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회사에서부터 열이 있었다. 정아씨한테 받은 해열제를 먹고나서 조금 열이 가라앉았지만 그래도 미열이
있었다. 조금 민망할 정도로 폐병쟁이마냥 기침을 계속 해댔고, 머리가 빙빙 돌았다. 조퇴라도 하고 싶었지만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기안 받으러 돌아다녀야 하는 것마저 너무 괴롭고 힘들었다.
"연천 초등학교 쪽으로 가주세요"
"네"
해열제 효과가 떨어졌는지 퇴근 직후 열이 미친듯이 오르기 시작했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20분간 빙빙
도는 머릿 속에서 엄마 얼굴이 떠올랐다. 이제는 기침할 때마다 목 뿐만 아니라 가슴까지 아팠다. 기침이 너무
거세어 반쯤은 구토에 가까운 기침을 해댔다.
"후우"
택시 기사가 힐끔 룸미러로 뒤를 바라본다.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한 마디 했다.
"기침이 너무 심하네요. 이번 감기 정말 장난 아닌 거 같아요"
그제서야 조금 안심한 듯 기사가 "어휴, 그럼요. 요즘 조심해야 되요" 하고 말을 받는다. 하지만 그의 말
끝나기가 무섭게 난 또 기침을 했다. 열이 많이 올라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차창 밖의 가로등 불빛이 빙빙 도는 머릿 속을 더 해집는다. 그렇게 눈을 감았다.
열
"어휴, 집 구석이 왜 이 모양이야. 돼지우리네 돼지우리"
지영이는 내 방을 치우기 시작했다. 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요새 나 감기 때문에 완전 고생하잖아. 집에 오면 쓰러져 자기 바쁘니까 그러지"
"됐거든? 이런 환경에서 사니까 더 그런거야 이 멍충아. 아 얼른 거기 니 팬티부터 치워. 더러워 진짜"
"흠"
구차한 변명 늘어놔 봐야 그녀가 짜증만 더 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나는 그녀와 함께 방을 치우기 시작
했다. 어쩐 일인지 기침도 열도 하나도 나지 않았다.
"그나저나 밥 먹어야 할텐데"
"이런 환경에서 넌 밥이 넘어가니? 이불 좀 털어와"
"아니, 방 다 치우고 말이야"
"아무거나 먹지 뭐"
그렇게 20여분을 함께 싹 방을 치웠다. 보기만 해도 개운했다.
"이제 좀 사람 사는 집 같구만. 어때? 좋지?"
"그래, 좋네"
가슴 속까지 개운한 느낌이다. 하지만 오래 창문 열여놓으면 방이 식을테니 난 창을 닫았다. 이미 공기도
어느 정도 정화됐을테고.
"밥 뭐 먹지?"
고민하는 표정의 그녀. 난 침대에 걸터앉은 그녀를 슥 밀어서 눕혔다.
"뭐하는거야"
"뭐하기는"
그리고 더듬더듬 그녀의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하지마!"
"아 쫌"
"아 됐어!"
"아이"
하지만 말로는 그래도 적극적으로 싫은 티를 내지는 않는 그녀.
"요즘 우리 소원했잖아. 간만에…"
언젠가 그녀가 "기가 막혀 진짜" 라면서 칭찬 아닌 칭찬을 했을 정도로 절묘한 솜씨로 브래지어 후크를 푼
난 손 안에 살짝 부족하게 들어오는 그녀의 가슴을 지그시 거머쥐었다.
"그런데 요즘 좀 작아진 거 같다?"
"그래? 나 살빠졌나보다"
"야, 살 빠져도 가슴 작아져서 빠지면 그게 무슨 의미야"
기어코 머리통을 한대 쥐어박힐 말을 하고만 나. 하지만 그녀는 별 말이 없다. 평소 같았으면 한대 쥐어박힐
일인데.
"나 가슴 수술할까?"
"미쳤어?"
"너도 큰 가슴이 좋잖아"
"물론 크면 좋지만 원래 커야지 수술해서 키우는게 무슨 의미야"
"그게 뭐 어때서"
"됐어, 지금도 충분해"
난 그녀의 헐렁한 티셔츠 속으로 머리통을 집어넣었다.
한참의 뜨거운 시간이 지나고, 우리 둘 다 팬티만 덜렁 입고 누워서 나른하게 창문에 비치는 햇살을 바라
보았다.
