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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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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은 학교를 다녀오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영어학원에 가기까지 약 1시간 반의 시간이 있지만 그리 긴 여유는 아니다. 엄마가 아침에 끓여놓은 쇠고기국에 얼른 밥을 말아 컴퓨터 앞으로 가져온다.

"후룹"

한 숟갈 떠먹으며 그는 바탕화면의 체인지 버스터  아이콘을 클릭한다. 로그인 화면에 아이디, 비밀번호를 입력한 후 하단의 본인인증 선택에서 [ 휴대폰 인증 ] 버튼을 누른다. 휴대폰 문자로 전송된 암호코드를 입력하자 잠시 후 [ 14세 이상 회원이 인증되었습니다 ] 문구가 뜨고 바로 접속이 된다. 조르고 졸라 구입한 아이폰11 휴대폰을 3일만에 잃어버린 뒤로 엄마 아빠가 휴대폰을 거의 1년 가까이 사주지 않아 매번 공인인증서에 아이핀, 그린 세이버 코드, 엄마 휴대폰 인증까지 4중의 안전장치를 뛰어 넘었어야 하는 통에 너무 짜증이 났었다.

[ 킹더퀸 님이 로그인 하셨습니다 ]

서버를 고르고 접속하자, 학교에서 집이 가까운 승민이 바로 말을 건다.

[ 승민짱짱맨 님의 말 : 재현아ㅋㅋㅋㅋㅋ ]
[ 킹더퀸 님의 말 : ㅇㅇ ]
[ 승민짱짱맨 님의 말 : 진구 완전 망함ㅋㅋㅋㅋ ]
[ 킹더퀸 님의 말 : 왜? ]
[ 승민짱짱맨 님의 말 : 개네 엄마가 진구 아이디 차단시키고 삭재시킴 ]

재현은 자기도 모르게 "조1땐1네"까지 타이핑하다가 서둘러 지웠다. 지난 달부터 새로 도입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시행령 : 온라인 게임에서의 청소년 언어 폭력 방지대책 강화'에 의해 온라인 게임 채팅창에서 폭언이나 욕설, 음란성 단어를 사용할 경우 처벌을 받게되기 때문이다.

이미 게임제작사에서 채팅창 필터링을 강화해두기는 했지만 지나친 필터링 때문에 정상적인 대화까지 차단되는 경우가 많아서(이를테면 [ 그딴거 보지마 ] 라는 말을 해도 중간의 '보지' 때문에 [ 그딴거 **마 ] 같은 식으로 표현되는) 게이머들은 습관적으로 단어 사이에 숫자를 끼워넣어([그딴거 보1지1마] 식의) 필터링을 우회하곤 했는데…

오히려 이제는 그런 식으로 필터링을 우회해서 채팅창에서 폭언이나 음란성 대화가 일단 노출되면 무조건적으로 계정차단은 기본이고, 방통위를 거쳐 고발조치 또는 게임중독 교육센터에 일주일간 다녀야 되기 때문이다. 일단 미성년자들이라서 고발조치는 안 되겠지만, 게임중독 교육센터에 가게되는 것도 짜증나고, 그로 인해 엄마한테 혼날 일을 생각하면 눈 앞이 캄캄해질 일인 것이다. 이미 재현의 학교 친구 중에도 몇 명이나 실제로 그 실효성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게임중독 교육센터에 다니고 있다.

여튼 그보다... 진구가 당한 계정차단및 삭제 역시 같은 게이머 입장에서 분통이 터질 노릇이었다. 작년 말 헌법소원에 의해 위헌으로 결론난 청소년 셧다운제로 겨우 숨통이 좀 트이나 했더니, 이번에는 여성가족부에서 또 다른 법을 들고 나와서 '부모의 요청에 의한 계정차단'이라는 폭거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 미성년자의 경우 부모의 뜻에 따라 언제든 아예 게임 계정자체가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는 무서운 법이 시행되기 시작한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너무 짜증이 난 나머지 또 대화창에 "ㅅㅂ 대한민국 왜 이러냐"까지 쓰다가 가까스로 다시 지웠다. 너무 분통이 터졌다. 생각해보면 분통 터질 일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다문화 가정 출신의 친구 영운의 말에 따르면 이 체인지 버스터도 외국에서 접속할 때는 그냥 아이디랑 비번만 입력하면 바로 접속이 가능하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그럼 외국에서 하는 애들은 한달에 한번씩 부모동의 인증 어떤 방식으로 해?"
"그딴 법 자체가 한국에만 있는거래"
"와 미쳤네 우리나라. 근데 너 그럼 명절에 엄마 나라 가면, 배틀 파이터 같은 게임도 다 할 수 있겠네?"
"당연하지"

게임심의 위원회의 심사기준 강화에 의해 '청소년에게 정신적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게임, 이를테면 게임상에서 피나 폭력, 선정적 묘사가 나오는 1인칭 FPS 게임 등'은 비록 성인용 타이틀을 단다 하더라도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가 불가능했다. 그래도 다들 알음알음 외국 유료 고속 VPN 등으로 외국 서버에서 게임을 하기는 하지만 어린 미성년자들에게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승환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 방금 전 전화로 인사팀에서 해고통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입사한 회사인데… 하는 생각에 짜증이 울컥 솟았지만 이 지랄같은 미친 나라에 태어난게 죄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렇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뭐 다운로드 받았어요?"

