치고 '기계'에 대한 두려움과 자연 상태의 육체가 따라갈 수
없는 기계적 초월에 대한 열등 의식 때문에.
하지만 언제나 현실이 픽션을 초월하는 것처럼 인류의 '사이보그화'에 대한 심적 장벽은 생각보다는
그리 높지 않았다. 그 심적 장벽의 해체는 항상 '민감한 문제'에 대한 각국 정부의 정책들처럼이나
뻔하게도 '반박을 시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반드시 필요한 극단적인 예'를 통해 시작되었다.
인공 심장, 인공 콩팥 등의 반드시 필요한 신체장기의 기계적 대체가 그 첫 걸음이었다. 이후 인공 폐,
인공 피부, 인공 췌장, 인공 위, 인공 간 등 많은 신체 장기 단위의 기계적 대체가 있었고, 더이상 사람
몸에 기계적 장치에 들어가는 그 자체에 대한 근거없는 두려움이 거의 사라질 때 쯤 나노 물질에 의한
의학적 접근이 시작되었다. 분자생물학과 결합된 바이오 나노 테크놀러지는 뇌 모세혈관이나 부비동
근저의 안구 조직 등 외과수술적 접근이 쉽지 않은 부위나 극미세 조직에 대한 치료적 접근은 물론,
모공 단위의 미용 기술에까지 이용되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찬탄을 받은 부분은 신경조직의 기계적 대체였다. 도구로서의 의수와 의족은
이제 진정한 '팔다리'가 될 수 있었고, 팔다리를 잃은 사람도 이제는 아내가 자신의 의족을 씻겨줄 때
의족을 통해 전해지는 아내 손의 따스한 체온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외장 자지
written by stylebox
"이게 요즘 말을 안 들어서요…"
크게 낙담한 환자의 얼굴을 인상을 조금 찌푸리며 바라보던 닥터 김박스는 물었다.
"언제부터 그러셨죠?"
"그게 아마…한 1년 쯤 됬을 겁니다"
"1년 전부터 아예 발기가 안 되셨나요?"
"네"
김박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런 문제는 진작에 빨리 오실수록 좋습니다. 모든 병이 다 그렇지만요.
특히 성기능 문제는 환자 본인도 본인이지만 배우자의 결혼만족도에 있어서도 중요하니까요" 하고
말했다. 그리고 처방전에 간단히 뉴비아그라 처방전을 적어서 환자에게 내밀었다.
"우선 약물치료부터 시작해봅시다"
"저 선생님"
하지만 환자는 잔뜩 할 말이 있다는 투로 김박스의 말을 끊었다.
"네에"
일단 대답을 해놓고 환자의 말을 기다린 김박스. 그리고 환자의 다음 말은 역시나 예상한 그대로였다.
"저기, 뭐 어차피 약이야 뭐 먹어도 소용도 없구, 또 매번 부부관계 할 때마다 약 먹고 하는 것도 참
거시기한 일이구, 그, 좋은 수술이 있다고 들었는데…"
"보형물 수술이요?"
김박스는 애써 모르는 척 엉뚱한 소리를 해봤지만 역시나 환자는 어차피 알 거 다 알고 온 사람이다.
"아니요, 그보다 더 좋은 수술이 있다고 들었는데…"
"음경 신경재건 나노 수술이요?"
일부러 또 한번 모르는 척 해봤지만 환자는 이번에는 아리송한 얼굴로 "그건가?" 하더니 다시 낮은
목소리로 "거 왜 그거 있잖습니까… 사람들 많이하는… 거 기계를 아예 이식하는거…" 하고 물었다.
김박스는 그제서야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아, 인공성기 이식수술 말씀이시군요" 하고 말했다.
"네 그거요, 당당이 수술"
환자는 환한 얼굴로 대답했다.
인공성기 수술…속칭 '당당이 수술'. 보형물을 통한 초기형 인공성기 시술과 구분하기 위해 의학적으로
'나노 신경소자 인공음경 이식수술'이라 부르는 이 수술은 원래 사고로 성기가 절단되거나 아예 태생적
으로 성기 기형인 환자들을 위해 개발된 수술이다.
성기에 봉합이나 재건이 힘든 수준의 중상을 입었거나, 아예 성기가 없이 태어난 기형아, 의학적으로
봤을 때 기형으로 진단이 가능한 수준의 왜소증 환자들을 위한 이 수술은 기존의 성기를 제거하고 그
부위에 나노신경을 이은 인공 성기를 이식하는 수술이다.
