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간만에 일찍 끝난 날이다. 출근하면서 다짐했으니까.
'오늘은 하늘이 두쪽나도 칼퇴한다'
그만큼 몸이 안 좋았다. 간밤에 몸살을 앓았다. 열나고 뒷목을 중심으로 머리 아프고…스트레스도 스트레스고
잠을 덜 자서 그렇기도 했을 것이다. 해열제 먹고 발가벗고 4시간 잤다. 다행히 아침에 열이 내렸다. 하지만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출근길 택시 안에서 거의 혼절하듯이 잤다.
회사 분위기는 안 좋았다. 아침 회의시간부터 막말에 가까운 부장님의 폭언이 터져나왔다. 남대리가 신랄하게
깨졌고, 나까지 덩달아 깨졌다. 하지만 욱하는 마음도 없잖아 있었다. 지난 3주간 모두가 한계 속에서 몸이 부
서져라 일했는데 무슨 쳐놀기라도 한 듯이 몰아붙이길래 할 말은 했다. 아랫 사람이 윗 사람에게 지킬 도리가
있지만, 윗 사람 역시 아랫 사람에게 지킬 도리가 있는 법이다. 모두의 사기를 꺾고 찬물을 끼얹는 그가 한심
하고 짜증났다.
스트레스가 폭발했다. 어지럽고 피곤했다. 다행히 오늘은 업무량이 좀 덜했다. 점심시간에는 밥도 안 먹고
엎드려 잤다. 오후가 되자 조금은 몸상태가 나아졌다. 감기는 나을 줄을 모르고 쿨룩거리지만.
이윽고 6시 20분에 회사를 나왔다. 택시를 탈까 하다가 그냥 버스를 탔다. 가는 길에 은주에게 전화가 왔다.
경아가 같이 저녁이나 먹자고 한다. 고민하다가 알겠노라고 했다.
먼저 도착해서 까페에서 잠시 쉬고 있노라니 은주가 왔다. 둘 다 간만의 칼퇴근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이직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다가 경아가 왔다. 셋 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니 매운 것 먹자고 했다.
쭈꾸미 먹으러 갔다.
쭈꾸미를 먹다 난데없이 은주랑 경아가 싸움이 났다. 둘 다 감정이 크게 상했고, 은주는 먼저 일어나 집으로
가버렸다. 그녀 둘 사이에 유래가 없는 일이었다. 물론 오래 알고 지내다보면 서운한 일도 있기 마련이지만
이런 식으로 크게 싸움이 벌어지는 일은 좀처럼 없는 법. 가게를 뛰쳐나가는 은주를 따라나가 몇 마디 건냈
지만 단단히 토라졌다. 다시는 안 볼 거라고 했다. 사실 은주 입장에서는 경아가 서운할 법도 했다.
가게로 돌아와보니 경아는 속상한 마음에 울고 있었다. 눈물 닦아주고 경아 입장에서 서운한 것 들어주고,
꾸짖을 것 꾸짖고 마음 추스리게 도와주고는 일어났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일어났다. 쭈꾸미 값 3만 2천
원이 아까웠다.
나와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을 좀 풀어낸 경아가 먼저 은주에게 사과의 문자와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은주는
받지 않았다. 경아와 나는 까페에서 한 시간쯤 이야기를 나눴다.
"나 이제 은주 안 볼거야"
"야…"
한 시간 가량을 있었지만 결국 끝내 은주는 오지 않았다. 경아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떠났고, 나는 집으로
돌아와 은주와 한 시간 가량 통화를 했다.
전화를 끊고 잠깐 누워 있노라니 눈이 좀 이상했다. 오른쪽 눈이 갑자기 굉장히 흐렸다. 눈도 씻고 잠깐
감았다가 떠보고 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증상을 검색해봤다. 잘 모르겠다.
마침 은주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난 지금 한쪽 눈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병원으로 가겠노라고 말하자
그녀도 곧 오겠다고 했다.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인근의 종합병원 응급실로 향했지만 그 병원에는 안과 관련 응급실 진료는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인근의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원무과에서 접수를 하고 혈압을 쟀다. 혈압이 다소 높게 나왔다. 스트레스 때문일까, 아니면 감기 기침 때문
일까.
"눈이 어떻게 아프시죠?"
"오른쪽 눈이 많이 흐립니다. 뿌옇습니다"
"평소 고혈압이나 당뇨를 앓으시는 편이신가요?"
