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 자고 뭐해 ]
하릴없이 유투브나 틀어놓고 멍하니 소울 음악들이나 듣고 있노라니 여자 스박이 문자로 말을 건다.
[ 너야말로 ]
문자를 보낸 직후 전화를 걸었다. 통화대기음이 울리며 나는 모니터를 끄고 방의 불도 껐다. 그리고 침대에
가서 누웠다. 그리고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뭐야, 새벽에 전화를 다"
"먼저 문자 보낸건 너다?"
나의 지적에 "그냥, 글 올라왔길래. 안 자고 뭐해" 하고 얼버무리는 그녀. 나 역시 "그냥, 안자고 글쓰지.
잠이 안 와서" 하고 대답했고, 그녀는 "내일 회사 안 가?" 하고 묻는다.
"가야지"
"내일 또 정신없이 졸겠구만"
그리고 잠시 대화가 끊긴다.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걸긴 했다만 사실 할 말은 없다.
"연수야"
"아 왜 닭살돋게 갑자기 이름 불러. 그리고 목소리 깔지마. 웃겨"
하지만 그녀의 농담조 너스레를 무시하고 난 새벽의 힘을 빌어 고백했다.
"우리 다시 시작하지 않을래?"
"미쳤어?"
물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돌아온 쌀쌀맞은 대답. 흐음.
"미친거야 원래 미친거고, 그렇지만 진지하게 묻는거야"
"너 나랑 왜 헤어진지 몰라?"
"실수였고…그리고 오해도 있었잖아"
"하아…넌 진짜 편하구나"
간만의, 그녀와의 건조한 전화. 문득 그녀와의 이별 과정에 있었던 많은 전화가 생각났다. 그때도 이렇게
분위기 참 건조했었지. 아, 차라리 그냥 다시 말하지 말걸 그랬나. 짧은 침묵 후에 그녀가 다시 말했다.
"…넌 다 잊었을지 모르지만 나는 아니야"
그녀의 무거운 한 마디에 나는 할 말을 잊었다. 그리고 문득 이별 과정에서 그녀가 참 전화 너머에서 그저
서럽게 울던 그 기억이 되살아났다. 정말 그녀답지 않은, 정말로 서럽게 울던 그녀. 이별을 앞둔 상황 속
에서 한없이 울던 그녀의 울음소리는 내 마음 속에도 한없이 많은 스크래치와 미안함, 그녀에 대한 연민과
애절한 기억을 남기게 했었지.
"알아. 못 잊겠지. 그렇지만 그건 마찬가지야. 그래서 더 다시 잘해보고 싶은거야. 만회할 기회를 줘"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물었다.
"나랑 다시 시작한다고 해서, 달라질게 뭔데. 그래, 너랑 연애하면 재밌겠지. 근데 그게 다잖아. 아니 나도
재밌기만 하면 그걸로 좋아. 근데 정말 재미있기만 할까. 예전같은 연애, 나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
"연수야"
"하아, 넌 진짜 되게 편한가부다. 내가 이렇게 같이 친구로 있으니까, 그렇게 편하니"
"연수야 내 말 들어봐"
나는 차분히 말했다.
"구차하게 옛날 변명 안 할께. 그리고 지금같은 관계도 난 괜찮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계속 욕심이 나.
이거 진짜 내가 되게 이기적인 부탁하는거 알지만… 다시, 잘해보자"
"하아"
깊은 한숨을 쉬는 그녀. 나는 그녀가 갈등을 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솔직히 기쁘고 감사했다. 그래,
설령 안 되더라도, 그녀가 진지하게 나와의 재결합을 생각해줬다는 자체만으로도 기뻤다.
'씨발'
이렇게나 좋아하는데… 도대체 그때의 나는 얼마나 정신나간 미친 개새끼였던가. 후우.
"박스야"
"어?"
깊은 후회의 마음으로 속을 끓이고 있노라니 오래 고민한 그녀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내가 대답을 하자
그녀는 아주 어렵게 다시 말을 이었다.
"하아…후우… 하지만 이거 하나만 알아둬. 난 절대 너랑 진지하게 미래를 계획한다거나, 또 다시 한번
니가 이상한 마음 품고 그럴 때 다시 받아주고 그럴 생각은 절대 없어. 단 한번이라도, 너가 한눈을 팔
거나 아니다 싶은 생각들면 나 그때는 지금처럼도 아니고 너 영원히, 정말 영원히 다신 안 볼거야"
그녀는 그렇게 마치 자신과의 다짐이라도 하듯이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나는 입가에 넘쳐나는 웃음을
겨우겨우 참으면서 말했다.
"고마워… 내가… 너 정말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줄께… 정말 잘할께…"
그러자 전화기 저 펀에서 "진작 좀 잘하지" 하는 핀찬이 바로 돌아왔다. 그래… 이토록 사랑스러운 여자
를… 정말 잘하자. 그래서 언젠가 다시 그녀가 나에 대해 마음을 놓고 "사랑해"라는 말을 한껏 웃으면서
해줄 그 날을 맞이하자…
나는 그녀와의 전화를 끊고 그 벅찬 마음으로 카톡을 보냈다.
