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상무의 강남 야구장(74)] 서바이벌 에서 이어지는
"허, 이야, 너 진짜 맛있다"
최상목의 칭찬(?)에 경미는 여전히 그의 위에서 왕복운동을 계속하며 기분좋은 듯 미소를 띄어보이며
말했다.
"그럼 오빠, 내가, 이 일로, 먹고, 사는데, 아니면… 안 되지"
"아냐아냐, 이게…음, 잘한다고 맛있는게…아니란 말이야. 잘하는거랑, 맛있는건, 다른데,
넌… 둘 다… 괜찮네"
"증말? 아…오빠 잠깐만 잠깐만, 말 시키지 말아봐 오빠 아…"
이미 둘 다 한창 하이라이트로 올라가는 중이라 묘하게 대화가 이어졌지만, 한창 정신이 아랫도리로
팔려간 상황에서 나누는 대화야말로 참으로 맛있는 대화인지라, 말보다 몸으로 격렬하게 대화하다 곧
지릿지릿한 단말마를 토해냄과 함께 그 즐거운 육체의 대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 볼일 다 보셨음 내려오시지 말임다? ]
주 대리 이거… 이거 토낀가? 뭘 벌써 나오라고 그래. 뭐 그래도 자기도 일단 싸기야 쌋고 먼저 빨리
내려와 할 이야기 하자고 한건 자기인만큼, 최 대리는 꼭 시간 풀타임으로 채우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괜히 얼마라도 더 있으려고 밍기적 대는 손님들만 보다가 쿨하게 갈 준비하는 최상목을 보며 경미는
가슴을 풀어 헤친 채 말했다.
"오빠 되게 센스있네?"
"뭐가?"
"쿨하게 바로 안 밍기적대고 일어서는거"
"나 바쁜 사람이야"
"히, 바쁜 사람이 이런데 오냐?"
최 대리는 경미의 가슴을 한번 더 만지작 거리고는 말했다.
"바쁜 사람이니까 여길 오지, 안 바쁜 사람은 연애하겠지"
"아 뭘 그렇게 빨리 내려오라고 성화야? 응?"
홀로 내려와있는 주 대리를 보며 최 대리는 웃으며 말했다. 주 대리는 담배를 하나 건내며 말했다.
"아 저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왜? 뭐 하자마자 해버렸어? 토끼야?"
'토끼'라는 말에 은근히 발끈한 듯 했지만 표정을 잘 관리한 주 대리는 고개를 저었다.
"아, 아까 술을 너무 마셔서 그러나 아님 밑에 있을 때 아라 고 기집애가 인사 전투에서 너무 제대로
해서 그랬나 아 갑자기 이게 안 되지 뭐에요"
"뭐? 증말? 햐… 아니 갑자기 왜 그래?"
최상목은 갑자기 담배 맛이 확 땡긴다는 듯 한 모금 깊게 빨고는 물었다. 주 대리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 아까 양주만 들입다 마셔서 그런가"
"여튼 그래서? 걍 바로 나왔어?"
"아니요, 간신히 세우기는 세웠는데 그냥 아…"
"왜?"
"아 그냥요 그래서 입으로 해서 세웠는데 또 너무 이거 왜이래? 하면서 초조해하다 급하게 급발진
하느라 확 그냥…"
"으하, 진짜? 아이고, 우리 주 대리 이거 클났네. 잘 놀고 잘 하는 주 대리 이거 명성에 흠가겠어?"
최 대리의 놀림에 주 대리는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내저였다. 그리고는 다시 표정을 진지하게
하고는 아까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최상목에게 보여주었다.
"잘 나왔죠"
"어 잘 나왔네"
오늘 최상목이 오 부장과 주 대리를 데리고 야구장을 찾은 이유는 '확증'이었다. 최 대리는 하루라도
빨리 지옥같은 영업부를 떠나고 싶은데, 문제는 갈 곳이 없었다. 지랄맞은 한 부장에게 하도 깨지는
모습을 여기저기 보이다보니, 솔직히 억울하게 깨진 것이지만 어쨌거나 주변 유관 업무팀으로는
낯이 팔려서 가기가 지랄맞았다. 그렇다고 전혀 모르는 다른 팀으로 가자니 누가 불러주겠는가?
