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하하하하하"
새벽까지 신나게 놀다 집에 도착했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놀았다. 나 아직 안 죽었네? 하고 내심 흐뭇한
생각이 들 정도로 놀았다. 이미 발은 팅팅 부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걷는 것조차 피곤하고 힘들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아우, 어후!"
하면서 구두를 벗어제끼고 가방을 내던… 질 뻔 했지만 조심스레 내려놓고 뻐덕뻐덕한 발가락을 조심
스럽게 내딛으며 뻐근한 허리와 어깨를 새삼 만끽하며 현관 문을 닫는다.
"후"
창문이라도 열어놓고 나갈걸. 숨이 다 갑갑하다. 코트를 벗으며 창문을 살짝 열고, 머플러를 풀고, 허리를
꼭 조이는 치마 후크부터 풀고, 어후, 살 거 같네. 치마를 벗자마자 스타킹을 벗으며 화장실로 들어간다.
쉬이이이이잇
기분나쁜 쇳소리와 함께 택시에서부터 참고 참았던 소변을 무서운 기세로 쏟아내고 마음의 시름을 푼다.
새삼 팅팅 부은 다리와 발을 느끼며 아직도 후끈거리는 얼굴을 손등으로 느낀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 잠시
그 기분좋은 피로와 노곤함을 만끽하고는 오늘이 주말이라는 사실을 하늘에 감사한다.
[ 언니 잘 들어갔어요? 난 도착했음 재밌었어요, 담에 또 놀아요ㅋㅋㅋ ]
[ 혜인아, 오늘 재밌었어 조심해서 들어가고 다음 주에 커피나 하자 ]
[ 야 대박ㅋㅋㅋ아까 그 춤덕이한테 계속 전화 와 나 어뜨케? ㅋㅋㅋ ]
새삼 카톡을 확인하며 피식 웃은 그녀는 답장도 답장이지만 일단 여튼 뒷처리를 마무리하고 옷을 벗어
화장실 앞에 곱게 걸어놓는다. 그리고 브래지어도 벗고, 팬티라이너를 제거하며 팬티도 벗어놓고 알몸이
되어 새삼 거울을 본다.
'후우'
붉은 화장실 조명 아래서 새삼 오늘 정말 화장 잘 먹었었네 하면서 사진을 한장 찍는다. 하지만 실물보다
어째 영 안 나오고 에이, 하는 마음에 휴대폰을 물 안튀는 수건 선반에 잘 넣어둔다. 아까 지영이가 뭐
사진 많이 찍었으니까.
'너무 피곤하다'
아까는 밤이라도 새울 자신이 있었는데 집에 오자마자 피로가 급격히 쏟아진다. 아 역시 나이는 이제 못
속이는건가. 아 화장 지우고 자기 너무 귀찮다. 말리고 잘 여유까지는 없다. 화장만 겨우 지우고, 대충
샤워하고 머리는 내일 감기로 하자.
개운하게 씻고 나와 하루종일 고생했을 피부에 오늘따라 또 가볍게 영양크림과 나이트 크림을 대강
바르고는 바로 침대에 몸을 뉘인다.
"어후"
아저씨처럼 절로 한숨이 나온다. 허리가 뻐그은한게 너무 아프다. 아, 정말 간만에 신나게 놀았다. 아
맞다. 휴대폰을 화장실에 두고 왔다. 그냥 이렇게 자버릴까 하다가 그냥 어렵게 몸을 일으켜 가져온다.
'하하'
아까의 카톡들에 대강 답장을 해주고는 불 끄고 침대에 눕는다. 아 정말로 노곤하다. 눈만 감으면 바로
잠에 빠져들 것만 같다. 그 와중에 또 카톡 답문이 오고 가볍게 [ ㅋㅋㅋ ] 대꾸만 해주고는 그렇게
팅팅 부은 하체를 새삼 느끼며 그렇게 잠에 빠져든다.
'내일은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잠만 자야지'
하고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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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일요일 새벽 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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