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탄다. 밖에서 보기에 의외로 많이 안 탄 것 같아서 기대를 갖고 슥 둘러보지만 역시나 아쉽게도 빈 자리는 없다. 노곤한 몸을 이끌고 서서 창 밖을 바라보노라니 노을이 지고 어둠이 깔린 저녁, 번화가의 간판과 차들의 불빛이 어지럽다.
아무 생각없이 얼마를 그렇게 서서 왔을까. 내 서있는 앞자리의 아줌마가 일어나고 나는 옳거니 하며 자리에 앉는다. 고단한 몸이 작은 휴식을 걷고 기뻐한다. 차창에 살짝 머리를 기댄다. 이유도 모르게 작은 한숨이 나온다. 힘들다.
깜빡 졸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화들짝 깨어나 눈을 깜박이며 밖의 풍경을 확인한다. 눈에 익은 풍경이 들어온다. 나는 벨을 누르고 카드를 찍고는 서둘러 내린다. 운이 좋았다. 딱 마침 내리는 시점에 깼다.
이제 집으로 향한다. 아침에 눈을 뜨고 출근을 하여 야근까지 꼬박 9시간 40분을 일하고 퇴근을 하여 나의 소중한 집으로 향하는 것이다. 출출하다. 어느 음식점의 맛있는 김치찌개 냄새가 콧가를 스친다. 나도 얼른 밥을 먹고 싶다. 문득 집에 밥이 있나 기억을 더듬어 본다. 없다. 어제 저녁에 남은 굳은 밥을 볶음밥해서 다 먹지 않았던가.
"후우…"
그렇다고 요리를 하기도 귀찮다. 어쩔 수 없이 그냥 라면으로 때우기로 한다. 사먹고 들어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보다는 차라리 집에 가서 얼른 눕고 싶다. 허리가 뻐근하다. 발바닥도 아프다. 어깨도 무겁다. 이윽고 나는 집에 들어선다. 작은 원룸. 번호키를 누르고 현관문을 열고, 문을 닫는다. 드디어 온전한 나의, 나만의 공간에 들어섰다. 조용한 불꺼진 집안. 그 아늑함은 하루종일 시달린 긴 하루의 보상이다.
10초 명상은 거기까지. 불을 켠다. 신발을 벗고 가방을 내려놓고 자켓을 벗고 벨트를 풀고 바지를 벗어 의자에 대충 걸어놓는다. 양말을 벗고, 셔츠를 벗고 팬티까지 벗어 제끼고 알몸이 되어 화장실로 들어가서 세수부터 한다. 개운하다. 욕조가 있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이 작은 원룸에 욕조는 없다. 시원하게 머리를 감고 샤워를 마치고 나와 책상 위에 적당히 개어놓은 티와 반바지를 입었다.
"배고파, 배고파"
듣는 이도 없는데 혼잣말로 냉장고를 열어 뭔가 먹을게 없나 확인해보지만 며칠 째 장을 보지 않아서 딱히 먹을 것도 없다. 단지 엊그제 사다놓은 아사히 맥주 캔 하나를 발견한건 행운이다. 계란 두 개를 꺼내고, 찬장에서 진라면을 꺼낸다. 냄비에 물을 올리고, 그제서야 마치 왜 이제껏 이걸 안 했을까, 하는 느낌으로 티비를 켰다. 하지만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볼만한 것을 찾다 결국에는 어느 케이블 방송의 광고 타임에 채널을 멈춘 채 티비 볼륨만 줄이고는 나는 다시 끓는 물에 라면을 넣는다. 고추나 파라도 있다면 좋을텐데. 아쉽지만 하는 수 없다. 스프를 털어넣자 매운 향기가 살짝 코 끝을 스친다. 적당히 라면이 익어갈 무렵 계란을 두 개나 투하했다. 구수한 냄새가 풍긴다. 입가에 침이 고였다. 나무 대젓가락으로 휘휘 젓다가 불을 끄고 식탁 겸 협탁 겸 보조 책상 위에 냄비 받침을 깔고 냄비를 옮긴다.
