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낮잠을 자다가 악몽을 꾸어 어벙벙한 머리로 화들짝 놀라 깬 박지성 상무.
"어…음. 어후, 뭔 이런 꿈을 다 꾸냐"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무거운 몸으로 세수부터 하고 나니 좀 진정이 된다. 어휴 그냥 요새 이래저래 신경쓸
일이 많아서인지 별 황당한 꿈을 다 꿨다. 시계를 보니 1시, 점심이나 먹자 생각하고 있노라니 왠일로 박스
한테 전화가 왔다.
"아 여보세요? 어 간만이네. 요새 잘 지내지?"
반갑게 맞이하는 전화에 절로 웃음이 허허 나온다. 새끼, 실실 쪼개기는.
"어 뭐, 나야 똑같지. 무슨 일 있어? 어?"
이게 뭔 소리야.
"안 좋은… 이야기가 있어? 어 잠깐만. 확인 좀 해보고. 어 내 컴퓨터 켜고 다시 전화할께"
스박이 말로는 요즘 야구장 후기 중에 좀 거시기한 내용이 있단다. 신경 좀 써야할 거 같다는데 다른 것도
아니고 솔직히 영업 생활 20년 차에 최소한 그 문제로 욕 먹은거 없다는게 자부심인데 이건 또 뭔 소리야.
'음'
초조하게 부팅되는 것을 기다리다 서둘러 박스의 블로그에 접속한다. 야구장 글을 슥 몇 개 살펴보다보니
어, 댓글이 달린게 보인다. 찬찬히 읽어보노라니… 허허.
'흠…'
아무래도 한 분은 웨이터 팁 주는 문제로 착각하신 거 같구마이. 웨이터들도 어차피 팁으로 먹고 사는
놈들이다보니 손님이 있으면 몇 명이 드나들면서 어떻게든 담은 만원이라도 팁을 챙겨받고 싶어하는데
이거는 베테랑 같으면 한 명 싹싹한 놈한테 만원 쥐어주면서 먼저 다른 웨이터들 알랑거리지 말라고
넌지시 눈치를 주면 되는 문제인데… 저번에 박스가 그런 내용으로다가 한번 쓴 거 같기도 한데 뭐 그리
모든 사람이 다 꼼꼼히 읽지야 않았을테니.
"아 근데 이거 뭐라고 설명을 해야되나…"
머리를 긁어가며 찬찬히 댓글을 달아놓는데 이게 제대로 설명이 됐을랑가 모르겠네. 어쨌거나 뭐 이건
경륜을 쌓다보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문제이긴 한데 아 모르는 손님 입장에서야 억울하기도 할 문제
겠고만 싶기도 한 것이 고개가 끄덕여졌다. 담에는 이 부분을 잘 설명해서 요령있게 대처하게끔 도와
드려야겠고만. 오케이 오케이.
영업생활 20년… 아 꼭 이 일로만 그런 것은 아니고 뭐 하다보니 여자처자 이 바닥 일을 하게 되었다만
결론은 뭐 항상 마음을 열어놓으면 될 일인 것이다. 이쪽에서도 할 말이 있기야 하겠지만 손님이 아니다
하면 아 그 부분을 알겠노라 하며 좋게좋게 체크를 해두면 다 결국에는 그게 득이다, 라는게 지론이다.
사람 생각하는거야 다 거기서 거기니까.
"근데…"
그 다음이 조금 거시기하다. 손님들이야 이래저래 불만이 있을 수야 있지만 이건…
우우우우우우웅- 우우우우우우우웅-
"아 여보세요?"
박스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댓글은 확인해봤냔다.
"어어, 확인해 봤는데, 아 근데 이거는, 어… 구장비랑 뭐 이런 거는 우리는 따로 안 받거든? 첨에 견적
내가지고 8시 이전에 스물일곱장 이후에 스물아홉장 뭐 이래가지고 받고나면 그게 끝이란 말이야. 근데
야금야금 뜯어갔네 어쩌네 이러시는데 아 이거는 손님한테 웨이터들이 가서 팁 받아가는거, 그거거든.