"아니요"
"다른 약 먹고 있는거 있으신가요"
"3주 전부터 감기를 앓아서 엊그제 감기약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간밤에 몸살 기운이 있어서 열이 좀 나고,
뒷목이 뻐근했습니다"
"눈 비비신 적 있으신가요"
"네, 사무실이 좀 건조해서…"
"가족 중에 뇌출혈이나 뇌 혈관 관련 질환 앓으신 분 있으신가요"
"아버지가 얼마 전에 가벼운 뇌출혈 증상이 있으셨습니다"
"이 손가락 따라서 눈동자 움직여 보세요. 입도 이 해보세요"
여의사는 혹시 모르니 CT를 찍어보자고 했다. 나도 사실 단순히 눈만 이상했으면 별 신경 안 썼겠지만 어제
간밤에 열 나고 두통이 심했던 것이 생각나서 혹시, 하는 마음에 알겠노라고 했다.
CT를 찍었다.
잠시 후 그 여의사가 와서 특별히 뇌 관련해서는 별 이상이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안과 당직 선생
님이 한 분인데, 진료를 보시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는 아마
안구건조증에 의한 안약 처방 정도나 해줄 것 같으니 오늘은 안약 받아가시고 내일 다시 가까운 병원에서
진료 받으라고 했다.
CT 촬영비 때문에 고작 안약 처방 받고 9만원이 넘는 진료비가 나왔다.
"9만원 내고 방사능 샤워하고 안약 하나 받아왔네"
오후 11시 반을 넘긴 시간…간만의 칼퇴근은 기집 친구들의 싸움박질과 난데없는 오른 눈 이상으로 허무하게
날아갔다. 어쨌든 함께 따라와 준 은주에게 고맙다고 했다. 함께 경아 흉도 봤다.
은주를 바래다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보다 왠 혈압이 그리 높게 나왔는지 모르겠다. 정말 스트레스 때문
인지 기침을 계속해서 그런 것인지… 한쪽 눈도 지금 계속 흐릿하다. 암만 생각해도 안구 건조증은 아닌 듯
하다.
서둘러 자러 가야겠다.
tag : 난이제눈에뵈는게없는사람이야
'오늘은 하늘이 두쪽나도 칼퇴한다'
그만큼 몸이 안 좋았다. 간밤에 몸살을 앓았다. 열나고 뒷목을 중심으로 머리 아프고…스트레스도 스트레스고
잠을 덜 자서 그렇기도 했을 것이다. 해열제 먹고 발가벗고 4시간 잤다. 다행히 아침에 열이 내렸다. 하지만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출근길 택시 안에서 거의 혼절하듯이 잤다.
회사 분위기는 안 좋았다. 아침 회의시간부터 막말에 가까운 부장님의 폭언이 터져나왔다. 남대리가 신랄하게
깨졌고, 나까지 덩달아 깨졌다. 하지만 욱하는 마음도 없잖아 있었다. 지난 3주간 모두가 한계 속에서 몸이 부
서져라 일했는데 무슨 쳐놀기라도 한 듯이 몰아붙이길래 할 말은 했다. 아랫 사람이 윗 사람에게 지킬 도리가
있지만, 윗 사람 역시 아랫 사람에게 지킬 도리가 있는 법이다. 모두의 사기를 꺾고 찬물을 끼얹는 그가 한심
하고 짜증났다.
스트레스가 폭발했다. 어지럽고 피곤했다. 다행히 오늘은 업무량이 좀 덜했다. 점심시간에는 밥도 안 먹고
엎드려 잤다. 오후가 되자 조금은 몸상태가 나아졌다. 감기는 나을 줄을 모르고 쿨룩거리지만.
이윽고 6시 20분에 회사를 나왔다. 택시를 탈까 하다가 그냥 버스를 탔다. 가는 길에 은주에게 전화가 왔다.
경아가 같이 저녁이나 먹자고 한다. 고민하다가 알겠노라고 했다.
먼저 도착해서 까페에서 잠시 쉬고 있노라니 은주가 왔다. 둘 다 간만의 칼퇴근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이직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다가 경아가 왔다. 셋 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니 매운 것 먹자고 했다.
쭈꾸미 먹으러 갔다.