"흐"
간만에 아주 맛나게 라면이 끓여졌다. 젓가락을 챙기고 "아차"하는 마음으로 냉장고를 열었지만 아쉽게도 김치가 없다. 뭐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후후 불어가며 의자에 앉아 라면을 시식하기 시작한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이 구수한 향과 함께 오감을 자극한다. 후~ 불어 면발이 식히고 입으로 가져간다. 입 안 가득 퍼지는 구수하고도 매콤한 즐거움! 계란의 고소함까지 느껴진다. 안락한 의자, 조용한 방, 맛있는 음식, 달래지는 허기… 허~ 뜨거운 김을 뿜어내며 또 다시 한 젓가락, 후후 불어가며 한 젓가락, 호~ 하고 식혀가며 한 젓가락. 정신없이 맛을 즐기며 비워가다보니 어느새 다 먹어간다. 나는 몸을 일으켜 숟가락을 가져와 건더기를 건져먹는다. 밥이 있다면 참 좋을텐데. 혹시나 싶어 찬장을 살펴보지만 역시나 햇반도 다 먹었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국물 몇 숟가락을 더 떠먹고는 입맛을 다시며 일어난다.
"먹기는 참 잘 먹었다만…"
방에 가득한 라면 냄새.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다. 냄비를 들고 국물을 쏟아버리고는 바로 설거지를 해치운다. 설거지와 빨래널기는 방치할수록 하기 싫어진다는게 진리. 여기저기 흘린 국물도 휴지로 다 닦고 싹 다 치운다. 세수 한번 하고, 양치하고 다시 티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그냥 음악 채널에 고정하고는 컴퓨터를 켠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9시가 다 되어간다. 뭐 딱히 한 것도 없는데. 입이 심심하던 차에 아까 냉장고에서 본 맥주가 생각난다. 하지만 안주거리가 마땅치 않다. 계란말이라도 할까 생각했지만 너무 귀찮다. 나가서 뭐라도 사올까, 싶지만 그냥 참기로 한다. 나는 왼손은 키보드에, 오른손은 마우스를 쥔다.
이제… 새벽 1시까지, 아니 오늘은 피곤하니 12시까지, 의미없는 시간 버리기를 할 시간이다.
아무 생각없이 얼마를 그렇게 서서 왔을까. 내 서있는 앞자리의 아줌마가 일어나고 나는 옳거니 하며 자리에 앉는다. 고단한 몸이 작은 휴식을 걷고 기뻐한다. 차창에 살짝 머리를 기댄다. 이유도 모르게 작은 한숨이 나온다. 힘들다.
깜빡 졸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화들짝 깨어나 눈을 깜박이며 밖의 풍경을 확인한다. 눈에 익은 풍경이 들어온다. 나는 벨을 누르고 카드를 찍고는 서둘러 내린다. 운이 좋았다. 딱 마침 내리는 시점에 깼다.
이제 집으로 향한다. 아침에 눈을 뜨고 출근을 하여 야근까지 꼬박 9시간 40분을 일하고 퇴근을 하여 나의 소중한 집으로 향하는 것이다. 출출하다. 어느 음식점의 맛있는 김치찌개 냄새가 콧가를 스친다. 나도 얼른 밥을 먹고 싶다. 문득 집에 밥이 있나 기억을 더듬어 본다. 없다. 어제 저녁에 남은 굳은 밥을 볶음밥해서 다 먹지 않았던가.
"후우…"
그렇다고 요리를 하기도 귀찮다. 어쩔 수 없이 그냥 라면으로 때우기로 한다. 사먹고 들어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보다는 차라리 집에 가서 얼른 눕고 싶다. 허리가 뻐근하다. 발바닥도 아프다. 어깨도 무겁다. 이윽고 나는 집에 들어선다. 작은 원룸. 번호키를 누르고 현관문을 열고, 문을 닫는다. 드디어 온전한 나의, 나만의 공간에 들어섰다. 조용한 불꺼진 집안. 그 아늑함은 하루종일 시달린 긴 하루의 보상이다.