마침 담배를 피우러 온 앞자리의 남자가 슥 다가오더니 물었다. 승환은 고개를 저었다.

"전 다운로드 받은 것도 아니에요. 해외에서 야동 직구한게 걸려서…"
"와 어쩌다가?"
"재수 지지라도 없는거죠"
"저는 업소 갔다가 걸렸어요"

2015년 4월부터 방통위에 의해 시행된 웹하드 등 음란물 유통방지 및 이동통신서비스에서의 청소년 보호 강화 시행령 덕분에, 대한민국에서 본격 음란물에 해당하는 성인 컨텐츠는 온라인에서 사실상 전면차단 당했다. 웹하드나 파일공유 사이트에서 사업자까지 처벌하는 전면적인 법안이었기에 철저히 성인 컨텐츠들이 사라진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난립하던 웹하드 업체 수십개가 망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궁하면 통한다고 네티즌들은 바로 우회접속 툴이나 VPN, 토렌트 등을 이용하여 다운로드 받기 시작했지만 경찰의 집중단속에 의해 대부분의 국내 토렌트 사이트 운영자들이 구속되었고 해외 사이트들은 워닝 페이지로 차단당했다. 우회접속 툴들도 대부분 나와봤자 단속 등에 의해 한두달이면 막혔고, 토렌트로 야동을 받는 이들 역시 무시 못할 수의 사람들이 [ 음란물 유포죄 ] 로 실제로 강력한 처벌을 받기 시작하자 꺼려하기 시작했다. 야동 한편 잘못 받았다가 성범죄자가 되어버리는 일이 생겨버리는 것이었다.

일시적으로 해외 음란물 스트리밍 사이트가 그 대체제가 되긴 했지만 한국에서의 접속이 폭주하여 사이트가 뻗는 일이 종종 생겨나자 해외 스트리밍 사이트들 대부분이 한국쪽 IP에서의 접속을 막거나, 신용카드 등록을 유도하여 한국쪽 이용자를 걸러내는 통에 그도 금방 시들해졌다.

마지막으로 다시 청계천, 국전, 용산 등지에 야동 블루레이 상인들이 재등장했지만, 그들 역시 처벌 및 단속에 의해 금방 사라졌다. 물론 그럼에도 야동에 대한 남자들의 갈망은 끊을 수 없는 것이었기에 "제발 제발 아무 일 없기를!" 바라며 몰래 해외사이트에서 야동을 받는 용자들이 늘어났지만…

얼마 전부터인가. 경찰이 인터넷 사업자들에게 '월 500기가 이상 다운로드를 받는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트래픽 로그를 받아 성인물 다운로드 여부를 검사한 후 그것이 드러나면 처벌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제는 다들 일주일에 야동 몇 편 받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뭐 하기사 작년부터 인터넷 종량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하드 다운로더 자체가 거의 사라지긴 했지만. 한국은 이미 전 세계에서 인터넷 이용요금이 제일 비싼 나라 중에 하나가 된 상태였다.

IT 산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되자 정부에서 그나마 대책이라고 '인제법(인터넷 서비스 제공에 관한 관리법)'을 내놨지만 결과적으로 오히려 이용자들의 이용요금만 더 올라가는 터무니 없는 대책이었다. 사람들은 아예 '인재법(人災法)'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한국의 인터넷 요금은 해외에서 곧잘 조롱거리가 되었다. 'E-메일을 쓸 바에야 우표와 편지지를 사고 대필작가를 불러 손편지를 써서 보내는게 더 싼 나라'라는 식의 과장이 살짝 들어간 유머가 돌 정도로 말이다.  


어쨌거나 승환은 덕분에 어쩔 수 없이 요즘 유행에 맞추어 해외에서 블루레이 야동을 비싼 돈 내고 구입했지만 하필이면 세관에서 적발되는 바람에, 결국 작년 초 제정된 성인물 유통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되었다.