쭈꾸미를 먹다 난데없이 은주랑 경아가 싸움이 났다. 둘 다 감정이 크게 상했고, 은주는 먼저 일어나 집으로
가버렸다. 그녀 둘 사이에 유래가 없는 일이었다. 물론 오래 알고 지내다보면 서운한 일도 있기 마련이지만
이런 식으로 크게 싸움이 벌어지는 일은 좀처럼 없는 법. 가게를 뛰쳐나가는 은주를 따라나가 몇 마디 건냈
지만 단단히 토라졌다. 다시는 안 볼 거라고 했다. 사실 은주 입장에서는 경아가 서운할 법도 했다.
가게로 돌아와보니 경아는 속상한 마음에 울고 있었다. 눈물 닦아주고 경아 입장에서 서운한 것 들어주고,
꾸짖을 것 꾸짖고 마음 추스리게 도와주고는 일어났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일어났다. 쭈꾸미 값 3만 2천
원이 아까웠다.
나와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을 좀 풀어낸 경아가 먼저 은주에게 사과의 문자와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은주는
받지 않았다. 경아와 나는 까페에서 한 시간쯤 이야기를 나눴다.
"나 이제 은주 안 볼거야"
"야…"
한 시간 가량을 있었지만 결국 끝내 은주는 오지 않았다. 경아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떠났고, 나는 집으로
돌아와 은주와 한 시간 가량 통화를 했다.
전화를 끊고 잠깐 누워 있노라니 눈이 좀 이상했다. 오른쪽 눈이 갑자기 굉장히 흐렸다. 눈도 씻고 잠깐
감았다가 떠보고 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증상을 검색해봤다. 잘 모르겠다.
마침 은주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난 지금 한쪽 눈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병원으로 가겠노라고 말하자
그녀도 곧 오겠다고 했다.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인근의 종합병원 응급실로 향했지만 그 병원에는 안과 관련 응급실 진료는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인근의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원무과에서 접수를 하고 혈압을 쟀다. 혈압이 다소 높게 나왔다. 스트레스 때문일까, 아니면 감기 기침 때문
일까.
"눈이 어떻게 아프시죠?"
"오른쪽 눈이 많이 흐립니다. 뿌옇습니다"
"평소 고혈압이나 당뇨를 앓으시는 편이신가요?"
"아니요"
"다른 약 먹고 있는거 있으신가요"
"3주 전부터 감기를 앓아서 엊그제 감기약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간밤에 몸살 기운이 있어서 열이 좀 나고,
뒷목이 뻐근했습니다"
"눈 비비신 적 있으신가요"
"네, 사무실이 좀 건조해서…"
"가족 중에 뇌출혈이나 뇌 혈관 관련 질환 앓으신 분 있으신가요"
"아버지가 얼마 전에 가벼운 뇌출혈 증상이 있으셨습니다"
"이 손가락 따라서 눈동자 움직여 보세요. 입도 이 해보세요"
여의사는 혹시 모르니 CT를 찍어보자고 했다. 나도 사실 단순히 눈만 이상했으면 별 신경 안 썼겠지만 어제
간밤에 열 나고 두통이 심했던 것이 생각나서 혹시, 하는 마음에 알겠노라고 했다.
CT를 찍었다.
잠시 후 그 여의사가 와서 특별히 뇌 관련해서는 별 이상이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안과 당직 선생
님이 한 분인데, 진료를 보시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는 아마
안구건조증에 의한 안약 처방 정도나 해줄 것 같으니 오늘은 안약 받아가시고 내일 다시 가까운 병원에서
진료 받으라고 했다.
CT 촬영비 때문에 고작 안약 처방 받고 9만원이 넘는 진료비가 나왔다.
"9만원 내고 방사능 샤워하고 안약 하나 받아왔네"
오후 11시 반을 넘긴 시간…간만의 칼퇴근은 기집 친구들의 싸움박질과 난데없는 오른 눈 이상으로 허무하게
날아갔다. 어쨌든 함께 따라와 준 은주에게 고맙다고 했다. 함께 경아 흉도 봤다.
은주를 바래다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보다 왠 혈압이 그리 높게 나왔는지 모르겠다. 정말 스트레스 때문
인지 기침을 계속해서 그런 것인지… 한쪽 눈도 지금 계속 흐릿하다. 암만 생각해도 안구 건조증은 아닌 듯
하다.
서둘러 자러 가야겠다.
tag : 난이제눈에뵈는게없는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