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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박스의 화이트 노이즈 : 3월의 남성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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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 이어 다시 돌아온 남성잡지 탐구 포스팅이다. 이 포스트는 패션 커뮤니티 gluwa의 후원으로
작성된다. (물론 받은 원고료는 잡지 값으로 죄 빠져 나간다) 지난 달과 살짝 잡지 선정을 바꿨다.

(무게만 해도 만만치 않다)

9권의 남성잡지를 이렇게 쌓아놓고 서점 계산대에 서있노라면 부록에 미친 잡지 덕후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두렵지만-하지만 놀랍게도, 9권의 잡지를 샀는데 부록이라고는 GQ의 여권지갑 하나 뿐이다-
그보다는 '패션잡지를 저렇게 사는데 저 새끼 패션은 왜 저럴까' 하는 시선이 더 두렵다.

사설이 길었다. 이번 달 남성잡지 분석이다. 잡지의 성격과 최근의 동향에 대해 훑었던 지난 편에 이어
이번 달에는 그 잡지에서 볼만했던 기사도 선정해보았다. 더불어 '살까 말까'에 대한 어드바이스까지. 



 1. 맥심 : 비추
(이번 달 맥심 표지는 나인뮤지스 손성아)

추락하는 새가 날개 짓조차 안 하는 느낌이다. 그리 두껍지도 않은 잡지가 갈수록 광고의 비율이 참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만 간다. 흥미기획 역시 참신성도 없고 재미있지도 않다. 무엇보다 깊게 파고 들어
가는 기사가 없다. 살짝 흥미가 있을 법한 소재도 그냥 겉만 훑다 마는 느낌. 정말이지 이번 달 맥심은
지난 달과 더불어 연이어 실망을 안긴다.

좋았던 기사 :
이번 달에는 화보들이 좋다. 요 몇 달간 영 화보들도 그저 그랬는데(맥심이 화보까지 무너진다면 정말
볼장 다 본 것 아닌가) 이번 달 카트리나 보든의 8페이지에 걸친 섹시화보는 "이야! 씨이팔, 이래야지,
이거지 씨발!" 하고 맥주 한 잔 들이키고픈 간만의 쏠쏠한 화보다. 그녀의 핥고 싶게 맛난 엉덩이(116p)
도 좋다. 하지만 그 뿐이다. 페이지를 끝까지 넘기고 5,900원의 가격을 확인하노라면 새삼스러운 허탈
감이 몰려온다.



2. 에스콰이어 : 괜찮아요 
  
암만 생각해도 작년 말 4,800원으로의 가격인하는 신의 한수였다. 살까 말까 망설이게 될 때 '4,800원'
이라는 가격은 '커피 한잔 값'이란 생각에 지갑을 열게 만든다. 어떤 잡지던 하향세를 그릴 때가 있고
상승세를 그릴 때가 있는데 요즈음의 에스콰이어는 다시 완만한 상승세를 탄 느낌이다.

좋았던 기사 :
MaHB(Man At His Best) 코너 전반 : 영화, 책, 미술, 건축, 부동산, 경제, 야구, IT 등의 분야에 대한
에스콰이어 내부 필진은 물론 외부 칼럼니스트들의 다양한 1~3페이지 분량의 칼럼들이다.

이런 류의 패션·남성잡지가 갖는 고질적인 문제 '허세와 가벼움'에 대한 꽤 적절한 처방이 아닌가 싶은
내용들이다. 무게감이 있고, 지적 욕구에 대한 충족이 되는 그런 내용들. 그만큼 '웃기는' 기사들은
아니지만 '남성잡지'를 굳이 돈까지 주고 사는 이유가 각 분야의 잡학과 볼만한 기사들이라고 본다면
그 이유에 충실한 코너들이다. 이를테면 신기주 에디터의 부동산/건축 칼럼들은 에스콰이어보다는
포브스나 월간 건축문화 같은 잡지에 더 어울리지는 않을까 싶은 내용임에도, 그래서 더 적절히 '에
스콰이어'라는 잡지에 무게감을 실어준다.

'그래도 조금 재미는 있어야지' 하는 이들을 위해 ESQ 코너에서는 조금 더 보기 쉬운 기사들을 싣고
있다 '술은 정녕 픽업의 필수품인가', '왜 게임을 죽이는가' 등.