2022년의 대한민국은 적어도 '음란성 성인 컨텐츠'에 관해서는 어느 이슬람 국가에 못지 않은 나라였다. 이를테면 새로이 떠오르는 사진을 중심으로 한 SNS '핫샷'은 어지간한 이슬람 국가에서도 이용이 가능했지만 한국에서는 이용이 불가능했다. '음란성 사진이 유통가능하며, 청소년 보호를 위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 방통위가 한국 서비스를 불허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한미 FTA 위반 및 ISD 조항에 의거한 외교마찰까지 빚어졌지만 마지막에는 핫샷 측에서 그냥 한국 서비스를 포기하면서 사태는 일단락 되었다.

"단속은 온라인에서만 강하게 하는 줄 알았는데요?"

야동을 다운로드 받지 못하게 되자 당연히 성의 수요는 오프라인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전례없는 풍속업소의 호황이 시작되었다. 아무리 단속을 한다고 해도 인간 본연의 성욕을 끊을 수야 없는 노릇이고, 정책 책임자들 역시도 야동을 다운 받을 일이 없을 따름이지 아가씨까지 품을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당연히 오프라인에 대한 단속은 아무래도 온라인에 비해 느슨하기 마련이었다.

야동 다운로드 받다가 전과자 되고 회사에 통보되어 개망신 당하며 잘리고 성범죄자로 사회에서 매장될 바에야 그냥 업소가서 떡치고 말겠다는게 당연한 사람들의 생각이었기에 풍속업소는 대호황을 누렸지만 수요가 폭발한만큼 가격 역시 폭발했다. 소위 말하는 '청량리, 미아리' 스타일의 사창가는 1회 이용에 26만원이 평균이었고, '오피' 스타일의 업소는 1회에 무려 45만원, 늙은 아줌마들이 상대하는 '여관바리'들 조차도 1회에 15만원 정도가 평균이 되었다. 한국은 인터넷도 마찬가지였지만 사창가 화대 역시 세계 최고로 비싼 나라가 되었다.

그와 발맞추어 성범죄 역시 폭증했다. 야동으로도 못 풀고, 돈이 없어 업소에서 성욕을 풀 길이 없으며 여자를 꼬실 능력도 없는데다 더이상 사회에서 잃을 것 없는 이들의 말로는 대부분 비슷한 것이었다. 한국의 인구 10만명당 성범죄의 수는 약 29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범죄 국가가 되었다. '아가씨'들의 수급을 위해 80년대 이후로 사라진 인신매매 범죄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와 여성부는 그 사태의 원인을 "야동 불법유통"으로 규정함으로서 더더욱 온라인의 성 컨텐츠를 차단했다. 그나마 합법적으로 유통되던 '야동이 아닌, 성인영화(에로 비디오)'마저도 이제는 온라인에서는 다운받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성범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드디어는 "삼민교육대" 라는, 과거 삼청교육대를 떠올리게 하는 '사회정화정책'이 시행되었다.

성범죄자 또는 유사 범죄를 저지른 자는, 행정위·검찰·경찰서·지역정화위원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에서 그 범죄의 질에 따라 5개 등급으로 나뉘어 최대 약 6주에 걸친 '재사회화' 교육을 받아야 했다. 재사회화 교육은 육체적 정신적 훈육이었으며, 그 강도는 군대의 훈련보다도 훨씬 더 높은 강도의 매우 혹독한 것이었다.

"업소 사장이 경찰한테 밉보이면 좆되는거죠. 그리고 경찰들도 최소한 단속한다는 요식 행위는 해야되니까. 거기에 아다리 잘못 걸리면 걍 좆되는거죠"
"대박이네 진짜"

"자, 휴식 끝! 전체 집합!"

교관의 말에 승민과 태성은 터벅터벅 교정을 향해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야동도 금지되고, 성매매에도 돈이 엄청나게 들게 되자 남자들은 성욕해소를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결국 그냥  '연애'에 다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결혼율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 일련의 사태를 불러온 궁극적인 정책방향은 바로 그것을 위한 것인지도 몰랐다.

"내 친구 희진이는 100일 선물로 DSLR 받았는데…"
"미안"
"미안하다고 다야?"
"미안…"

그러나 인간 관계에 있어서도 역시 수요와 공급의 원칙은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TV 영상 속 걸그룹과 수영복 차림의 남성잡지로 성욕을 해소하기에도 지친 남자들은 새삼 주변 여자들에게 껄떡대기 바빴다. 남친이 있는 여자애, 못 생긴 여자애, 성격 안 좋은 애, 남녀관계 문란한 애… 그런 것은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건 이 미칠 것 같은 성욕을 해소할 수만 있으면 그만이었다.