소변의 배설이나 음낭의 정자 이동, 심지어 섹스까지 모두 가능한 인공성기 수술은 처음에는 진짜
환자들을 중심으로 시술되었지만 곧 소문이 퍼지면서 정상적인 성기능을 가진 사람도 '보다 더 강한'
남성이 되기위해 멀쩡한 성기를 제거하고 이 인공 성기를 이식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뭐,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닌 것이, 인공 성기의 경우 브랜드에 따라서 그야말로 괴물이 될 수도 있고
초인으로 탈바꿈 할 수도 있으니 남자들 입장에서는 혹할 만도 했다. 침대에 돌아누워 구박받고 사는
힘 없는 남편도 이 수술 한 방이면 포르노 영상 속 마초맨이 될 수 있으니 그들에게 이 수술은 삶을
뒤바꿀 획기적인 수술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남미에서는 아예 불법으로 마약 카르텔 등의 부자들을 중심으로 성기를 두세개, 심지어 네 개까지도
장착하는 미친 놈들도 있다지만 그건 뭐 해외토픽이나 엽기 포르노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고 어쨌든
한국에서는 정상적인 수술 위주로 이뤄지고 있었다. 물론 그 수요에 비해 비용 이 너무 높다보니 불법
수술도 종종 이뤄지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그렇게까지 '중요한 수술'에는 돈을 아끼려 하지 않았다.
"음, 하지만 이 수술은 많은 위험이 따르는 수술입니다. 많은 부작용도 있을 수 있고, 무엇보다 고가
이기도 하고…"
하지만 환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서는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바지춤을 열고 자신의
축 늘어진 성기를 꺼내보이더니 한풀이 하듯 갑자기 말했다.
"제가요… 원래 이렇게 되기 전에도 영 힘을 못 쓰는 놈이었어요. 그러다가 정말로 좋은 여자 만나서
이제 좀 알콩달콩 살려했더니 이 놈이 이렇게 되어버린 겁니다. 후, 약물치료요? 관계를 가질 때마다
미리 한 두 시간전에 꼭 시간 맞춰서 약 먹는게 얼마나 귀찮고 자괴감 드는 일인 줄 아세요? 게다가
저는 혈압까지 있어서 자주 먹을 수도 없어요. 지금이야 우리 마누라가 참아주겠죠. 근데 언제까지?
제가 여자라도 입장바꿔 생각하면 좆같겠죠. 안 그렇습니까. 결혼 2년 만에 남편이 고자가 되어버렸
는데. 선생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정말로 절실한 환자들을 위한 수술이 단순한 쾌락의 도구로 전락하는 것 같아 이 수술이 남용되는
것을 정말로 싫어하는 닥터 김박스였지만, 이쯤되면 결코 남용이라 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정말로 아내 분을 사랑하시는군요. 검사부터 받아보죠"
김박스의 말에 주춤주춤 다시 바지를 추스리던 남자는 다시 말을 이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 그런데 요즘에 나온 것 중에 외장형이 있다고 들었는데…"
"메스"
검사결과 남자는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는, 이제 확실히 슬슬 약물치료도 한계가 보이는 수준의
발기부전 환자였고 각종 검사에서도 이식수술에 큰 문제가 없는 것이 확인되어 이식 수술을 하게
되었다. 수술방에서 김박스는 침착하게 인공성기 이식 수술을 집도했다.
"선생님. 그 소문 들으셨어요? 성대현 회장 말입니다. MKY 그룹의. 그 회장이 얼마 전에 거 왜
일본에서 이거 듀얼 코어로 받고 왔다는 소문 있었잖습니까. 그거 사실이래요. 어저께 태준이가
시부랄스 병원에서 열린 국제 학회 갔다가 그 수술 집도의를 만났는데…"
"야 한동욱이"
김박스은 메스를 내려놓으며 옆에서 수술을 돕던 한동욱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차가운 눈으로
말했다.
"너 이제 펠로우 과정이라고 아예 정신줄 놓은거야? 어? 누가 수술방에서 잡담하랬나. 어?"
"죄송합니다 선생님"
분위기가 싸해지자 다시 김박스는 메스를 잡고 말했다.
"아무리 밖에서 웃고 떠들고 분위기 좋아도, 여기서 한끗 실수하면 사람이 죽는거야. 너 씨발 내가
이런 말까지 가르쳐줘야 하는 짬밥 아니잖아. 정신 안 차릴래?"
