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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글 거탑 : 앞으로의 똥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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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갑작스럽게 이 편지를 받게 될 자네에게 사과의 말부터 해둠세.


나는 집안사정에 따른 홧병 증세와 건강 이상에 의한 급격한 체중 증가, 2천만원을 돌파한 채무,
마지막으로…회사 퇴직을 앞두고 온 가벼운 우울증 증세를 갖고 있다네.

보통의 나였다면 적당히 현실도피를 하거나, 여행을 통한 힐링, 또는 똥글 양산을 통해 나 스스로
어떻게든 이 상황을 돌파해보고자 했겠지만 그러기엔 최근의 상황이 너무나도 여유가 없어. 또한
요 몇 년간 내 머리와 가슴 속에 축적된 데미지가 너무 커 이제는 정면에서 그것과 맞서 싸우기엔
내가 너무 약해져 있는 것도 사실이야. 


그래서 이 편지로서 나는 똥글 제조기로서의 마지막 일을 하려고 하네.


똥글을 직접 제조하고 또 누구보다 맛있게 향유하고자 하는 이로서, 훌륭한 똥글을 창작하기 위한
우선적 조건은 "누구나 생각은 하지만 차마 입이나 머리 밖으로 내뱉지 못하던 생각을 과감하게 밖
으로 배설하는 '용기'"에 있다는 내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네.

이를테면 자지 보지 같은 표현을 자X나 보X가 아니라, 과감히 단어 그대로 사용하는 것부터 말일세.


하지만 말이야…


현실 속에서 과감한 똥글은 고소미나 비난의 폭풍우, 부도덕한 인간이나 정신이상자 취급만을 불러
올 뿐인 것도 인정하네. 특히 네임드화가 진행되어 유명해지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자신이 가까워
질수록 그런 상황은 더욱 악화되지.

그런 경우 결국 적당히 아슬아슬하게 경계에 서거나, 컬트적 세계로 진행하거나, 많이 타협을 해버
리게 되지만 사실 유감스럽게도 그 어떤 선택지도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만족스럽지가 않아.


앞으로의 똥글들이 보다 더 넓은 세상에서 많은 이들과 함께 어우러져 그들의 고정관념과 세간의
시선이라는 정신적 봉인을 깨기 위해서는…단순히 과격한 표현과 참신한 소재 뿐만이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네. 
 

나는 자네가 그 똥글의 발전에 일조하는 얼마되지 않는 특급 또라이라고 믿고 있네.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것을 올바르게 써야하는 책임이 있어.
자네는 똥글의 발전에 기여해주었으면 하네.

먼 훗날에는 이상한 글 좀 썼다고 사람들로부터, 소중한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당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믿고 있어.

더 나아가, 그동안의 내 똥글들이 자네의 연구자료에 작으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네. 출판 관계로
묶어놓은 일부의 글들을 제외한 나머지 글들을 모두 다시 공개처리해두겠네.


덧붙여…

나 자신이 현실을 조롱하는 망상의 세계 최일선에서 그토록 많은 똥글들을 싸갈겼음에도, 결국 현실의
괴로움 앞에 이렇게 주저않게 된 사실을 마음 속 깊이 부끄럽게 생각한다.

- 스타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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