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약해"
그녀는 스스로를 가리켜 나약하다고 했다. 몸도 마음도 다 나약한 상태라고 했다. 자신에 대해서 제발 좀
신경을 써 달라고 조르는 애처로운 외침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당시의 나는 꽤나 무심했고, 그녀의 말에
대꾸하는 대신 그저 허리를 더 열심히 흔들어 댈 뿐이었다.
이윽고 얼마간의 시간이 더 흐르고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담배를 한 대 피우고는 몸을 일으켰다. 불 꺼진
방 안에서 혼자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대답도 기다리지 않은 채 "나 간다"라는 말과 함께 문을 나섰다.
등 뒤에서 훌쩍이는 그녀의 울음소리를 들은 듯 했지만 못 들은 것으로 했다. 피곤했다.
"나 약해"
두 달 만이었다.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어두컴컴해진 하늘. 습한 방구석으로 기어들어갈 생각을 하니 영
기분이 내키지 않았다. 결국 또 영은의 집으로 향했다. 문득 문을 열었을 때 다른 놈팽이랑 붙어먹고 있
기라도 하면 영 낭패스러운 일이라 찜찜하기도 했다만 다행히 문을 열자 그녀는 침대가 사라진 방 안에
이불을 깔고 언제나처럼 반 나체로 어둠 속에 누워있을 따름이었다. 마치 두 달 전의 그 날처럼.
난 비에 젖은 옷을 대충 수건으로 닦아내고 보일러 불을 올린 따신 바닥의 온기를 느끼며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고 손을 잡아주었다. 원래 말랐던 그녀가 더욱 마른 것 같다. 잠시 후
잠에서 깬 그녀는 그 어떤 원망이나 한숨 대신 나를 향해, 아니 자기 자신을 향해서 "나 약해" 라는 말을
뇌까렸다. 확실히 생기가 사라진 그녀는 마치 병자처럼 약해보였다.
사람의 멘탈도 결국 육체의 체력처럼 한계가 있는 법. 서서히 무너져가는 그녀의 모습에 처음으로 나는
연민을 느꼈다. 그리고 또 몸을 섞었다. 함께 자장면을 시켜서 먹었다. 하지만 그녀는 얼마 먹지 못하고
반 이상 남겼다.
"나 약 해"
무슨 바람이었을까. 6개월 만에 그녀를 찾은 나는 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겨우 열었다. 그녀를
볼 낯이 없었으니까. 아니아니, 사실은… 그녀가 문득 죽진 않았을까, 하는 우려가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을 열었을 때 나는 그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반 지하 방의 습기가 올라오는 방 안에서 그녀는 보일러도 틀지 않은 채, 곰팡이가 번진 벽지에 손를
기댄 채로 쓰러져 있었다. 바싹 마른 몸은 이미 그녀의 건강이 정상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내가 그녀를 품에 안자,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미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나 약 해" 라는 말과 함께. 방 구석에 놓인 주사기와 앰플, 약 봉투들을 보며 "미친 년"하고 욕부터 쏘아
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저 피식피식 웃을 따름이었다. 저거는 다 어디서 구했을까 싶었지만 방구석에
나뒹굴고 있던 사용한 콘돔을 보고 손님의 존재를 깨달았다. 나는 다시 잠에 빠져든 그녀의 수척해진
얼굴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줄담배를 몇 대나 이어피웠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긴 한숨을 내쉬
었다. 그리고 앙상한 나뭇가지 같은 그녀의 손을 붙잡은 채로 중얼거렸다.
"우리 집으로 가자. 가서 같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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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스스로를 가리켜 나약하다고 했다. 몸도 마음도 다 나약한 상태라고 했다. 자신에 대해서 제발 좀
신경을 써 달라고 조르는 애처로운 외침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당시의 나는 꽤나 무심했고, 그녀의 말에
대꾸하는 대신 그저 허리를 더 열심히 흔들어 댈 뿐이었다.
이윽고 얼마간의 시간이 더 흐르고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담배를 한 대 피우고는 몸을 일으켰다. 불 꺼진
방 안에서 혼자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대답도 기다리지 않은 채 "나 간다"라는 말과 함께 문을 나섰다.
등 뒤에서 훌쩍이는 그녀의 울음소리를 들은 듯 했지만 못 들은 것으로 했다. 피곤했다.
"나 약해"
두 달 만이었다.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어두컴컴해진 하늘. 습한 방구석으로 기어들어갈 생각을 하니 영
기분이 내키지 않았다. 결국 또 영은의 집으로 향했다. 문득 문을 열었을 때 다른 놈팽이랑 붙어먹고 있
기라도 하면 영 낭패스러운 일이라 찜찜하기도 했다만 다행히 문을 열자 그녀는 침대가 사라진 방 안에
이불을 깔고 언제나처럼 반 나체로 어둠 속에 누워있을 따름이었다. 마치 두 달 전의 그 날처럼.
난 비에 젖은 옷을 대충 수건으로 닦아내고 보일러 불을 올린 따신 바닥의 온기를 느끼며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고 손을 잡아주었다. 원래 말랐던 그녀가 더욱 마른 것 같다. 잠시 후
잠에서 깬 그녀는 그 어떤 원망이나 한숨 대신 나를 향해, 아니 자기 자신을 향해서 "나 약해" 라는 말을
뇌까렸다. 확실히 생기가 사라진 그녀는 마치 병자처럼 약해보였다.
사람의 멘탈도 결국 육체의 체력처럼 한계가 있는 법. 서서히 무너져가는 그녀의 모습에 처음으로 나는
연민을 느꼈다. 그리고 또 몸을 섞었다. 함께 자장면을 시켜서 먹었다. 하지만 그녀는 얼마 먹지 못하고
반 이상 남겼다.
"나 약 해"
무슨 바람이었을까. 6개월 만에 그녀를 찾은 나는 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겨우 열었다. 그녀를
볼 낯이 없었으니까. 아니아니, 사실은… 그녀가 문득 죽진 않았을까, 하는 우려가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을 열었을 때 나는 그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반 지하 방의 습기가 올라오는 방 안에서 그녀는 보일러도 틀지 않은 채, 곰팡이가 번진 벽지에 손를
기댄 채로 쓰러져 있었다. 바싹 마른 몸은 이미 그녀의 건강이 정상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내가 그녀를 품에 안자,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미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나 약 해" 라는 말과 함께. 방 구석에 놓인 주사기와 앰플, 약 봉투들을 보며 "미친 년"하고 욕부터 쏘아
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저 피식피식 웃을 따름이었다. 저거는 다 어디서 구했을까 싶었지만 방구석에
나뒹굴고 있던 사용한 콘돔을 보고 손님의 존재를 깨달았다. 나는 다시 잠에 빠져든 그녀의 수척해진
얼굴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줄담배를 몇 대나 이어피웠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긴 한숨을 내쉬
었다. 그리고 앙상한 나뭇가지 같은 그녀의 손을 붙잡은 채로 중얼거렸다.
"우리 집으로 가자. 가서 같이 살자"
tag : 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