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8일, 연말. 화류계의 대목이다. 경기가 나쁘다 나쁘다 해도 그래도 생각보다 작년보다는 낫다. 작년만
같아도 성과급은 커녕 단골 고객들마저 죄 발길이 끊어지는 통에 연말임에도 제대로 장사를 못했는데 올해는
뭐 그래도 대기업들은 먹고 살만한 모양이다. 샐러리맨 손님들로 연일 바쁘다.
"어후, 어, 재승이냐? 어 미안하다. 아 요새 내가 아주 기냥 정신이 없다. 어어, 그래, 뭐 연말에 못 봤지만
연초에 한번 보자 어 그래"
박지성 상무도 요새 바쁜 통에 정신이 없어 간만의 친구 모임들도 못 나가고 그러다보니 뒤늦게라도 친구
들에게 따로 일일히 전화를 돌리고 있다. 물론 그 사이에도 다른 손으로는 영업용 폰으로 고객들에게 감사
문자를 쏘고 있다.
"아 형 이번에 형네 회사 성과급 800만원 받았다매요?"
"누가 그러디?"
"아 뭐 뉴스기사에 떴두만"
"별게 다 뉴스네. 아 근데 그거 평균이라서 그렇고 실제로는 그 반도 안 되 임마"
"에~이, 아 형"
"아 새끼 야 형도 장가가야지. 돈 모아야지"
대기업 신입 오유환과 취업준비생 강진구는 이미 닭갈비 집에서 적당히 쏘맥으로 취할만큼 취한 시점
에서 실실 쪼개면서 '2차'를 고민하고 있었다.
"한번만 쏴요 한번만. 큰 걸로다가"
"아이…에라, 그래 조타! 너 임마 취직하면 이거 두 배로 쏴라? 어? 쏴야되는거야?"
"아 그름요 아 형 진짜 오늘 큰거 쏘는 거에요?"
"큰게 뭔데"
"걍 뭐… 안마방?"
"됐어 임마, 풀싸롱 가자 풀싸롱! 화끈하게 오늘 뿅가자"
"대애박! 나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는 처음가요! 아후 역시 유환이 형 밖에 없어!"
연말 성과급 두둑하게 받은 시점에서, 까짓거 1년에 한번이다 생각하면… 그리고 이래저래 궂은 일도 많이
도와줬고, 아 예전에 전 여친 미주도 소개시켜 준 놈이 진구 아닌가. 갑자기 생각하니 보고 싶네. 에휴 미주
그 기집애도 참 나한테 잘했는데. 여튼 한번 시원~하게 쏴야겠다 생각하고 유환은 진구를 풀싸롱에 데려가
기로 마음 먹었다. 수습기간 풀렸을 때 선배들이 데려간 곳이다. 그곳은 바로 선릉의 풀싸롱 '야구장'
시설 깔끔하고 나름 아가씨들 와꾸도 나오고, 서비스도 좋고, 웨이터들도 빠릿빠릿하고, 영업상무들도
예의 바르고 뭣보다 언니들 실력이 좋다, 라는 선배들의 화려한 평가에 그저 '그러려니' 한 유환이었지만
진구 앞에서야 좀 더 '사회 선배'로서의 모습을 보일 필요도 있겠지.
"섀키, 좋냐?"
"아 근데 나 떨려요 형. 아 형, 나 가면 뭐 어떻게 해야돼? 막 초보 티 내고 그러면 바가지 쓰고 뭐 그러는거
아닌가?"
"됐고, 걍 가서 오바만 안 하면 돼. 아가씨들이 다 알아서 해줘"
"아 형 진짜 어른 된 거 같애"
진구 이 새끼는 같이 다니면 이런 식의 아부를 잘해서 좋다.
사실… 풀싸롱에 처음 가는 사람이 '자기 돈'까지 들여가면서 두번째로 가게 되는 이유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로는, '내가 과연 이런 곳이 아니라면 평생에 이런 여자애랑 이런 것을 또 언제 해볼까' 싶은 그런
이쁜이를 초이스 했을 때.