'만우절'
tag : 만우절용글
하릴없이 유투브나 틀어놓고 멍하니 소울 음악들이나 듣고 있노라니 여자 스박이 문자로 말을 건다.
[ 너야말로 ]
문자를 보낸 직후 전화를 걸었다. 통화대기음이 울리며 나는 모니터를 끄고 방의 불도 껐다. 그리고 침대에
가서 누웠다. 그리고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뭐야, 새벽에 전화를 다"
"먼저 문자 보낸건 너다?"
나의 지적에 "그냥, 글 올라왔길래. 안 자고 뭐해" 하고 얼버무리는 그녀. 나 역시 "그냥, 안자고 글쓰지.
잠이 안 와서" 하고 대답했고, 그녀는 "내일 회사 안 가?" 하고 묻는다.
"가야지"
"내일 또 정신없이 졸겠구만"
그리고 잠시 대화가 끊긴다.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걸긴 했다만 사실 할 말은 없다.
"연수야"
"아 왜 닭살돋게 갑자기 이름 불러. 그리고 목소리 깔지마. 웃겨"
하지만 그녀의 농담조 너스레를 무시하고 난 새벽의 힘을 빌어 고백했다.
"우리 다시 시작하지 않을래?"
"미쳤어?"
물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돌아온 쌀쌀맞은 대답. 흐음.
"미친거야 원래 미친거고, 그렇지만 진지하게 묻는거야"
"너 나랑 왜 헤어진지 몰라?"
"실수였고…그리고 오해도 있었잖아"
"하아…넌 진짜 편하구나"
간만의, 그녀와의 건조한 전화. 문득 그녀와의 이별 과정에 있었던 많은 전화가 생각났다. 그때도 이렇게
분위기 참 건조했었지. 아, 차라리 그냥 다시 말하지 말걸 그랬나. 짧은 침묵 후에 그녀가 다시 말했다.
"…넌 다 잊었을지 모르지만 나는 아니야"
그녀의 무거운 한 마디에 나는 할 말을 잊었다. 그리고 문득 이별 과정에서 그녀가 참 전화 너머에서 그저
서럽게 울던 그 기억이 되살아났다. 정말 그녀답지 않은, 정말로 서럽게 울던 그녀. 이별을 앞둔 상황 속
에서 한없이 울던 그녀의 울음소리는 내 마음 속에도 한없이 많은 스크래치와 미안함, 그녀에 대한 연민과
애절한 기억을 남기게 했었지.
"알아. 못 잊겠지. 그렇지만 그건 마찬가지야. 그래서 더 다시 잘해보고 싶은거야. 만회할 기회를 줘"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물었다.
"나랑 다시 시작한다고 해서, 달라질게 뭔데. 그래, 너랑 연애하면 재밌겠지. 근데 그게 다잖아. 아니 나도
재밌기만 하면 그걸로 좋아. 근데 정말 재미있기만 할까. 예전같은 연애, 나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
"연수야"
"하아, 넌 진짜 되게 편한가부다. 내가 이렇게 같이 친구로 있으니까, 그렇게 편하니"
"연수야 내 말 들어봐"
나는 차분히 말했다.
"구차하게 옛날 변명 안 할께. 그리고 지금같은 관계도 난 괜찮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계속 욕심이 나.
이거 진짜 내가 되게 이기적인 부탁하는거 알지만… 다시, 잘해보자"
"하아"
깊은 한숨을 쉬는 그녀. 나는 그녀가 갈등을 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솔직히 기쁘고 감사했다. 그래,
설령 안 되더라도, 그녀가 진지하게 나와의 재결합을 생각해줬다는 자체만으로도 기뻤다.
'씨발'
이렇게나 좋아하는데… 도대체 그때의 나는 얼마나 정신나간 미친 개새끼였던가. 후우.
"박스야"
"어?"
깊은 후회의 마음으로 속을 끓이고 있노라니 오래 고민한 그녀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내가 대답을 하자
그녀는 아주 어렵게 다시 말을 이었다.
"하아…후우… 하지만 이거 하나만 알아둬. 난 절대 너랑 진지하게 미래를 계획한다거나, 또 다시 한번
니가 이상한 마음 품고 그럴 때 다시 받아주고 그럴 생각은 절대 없어. 단 한번이라도, 너가 한눈을 팔
거나 아니다 싶은 생각들면 나 그때는 지금처럼도 아니고 너 영원히, 정말 영원히 다신 안 볼거야"
그녀는 그렇게 마치 자신과의 다짐이라도 하듯이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나는 입가에 넘쳐나는 웃음을
겨우겨우 참으면서 말했다.
"고마워… 내가… 너 정말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줄께… 정말 잘할께…"
그러자 전화기 저 펀에서 "진작 좀 잘하지" 하는 핀찬이 바로 돌아왔다. 그래… 이토록 사랑스러운 여자
를… 정말 잘하자. 그래서 언젠가 다시 그녀가 나에 대해 마음을 놓고 "사랑해"라는 말을 한껏 웃으면서
해줄 그 날을 맞이하자…
나는 그녀와의 전화를 끊고 그 벅찬 마음으로 카톡을 보냈다.
'만우절'
tag : 만우절용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