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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생각보다 짧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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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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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 소리로 그러잖아. 전 세계 애들이 몇 명인데 산타가 도대체 선물을 어떻게 다 돌리냐고?

근데 그거 참 머저리 같은 질문이야. 이미 다들 알잖아? 울면 선물 못 받는다는거. 1년에 단 한번도 안 우는
애기들이 몇 명이나 될거라고 생각해?

잘 봐. '울지 않은 아이'가 여기 이렇게 실시간으로 집계가 된다고. 25일 오전 9시를 기준으로 리셋이 되는데
사실 1/6 정도가 바로 그 날 아침에 바로 탈락해. 산타의 선물이 없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울거든.

그리고 정말 무서운 속도로 25억의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하는데…보통 5월이 되기 전에 80% 정도가 줄어
들어. 11월 즈음 되면 25억이 넘던 숫자가 4천이 안 남는다고. 게다가 4천명도 옛날에나 그랬지. 예전에야
부모들이 애들을 강하게 키우려는 뭐 그런게 있었잖아. 남자애들을 혹독하게 키우고, 애들 역시도 꽤나 가
혹한 환경에서 자란 애들은 정말로 안 우는 독한 애들이 있다고. 감성적으로 눈물 자체가 말라버린 애들이
있다니까? 안타까운 놈들이지.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냐.

아, 그리고 잘 알려진 규칙은 아닌데 원래 육체적으로 눈물을 못 흘리는 애들은 애초에 예선탈락이야. 이를
테면 눈물샘 조직 기형이나 5세 미만 지능을 가진 뭐 그런 장애아들. 어쩔 수 없지. 공평해야 되니까.

그리고 울지만 않으면 안된다는거도 알고 있잖아? 착해야 된다고. 이게 제일 중요한거지. 그런데 착한 아이
인데 눈물을 안 흘리는 아이? 이거 은근히 상충되는 조건이야. 착한 마음이라는건 보통 일종의…그렇지.
측은지심이 기반인 경우가 많아. 상대의 마음과 교감하고 상대의 아픔을 이해할 줄 아는 능력, 하지만 이런
능력은 곧 감수성을 필요로 하는데, 감수성이 풍부한데 눈물 안 흘리는 아이? 없어. 그건 모순이라고 모순.

정말 1년에 눈물 한 방울 안 흘리고, 그러면서 짜증도 안 내고 나쁜 짓 한번 안 하는 아이가 1년이면 몇 명쯤
남을까?

믿기 어렵겠지만…20세기 기준으로 1964년도에 두 명, 그 이후로 1977년에 한 명, 1991년에 두 명, 21세기
에는 2007년에 한 명. 사실 걔도 아슬아슬했어. 그렇지만 산타 위원회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통과 시켜줬지.
알잖아? 요즘 세상에 10년 넘게 활동이 아예 정지된 국제조직이 살아남을 수 있을 거 같아? 어쩔 수 없었지.

그게 전부야. 그렇다고 원래부터 이랬던건 아냐. 1800년대까지만 해도 1년에 150명 정도는 꾸준히 있었대.
다만 산타 전설이 전 세계적으로 퍼진 이후부터 이상할 정도로 숫자가 격감했다는데 이유는 아무도 몰라.

내 추측으로는…아마 연말연시에 산타 전설을 의식해서 '울지 말아야지'하고 다짐하는게 오히려 한두달 후
심리적으로 역효과를 일으켜서 나비효과로 눈물샘을 더 자극하는게 아닐까 싶은데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야. 연초에 금연 다짐하는 녀석들 보면서 떠올린 내 나름의 결론이거든. 꼭 1월 새해 다짐으로 금연
다짐하는 애들일수록 오히려 더 담배를 못 끊더라고.

어쨌든… 그래서 나는 사실 지금이 더 좋다고 생각해.

애들은 울 땐 울어야지. 1년 내내 눈물 한방울 안 흘리는 애들이라니, 생각만 해도 무섭고 안타까운 일이
잖아. 어른들도 그런 사람은 지극히 드물다고. 그런데 어린애가 그렇다니? 그래, 산타따위는 없는게 더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증명하는 길인지도 몰라. 이러니 저러니 해도 분명 세상은 좋아지고 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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