그러니까 이거는 한 명만 딱 팁 주고 '아 여는 이제 다른 웨이터들 필요없으니까 팁 받아먹을라고 뭐
그러지 말라하고 삼촌만 왔다갔다 하면서 딱 전담으로다 잘 해달라'고, 그러면 되는거거든? 아 그리고
좀 독할 거 같으면 나중에 나중에 하면 되는건데…"
하지만 박스는 "첨 가시는 분이나 아니면 다른 데서 놀던 분들은 그런거 잘 모를 수도 있으니까, 될 수
있으면 박 상무님이 신경 좀 써주세요. 다른 손님들도 아니고… 다 그래도 애정을 갖고 찾는 분들인데"
하고 좋게좋게 부탁을 한다. 아무렴.
"아 그럼, 그거는 내 항시 신경을 쓰지. 그럼. 여기가 입소문으로 먹고 사는건데. 아 그래서 지금 나도
이거 댓글보고 깜짝 놀랜거야. 다른건 몰라도 내 그거는 진짜 신경쓴다. 말 한 마디를 해도 더 사근사근
할라고 하고. 뭐라도 더 챙겨드릴거 있으면 알게 모르게 챙겨주고. 여튼 내 더 신경 좀 쓸께"
그렇게 대답을 하노라는데 아, 그냥 넘어갈 뻔 했네.
"아 근데 그, 다른 상무가 좋다느니 하는 댓글 말이야… 아 나는 그게 좀…"
소올직하게 말해서, 아 이 댓글은 좀 거시기한게 있다. 영업생활 몇 년 차인데 다른 상무랑 비교하는
손님은 들어본 적도 없다. 하다못해 좀 큰 미용실을 가도 담당 선생님이 맘에 안 들면 그냥 그 가게를
다른 가게로 가고 말지 선생님을 바꾸나? 보통은 안 그런단 말이다. 내상을 입었거나 뭐가 좀 불만이
있으면 영업상무한테 바로 말해서 시정을 요구하지, 다른 상무가 좋게 뭐 그랬다는 손님은 들어본 적
도 없거니와 좀 억울하기까지 하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아 다른 영업상무가…
아 뭣보다 요즘 얼마간은 몸이 영 안 좋아서-아 오죽하면 내가 아침에 잠을 자다가 생전에 안 꾸는
악몽을 다 꾸었겠는가- 보조를 데리고 일을 했는데 나도 나지만 걔들이 손님 막대한다는건 말도 안
되는거고… 얘들이 어떤 애들인데. 아무래도 이건 좀…
"흐음, 다른 영업상무가 남긴 겐세이 댓글 같다 이거죠?"
"고렇지"
설명을 하고 나니 박스가 먼저 맘을 대변해서 말해준다. 아 새끼, 눈치가 빨러.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말에 할 말이 없어진다.
"아 뭐 그럴 수도 있는데, 이거 뭐 일일히 IP추적하는 것도 지랄스런 일이고, 또 겐세이라는 확실한
보장도 없는거고, 그리고 의혹을 떠나서, 한번 더 신경 좀 써주세요. 다 아시잖아요 손님들이 원하는
게 어디 한두가지겠어요? 것두 다 비싼 돈 내고 가는건데. 아시잖아요"
허허, 참.
"알았다, 내 그냥 좀 억울한 맘이 있어서 그렇지. 아 어디 내가 손님 서운하게 할 사람인가. 또 뭐
서운하다고 손님이 말해주면 내가 그거 그 자리에서 한번을 시정 안 한 적이 없다고. 바로바로 다
제깍제깍 조치해주는데 그런 소리 들으니 좀… 뭐, 여튼 내 더 신경쓸께. 아 진짜루 다른 손님도
아니고 니 블로그 보고 오신 분들한테는 내 더 신경을 쓴다니까? 빈말이 아니고. 거 내 글주변이
없어가지고 일단 얼추 댓글들 달아놓긴 했는데, 그 문제 되는거 있음 바로바로 꼭 말해주고. 으이,
밥 먹었냐? 어, 그래, 그럼 뭐 조만간 술이나 한잔 하자. 뭐 땡기면 바로 오늘 내일이라도 가게나
함 들리고? 됐어? 허허, 알았다. 그럼 쉬어라"
전화를 끊고 한숨을 후 내쉬고는 냉장고를 열어 물 한 모금을 마신다. 그래, 뭐 초심이라는 생각
으로 더 신경 좀 써야지. 어우 밥이나 먹고 출근이나 해야겠다. 아 출출하다. 뭐 먹을거 있나…
박지성 상무는 주린 배를 욺켜쥐고 거실로 향했다.
(다른 편 보러가기) - [박지성 상무의 강남 야구장]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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