"죄송합니다 선생님 제가 잠깐 정신줄을 놨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김박스는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
"최악의 경우라도 다른 수술은 그냥 사람 하나가 죽는 거지만, 우리 수술은 실패하면 몇 억 개나 되는
생명이 죽는거야"
…나름 개그라고 친 개그지만, 너무 황당한 타이밍에 별 재미도 없는 개드립이었기에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다. 그러나 그냥 무안하게 넘어가기에, 의대의 권력 관계는 너무나도 치사스러운 데가 있었다.
"으하하하하하, 아이고! 역시 개그 감각이! 으하하하"
"어우, 선생님 너무 웃기세요"
모두의 억지 웃음 속에 김박스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을 느꼈지만 그럼에도 권력을 손에 쥔 사람
특유의 뻔뻔함은 그 웃음들을 억지로 합리화 시켰다.
'그럼, 당연히 웃어줘야지'
그리고는 마음 속 양심이 갖는 찝찝함을 털어버리려 하는 듯 이식할 인공 성기에 대해 설명했다.
"이 성기의 모델은 GO-CHU 069 모델인데, 일제 모델이다. 전진을 의미하는 GO와 키스의 의성어
CHU를 붙여서 낸 이름인데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참 웃긴 이름이 됐지. 다들 웃지마"
하지만 역시 아무도 웃지 않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권에서는 구미의 인공성기 개발사들과 달리 전통적으로 진짜 성기와
비슷한 형태와 디자인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데, 특이하게도 이 고추 씩스티나인 개발사는 이런
식의 기계적이고 메탈릭한 디자인을 하는 경향이 있다. 언뜻 보면 무슨 성기가 아니라 운동기구처럼
생겼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특이한 기능이 있는데‥"
'특이한 기능'이라는 말에 다들 눈이 쫑끗하며 김박스가 들어보인 인공 성기를 바라보았다. 김박스는
슥 성기를 돌리더니 그것을 둘로 분리했다.
"어?"
"얼?"
"어머"
김박스는 모두가 놀라는 모습을 보며 픽 웃더니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 모델은 기존 컴퓨터나 전자 기기에서 쓰이던 블루투스 기능을 적용해서, 성기가 분리가 가능하다.
이렇게 뿌리 부분에서 분리를 하면, 스스로 자기 성기에 뽀뽀를 할 수도 있지. 그래서 아마 이름이 여
기서 이렇게 분리해서 입으로 출발 GO하면 입에서 뽀뽀, CHU가 된 거 같아"
"대단하다"
"블루투스가 아니라 브랄투스네요 부랄투스"
"야 완전 외장 자지네"
분위기 좀 풀어줬다고 펠로우 과정의 한동욱과 인턴의 조중은이 또 한번 개드립을 쳤지만 이번엔
다들 별로 웃기지도 않은데 픽 웃어주었다. 김박스 역시 피식 웃고는 "자, 다시 수술에 집중" 하고
모두에게 지시했다.
수술을 마치고 잠시 자기 방으로 돌아온 김박스. 수술이 끝난 이후의 피곤함이 몰려왔다. 그리고 또
출출했다. 생각해보니 점심 이후로 아무 것도 안 먹었다. 서랍을 열어보니 컵라면이 하나 있다.
'이거라도 먹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관두기로 했다. 그리고 문득 최초에 상담할 때 당장 눈물이라도 흘릴 것처럼
절박하게 자지를 까고 수술을 원하던 환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참 얼마나 심적으로 쫒기는 기분이었으면 그랬을까'
하지만 새삼 생각하니 어쨌거나 그 사람은 결혼해서 마누라까지 둔 사람이고, 자기는…
"됐어"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애를 낳고, 티격태격 사는 삶의 피곤함에 환멸을 느끼는 나 아닌가. 그저
여우의 신포도 타령인지도 모르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을 달래기 위해 김박스는 "잠금" 하고 소리쳤고, 방의 인텔리전트 시스템은 자동
으로 문을 잠그었다. 그리고 김박스는 홀로 된 방 안에서 바지를 벗었다. 그의 가랑이 사이에는,
인공성기, 그것도 미국 몬스터社의 제품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의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특대물이
달려있었다. 하지만 포경 수술의 흔적은 그 한국의 후진적 구습의 잔재와 함께 그의 물건이 '진짜'
라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GO-CHU라고? 난 GO 안 해도 CHU 할 수 있는데'
김박스는 아르마딜로처럼 허리를 구부리며 숙였다.