'씨발'
비벼볼 언덕은 그래도 자기 데리고 있었던, 그리고 그 당시 제법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어 자기에게
좋은 기억을 갖고 있을 오 부장 하나 뿐인데, 2년 전처럼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영업부에서
총무부로 점프하는게 어디 쉬운 일도 아니고 모양새도 딱히 좋지가 않을 것이 분명하던 차에…
바로 그 총무팀 오 부장이 이번 임원 승진 대상자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임원급이 되면
슬슬 자기 사람 주변에 채워넣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니, 만약 오부장이 임원이 되고 또
자기를 불러주는 그림이 된다면 최상목의 입지도 단번에 올라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총무팀
으로의 컴백 점프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모양새가 된다. 그래서 최상목은 오 부장의 심복이
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다만 그거야 최상목의 일방적인 기대일 뿐이니 먼저 다시 오 부장와의 친분을 되살리고, 또 '우린
한 배를 탄 사람'이라는 어떤 확고부동한 증표를 찾고자 그는 오 부장과 주 대리를 데리고 여기
야구장에를 왔다.
그리고…
한창 술이 올랐을 무렵, "이렇게 즐거운 날 우리는 이제 형 아우 하는거 어떻습니까 부장님?"
하면서 오 부장 기분을 맞추고는 그렇게 주 대리와 함께 셋이 폭탄주를 마셔가며 '인증샷'
까지 찍은 것이다. 주 대리의 폰카로 찍은 셋, 아니 옆에 오 부장이 소라를 끼고 찍어서 넷이
찍은 사진은 누가봐도 적나라한 풀싸롱의 모습이었다.
"아흐 취한다…"
오 부장의 그렌저XG는 대리운전 기사가 운전하고, 조수석에는 주 대리가 앉았다. 뒷 좌석의
오 부장과 최상목은 알딸딸한 기분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 정말이지 오늘 진짜 잘 놀았어. 고마워 최 대리? 응?"
"아휴 아닙니다. 제가 진즉에 이렇게 모셨어야 되는데, 오히려 제가 죄송합니다"
"아냐아냐, 그래도 큰 돈 쓰는건데, 고맙지 나야"
오 부장은 그렇게 툭툭 최상목의 허벅지를 두드렸다. 그리고는 창 밖을 바라보며,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묘한 말을 했다.
"오늘 같이 찍은 사진들은, 뽑아서 인화라도 해서 집 액자에라도 걸어놔. 응?"
순간 주 대리와 최 대리는 무어라 해야할지 답이 궁해졌지만 곧 오 부장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어휴, 어휴. 그 맘 다 이해해. 둘 다 얼마나 내가 야속했겠어. 특히 주 대리"
"아닙니다, 어휴 아닙니다"
최 대리와 주 대리는 왠지 뻔히 속이 들여다보이는 짓을 했다가 걸린 중고딩 마냥 민망했지만
오 부장은 그런 그들을 달래었다.
"아냐 솔직히 나도 그런 생각 많이 했어. 지난 번에 한번 미끄러지고 나서 생각을 했는데, 참
내가 여기까지 오면서 그래도 나름 아둥바둥 오기는 왔다면 언제부턴가 군기가 빠져서 대충
살다보니… 다 그게 마누라고 애새끼고 미국 가 있으니까, 아 남자가 그렇게 되잖아? 여튼,
그렇게 몇 년 보내니까 내가 참 주변 관리도 못했더라고"
주머니 속의 손수건을 꺼내어 입가를 닦은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생각해보니 진짜로 내가 회사에서 속내를 털어놓을 사람이 아예 없는거야 아예. 원래 뭐
이 자리쯤 오면 외롭다 외롭다 하긴 하는데 외로운걸 떠나서 뭔가 인맥 관리까지 제대로 못한
그런 거 같더라구. 아 그리고 주 대리만 해도, 지난 번에 나 얼마나 도와줬어? 근데 요 며칠새
생각해보니 내가 해준게 없더라구. 미안해 주 대리"
"아닙니다 부장님"
그리고는 다시 최상목을 향해 말했다.
