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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총량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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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22세기. 독일의 과학자 그룹 '델롭'은 UN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사회학과 통계학, 인류학과
심리학에 있어서 역사상 최고의 발견을 해내는데 성공한다.

그것은 '전 인류가 소유한 행복의 총량은 정해져 있으며, 누군가가 불행해질 때 누군가는 행복해진다'라는
내용으로 이른바 '행복총량의 법칙'이라 불리웠다.

한 개인이 느끼는 행복과 불행에 대한 감정을 수치화하고, 그것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하며 통계로 결과값을
안정화 하였으며 전 세계 규모의 협조를 얻어 대대적인 조사를 벌인 결과 그 이론은 완성되었다. 35년에 걸
친 추가 조사와 보완, 그리고 국지적 단위의 생태 실험을 통해 이론이 검증되었다. 

처음, 그 이론은 극비리에 붙혀졌지만 그리 오래지 않아 언론과 정치권에 알려졌고 곧바로 세상에 널리 공
표되었다. 학계와 언론에서는 인류의 밝은 미래를 그리기 위한 청사진이라며 그 법칙의 발견을 극찬했고,
노벨평화상이 수상되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세상에서는 지옥이 펼쳐졌다. 






                                                           행복총량의 법칙 

                                                                                                            - by stylebox





"약 3천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도쿄 도청 폭탄 테러는 인류에 대한…"
"북중미 연합 상원은 오늘 '테러금지법 강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으며…"
"요한 베르지오 교황은 오늘 연합 미사에서 행복에 대한 집착과 이기심이 전 인류를 불행으로 몰아넣고…"
"유럽 연합 과학부 장관이자 과거 독일 연방의 과학자 그룹 '델롭'의 수석 연구원 피셔 마이어가 자택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습니다. 경찰은 자살로 추정…"

행복총량의 법칙이 세상에 알려지자 사람들은 아주 민감하게 반응했다. '나의 행복이 곧 누군가의 불행'
이라는 생각은, 수많은 종교인들과 선인(善人)들을 죄책감 속으로 몰아넣었으며, 덕분에 자살을 절대적
으로 금기시하는 종교의 종교인 중에서도 자살자가 속출했다.

또한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단순한 '질투심'이, 이제는 '내 행복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늘리는
적극적인 행위 찾기'라는 명분을 얻음으로서 사회에 대한 무차별 증오범죄가 전 세계 단위로 폭증했다.

'타인의 행복은 곧 나의 불행'이라는 피해망상 환자들에 의해 길거리에서 웃기만 해도 무차별 폭행을 당
하는 황당한 사건은 어디에서건 수도 없이 이어졌고, 부자나 연예인, 경사를 맞이한 사람들은 그 주요한
피해자들이었다.



"허허…. 사실 저희도 그 위험성을 알고는 있었어요. 애초에 그 연구 자체가…음"
- 죠셉 루이스 前 '델롭' 책임 연구원 (TIME TALK 인터뷰 中)



하지만 사회의 '작은' 범죄들은 그 이후에 벌어진 사건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행복'이 결국
인간들 사이의 제로섬 게임이라는 것이 알려진 이후 많은 국가에서 복지정책은 직접적인 반대에 직면
했다. 

"이미 그 법칙은 수십년 전에 증명된거나 다름없었습니다. 오히려 이제와서 사람들이 난리인 것이 더
황당할 지경입니다. 벤 허킨스 의장의 생각은 완전히 틀렸어요. 지난 21세기, 전 세계가 아프리카에
쏟아부은 수천억 달러는 아무도 행복하게 만들지 못했단 말입니다. 작은 행복? 배고픔을 잊는 작은
행복이요? 그 행복 나눔이 결국 인류를 더 큰 불행으로 이끈 것이나 다름 없어요"

"아니 김 의원님,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는 정치가 무슨 의미입니까? 남 살리자고 나 죽겠다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이기주의? 좋습니다. 이기주의라고 칩시다. 저는요, 아니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
68%가요, 남보다 '내가' 살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게 지금 진짜 민의라 이겁니다"

"박애주의? 좋죠. 인본주의? 좋습니다. 근데 말입니다. 공산주의를 놓고 보자 이겁니다. 모두 공평하게
먹고 살자가 결국 어떻게 됐습니까? 모두가 공평하게 굶고 산다가 됐죠? 복지정책이요? 모두가 조금씩
행복하게 살자, 하다가 모두가 불행해집니다"

하지만 복지정책에 대한 사람들의 이기심 표출 따위는 둘째 문제였다. '행복총량의 법칙'이 국가적 
정책, 인류의 미래에 대한 설계 규모로 적용되자 엄청난 일들이 벌어졌다.