"많은 장벽이 있을 것"
이라고 내다보았다. 기술적 어려움은 둘째치고 '기계'에 대한 두려움과 자연 상태의 육체가 따라갈 수
없는 기계적 초월에 대한 열등 의식 때문에.
하지만 언제나 현실이 픽션을 초월하는 것처럼 인류의 '사이보그화'에 대한 심적 장벽은 생각보다는
그리 높지 않았다. 그 심적 장벽의 해체는 항상 '민감한 문제'에 대한 각국 정부의 정책들처럼이나
뻔하게도 '반박을 시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반드시 필요한 극단적인 예'를 통해 시작되었다.
인공 심장, 인공 콩팥 등의 반드시 필요한 신체장기의 기계적 대체가 그 첫 걸음이었다. 이후 인공 폐,
인공 피부, 인공 췌장, 인공 위, 인공 간 등 많은 신체 장기 단위의 기계적 대체가 있었고, 더이상 사람
몸에 기계적 장치에 들어가는 그 자체에 대한 근거없는 두려움이 거의 사라질 때 쯤 나노 물질에 의한
의학적 접근이 시작되었다. 분자생물학과 결합된 바이오 나노 테크놀러지는 뇌 모세혈관이나 부비동
근저의 안구 조직 등 외과수술적 접근이 쉽지 않은 부위나 극미세 조직에 대한 치료적 접근은 물론,
모공 단위의 미용 기술에까지 이용되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찬탄을 받은 부분은 신경조직의 기계적 대체였다. 도구로서의 의수와 의족은
이제 진정한 '팔다리'가 될 수 있었고, 팔다리를 잃은 사람도 이제는 아내가 자신의 의족을 씻겨줄 때
의족을 통해 전해지는 아내 손의 따스한 체온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외장 자지
written by stylebox
"이게 요즘 말을 안 들어서요…"
크게 낙담한 환자의 얼굴을 인상을 조금 찌푸리며 바라보던 닥터 김박스는 물었다.
"언제부터 그러셨죠?"
"그게 아마…한 1년 쯤 됬을 겁니다"
"1년 전부터 아예 발기가 안 되셨나요?"
"네"
김박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런 문제는 진작에 빨리 오실수록 좋습니다. 모든 병이 다 그렇지만요.
특히 성기능 문제는 환자 본인도 본인이지만 배우자의 결혼만족도에 있어서도 중요하니까요" 하고
말했다. 그리고 처방전에 간단히 뉴비아그라 처방전을 적어서 환자에게 내밀었다.
"우선 약물치료부터 시작해봅시다"
"저 선생님"
하지만 환자는 잔뜩 할 말이 있다는 투로 김박스의 말을 끊었다.
"네에"
일단 대답을 해놓고 환자의 말을 기다린 김박스. 그리고 환자의 다음 말은 역시나 예상한 그대로였다.
"저기, 뭐 어차피 약이야 뭐 먹어도 소용도 없구, 또 매번 부부관계 할 때마다 약 먹고 하는 것도 참
거시기한 일이구, 그, 좋은 수술이 있다고 들었는데…"
"보형물 수술이요?"
김박스는 애써 모르는 척 엉뚱한 소리를 해봤지만 역시나 환자는 어차피 알 거 다 알고 온 사람이다.
"아니요, 그보다 더 좋은 수술이 있다고 들었는데…"
"음경 신경재건 나노 수술이요?"
일부러 또 한번 모르는 척 해봤지만 환자는 이번에는 아리송한 얼굴로 "그건가?" 하더니 다시 낮은
목소리로 "거 왜 그거 있잖습니까… 사람들 많이하는… 거 기계를 아예 이식하는거…" 하고 물었다.
김박스는 그제서야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아, 인공성기 이식수술 말씀이시군요" 하고 말했다.
"네 그거요, 당당이 수술"
환자는 환한 얼굴로 대답했다.
인공성기 수술…속칭 '당당이 수술'. 보형물을 통한 초기형 인공성기 시술과 구분하기 위해 의학적으로
'나노 신경소자 인공음경 이식수술'이라 부르는 이 수술은 원래 사고로 성기가 절단되거나 아예 태생적
으로 성기 기형인 환자들을 위해 개발된 수술이다.
성기에 봉합이나 재건이 힘든 수준의 중상을 입었거나, 아예 성기가 없이 태어난 기형아, 의학적으로
봤을 때 기형으로 진단이 가능한 수준의 왜소증 환자들을 위한 이 수술은 기존의 성기를 제거하고 그
부위에 나노신경을 이은 인공 성기를 이식하는 수술이다.