"주 대리가 내 오른팔이 되어줬다면, 우리 최상목 대리는 이제 내 참모, 머리가 되어줬으면 해.
응? 그래가지고, 이제…뭐, 내 경쟁자도 영업팀의 한 부장이지만, 아 최상목 대리는 한 부장
사람이 아니잖아?"
오 부장의 말에 최 대리는 그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아휴 암요. 제가 원래 누구랑 절대 척을 지는 사람이 아닙니다. 근데 그런 제가 아예 앙심을
다 품은 사람이 딱 둘 있는데 그건 제주도 출신 제 군대고참 권순기고, 다른 하나는 우리 영업
2 부장 한만홉니다. 아 까놓고 말해서 군대고참이야 그렇고 그런거지만 아 오죽하면 회사 상사
한테 이런 앙심을 다 품겠습니까? 아효, 한만호 개새끼 진짜 아오 한만호 개새끼!"
최상목의 말에 오 부장은 물론이요 주 대리까지 껄껄 웃었다. 오 부장은 그런 최상목을 술냄새
풀풀 풍기는 몸으로 끌어안으며 말했다.
"이제 우리는 한 배 탄 사람들이야? 어? 알았지? 오늘부턴, 아까 그 사진 찍을 때도 말했잔하.
우린 이제 하나, 어? 형 동생이야 형 동생"
"어유 저희 그럼 오늘 도원결의한 겁니까? 강남야구장 풀싸롱에서 도원결의? 응? 캬, 좋구만!"
…그렇게, 술 냄새과 썰렁한 아부와 서로간의 계산이 맞물려 돌아가는 세 남자의 결의는 그렇게
새삼 다져졌다.
'이제부터 진짜 임원 승진 전쟁이다'
오 부장 역시 방금 전의 취한 얼굴은 어디갔는지 곧바로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편 보러가기) - [박지성 상무의 강남 야구장]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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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이야, 너 진짜 맛있다"
최상목의 칭찬(?)에 경미는 여전히 그의 위에서 왕복운동을 계속하며 기분좋은 듯 미소를 띄어보이며
말했다.
"그럼 오빠, 내가, 이 일로, 먹고, 사는데, 아니면… 안 되지"
"아냐아냐, 이게…음, 잘한다고 맛있는게…아니란 말이야. 잘하는거랑, 맛있는건, 다른데,
넌… 둘 다… 괜찮네"
"증말? 아…오빠 잠깐만 잠깐만, 말 시키지 말아봐 오빠 아…"
이미 둘 다 한창 하이라이트로 올라가는 중이라 묘하게 대화가 이어졌지만, 한창 정신이 아랫도리로
팔려간 상황에서 나누는 대화야말로 참으로 맛있는 대화인지라, 말보다 몸으로 격렬하게 대화하다 곧
지릿지릿한 단말마를 토해냄과 함께 그 즐거운 육체의 대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 볼일 다 보셨음 내려오시지 말임다? ]
주 대리 이거… 이거 토낀가? 뭘 벌써 나오라고 그래. 뭐 그래도 자기도 일단 싸기야 쌋고 먼저 빨리
내려와 할 이야기 하자고 한건 자기인만큼, 최 대리는 꼭 시간 풀타임으로 채우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괜히 얼마라도 더 있으려고 밍기적 대는 손님들만 보다가 쿨하게 갈 준비하는 최상목을 보며 경미는
가슴을 풀어 헤친 채 말했다.
"오빠 되게 센스있네?"
"뭐가?"
"쿨하게 바로 안 밍기적대고 일어서는거"
"나 바쁜 사람이야"
"히, 바쁜 사람이 이런데 오냐?"
최 대리는 경미의 가슴을 한번 더 만지작 거리고는 말했다.
"바쁜 사람이니까 여길 오지, 안 바쁜 사람은 연애하겠지"
"아 뭘 그렇게 빨리 내려오라고 성화야? 응?"