"애초에…그 연구 자체가…세계 인구 규모에 대한… 에…정리가 필요하긴 했잖아? 아프리카
같은 곳은 아예 답이 없는 상황이었고. 왜 잘나신 양반들이 엄청난 연구비를 댔겠어. 뭐?
UN? 아직도 UN이 연구비를 댔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나? 허허. 어쨌든 그 사람들은
명분이 필요했단 말일세 명분이"

- 미하일 슈미츠 前 '델롭' 부국장 ('피플 뷰' 인터뷰 中)


세계 각국의, 서로에 대한 불만이 점차 국제 사회에서 표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후진국
들의 선진국에 대한 질투로 시작되었다.

"이건 불공평하다. 서구 사회의 불과 수억 남짓한 인민들이, 우리 수십억 인민들의 몇 배에 해당하는
부와 행복을 차지하고 있다! 이건 모순이다"

"고급 자동차, 초호화 저택, 자가용 비행기, 사치품…. 그들이 우리의 불행 속에서 쥐어 짜낸 것들
이지. 우리 국민들이 따스한 스프 한 그릇에 목말라하며 불행 속에서 죽어갈 때 말이지"

"분명 부가 행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난은 확실한 불행을 보장합니다. 국민 여러분,
눈을 뜨십시오. 우리는 우리의 행복을 쟁취해내야 합니다! 서구 문명의 돼지들로부터 말입니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곧바로 반박을 시도했다.

"국민행복지수라는 것을 아십니까? 방글라데시 행복지수 89, 북미연합 행복지수 65, OECA 평균
행복지수 55, 세계 소득하위 40개 국가 평균 행복지수 74… 오히려, 오히려 말입니다. 우리 선진국
국민들은, 마땅히 누려야 할 행복을, 자신들의 행복을 저들에게 나눠주면서도 오히려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 공화당은 우리의 행복을 결코, 결코 바보들에게 빼앗기지 않을…"

"애초에 행복지수라는 것 자체가 세계 규모이고 그 적용은 개체 단위입니다. 대체 국가 단위의 이런
비난이 무슨 의미인지 도저히…"

"중국 정부는 루머를 자제하긴 커녕, 오히려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더 이런 황당한…"

"물론 보편적으로 행복지수가 높은 그룹이 있을 수 있지요. 그런데 그들의 행복을 파괴하면 내가 행복
해질 확률이 더 높아지니까, 그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싶다? 이건 정말 미친 생각이고 도저히 이성을
가진 존재들이라고 믿고 싶지 않습니다."



"세계대전은 분명 그들이 계획한 '작품'이었어. 하지만 시나리오는 그들이 생각한대로 흘러
가지 않았지. 상상 이상으로 인간들은 멍청하고, 선동에 휩쓸리기 쉬운 존재들이었던거야.
그걸 우리는 몰랐어. 정말로. 그 정도일 줄은"

- 익명을 요구한 前 빌더버그 그룹 소속 정치인 ('월드 인사이드' 인터뷰 中)


사실, 지식인 그 어느 누구도 정말 세계대전이 일어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 이론
자체가 인류 전체를 대상으로 개체 단위로 적용되는 것이었으며 그 방향성조차 불분명했으니까.

이를테면 특정 국가에 엄청난 재난이 닥쳐서 많은 이들이 불행을 겪는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발생한 
잉여 행복이 또 다른 특정 국가나 특정 그룹으로 향하는 것은 아니었다. 또 불행을 느낀 이와 동일한
수만큼 누군가가 행복을 느끼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특정한 몇몇이 그 잉여행복을 독점하게 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존재했다. 게다가 인위적으로 그 행복의 방향성을 조정하는 것은 더욱 불가능했다.