"영진 오빠는 지난 달에 나 생일이라고 노트북도 사줬는데 오빤 진짜 백일인데도 겨우 이게 전부야?"
"노트북? 니 그거 니 돈으로 산거라면서?"
"여튼! 그리고 뭐 꼭 돈 비싼거 바라는게 아니잖아. 서진이는 맨날 내 레포트도 거의 다 해줘. 오빤 내가 같이 도서관 가자는 것도 싫어하잖아"

얼굴 잘난 것 없고 매력 없는 사내들은 여자한테 잘 보이는 법이라고 해봐야 뻔한 것이었다. 선물공세를 하거나 노예 짓을 자처하는 것. 그리고 상대적인 경쟁 속에서 '여자 눈에 들기 위한' 허들의 수위는 그저 높아만 갈 뿐이고 그것은 연애 뿐만 아니라 결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다 그런거야?"
"크, 시파…야, 그 집 애미가 뭐라는 줄 아냐? 요즘 세상에 2억짜리 신혼방에 들어가는 것만 해도 내 딸 아까워 죽겠는데 혼수 정도는 남자 측에서 처리하는게 맞지 않냐더라. 그것도 내가 파혼을 내가 하고 싶어서 한 줄 아냐? 걍 그 집에서 울 엄마한테 통보한거야 통보"
"아 진짜 이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그러냐 진짜"




"응 쟈네~"

운혁은 같이 저녁타임의 알바를 함께 하는 사토미와 헤어진 후 집 근처 콤비니에 들러 아사히 삐루 한 캔과 과자 한 봉, 성인용 도색잡지 이것저것 8권을 샀다. 성인잡지를 8권이나 구입하자 알바생이 힐끗 자신을 쳐다보았지만 곧 그저 건조한 목소리로 "센삼뱌쿠나나주큐엔데스" 하고 계산을 해주었을 따름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운혁은 방에 들어서자 가벼운 한숨과 함께 컴퓨터를 켜고 블로그에 접속했다.

"쥬릅"

맥주를 따 한 모금 마시며 비밀댓글을 확인하자 오늘도 주문들이 들어와 있었다. 그는 익숙한 손길로 사온 도색잡지들을 서류봉투에 넣고 밀봉해서 비밀댓글에 적힌 한글주소들을 받는 사람 자리에 적었다.

"햐 좋다"

곧 맥주 한 캔을 다 비우고 그는 이번 달 총 매상을 계산해 보았다. 한국으로의 배송비를 제하고 권당 3만원에 이 백엔남짓한 성인잡지들을 팔아먹은게 이번 달에만 총 30권이 넘었다. 꽤 쏠쏠한 부업이었다.

음란물 영상의 유통이 힘들어지자 한국 남자들은 다시 과거처럼 야한 책들을 구하기 시작했지만 그것마저 단속에 힘들어지자 곧 해외직구로 도색잡지들을 구매하는 것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세관에서 '외국 사이트에서 직수입하는 음란 서적물'에 대해 집중단속에 들어가자 상대적으로 검열이 느슨한 '일본 현지인에게서 들어오는 우편물'을 가장해서 구매를 시작했고, 마침 운혁은 그 틈바구니에서 꽤 쏠쏠한 용돈벌이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게 진짜 뭔 병신 짓이냐"

포장을 마치고 그는 혀를 끌끌 찼다. 돈벌이가 되어주는건 고맙지만 어쨌든 조국이 돌아가는 꼴이 한심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음껏 야동을 다운받고, 또 몇 개는 구입해서 소장하며, 그러다가 또 마음 내키면 데리헤루 불러다가 즐기곤 하는 이 일본 워킹 홀리데이는 그로선 정말이지 신의 한수였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TV를 틀어보니 TBS에서는 한국인들이 요즘 일본에서 와서 '섹스쇼핑(성매매 업소를 가고, 성인 용품과 성인물들을 잔뜩 사서 돌아가는)'을 하는 현상을 보며 비판적인 시선으로 조롱하고 있었는데 부끄럽기도 하고 한심스러운 노릇이었다.

하기사 저번에 일본 사회의 우경화 바람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더니 단박에 같이 일하는 유스케상이 그랬었다. 한국에서는 일본이 우경화 된다 어쩐다 하면서 파시즘이네 군국주의네 하고 떠들지만, 성인이 성인 사이트에도 접속할 수 없고 야동 다운로드 하나 잘못 받으면 감옥에 가는데다 말도 안되는 게임 규제들이 수도 없이 많은 한국이야말로 진짜 파시즘 국가 아니냐며 비웃는 말에 한 마디도 못한 기억이 났다.

운혁은 솔직히 말해서… 정말로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몰래 짝사랑하는 사토미찡 때문에도 그렇고, 그냥 적어도 국민 개개인의 자유에 관해서 최소한 납득 가는 수준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에서 죽 살고 싶었다. 어째서 사랑하는 조국이 이렇게까지 되었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곧 그 말을 정정하기로 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제 더이상 그는 대한민국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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