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0일자로 회사를 관두기로 했다. 씁쓸했지만 어쩔 수 있겠는가. 회사가 어렵다는데. 조금은 막막했지만
사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하다.
또 이제 어디가서 일자리를 구해야 하나, 하는 부담도 없잖아 있지만 그보다는 그저 담담한 마음이다. 주변엔
극히 일부에게만 알렸다. 원래 백수와 아픈 것은 소문내야 주변에서 도와주기라도 한다지만…
어깨 다친 것은 여전히 통증이 심하다. 그래도 한 2주 이상 지났다고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팔을 제대로 못 쓴다. 하지만 혼자 어깨 다쳐 재활 훈련 중인 투수의 망상을 하며 끌끌끌 웃곤 한다.
그 와중에, 이제 백수가 되면 언제 재취업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와중에도 돈은 미친듯이 쓰고 있다. 취업
준비용이라면서 정장을 한벌 지르긴 했는데, 온라인으로 주문을 할 때 착오로 그만 매장에서 입어본 것과
다른 것을 주문했다. 라펠의 폭이 좁아 날티가 나서 도저히 인터뷰 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을 듯 디자인이다.
하지만 솔직히 입어보니 더 마음에 들어서 이건 그냥 무슨 날 때 입기로 하고, 인터뷰용으로는 또 한 벌을
새로 주문했다. 여름 정장만 두 벌을 그렇게 새로 질렀다. 그리고 정장을 새로 사고보니 구두도 좀 많이 낡
았다, 싶어 한참을 디깅하다가 무난한 스타일로 새로 두 켤레를 주문했다. 애써 '재취업을 위한 투자'라고
변명해 본다.
지난 주말에는 다이나믹 듀오와 사이먼디의 워커힐 풀사이드 파티에 다녀왔다. 솔직히 요즘 기분 같아선
어디 뭐 가도 재밌게 놀 수 있긴할까 싶어 관둘까 하다가, 정작 가선 미친듯이 즐기고 왔다. 중간에 비도
쏟아지고, 나중에는 아예 옷이 젖던 말던 풀에 들어가서 미친듯이 놀았는데 정말이지 요 근래들어 제일
신났던 날 같다.
많이 미흡했다. 다른 좋은 곳을 또 알아보기로 했다.
그 와중에 책도 또 이만큼 질렀다. 밀레니엄 시리즈와 화폐전쟁 등등. 평소 보고 싶던 책들인데 E-북
50% 세일을 하길래 죄 질렀다. E-북에 조금 회의적이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생각보다 괜찮다. 어쩌면
현재 중단되어 있는 생각보다 짧은 시간 E-북化를 조만간 다시 추진할지도 모르겠다.
간밤에는 갑자기 이가 많이 아팠다. 게다가 예전에 치료한 이빨이다. 옘병, 바로 예약을 잡았다. 간만에
치과가는 김에 스케일링도 하고, 욱씬거린 이유도 알아봐야 할 것 같다. 가뜩이나 이제 돈 걱정 시작인데
이에 큰 돈 들어가면 큰일인데. 하지만 예쁜 간호사 생각으로 잊는다…
이제 백수를 앞둔 토요일의 휴식이라지만, 바쁘긴 오히려 평소보다 더 바쁘다. 이력서용 증명사진도 이제
새로 업데이트 해야 할 것이고 또 머리도 깔끔하게 자를 생각이다.
당장의 목표는 최대한 빨리 재취업, 부활인데 잘 될지 모르겠다. 하반기 경제전망이 절망적이던데, 언젠가
썼던 '어느 백수 남친의 일상(현재는 비공개 중. 책에 실려있음)'이 또 재현되지는 않을까 조금 두렵다.
그래도 아직은, 절망적이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