아무리 '초이스'를 한다 하더라도 결국 그 날의 평균적인 수질, 그리고 내 취향에 맞는 아가씨가 얼마나 있냐
하는 것은 일단은 복걸복이다. 에이스 언니들이 많이 있는 날이 있는가 하면 어떤 날은 그런 에이스 언니들이
출근을 안 했거나 혹은 했다한들 다른 방에 가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그래서 '기왕이면' 영업상무들에게
미리 에이스급 언니들로 부탁한다고 하루 이틀 전에 말을 해놓으면 좋은 것이고. 그래야 영업상무들도 손을
쓰지 않겠는가.
여튼 그리해서 정말로 맘에 드는 이상형의 쭉빵한 여자한테, 그래 그냥 길거리에서 만났더라면 말 한 마디
붙여보는 것도 가슴 두근댔을 그런 여자한테 애인 모드로 화끈하게 거시기한 서비스를 받노라니 그 얼마나
끝내주는 기분이겠는가. 특히나 일반 뽕집이나 수질 빤한 싸구려 업소에 비할 바는 아닌 것이고.
둘째로는 '스킬의 수준'인 것이다. 물론 이것도 언니들에 따라, 또 본인의 레베루에 따라서 달라지는 부분
이지만 어쨌거나 단순히 그거만의 스킬을 넘어 '신나게 놀아주는 스킬' 최고의 언니들과 히히호호 훌러덩
벗고 신나게 노는 그 재미야 세상 어디에 비할 바가 있겠는가.
"어휴,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번에 오셨을 때도 재밌게 놀다가셨는데. 하하, 오늘도 더 각별하게 재밌게
놀다 가십쇼"
저번에 왔을 때 특별히 따로 명함을 달라고 해서 받아간 그 남자를 박지성 상무는 기억하고 있다. 그때는
얼마나 표정이 황홀한 표정이던지. 기억하고 있다. 새로운 세상을 엿본 느낌이겠지. 그래서 오늘은 자기
후배까지 데려온 것이겠고. 박지성 상무는 흐뭇하게 웃으면서 아가씨들을 들여보냈다.
"그럼, 살펴가십시오"
좋은 시간 보내고 가게를 나온 유환과 진구. 유환도 유환이었지만 진구는 정말 꿈이라도 꾸다 나온 듯한
얼굴이었다.
'저번에 나도 저런 얼굴이었겠구나' 싶어서 피식 웃음도 나오고 부끄럽기도 한 유환은 "그렇게 좋냐?"
하고 진구의 옆구리를 쿡 찌른다. 아 좋다마다 싫을 리가 있나. 그 육덕진 여자 좋아하는 놈이 그 빵빵한
여자애, 이름이 뭐랬지? 은실이랬나? 그런 애랑 끝장나게 놀았으니 뭐.
'아라도 좋았지'
저번에 이어 이번에도 같은 애를 지명했는데 아 애가 허리도 호리호리하고 진짜 시원시원하게 잘
노는 데다 여우같은 깍쟁이 웃음이 너무 귀엽다. 뭣보다 애가 성격이 밝아서 좋다. 게다가 그거 할 때도
당장이라도 좋아 죽을 것처럼 헐떡이는 감창을 내니 아 이거야 증말이지 돈만 되면 매일 또 가고 싶다.
"형 저는 오늘 완전 신세계를 봤어요 증말. 최고에요!"
뭐 평소에 나한테 잘하는 놈이니까, 하고 "그래, 앞으로 잘해 임마" 하고 넘어가긴 했지만 그래도 사실
어째 괜한 돈 쓴 것 같기도 하고 아 29만원이 작은 돈은 아니지, 싶어 속이 좀 쓰리기도 한데 어차피 뭐
예전에 진구 스쿠터 빌려타고 다닌 거만 생각해도, 하고 그래, 좋게 생각하자, 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형 근데 돈 많이 쓰셨죠?"
하 새끼. 그래도 맘에 좀 켕겼는지 묻는다.
"아냐 임마. 형이 그 정도는 쏠 수 있지"
"아 형 고마워요 증말. 담에 제가 취직하면 진짜로 거하게 쏠 께요"
"그래 임마 빨리 취업이나 해라"
그래, 다 그런거지. 나중에 그렇게 또 그때는 진구가 쏘면 되는거고, 나는 나대로 열심히 해서 담에는
내 돈이 아니라 법인카드로 긁을 수 있게, 그렇게 되서 오자.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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