10초 명상은 거기까지. 불을 켠다. 신발을 벗고 가방을 내려놓고 자켓을 벗고 벨트를 풀고 바지를 벗어 의자에 대충 걸어놓는다. 양말을 벗고, 셔츠를 벗고 팬티까지 벗어 제끼고 알몸이 되어 화장실로 들어가서 세수부터 한다. 개운하다. 욕조가 있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이 작은 원룸에 욕조는 없다. 시원하게 머리를 감고 샤워를 마치고 나와 책상 위에 적당히 개어놓은 티와 반바지를 입었다.
"배고파, 배고파"
듣는 이도 없는데 혼잣말로 냉장고를 열어 뭔가 먹을게 없나 확인해보지만 며칠 째 장을 보지 않아서 딱히 먹을 것도 없다. 단지 엊그제 사다놓은 아사히 맥주 캔 하나를 발견한건 행운이다. 계란 두 개를 꺼내고, 찬장에서 진라면을 꺼낸다. 냄비에 물을 올리고, 그제서야 마치 왜 이제껏 이걸 안 했을까, 하는 느낌으로 티비를 켰다. 하지만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볼만한 것을 찾다 결국에는 어느 케이블 방송의 광고 타임에 채널을 멈춘 채 티비 볼륨만 줄이고는 나는 다시 끓는 물에 라면을 넣는다. 고추나 파라도 있다면 좋을텐데. 아쉽지만 하는 수 없다. 스프를 털어넣자 매운 향기가 살짝 코 끝을 스친다. 적당히 라면이 익어갈 무렵 계란을 두 개나 투하했다. 구수한 냄새가 풍긴다. 입가에 침이 고였다. 나무 대젓가락으로 휘휘 젓다가 불을 끄고 식탁 겸 협탁 겸 보조 책상 위에 냄비 받침을 깔고 냄비를 옮긴다.
"흐"
간만에 아주 맛나게 라면이 끓여졌다. 젓가락을 챙기고 "아차"하는 마음으로 냉장고를 열었지만 아쉽게도 김치가 없다. 뭐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후후 불어가며 의자에 앉아 라면을 시식하기 시작한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이 구수한 향과 함께 오감을 자극한다. 후~ 불어 면발이 식히고 입으로 가져간다. 입 안 가득 퍼지는 구수하고도 매콤한 즐거움! 계란의 고소함까지 느껴진다. 안락한 의자, 조용한 방, 맛있는 음식, 달래지는 허기… 허~ 뜨거운 김을 뿜어내며 또 다시 한 젓가락, 후후 불어가며 한 젓가락, 호~ 하고 식혀가며 한 젓가락. 정신없이 맛을 즐기며 비워가다보니 어느새 다 먹어간다. 나는 몸을 일으켜 숟가락을 가져와 건더기를 건져먹는다. 밥이 있다면 참 좋을텐데. 혹시나 싶어 찬장을 살펴보지만 역시나 햇반도 다 먹었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국물 몇 숟가락을 더 떠먹고는 입맛을 다시며 일어난다.
"먹기는 참 잘 먹었다만…"
방에 가득한 라면 냄새.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다. 냄비를 들고 국물을 쏟아버리고는 바로 설거지를 해치운다. 설거지와 빨래널기는 방치할수록 하기 싫어진다는게 진리. 여기저기 흘린 국물도 휴지로 다 닦고 싹 다 치운다. 세수 한번 하고, 양치하고 다시 티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그냥 음악 채널에 고정하고는 컴퓨터를 켠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9시가 다 되어간다. 뭐 딱히 한 것도 없는데. 입이 심심하던 차에 아까 냉장고에서 본 맥주가 생각난다. 하지만 안주거리가 마땅치 않다. 계란말이라도 할까 생각했지만 너무 귀찮다. 나가서 뭐라도 사올까, 싶지만 그냥 참기로 한다. 나는 왼손은 키보드에, 오른손은 마우스를 쥔다.
이제… 새벽 1시까지, 아니 오늘은 피곤하니 12시까지, 의미없는 시간 버리기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