소변의 배설이나 음낭의 정자 이동, 심지어 섹스까지 모두 가능한 인공성기 수술은 처음에는 진짜
환자들을 중심으로 시술되었지만 곧 소문이 퍼지면서 정상적인 성기능을 가진 사람도 '보다 더 강한'
남성이 되기위해 멀쩡한 성기를 제거하고 이 인공 성기를 이식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뭐,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닌 것이, 인공 성기의 경우 브랜드에 따라서 그야말로 괴물이 될 수도 있고
초인으로 탈바꿈 할 수도 있으니 남자들 입장에서는 혹할 만도 했다. 침대에 돌아누워 구박받고 사는
힘 없는 남편도 이 수술 한 방이면 포르노 영상 속 마초맨이 될 수 있으니 그들에게 이 수술은 삶을
뒤바꿀 획기적인 수술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남미에서는 아예 불법으로 마약 카르텔 등의 부자들을 중심으로 성기를 두세개, 심지어 네 개까지도
장착하는 미친 놈들도 있다지만 그건 뭐 해외토픽이나 엽기 포르노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고 어쨌든
한국에서는 정상적인 수술 위주로 이뤄지고 있었다. 물론 그 수요에 비해 비용 이 너무 높다보니 불법
수술도 종종 이뤄지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그렇게까지 '중요한 수술'에는 돈을 아끼려 하지 않았다.
"음, 하지만 이 수술은 많은 위험이 따르는 수술입니다. 많은 부작용도 있을 수 있고, 무엇보다 고가
이기도 하고…"
하지만 환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서는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바지춤을 열고 자신의
축 늘어진 성기를 꺼내보이더니 한풀이 하듯 갑자기 말했다.
"제가요… 원래 이렇게 되기 전에도 영 힘을 못 쓰는 놈이었어요. 그러다가 정말로 좋은 여자 만나서
이제 좀 알콩달콩 살려했더니 이 놈이 이렇게 되어버린 겁니다. 후, 약물치료요? 관계를 가질 때마다
미리 한 두 시간전에 꼭 시간 맞춰서 약 먹는게 얼마나 귀찮고 자괴감 드는 일인 줄 아세요? 게다가
저는 혈압까지 있어서 자주 먹을 수도 없어요. 지금이야 우리 마누라가 참아주겠죠. 근데 언제까지?
제가 여자라도 입장바꿔 생각하면 좆같겠죠. 안 그렇습니까. 결혼 2년 만에 남편이 고자가 되어버렸
는데. 선생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정말로 절실한 환자들을 위한 수술이 단순한 쾌락의 도구로 전락하는 것 같아 이 수술이 남용되는
것을 정말로 싫어하는 닥터 김박스였지만, 이쯤되면 결코 남용이라 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정말로 아내 분을 사랑하시는군요. 검사부터 받아보죠"
김박스의 말에 주춤주춤 다시 바지를 추스리던 남자는 다시 말을 이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 그런데 요즘에 나온 것 중에 외장형이 있다고 들었는데…"
"메스"
검사결과 남자는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는, 이제 확실히 슬슬 약물치료도 한계가 보이는 수준의
발기부전 환자였고 각종 검사에서도 이식수술에 큰 문제가 없는 것이 확인되어 이식 수술을 하게
되었다. 수술방에서 김박스는 침착하게 인공성기 이식 수술을 집도했다.
"선생님. 그 소문 들으셨어요? 성대현 회장 말입니다. MKY 그룹의. 그 회장이 얼마 전에 거 왜
일본에서 이거 듀얼 코어로 받고 왔다는 소문 있었잖습니까. 그거 사실이래요. 어저께 태준이가
시부랄스 병원에서 열린 국제 학회 갔다가 그 수술 집도의를 만났는데…"
"야 한동욱이"
김박스은 메스를 내려놓으며 옆에서 수술을 돕던 한동욱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차가운 눈으로
말했다.
"너 이제 펠로우 과정이라고 아예 정신줄 놓은거야? 어? 누가 수술방에서 잡담하랬나. 어?"
"죄송합니다 선생님"
분위기가 싸해지자 다시 김박스는 메스를 잡고 말했다.
"아무리 밖에서 웃고 떠들고 분위기 좋아도, 여기서 한끗 실수하면 사람이 죽는거야. 너 씨발 내가
이런 말까지 가르쳐줘야 하는 짬밥 아니잖아. 정신 안 차릴래?"
