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태는 신도림행 1호선에 올랐다. 평일 밤의 상행선이라 사람은 별로 없었다. 구석 자리에 앉은 그는 노곤한
몸을 뉘이며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에 빠져듬을 느꼈다.
"나 무서운거 못 타는데?"
"아 쫌! 같이 타자"
"아 나 진짜 막 비명지르고 난리날텐데"
"괜찮아, 타타"
반쯤은 억지로 태워 오른 바이킹. 뒷자리에 앉자는거 그러면 절대 안 탈거라고 기겁을 하는 그녀의 고집에
웃으며 중간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바이킹 운행 내내 고개도 들지 못하는 그녀. 내 손을 꽉 쥔 그녀의 진땀
어린 손. 정말 무서운가보구나. 그것이 귀엽고, 또 나를 의지하는 듯 하여 한없이 그녀가 사랑스러웠다. 앞
으로 그녀를 영원히 지켜주고자 다짐했다. 그 한없이 부질없는 다짐을 말이다.
"생각보다 맛 없는데?"
소문난 맑은 닭계장집에 데려왔더니, 분명히 내가 예전에 먹었던 맛하고도 다르다. 그리 맛도 없고. 솔직
하게 맛 없다는 그녀의 말에 어색하게 "그러네, 주인 바뀌었나 봐" 하며 미안해하노라니 먼저 "그래도 닭
고기 선택은 좋았어. 먹고 싶었는데" 하면서 감싸주는 그녀의 센스에 난 피식 웃었다.
"후우"
둘의 침묵을 깬 것은 나의 한숨소리다. 펜션을 출발해 서울까지 오는 내내 말 한 마디 없는 그녀. 나는
나대로 짜증이 있는대로 났지만 한참 후 훌쩍이는 그녀의 울음소리에 나까지 그만 울어버리고 말았다.
그렇다고 당시 초보운전이었던 내가 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가관이었을 것이다. 살짝 등까지
굽은 채로 아줌마 운전하던 새끼가 눈물까지 쳐흘리고 있노라니. 그리고 그녀는 결국 그 모습에 울다
웃고 말았지.
"진짜 처음 맞어?"
"아 내가 타고 났나부지!"
그녀는 끝까지 잡아뗐지만 일단 폼부터가… 딱딱 다마를 치는대로 홀로 쏙쏙 들어가는 그녀의 포켓볼
실력에 나는 혀를 내두를 수 밖에. 물론 그렇다고 남자가 여자한테 당구로 질 수는 없는 법. 게다가 또
어디서 배웠는지 "당구장에서 시켜먹는 짜장면이 그렇게 맛있다며?" 하는 그녀의 말에 나는 그만 너털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고.
"아…난 몰라"
시간을 조금 더 되돌려서, 둘의 첫 관계가 차 안이었다는 사실은 회고해보면 좀 미안하다면 미안하기도
한데, 굳이 변명을 해보자면 뽀뽀만 할 생각이었던 내 목을 끌어안고 혀를 휘감은건 또 누구란 말인가.
"어…어?! 야야야야야야! 빨리 일어나봐!!!"
그러고보면 첫 해외여행도 가관이었지. 눈을 뜨니 7시 반. 10시 비행기인데! 다행히 짐을 싸놓았기를
망정이니.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옷부터 챙겨입고 총알같이 튀어나가서 택시 잡고 공항까지 미친듯이
고고싱, 공항에 도착해서도 탑승수속 밟는데 똥줄은 바짝바짝 타고 급기야는 앞 사람들 다 제끼고
"실례합니다 쏘리쏘리 익스큐즈미 스미마셍 뿌하오이쓰 뿌하오이쓰" 외치며 티켓 펼치면서 앞으로
가서 또 아 좆같은 공항 넓기는 또 왜 그리도 넓어 뛰고 또 뛰고 간신히 탑승. 비행기 안에 들어선 이후
에야 둘이 그저 안도의 한숨 내쉬면서 서로의 얼굴을 보노라니 하하, 그렇게도 좋을 수가 없었지.
"아 디게 촌스럽네"
"그럼?"
"이렇게 잡아봐"
"이렇게?"
"그래"
대학 새내기 시절 교양수업에서 배웠음이 틀림없는 서양 식사매너를 일일히 따지고 드는 그녀의
지적질에 "야, 여기 코리아야 코리아!" 하고 짜증을 내니 그녀의 대답이 명답이었지.
"이건 프랑스 음식이거든?"
그리고 몇 장의 기억 속 필름을 더 끄집어내려 했지만 이미 전철은 "이번에 내리실 역은 신도림" 임을
안내하고 있었고 진태는 그렇게 눈을 떴다. 눈을 뜨며 눈가에 고인 눈물이 주륵 흘러내렸지만 서둘러
억지 하품과 함께 눈물을 슥 닦아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의 어깨는 그날따라 왜 그리도 무겁던지.
