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아 뭔 아들한테 전화하면서 여자 안부부터 물어. 뭐. 근데 왜 전화하셨어요?"
"아니 뭐, 그냥. 잘 지내나 해서"
"나야 잘 지내죠. 집에 별 일만 없으면. 별 일 없죠?"
"어? 어어. 뭐 맨날 똑같지"
"요새 어디 그래, 일자리는… 없죠?"
"없지. 아 있어도 나같이 나이 먹은 사람을 쓰나. 하이고"
"엄마는?"
"교회 다녀와서 지금은 자. 그래, 별 일 없지? 밥은 잘 챙겨먹고?"
"아 그럼, 집보다 더 잘 먹어요"
"그래, 몸이 재산이다. 혼자 사는 사람은"
"그나저나 그럼 요새 뭘로 먹고 살아요?"
"그, 퇴직연금이랑… 거 뭐 걱정마라. 아 더 없을 때도 먹고 살았는데 뭐"
"용돈 좀 보내드려요?"
"니 쓸 돈도 없을텐데, 됐어. 니 돈이나 부지런히 모아. 그래야 장가가지. 지영이는 뭐래냐, 잘 지내냐?"
"아 지영이가 언제 지영이에요. 헤어진지가 언젠데"
"뭐어?"
"참, 아 뭘 놀래고 그래요. 사귀다보면 다 그러는거지"
"에휴"
"아 뭘 또 한숨이야. 됐어 널린게 여잔데. 속상하면 내가 속상하지 영감이 속상해?"
"거 잘하지. 애 착한 애던데"
"착하긴 뭘. 다 기집애들 시집갈 때 되면 이리재고 저리재고 하다 채인거지 뭘"
"채인거야?"
"아 됐어요. 채인 것도 아니고 찬 것도 아니고. 그 기집애 이야기도 하기 싫으니까. 그나저나 식사는
하셨고?"
"어 먹었지. 그나저나 집에 차 안 가져가? 이거 하도 안 타서 방전되겠다"
"어 그냥 영감이나 타고 다녀요. 요새 뭐 차 쓸 일도 없어. 있던 차도 팔았는데 뭘. 영감 노인네들
그거나 타고 심심할 때 바람이나 쏘여"
"아 뭐 우리가 차 쓸 일이 얼마나 있어. 쓰면 그래도 니가 더 쓰지"
"그러던가. 아 근데 혹시 또 요새 뭐 엉뚱한거 알아보고 다니는거 아니죠? 요새 거 정년퇴직한
영감쟁이들 창업이다 뭐다 부추겨서 돈 뜯어먹으려는 놈들 천지니까 그냥 남은 재산 홀라당
다 말아먹고 일가족 겨울바닥에 나뒹굴기 싫으면 가만히 돈 꽉 쥐고만 있어요"
"하이구 참 됐다 임마. 이건 뭐 협박하는 것도 아니고"
"아 증말로 그런 놈들이 많다니까. 뭐 전화로 투자니 뭐니, 아니면 뭐 어디 법원이다 검사다
이 지랄로 그짓말 하면서 사람 홀리는 전화 많이 오니까 또 혹하지 말고. 엄마는 걱정이 하나도
안되는데 외려 아부지가 걱정이야. 사람이 귀가 얇아서"
"됐어 임마"
"되긴 뭘 돼. 그러다가 다 털리는거지. 에효. 날 풀리면 낚시나 가요"
"낚시? 그럴까"
"엄마랑 같이 해서 날 풀리면 봄에 가서 매운탕이나 해먹어요. 아니면 우리 저기, 강원랜드나 한번
같이 갈까요. 엄마 몰래 둘이서만?"
"됐다, 흐흐"
"하여간, 다음 주느은 음, 다음 주는 좀 바쁘고, 다다음 주에 한번 집에 갈테니까, 여튼 잘 계시고.
엄마한테 안부 좀 전해주시고"
"알았다"
"그려요 그럼 쉬세요"
"그래, 여튼 잘 지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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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지영이랑은 잘 지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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