"죄송합니다 선생님 제가 잠깐 정신줄을 놨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김박스는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
"최악의 경우라도 다른 수술은 그냥 사람 하나가 죽는 거지만, 우리 수술은 실패하면 몇 억 개나 되는
생명이 죽는거야"
…나름 개그라고 친 개그지만, 너무 황당한 타이밍에 별 재미도 없는 개드립이었기에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다. 그러나 그냥 무안하게 넘어가기에, 의대의 권력 관계는 너무나도 치사스러운 데가 있었다.
"으하하하하하, 아이고! 역시 개그 감각이! 으하하하"
"어우, 선생님 너무 웃기세요"
모두의 억지 웃음 속에 김박스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을 느꼈지만 그럼에도 권력을 손에 쥔 사람
특유의 뻔뻔함은 그 웃음들을 억지로 합리화 시켰다.
'그럼, 당연히 웃어줘야지'
그리고는 마음 속 양심이 갖는 찝찝함을 털어버리려 하는 듯 이식할 인공 성기에 대해 설명했다.
"이 성기의 모델은 GO-CHU 069 모델인데, 일제 모델이다. 전진을 의미하는 GO와 키스의 의성어
CHU를 붙여서 낸 이름인데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참 웃긴 이름이 됐지. 다들 웃지마"
하지만 역시 아무도 웃지 않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권에서는 구미의 인공성기 개발사들과 달리 전통적으로 진짜 성기와
비슷한 형태와 디자인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데, 특이하게도 이 고추 씩스티나인 개발사는 이런
식의 기계적이고 메탈릭한 디자인을 하는 경향이 있다. 언뜻 보면 무슨 성기가 아니라 운동기구처럼
생겼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특이한 기능이 있는데‥"
'특이한 기능'이라는 말에 다들 눈이 쫑끗하며 김박스가 들어보인 인공 성기를 바라보았다. 김박스는
슥 성기를 돌리더니 그것을 둘로 분리했다.
"어?"
"얼?"
"어머"
김박스는 모두가 놀라는 모습을 보며 픽 웃더니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 모델은 기존 컴퓨터나 전자 기기에서 쓰이던 블루투스 기능을 적용해서, 성기가 분리가 가능하다.
이렇게 뿌리 부분에서 분리를 하면, 스스로 자기 성기에 뽀뽀를 할 수도 있지. 그래서 아마 이름이 여
기서 이렇게 분리해서 입으로 출발 GO하면 입에서 뽀뽀, CHU가 된 거 같아"
"대단하다"
"블루투스가 아니라 브랄투스네요 부랄투스"
"야 완전 외장 자지네"
분위기 좀 풀어줬다고 펠로우 과정의 한동욱과 인턴의 조중은이 또 한번 개드립을 쳤지만 이번엔
다들 별로 웃기지도 않은데 픽 웃어주었다. 김박스 역시 피식 웃고는 "자, 다시 수술에 집중" 하고
모두에게 지시했다.
수술을 마치고 잠시 자기 방으로 돌아온 김박스. 수술이 끝난 이후의 피곤함이 몰려왔다. 그리고 또
출출했다. 생각해보니 점심 이후로 아무 것도 안 먹었다. 서랍을 열어보니 컵라면이 하나 있다.
'이거라도 먹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관두기로 했다. 그리고 문득 최초에 상담할 때 당장 눈물이라도 흘릴 것처럼
절박하게 자지를 까고 수술을 원하던 환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참 얼마나 심적으로 쫒기는 기분이었으면 그랬을까'
하지만 새삼 생각하니 어쨌거나 그 사람은 결혼해서 마누라까지 둔 사람이고, 자기는…
"됐어"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애를 낳고, 티격태격 사는 삶의 피곤함에 환멸을 느끼는 나 아닌가. 그저
여우의 신포도 타령인지도 모르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을 달래기 위해 김박스는 "잠금" 하고 소리쳤고, 방의 인텔리전트 시스템은 자동
으로 문을 잠그었다. 그리고 김박스는 홀로 된 방 안에서 바지를 벗었다. 그의 가랑이 사이에는,
인공성기, 그것도 미국 몬스터社의 제품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의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특대물이
달려있었다. 하지만 포경 수술의 흔적은 그 한국의 후진적 구습의 잔재와 함께 그의 물건이 '진짜'
라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GO-CHU라고? 난 GO 안 해도 CHU 할 수 있는데'
김박스는 아르마딜로처럼 허리를 구부리며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