"짜장면 시켜먹을까"
"그러던지"
"짜장? 짬뽕"
"난 짬뽕"
"탕수육도 시킬까"
"아니 됐어. 살쪄"
주문을 위해 몸을 일으키기 직전, 지영이 내 가슴 팍에 머리를 지그시 대었다.
"요즘도 나랑 있으면 가슴 뛰어?"
평소답지 않게 왜 이렇게 감성적이니.
"가슴이야 항상 뛰지. 그거 멈추면 죽은건데"
"치"
나름 개그라고 쳤는데 너무 재미가 없었다. 그보다, 사실 밥도 밥이지만 이대로 그냥 누워서 푹 자고 싶다.
이 기분좋은 나른함이 좋다. 지영이의 기분좋은 향기가 내 코를 살짝 스친다. 이 기분좋은 느낌이 영원히
계속되면 얼마나 좋을까.
"손님"
누가 나를 툭 치는 손길에 겨우 잠이 깼다. 아까의 택시가사였다.
"곤히 주무시네. 몇 번을 불러도 안 깨고. 도착했어요"
"어휴 죄송합니다. 카드결재할께요"
"네"
이 놈의 택시기사, 내가 잠 잔다고 빙빙 돌았는지 평소 6천원이면 올 길이 8천원이 넘게 찍혔다. 하지만
얼른 택시비를 지불하고 택시에서 내렸다. 찬 바람이 귀를 스친다.
"후우"
너무 실감나는 꿈이었다. 정말 간만에 꿈 속에 그녀가 다시 나왔다. 짧은 시간이지만 행복했다. 꿈 속에선
방청소를 다했지만 지금 돌아가면 아니겠지. 갑자기 그녀가 정말 보고 싶다. 찬 바람을 마시니 기침이 더
심해졌다. 나는 계속 쿨룩대며 얼른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띵-
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문득 떠올랐다. 엊그제 해열제를 다 먹었다는 사실을. 그렇다고 다시
나가서 약국까지 다녀올 정신은 없는데.
아마 오늘 밤은 지독한 몸살과 열에 시달리리라. 하지만 그 와중에 다시 한번 그녀라는 이름의 환각을
볼 수 있다면…썩 나쁘지만는 않으리라.
있었다. 조금 민망할 정도로 폐병쟁이마냥 기침을 계속 해댔고, 머리가 빙빙 돌았다. 조퇴라도 하고 싶었지만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기안 받으러 돌아다녀야 하는 것마저 너무 괴롭고 힘들었다.
"연천 초등학교 쪽으로 가주세요"
"네"
해열제 효과가 떨어졌는지 퇴근 직후 열이 미친듯이 오르기 시작했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20분간 빙빙
도는 머릿 속에서 엄마 얼굴이 떠올랐다. 이제는 기침할 때마다 목 뿐만 아니라 가슴까지 아팠다. 기침이 너무
거세어 반쯤은 구토에 가까운 기침을 해댔다.
"후우"
택시 기사가 힐끔 룸미러로 뒤를 바라본다.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한 마디 했다.
"기침이 너무 심하네요. 이번 감기 정말 장난 아닌 거 같아요"
그제서야 조금 안심한 듯 기사가 "어휴, 그럼요. 요즘 조심해야 되요" 하고 말을 받는다. 하지만 그의 말
끝나기가 무섭게 난 또 기침을 했다. 열이 많이 올라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차창 밖의 가로등 불빛이 빙빙 도는 머릿 속을 더 해집는다. 그렇게 눈을 감았다.
열
"어휴, 집 구석이 왜 이 모양이야. 돼지우리네 돼지우리"
지영이는 내 방을 치우기 시작했다. 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요새 나 감기 때문에 완전 고생하잖아. 집에 오면 쓰러져 자기 바쁘니까 그러지"
"됐거든? 이런 환경에서 사니까 더 그런거야 이 멍충아. 아 얼른 거기 니 팬티부터 치워. 더러워 진짜"
"흠"
구차한 변명 늘어놔 봐야 그녀가 짜증만 더 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나는 그녀와 함께 방을 치우기 시작
했다. 어쩐 일인지 기침도 열도 하나도 나지 않았다.