홀로 내려와있는 주 대리를 보며 최 대리는 웃으며 말했다. 주 대리는 담배를 하나 건내며 말했다.
"아 저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왜? 뭐 하자마자 해버렸어? 토끼야?"
'토끼'라는 말에 은근히 발끈한 듯 했지만 표정을 잘 관리한 주 대리는 고개를 저었다.
"아, 아까 술을 너무 마셔서 그러나 아님 밑에 있을 때 아라 고 기집애가 인사 전투에서 너무 제대로
해서 그랬나 아 갑자기 이게 안 되지 뭐에요"
"뭐? 증말? 햐… 아니 갑자기 왜 그래?"
최상목은 갑자기 담배 맛이 확 땡긴다는 듯 한 모금 깊게 빨고는 물었다. 주 대리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 아까 양주만 들입다 마셔서 그런가"
"여튼 그래서? 걍 바로 나왔어?"
"아니요, 간신히 세우기는 세웠는데 그냥 아…"
"왜?"
"아 그냥요 그래서 입으로 해서 세웠는데 또 너무 이거 왜이래? 하면서 초조해하다 급하게 급발진
하느라 확 그냥…"
"으하, 진짜? 아이고, 우리 주 대리 이거 클났네. 잘 놀고 잘 하는 주 대리 이거 명성에 흠가겠어?"
최 대리의 놀림에 주 대리는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내저였다. 그리고는 다시 표정을 진지하게
하고는 아까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최상목에게 보여주었다.
"잘 나왔죠"
"어 잘 나왔네"
오늘 최상목이 오 부장과 주 대리를 데리고 야구장을 찾은 이유는 '확증'이었다. 최 대리는 하루라도
빨리 지옥같은 영업부를 떠나고 싶은데, 문제는 갈 곳이 없었다. 지랄맞은 한 부장에게 하도 깨지는
모습을 여기저기 보이다보니, 솔직히 억울하게 깨진 것이지만 어쨌거나 주변 유관 업무팀으로는
낯이 팔려서 가기가 지랄맞았다. 그렇다고 전혀 모르는 다른 팀으로 가자니 누가 불러주겠는가?
'씨발'
비벼볼 언덕은 그래도 자기 데리고 있었던, 그리고 그 당시 제법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어 자기에게
좋은 기억을 갖고 있을 오 부장 하나 뿐인데, 2년 전처럼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영업부에서
총무부로 점프하는게 어디 쉬운 일도 아니고 모양새도 딱히 좋지가 않을 것이 분명하던 차에…
바로 그 총무팀 오 부장이 이번 임원 승진 대상자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임원급이 되면
슬슬 자기 사람 주변에 채워넣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니, 만약 오부장이 임원이 되고 또
자기를 불러주는 그림이 된다면 최상목의 입지도 단번에 올라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총무팀
으로의 컴백 점프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모양새가 된다. 그래서 최상목은 오 부장의 심복이
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다만 그거야 최상목의 일방적인 기대일 뿐이니 먼저 다시 오 부장와의 친분을 되살리고, 또 '우린
한 배를 탄 사람'이라는 어떤 확고부동한 증표를 찾고자 그는 오 부장과 주 대리를 데리고 여기
야구장에를 왔다.
그리고…
한창 술이 올랐을 무렵, "이렇게 즐거운 날 우리는 이제 형 아우 하는거 어떻습니까 부장님?"
하면서 오 부장 기분을 맞추고는 그렇게 주 대리와 함께 셋이 폭탄주를 마셔가며 '인증샷'
까지 찍은 것이다. 주 대리의 폰카로 찍은 셋, 아니 옆에 오 부장이 소라를 끼고 찍어서 넷이
찍은 사진은 누가봐도 적나라한 풀싸롱의 모습이었다.
"아흐 취한다…"
오 부장의 그렌저XG는 대리운전 기사가 운전하고, 조수석에는 주 대리가 앉았다. 뒷 좌석의
오 부장과 최상목은 알딸딸한 기분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 정말이지 오늘 진짜 잘 놀았어. 고마워 최 대리? 응?"