몸을 뉘이며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에 빠져듬을 느꼈다.
"나 무서운거 못 타는데?"
"아 쫌! 같이 타자"
"아 나 진짜 막 비명지르고 난리날텐데"
"괜찮아, 타타"
반쯤은 억지로 태워 오른 바이킹. 뒷자리에 앉자는거 그러면 절대 안 탈거라고 기겁을 하는 그녀의 고집에
웃으며 중간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바이킹 운행 내내 고개도 들지 못하는 그녀. 내 손을 꽉 쥔 그녀의 진땀
어린 손. 정말 무서운가보구나. 그것이 귀엽고, 또 나를 의지하는 듯 하여 한없이 그녀가 사랑스러웠다. 앞
으로 그녀를 영원히 지켜주고자 다짐했다. 그 한없이 부질없는 다짐을 말이다.
"생각보다 맛 없는데?"
소문난 맑은 닭계장집에 데려왔더니, 분명히 내가 예전에 먹었던 맛하고도 다르다. 그리 맛도 없고. 솔직
하게 맛 없다는 그녀의 말에 어색하게 "그러네, 주인 바뀌었나 봐" 하며 미안해하노라니 먼저 "그래도 닭
고기 선택은 좋았어. 먹고 싶었는데" 하면서 감싸주는 그녀의 센스에 난 피식 웃었다.
"후우"
둘의 침묵을 깬 것은 나의 한숨소리다. 펜션을 출발해 서울까지 오는 내내 말 한 마디 없는 그녀. 나는
나대로 짜증이 있는대로 났지만 한참 후 훌쩍이는 그녀의 울음소리에 나까지 그만 울어버리고 말았다.
그렇다고 당시 초보운전이었던 내가 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가관이었을 것이다. 살짝 등까지
굽은 채로 아줌마 운전하던 새끼가 눈물까지 쳐흘리고 있노라니. 그리고 그녀는 결국 그 모습에 울다
웃고 말았지.
"진짜 처음 맞어?"
"아 내가 타고 났나부지!"
그녀는 끝까지 잡아뗐지만 일단 폼부터가… 딱딱 다마를 치는대로 홀로 쏙쏙 들어가는 그녀의 포켓볼
실력에 나는 혀를 내두를 수 밖에. 물론 그렇다고 남자가 여자한테 당구로 질 수는 없는 법. 게다가 또
어디서 배웠는지 "당구장에서 시켜먹는 짜장면이 그렇게 맛있다며?" 하는 그녀의 말에 나는 그만 너털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고.
"아…난 몰라"
시간을 조금 더 되돌려서, 둘의 첫 관계가 차 안이었다는 사실은 회고해보면 좀 미안하다면 미안하기도
한데, 굳이 변명을 해보자면 뽀뽀만 할 생각이었던 내 목을 끌어안고 혀를 휘감은건 또 누구란 말인가.
"어…어?! 야야야야야야! 빨리 일어나봐!!!"
그러고보면 첫 해외여행도 가관이었지. 눈을 뜨니 7시 반. 10시 비행기인데! 다행히 짐을 싸놓았기를
망정이니.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옷부터 챙겨입고 총알같이 튀어나가서 택시 잡고 공항까지 미친듯이
고고싱, 공항에 도착해서도 탑승수속 밟는데 똥줄은 바짝바짝 타고 급기야는 앞 사람들 다 제끼고
"실례합니다 쏘리쏘리 익스큐즈미 스미마셍 뿌하오이쓰 뿌하오이쓰" 외치며 티켓 펼치면서 앞으로
가서 또 아 좆같은 공항 넓기는 또 왜 그리도 넓어 뛰고 또 뛰고 간신히 탑승. 비행기 안에 들어선 이후
에야 둘이 그저 안도의 한숨 내쉬면서 서로의 얼굴을 보노라니 하하, 그렇게도 좋을 수가 없었지.
"아 디게 촌스럽네"
"그럼?"
"이렇게 잡아봐"
"이렇게?"
"그래"
대학 새내기 시절 교양수업에서 배웠음이 틀림없는 서양 식사매너를 일일히 따지고 드는 그녀의
지적질에 "야, 여기 코리아야 코리아!" 하고 짜증을 내니 그녀의 대답이 명답이었지.
"이건 프랑스 음식이거든?"
그리고 몇 장의 기억 속 필름을 더 끄집어내려 했지만 이미 전철은 "이번에 내리실 역은 신도림" 임을
안내하고 있었고 진태는 그렇게 눈을 떴다. 눈을 뜨며 눈가에 고인 눈물이 주륵 흘러내렸지만 서둘러
억지 하품과 함께 눈물을 슥 닦아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의 어깨는 그날따라 왜 그리도 무겁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