"그나저나 밥 먹어야 할텐데"
"이런 환경에서 넌 밥이 넘어가니? 이불 좀 털어와"
"아니, 방 다 치우고 말이야"
"아무거나 먹지 뭐"
그렇게 20여분을 함께 싹 방을 치웠다. 보기만 해도 개운했다.
"이제 좀 사람 사는 집 같구만. 어때? 좋지?"
"그래, 좋네"
가슴 속까지 개운한 느낌이다. 하지만 오래 창문 열여놓으면 방이 식을테니 난 창을 닫았다. 이미 공기도
어느 정도 정화됐을테고.
"밥 뭐 먹지?"
고민하는 표정의 그녀. 난 침대에 걸터앉은 그녀를 슥 밀어서 눕혔다.
"뭐하는거야"
"뭐하기는"
그리고 더듬더듬 그녀의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하지마!"
"아 쫌"
"아 됐어!"
"아이"
하지만 말로는 그래도 적극적으로 싫은 티를 내지는 않는 그녀.
"요즘 우리 소원했잖아. 간만에…"
언젠가 그녀가 "기가 막혀 진짜" 라면서 칭찬 아닌 칭찬을 했을 정도로 절묘한 솜씨로 브래지어 후크를 푼
난 손 안에 살짝 부족하게 들어오는 그녀의 가슴을 지그시 거머쥐었다.
"그런데 요즘 좀 작아진 거 같다?"
"그래? 나 살빠졌나보다"
"야, 살 빠져도 가슴 작아져서 빠지면 그게 무슨 의미야"
기어코 머리통을 한대 쥐어박힐 말을 하고만 나. 하지만 그녀는 별 말이 없다. 평소 같았으면 한대 쥐어박힐
일인데.
"나 가슴 수술할까?"
"미쳤어?"
"너도 큰 가슴이 좋잖아"
"물론 크면 좋지만 원래 커야지 수술해서 키우는게 무슨 의미야"
"그게 뭐 어때서"
"됐어, 지금도 충분해"
난 그녀의 헐렁한 티셔츠 속으로 머리통을 집어넣었다.
한참의 뜨거운 시간이 지나고, 우리 둘 다 팬티만 덜렁 입고 누워서 나른하게 창문에 비치는 햇살을 바라
보았다.
"짜장면 시켜먹을까"
"그러던지"
"짜장? 짬뽕"
"난 짬뽕"
"탕수육도 시킬까"
"아니 됐어. 살쪄"
주문을 위해 몸을 일으키기 직전, 지영이 내 가슴 팍에 머리를 지그시 대었다.
"요즘도 나랑 있으면 가슴 뛰어?"
평소답지 않게 왜 이렇게 감성적이니.
"가슴이야 항상 뛰지. 그거 멈추면 죽은건데"
"치"
나름 개그라고 쳤는데 너무 재미가 없었다. 그보다, 사실 밥도 밥이지만 이대로 그냥 누워서 푹 자고 싶다.
이 기분좋은 나른함이 좋다. 지영이의 기분좋은 향기가 내 코를 살짝 스친다. 이 기분좋은 느낌이 영원히
계속되면 얼마나 좋을까.
"손님"
누가 나를 툭 치는 손길에 겨우 잠이 깼다. 아까의 택시가사였다.
"곤히 주무시네. 몇 번을 불러도 안 깨고. 도착했어요"
"어휴 죄송합니다. 카드결재할께요"
"네"
이 놈의 택시기사, 내가 잠 잔다고 빙빙 돌았는지 평소 6천원이면 올 길이 8천원이 넘게 찍혔다. 하지만
얼른 택시비를 지불하고 택시에서 내렸다. 찬 바람이 귀를 스친다.
"후우"
너무 실감나는 꿈이었다. 정말 간만에 꿈 속에 그녀가 다시 나왔다. 짧은 시간이지만 행복했다. 꿈 속에선
방청소를 다했지만 지금 돌아가면 아니겠지. 갑자기 그녀가 정말 보고 싶다. 찬 바람을 마시니 기침이 더
심해졌다. 나는 계속 쿨룩대며 얼른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띵-
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문득 떠올랐다. 엊그제 해열제를 다 먹었다는 사실을. 그렇다고 다시
나가서 약국까지 다녀올 정신은 없는데.
아마 오늘 밤은 지독한 몸살과 열에 시달리리라. 하지만 그 와중에 다시 한번 그녀라는 이름의 환각을
볼 수 있다면…썩 나쁘지만는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