그런데도 인류의 시기심과 질투은 그 이론을 왜곡해 받아들이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행복을
더하고자 하였으며,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고자 한 각국 정부와 정치인들은 더더욱 그것을 부추겼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국민감정이 좋지 않았던 다수의 '앙숙' 국가들간의 동시다발적인 소규모 국지전으로 시작된 제 3차
세계대전은, 뜻밖에 세계 강대국들의 '파병'에 대한 소극적인 움직임(물론 그것은 전쟁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서 자국의 '행복'을 조심스러워 한 정치인들의 눈치보기 때문이었다)과 집단 이기주의, 민
족주의 등으로 인해 점차 각국으로 확산되었다.

전쟁 중인 상대국을 '불행'하게 함으로서 자국민들의 '행복'을 쟁취하고 싶다는 그릇된 믿음과 유아
적인 욕심은 상상 외로 파괴적인 것이었다. 결국 인도의 델리와 파키스탄의 이슬라바마드에는 핵미
사일이 떨어졌고, 이란과 이라크, 이스라엘에서 대학살극이 벌어졌다.

뒤늦게 UN군이 참전했지만 그 피해는 이미 엄청났고, 중국과 러시아, 북미연합과 이스라엘이 각각
그 배후가 된 6차 중동전쟁은 결국 세계대전으로 확전되었다.


"글쎄요…음, 전 지금이 딱 좋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상태죠. 70억? 끔찍합니다"
- 존 퍼슨 UN 인구 연구 위원회장 (뉴 워싱턴 타임즈 기사 中)


전 세계가 전쟁의 참화를 겪었다. 특히 핵전쟁과 대학살극을 겪은 인도와 전쟁 직후 식량 부족으로
인한 아사, 부차적인 식량전쟁을 겪은 중국의 인구가 크게 줄었다. 또한 세계 각지의 식량 및 물자
부족으로 인한 다양한 문제로 인해 인류는 불과 20년 만에 25억이 더 줄었다.

80억을 향해 나아가던 세계 인류의 수는 겨우 다시 50억대로 내려왔다. 또한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
가는 다시 몇몇 열강의 식민지배 상태로 돌아갔다. 



"참 인간들은 또라이란 말이지. 야야, 거기 맨 뒤에? 누구야? 쟤 좀 깨워봐라. 여튼,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니 지성이 있는 동물이니 하는데 선생님은 절대 동의 안 해요?
광기에 휩쓸리면 인간은 사실 동물보다도 못하거든. 중세 마녀사냥, 십자군 전쟁도
그렇고 근현대사로 넘어오면 종교전쟁, 그리고 '행복전쟁' 즉, 3차 세계대전까지…
야야, 쟤 왜 안 일어나? 어? 아예 뒤진거야?"

- 수박 고등학교 역사 교사 김도진(수업 中)


행복에 대한 갈구야 인간 누구나의 보편적인 욕구지만, 그것도 사실 당장 눈 앞에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 하는 생각이지, 당장 굶어죽기 직전인데 행복이네 어쩌네 하는 문제는 부차적인 문제
였다. 그저 빵 한 조각, 스프 한 수저면 그것이 극락이요, 행복이었다.

전쟁이 끝났지만 그 후 수십년 간 전 인류는 굶주림과 환경파괴의 후유증에 시달렸다. 그들에게
행복총량의 법칙이니 뭐니 하는 씨나락 까먹는 소리 따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무엇보다 이론 자체의 완성도와 검증에 대한 학계의 다양한 반론이 이어졌다. 행복의 총량이 고정적
이고 동일하다면, 인류가 수십억이나 줄어든 현 시점에서는 분명히 개개인의 행복도가 높아졌어야
정상인데 체감적으로나 통계적으로나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는 점이다.

또, 그 이론 자체가 과연 당시의 통계학이나 사회학 연구 기술로 제대로 된 검증이 가능했냐는 의문
이 제기되었다. 아무리 수십년에 걸친 UN 차원의 연구 및 조사라고는 해도 전 인류의 행복이라는
주관적 기준에 대한 '개체 단위'의 조사가 가능한 것이었냐는 의문이었다. 아주 당연히 제기될 법한
의문이었고 당시에도 말이 많았지만 사람들은 귀담아 듣지 않았을 뿐이었다.

결국… 학설은 다양한 반론과 사회학, 심리학 이론의 발전에 의해 사실상 폐기되었고 이른바 '행복
대전'이라 불린 제 3차 세계대전은 훗날 십자군 전쟁에 비견되는 수준의 거대한 인류의 흑역사로
기록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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