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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상무의 강남 야구장(70)] 구제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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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메이크업 중인 다은의 옆에서 유리가 물었다.

"언니, 혹시 돈 좀 있어?"

뷰러로 눈썹을 짚던 다은은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없어"

다른 것은 몰라도 돈 문제에 관해서는 피차 칼 같은게 좋다. 아니 굳이 몸 팔고 술 마셔 몸 상해가며
여기서 일하는 이유가 다 무엇인가. 돈 때문 아닌가. 게다가 이 바닥에서 돈 문제로 엮였다가 좆 된
사람이 어디 한 둘인가. 서로 힘든 처지에 동병상련으로 피붙이처럼 친해진 사이에 돈 빌려줬다 싹
털리고 병신 소리들은 사람이 어디 한둘이어야지.

낙담한게 분명한 표정이지만 유리는 애써 서운한 표정을 감추며 "언니 오늘 화장 되게 잘 먹었다"
라면서 더 들이댄다. 다은은 픽 웃더니 물었다.

"뭐 땜에 그런데. 빽이라도 질렀어? 정 급하면 가게에 말해서 일수라도 땡겨쓰면 되잖아"

요즘 업계 추세처럼 야구장도 언니들에게 급전을 빌려줄 때는 마이킹보다는 일수쪽을 선호했다.
에이스급이라면 또 모를까, 안 팔리는 언니들 붙잡고 있어봐야 도움도 안 되고 괜히 큰 돈 내줬다
떼먹히기라도 하면 큰일인데 일수로 자근자근 갚아나가는 쪽이 가게 입장에서도 차라리 마음이
편하고 또 언니들도 더 열심히 일하게 되니까.

하지만 유리는 대답 대신 그냥 손톱 일어난 것을 다른 손으로 뜯으며 "아니 그냥, 함 물어봤어" 하고
말을 돌렸다. 다은은 왠지 좀 짜증이 났지만, 아 지가 됐다는데 그냥 신경 끄기로 했다. 유리 말대로
오늘은 왠지 화장이 되게 잘 먹었다. 며칠 전에 홈쇼핑에서 산 조성화 루니 기초 세트가 피부에 꽤
잘 맞는 모양이다. 요즘 피부가 썩어가는 것 같아서 고민이었는데.

'좋았어'

립스틱까지 쮸왑 바르고 났건만, 그때까지도 옆에서 유리는 메이크업도 안 하고 있었다.

"뭐해? 준비 안 하구. 일 안 할거야?"

유리는 그러나 대답 대신 그녀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말했다.

"언니 잠깐만, 나 할 말이 있어서 그래"

 

빈 룸으로 다은을 데리고 온 유리는 담배에 불을 붙이더니 가볍게 연기를 뿜어내고 말했다. 초조한
모양인지 목소리까지 떨리고 있었다.

"하아, 언니, 나 진짜 딱 500만 해주면 안 돼?"

이렇게까지 간절하게 말하는데 사정이라도 들어봐야겠다 싶은 다은은 "왜 그러는데. 이유를 말해야
대답을 해줄거 아냐. 아니, 근데 나 진짜 나도 돈 없어. 이번에 나 전세 계약 돈 올려주고 하는 바람에
나두 진짜 겨우 이번 달 생활비 밖에 없어" 하고 대답했다.

유리는 담배를 짓이겨 끄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 그럼, 하아, 나 진짜 내가 이러는 애 아닌거 알잖아. 언니, 언니가 그럼 가게에 말해서 언니
이름으로 해서 돈 좀 빌려서 해주면 안 돼? 내가 진짜 다른건 몰라도 언니 돈부터 내가 먼저 꼭
갚을께. 나, 지난 달에 울 엄마 보증금 없어서 쫒겨나게 생긴거 그거 해주느라도 나도 더이상 가게
에서 못 빌려서 그래. 그리고…"

그제서야 그녀는 이유를 말했다.

"성윤이 이 새끼, 내 동생 성윤이가…" 


  (이어서 보러가기) - [박지성 상무의 강남 야구장]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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