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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생각보다 짧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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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영화나 러브 코미디 영화를 봐서는 안되는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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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얼마간 그다지 분위기가 좋지 않은 커플. 뭔가 깝깝하게 돌아간다 싶을 무렵, 영화관에 간만에
애잔한 멜로 혹은 러브코미디 영화가 걸립니다. 남자들은 생각합니다.

'옳거니! 요즘 그렇잖아도 분위기 별로 안 좋은데 이거 같이 보면서 다시 애틋한 감정을 일으켜
보자!'

그리고는 왠지 요 며칠 이유없이 의욕없고 쌀쌀맞은 그녀에게 영화 제의를 합니다. 그녀는 순순히
그것을 받아들이고 둘은 극장으로 향합니다.

영화를 봅니다.

허허, 아름다운 초반이 흘러갑니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그녀가 웃고 있습니다. 아 간만이네요.
나까지 기분이 좋습니다.

영화가 중반을 향해 치닫고 서서히 갈등이 고개를 쳐듭니다. 아 옘병. 남자 주인공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몰입이 됩니다. 특히나 둘이 싸우고 오해라도 생긴 상황이다 치면 더 대박입니다. 이건 꼭
내 이야기 같고 우리 커플의 지금, 혹은 과거의 문제 같습니다.

'허허'

왜 그리도 리얼한지. 감정이입은 물론이요 그럼 도대체 너네들은 어떻게 저 위기를 극복했나 관심이
갑니다.



어…

음…


아니 갈등 장면까지는 그렇게나 리얼하고 확 와닿았는데, 그 해소 장면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아주
드라마틱한 복선이나 우리 커플에겐 있을 거 같지도 않은 우연, 아니면 '내가 저렇게 했다간 갈등이
해소되기는 커녕 더 최악의 사태로 발전하겠지' 싶은 말도 안되는 픽션적인 해결 방법 뿐.

씁쓸해집니다. 그녀 역시 잠깐 몰입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왠지 영화 괜히 본 거 같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그녀는 아까부터 단답형 대답 뿐입니다. 그리고
그날 밤 우리는 이별을 준비하는 전화 통화를 나누게 될 겁니다.




여러분, 명심하십시오. 픽션 속에는 결코 답이 없습니다.
'오해와 시름을 멋지게 극복하고 다시 격정적 사랑을 회복하는' 일은, 여간해선 일어나지 않습니다.

있을 때 잘하고, 좋을 때 더 잘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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