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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생각보다 짧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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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전직 게이의 이성애 소개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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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끝내주게 깔끔한, 그렇다고 뭔가 흔한 연예인 삘의 그런 100% 꽉 찬 멋이 아니라 오히려 여백의
미를 살려둠으로서 그 허전함이 남아있는…

은 아니고 그보다는 사실 뭐랄까 모카신에 아가일 패턴 패션양말과 8부 멜빵 바지와 빨간 체크남방과
헌팅캡이라는, 도저히 이건 누가봐도, 천하의 노홍철도 소화 못할 거 같은 기이한 패션을 놀랍게도
'멋있게' 매칭에 성공해내는 기염을 토해냄으로서

소개팅 나온 여자가 반은 놀라고 반은 그 센스가 감탄하면서 그 이상으로 놀라다가도 왠지 모를 그
깔끔하게 갈무리 된 폭발적 내재적 센스에 본능적으로 은근히 매력을 느끼는데 바로 딱 그 시점에 미칠
듯한 말빨,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을 비하하고 또 여자를 띄워내는 그 능수능란한 혓바닥으로 여자의
가슴을 2시간 내내 콩당콩닥 진짜 요만큼의, 일말의 지루함도 없이 풀타임으로 두근대게 하는데…

그래서 '이런 스타일 남자와 연애하면 어떨까, 근데 아무래도 이 너무 쇼킹한 패션 센스는 너무 과하지?
하지만 재미는 있겠지? 아냐 난 좀 더 평범한 연애를 하고 싶은데, 음, 그치만 이 남자 되게 재밌고 매력
있긴 하다' 하고 별별 생각이 다 머리에서 지나가는 그 타이밍에 대뜸

뜻밖에 거기서 "어? 잠실에서 부리또? 좋지!" 하고 여자가 술 한잔 어때요? 말하기 고 직전 "죄송한데 저
급한 약속이 생겨서 가봐야겠네요" 하면서 황망하게 휙 떠나는데

그 쌩하니 바람이라도 부는 듯한 발랄함에 황당하면서도 허전하고 짜증나서 "허 참나"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난 여자에게 갑자기 또 뒤늦게 허둥지둥 달려온 그 남자가  

"저기, 이건 제 번호에요 저 오늘 그쪽 너무너무 맘에 들었어요 사귀고 싶을 정도로요. 근데 더 같이 있다
가는 그만 너무 좋아서 실수할 거 같아서 그렇게 도망친건데 또 그렇게 도망치니까 너무 죄송해서요,
대신에 이렇게 제 휴대폰 번호와 제 마음의 선물 으, 이건 제 영혼을 다듬어 만든 머리띠인데요 영은
씨랑 진짜 잘 어울릴거 같아서요.

그리고 저 또 다시 도망칠건데 다음 주에 뵈어요! 정말 정말 오늘 즐거웠어요! 오늘 저 너무 무례했죠?
하지만 다음 주에는 그럼 저 되게 깔끔한 모습 보여드릴께요"

하고 다시 귀엽게 도망치는 모습에 여자가 솔직히 실망감 200%에 황당하면서도, 왠지 그 머리띠가 진짜
너무 이쁘게 마음에 쏙 들게 만들어져서

'그래 다음에 한번 더 만나주지 뭐' 하게 만드는 그런 남자와의 어떤 소개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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