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남고공대 테크를 타고 보니 어느새 나이는 20대를 훌쩍 넘겼으되, 그 나이 먹도록 이성과의 성
관계는 물론이요 손목 한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한 불쌍한 찌질이. '찌질이'라는 표현에 순간 조금은
울컥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건데 최소한 이성 관계에 대해서만큼은 반박이 어렵다.
'어휴'
군대에서도 남들처럼 그 흔한 여친 면회 한번, 하다못해 이성친구나 여후배로부터 한번쯤은 올법도
한 위문편지 한 통 못 받아본 우울한 인생, 휴가를 나와서도 오로지 게임이나 하다 들어가고 그렇게
참 고독하고도 외로운 인생을 보내기도 보냈다.
군 전역하고 나서 복학을 하고나니, 아 신입생 남자애들은 다들 왜 그리도 몸도 좋고 키도 훤칠하고
얼굴도 잘 생겼는지. 얼굴은 시커멓게 타고 촌스러운 더벅머리에(딴에는 샤기컷이라고 한거는 한
건데) 시커먼 백팩에 뚱실한 똥배, 짧은 다리와 더 짧아보이게 만드는 통 큰 청바지에 안 어울리는
흰색 운동화, 목은 또 왜 이리도 짧은가… 거울보면 한숨 나오는 피부와 돗수 높은 안경은 참 본인이
생각해도 답이 없다.
'운동을 하긴 해야하는데'
하기는 개뿔이, 학교 다녀오면 그저 컴퓨터 앞에 앉아 반 나절을 보내고 어느새 정신 차리고 보면
밤 10시가 넘었는데 그 시간에 하면 뭘하겠는가. 그저 입이 심심하니 라면이나 끓여먹고 배 두드
리며 잠깐 TV보다 또 컴퓨터나 하다 새벽에 잠을 자는 것이다.
'음 그리고'
아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딸딸이. 토런트에 숱한 야동들을 둘러보며 줄줄히 AV여배우 이름들을
꿰고 있는데다 가끔은 하루에 2번도 친다. 무리하는 날은 3번도 딸딸이. 어흐, 하드에 용량이 뭐
남아나질 않는다.
'흐음'
야동을 보고 있노라면, 아니 보고난 연후에는 씁쓸함과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하나' 하는 자괴감
도 가끔은 쓸쓸하게 몰려오지만 그저 마냥 '서른 전에는 아다 떼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갖는데
그나저나 아 섹스를 하고 싶다…
휴대폰 목록을 슥 둘러보는데 여자라고는 학교의 후배들 몇 명, 게임 길드원 여자애 한 명, 엄마,
이모, 최 교수님, 익명채팅으로 꼬신 여중딩 하나, 재수학원 다닐 때 친해진 은진이 누나가 전부다.
'헐'
인터넷에 흔하디 흔한 휴대폰에 아예 여자 목록이 없는 병신들보단 나은 처지인가? 아니다
어차피 공적인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엄마 이모 빼고는 전화 한 통 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가끔은 뭐, 나도 번듯하게 연애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충동일 뿐
실제로 연애를 위한 그 어떤 준비조차 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요 몇 달간 옷이라고는 옥션에서
산 3천원짜리 티셔츠 서너벌이 전부다.
여자… 연애를 하면 어떤 기분일까.
문득 씁쓸한 이 밤이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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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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