"아휴 아닙니다. 제가 진즉에 이렇게 모셨어야 되는데, 오히려 제가 죄송합니다"
"아냐아냐, 그래도 큰 돈 쓰는건데, 고맙지 나야"
오 부장은 그렇게 툭툭 최상목의 허벅지를 두드렸다. 그리고는 창 밖을 바라보며,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묘한 말을 했다.
"오늘 같이 찍은 사진들은, 뽑아서 인화라도 해서 집 액자에라도 걸어놔. 응?"
순간 주 대리와 최 대리는 무어라 해야할지 답이 궁해졌지만 곧 오 부장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어휴, 어휴. 그 맘 다 이해해. 둘 다 얼마나 내가 야속했겠어. 특히 주 대리"
"아닙니다, 어휴 아닙니다"
최 대리와 주 대리는 왠지 뻔히 속이 들여다보이는 짓을 했다가 걸린 중고딩 마냥 민망했지만
오 부장은 그런 그들을 달래었다.
"아냐 솔직히 나도 그런 생각 많이 했어. 지난 번에 한번 미끄러지고 나서 생각을 했는데, 참
내가 여기까지 오면서 그래도 나름 아둥바둥 오기는 왔다면 언제부턴가 군기가 빠져서 대충
살다보니… 다 그게 마누라고 애새끼고 미국 가 있으니까, 아 남자가 그렇게 되잖아? 여튼,
그렇게 몇 년 보내니까 내가 참 주변 관리도 못했더라고"
주머니 속의 손수건을 꺼내어 입가를 닦은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생각해보니 진짜로 내가 회사에서 속내를 털어놓을 사람이 아예 없는거야 아예. 원래 뭐
이 자리쯤 오면 외롭다 외롭다 하긴 하는데 외로운걸 떠나서 뭔가 인맥 관리까지 제대로 못한
그런 거 같더라구. 아 그리고 주 대리만 해도, 지난 번에 나 얼마나 도와줬어? 근데 요 며칠새
생각해보니 내가 해준게 없더라구. 미안해 주 대리"
"아닙니다 부장님"
그리고는 다시 최상목을 향해 말했다.
"주 대리가 내 오른팔이 되어줬다면, 우리 최상목 대리는 이제 내 참모, 머리가 되어줬으면 해.
응? 그래가지고, 이제…뭐, 내 경쟁자도 영업팀의 한 부장이지만, 아 최상목 대리는 한 부장
사람이 아니잖아?"
오 부장의 말에 최 대리는 그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아휴 암요. 제가 원래 누구랑 절대 척을 지는 사람이 아닙니다. 근데 그런 제가 아예 앙심을
다 품은 사람이 딱 둘 있는데 그건 제주도 출신 제 군대고참 권순기고, 다른 하나는 우리 영업
2 부장 한만홉니다. 아 까놓고 말해서 군대고참이야 그렇고 그런거지만 아 오죽하면 회사 상사
한테 이런 앙심을 다 품겠습니까? 아효, 한만호 개새끼 진짜 아오 한만호 개새끼!"
최상목의 말에 오 부장은 물론이요 주 대리까지 껄껄 웃었다. 오 부장은 그런 최상목을 술냄새
풀풀 풍기는 몸으로 끌어안으며 말했다.
"이제 우리는 한 배 탄 사람들이야? 어? 알았지? 오늘부턴, 아까 그 사진 찍을 때도 말했잔하.
우린 이제 하나, 어? 형 동생이야 형 동생"
"어유 저희 그럼 오늘 도원결의한 겁니까? 강남야구장 풀싸롱에서 도원결의? 응? 캬, 좋구만!"
…그렇게, 술 냄새과 썰렁한 아부와 서로간의 계산이 맞물려 돌아가는 세 남자의 결의는 그렇게
새삼 다져졌다.
'이제부터 진짜 임원 승진 전쟁이다'
오 부장 역시 방금 전의 취한 얼굴은 어디갔는지 곧바로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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