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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생각보다 짧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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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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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온다고 했다. 금요 조기퇴근제의 덕으로 일찍 퇴근한 나는 서둘러 마트로 향했다. 아침에 방
청소도 안 해놨는데, 장 보고 방청소도 하려면 시간이 아슬아슬하다.

'빨리빨리'

장바구니에 과일을 담았다. 딸기, 청포도, 파인애플을 서둘러 담았다. 아몬드랑 샐러드용 양상추,
레몬도 샀다. 페리에도 샀다. 저녁에 같이 침대에서 미드 보면서 먹을 맥주와 오뎅탕 자료도 샀다.
아니 야식으로는 군만두가 더 좋으려나? 만두도 샀다. 아이스크림도 좋아하니까…나뚜루도 샀다.
냉이도.

'어'

오겹살이 세일이다. 수육이나 해줄까. 오겹살도 만원어치 샀다. 흑맥주도 사고, 페리에 한 병 더
사고, 두부김치 재료도 샀다. 이건 반찬해먹지 뭐. 겨울에는 고구마, 아 밥 반찬이 없구나. 김과
스팸, 김치도 샀다. 장 보는 김에 라면이랑 짜파게티도 샀다. 짐이 엄청 무거웠다.

'한 5만원 나오려나? 아니 더 나오려나?'

계산을 하고보니 6만원 조금 더 나왔다. 흐.




집으로 왔다. 아침에 급하게 출근하느라 엉망진창이다. 서둘러 청소를 했다. 빨래거리는 죄다
세탁기에 넣었다. 허둥지둥 책상 위를 정리했다. 장 봐온 것들을 냉장고에 넣었다. 빨래를 걷고
환기를 했다. 코트들은 옷걸이에 걸어 장농 속에 넣었다. 바닥에 청소기를 돌렸다. 물걸레를
빨아 바닥을 슥슥 대걸레로 밀었다. 어찌나 열심히 청소했는지 등에 땀이 조금 날 정도였다.

'후우'

옷을 갈아입었다. 아니, 갈아입기 전에 가볍게 샤워까지 했다. 어느새 7시가 조금 넘었다. 유정
이에게 전화가 왔다.

"어, 오빠 어디야?"
"집이지"
"어 나 지금 금방 내려. 어 그럼 끊어"
"어"


마지막으로 방을 슥 둘러보았다. 깨끗했다. 나는 침대에 누워 느긋하게 TV를 켰다. 그리고
잠시 후 복도를 통해 또각또각 힐 소리가 들렸다. 유정이다.

삣삑삣삣- 띠리리릿

집 비번을 열고 그녀가 "오빠 나왔어" 하면서 화사하게 인사를 했다.

"오늘 무슨 날이야? 왜 이렇게 차려입었어?"
"으 추워. 아니, 그냥 금요일이라서 기분 좀 냈어"
"그래, 가방 줘"

가방을 받고, 그녀가 신발을 벗고 들어와 바닥에 꽁꽁 언 발을 녹였다.

"춥지?"
"어 엄청 추워. 근데 택시 타고 와서 괜찮아"
"배고프지? 밥 챙겨줄께"
"어 나 엄청 배고파. 그럼 나 씻을께"
"어"

쏴하는 물줄기 소리를 들으며 그녀가 갈아입을 편한 옷과 수건을 준비해주고, 쌀을 씻었다.
밥을 준비했다.



TV를 보며 밥을 먹노라니 그녀는 회사 이야기를 재잘재잘 쏟아놓았다.

"요즘에 우리 팀 진짜 분위기 살벌해"
"왜?"
"김 과장 있잖아 내가 말했던 그 여자"
"어"
"아마 짤릴 거 같애"
"왜?"
"저번에…"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컵에 빈 물을 채워주었다. 된장찌개에 김 하나 김치 하나 놓고 먹는데도
나도 배고파서였는지 우리 둘 다 아주 맛있게 밥을 비웠다.

"설거지는 내가 할까 오빠?"
"됐어, 가서 티비나 봐"
"아냐 내가 할께"
"흐 왠일?"
"왠일은 무슨. 밥 먹었으면 밥값 해야지"
"그래, 설거지 너가 해"

그녀가 설거지를 하고 나는 침대 위에서 반쯤 누워 티비를 본다. 별로 재미나는 것은 나오지
않고 나는 설거지 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예뻤다.




"사실 나 요즘에 좀 우울해"

불 끄고 티비소리도 아주 작게 한 채, 서로 상의를 벗고 내 가슴팍에 기대어 고민을 속삭이는
그녀에게 나는 물었다.

"왜"
"그냥"
"그냥 우울해?"
"어"

흐, 밑도 끝도 없이 우울하다고 하는데야, 그냥 나는 말없이 그녀의 머리만 쓰다듬어 주었다.

"나는 요즘 좋은데"
"부럽다"
"근데 배 안 고파?"
"밥 먹었잖어"
"딸기라도 씻어줄까"
"음, 아니. 내일 먹자. 아, 오빠 출출해? 출출하면 먹어"
"아냐"

우리는 다시 티비 볼륨을 올리고 집중했다. 한참을 그렇게 보던 도중, 갑자기 그녀는 푹하고 웃으
면서 나의 그것을 손으로 잡았다. 나도 픽 웃으면서 말했다.

"갑자기 왜"

하지만 그녀는 대답 대신 내 입에 입술을 맞추었다. 나는 리모콘으로 손을 뻗어 그렇게 티비를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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