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많은 수의 커플들은 연애 초창기부터 그 연애가 끝나는 날까지 이 사이클을 적당히 변주해가며 반복한다.
밥-영화-커피-술-섹스
아주 베이직한 코스이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이 세상 거의 모든 분야, 모든 일에 견주어보아도 '베이직'한 코스는 기본은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본도 기본 나름이다. 그 기본이 정말 단단한 기본인가부터 생각해보자.
우선 밥 하나를 놓고 생각해보자. 당장 어느 누구를 데려가도 호평을 받을만한, 분위기 좋고 맛도 좋은 맛집, 당신은 몇 개나 댈 수 있나? 아 거기 "여기 싸고 괜찮아" 라며 부장님이 추천해 준, 반찬 재활용이 의심되는 오천원짜리 시장통 할매 밥집 같은데 말고.
겨우겨우 쥐어짜낸게 끽해야 패밀리 레스토랑이거나, 전국구 프렌차이즈, 평생 한두번 가봤을까 말까한 호텔 레스토랑이라면, 그 빈곤한 리스트의 보유자들은 스스로의 연애를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연인을 만나면 주로 어디서 밥을 먹었나. 차라리 맨날 집 근처 분식집에서 대충 싸게 때웠다라고 말한다면, 그리고도 연애를 잘 했다면 그 나름대로 검소한 데이트였노라고 자위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당히 동네 근처 번화가에서 겨우겨우 찾아낸 별 맛도 없는 음식점에서 싸지도 않은 후진 밥 먹으면서 '연인과 식사하는 기쁨' 이외의, 정말 순수히 식도락의 즐거움을 별로 느껴본 적이 없다면…
정말 연애 '열심히' 했다고 자부할 수 있나?
솔직히 인터넷에 웹서핑 10분만 해도 어느 지역에 어떤 맛집이 있다 정보 정도는 바로 나온다. 상대적으로 지방은 좀 불리하지만, 적어도 서울 안이라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여친의 다이어트 핑계는 대지도 마라. 정말 분위기 좋고 맛도 좋은 맛집이라면, 직업이 모델 아닌 이상 하루 정도 다이어트 포기 안 할 여자 없다. 어차피 걔 다이어트 맨날 말로만 하지 제대로 안 하는건 당신도 아는 사실 아닌가?)
기본부터 안 되어 있는데 그 연애의 즐거움이 날마다 반복될 리가 없다. 맨날 '적당한 데서 대충' 때우지는 않았나 반성해보자. "사랑이 왜 변하니?" 라고 울며 따지기 전에. 갈수록 애 성적이 떨어진다고 애만 두들겨 팰 것이 아니다. 공부하는 환경을 체크해야지. 사랑도 마찬가지다.
데이트랍시고 해놓고서는 맨날 같은 코스, 같은 타입의 만남을 반복한다면 질리지 않는게 솔직히 더 이상하다. (뭐 그럼에도 꾸준히 만남이 지속되는 관계가 있기에 인연이라고 말하는 것이겠지만) 사랑이 왜 변하냐고 울부짖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제발 좀 바꿔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물론 사랑 말고 데이트 코스 말이다.
게다가 문제는 연애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루한 연애를 한 사람들이 결혼한다고 갑자기 즐겁고 행복하기만 할까. 오히려 '결혼'이라는 연애의 1차 기착지에 도착한 만큼, 더더욱 급속도로 사랑이 식을 수도 있다.
앞으로 밥 먹는거에 신경 좀 쓰자. 맨날 동네표 밥집만 가지 말고, 가끔은 근사한 곳에서 분위기 좀 내봐라. 돈 없다고? 동네 번화가 프렌차이즈 이탈리아 레스토랑 가서 맛없는 파스타 먹을 돈+몇 천원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잘 찾아보면 그리 비싸지 않은 맛집도 많다. 메뉴 가격도 네이버 검색 5분만 더 하면 다 나온다. 그리고 누가 뭐 맨날 데리고 가라고 했나.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보자.
요점은 많은 경우의 데이트 코스가 너무 뻔하고 지루하다는거다. 남녀 서로간의 설레임과 연애감정은 별개로 하고서라도 말이다. 데이트 코스가 후지니까, 연애감정도 빨리 식고 조금만 서로의 연애감정에 권태가 끼어들어도 부활의 여지 없이 바로 이별로 직행하게 된다.
당신이 보다 즐겁고 좋은 연애를 하고 싶다면, 당장 당신의 데이트 코스부터 점검해보자.
당장 데이트 코스에 매일매일 콘서트, 박물관, 갤러리, 경기장, 놀이공원, 라이딩, 아트 센터, 문화 축제, 연극 소극장, 뮤지컬, 오페라 같은 것을 끼워넣으라는 말이 아니다. 어차피 게임과 영화 빼고는 문화생활 자체가 거의 없는 절대 다수의 이 나라 남자들 한계를 감안하면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서로의 취향에 맞게 골라서 하나하나 해나가면 좋겠지만)
하지만 같은 밥-영화-커피-술-섹스라도 '어디서 어떤'에 대한 고민과 검토가 조금 더 이루어진다면 당신의 연애는 앞으로 보다 풍성해지고 더 즐거울 것이라 단언한다. 당연한 이야기라고?
어차피 공부 잘하는 법도 "국영수 중심으로 열심히"다. 당연하지만 제대로 하는 사람이 드물다는게 문제고. 연애라고 특별히 뭐 다를 것 같은가? 그래서 누차 묻는다.
정말 '열심히' 연애하고 있는가? 우리는 어쩌면 '기본'도 제대로 안 하고 연애 열심히 잘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