다만 '패션' 부분에서는 좀 약하지 않았나 싶은 이번 3월 호다. 2013 F/W 밀란&파리 패션위크 기사도
아기자기하기는 했다만 그다지 비중있게 실은 느낌이 아니다. 잡지의 중반 이후를 가득 채운 화보와
패션 기사들 역시 아기자기한 편집은 좋았지만 내용 면에서는 딱히 내실이 없다는 느낌이다.


3. BAZZAR MAN NO.3 : 부록

여성패션잡지 하퍼스 바자의 남성 에디션이다. 월간지는 아니고 계간 단위 부록 형태로 제공되고
있는데, 시작부터 무슨 몇 달간 묵힌 남편 바가지 긁어내듯 남성 패션기사들을 콸콸 쏟아내는 시원
시원함이 짜릿하다. 

남성지와 패션지 그 중간 어디 즈음에서 어중간하게 서있는 절대 다수의 남성잡지들은, 그럼에도
'패션지'를 표방한다면 한번쯤 다시 그 정체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다만 이 바자맨 역시 아쉬운 부분은 있다. 제법 힘을 싣고 출발한 앞 부분 패션 기사들에 비해 중반
이후의 뷰티/피쳐 기사들은 '맨'들이 읽기에는 그 스타일이 너무 여성지스럽다. 사실 바자맨 자체가
남성을 위한 남성지보다는 '여성을 위한 남성지'라는 개념으로 생각해본다면 이해가 가지만 말이다.

여기부터는 사족인데, 생각해보면 여성지에는 그래도 그리 심심치 않게 남성 패션에 대한 기사가
실리는데 비해(당장 광고면만 보아도) 그 반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남자가 여자 옷에 대해
알아봐야 뭐할 것이며 여자 옷에 대해 잘 알아봤자 어디가서 아는 척 하기도 그렇고 오히려 여자에게
비호감만 사기 쉽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긁어부스럼이니 싣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센스 있는 남자의 적절한 교양 수준에서 때로는 여성 패션에 대한 정기적인 정보도 필요하지 않을까.
 

 
4. GQ : 그저 그래요
 
개인적으로 요 근래의 GQ에 대해서는 실망과 불만이 큰데, 그 이유를 잡지 72페이지의 EDITOR'S
LETTER를 보고 어느 정도 찾은 것도 같은 느낌이다. 허세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느끼함의 바다를
나침반도 없이 헛된 노질을 하며 나아가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좋았던 기사:
예나 지금이나 GQ의 핵심은 색다른 시각으로 쓴 GQ에디터들의 날이 서있는 기사다. 예전에 비하면
그 날이 많이 무뎌졌지만 GQ CRITIQUES '개콘보다 개콘 개그맨이 잘 나가는 이유'(245p)나 '한국
음식 문화와 씁쓸한 찬양'(251p) 등은 그런 점에서 좋았던 기사다. 푸드 칼럼니스트 황교익씨 글이야
언제나 훌륭하지만.

'당신의 이름, 당신의 얼굴'(286p)은 간만의 신선했던 기획이다. 좋았다.
 (보면서 손발이 다 오그라들 뻔한 어이없는 똥허세의 대향연. 요즘 GQ 왜 이러나)



5. GEEK : 나쁘지 않아요

고참과 신병을 평가하는 기준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짬밥 10년을 훌쩍 넘긴 잡지들과 창간 1주년도
안 된 잡지를 비교하는 기준 역시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어느 정도
눈에 힘을 빼고 읽고 있노라면, 또 3,800원이라는 업계 최저가 수준의 가격을 보노라면 그 만족감은
자연스럽게 상승하게 된다.

다만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그건 잡지를 매달 몇 권씩 사서 상대적인 비교를 할 수 있는 경우의
사람들 이야기고, 당장 지금 산 잡지가 헛소리나 읇고 있다면 그건 짜증나는 이야기다. 이번 달의
'뉴 젠틀맨'이라는 별로 공감 안 가는 주제의 기획 같은 것이 그 예다. '남성잡지에 걸맞은 특별한
기획 뭐 없을까?'로 억지로 쥐어짜낸 느낌이다.
(도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건가, 하고 되묻고 싶은 기획이다)

그러나 그 짜증은 다행히 그 뒤에 이어진 외부 필진들로 구성된 다양한 칼럼 꾸러미 'GEEK JOUR
NAL'로 다소 해소가 된다. 각계의 유명 칼럼니스트들이 써낸 글들은 나름 만족스럽다. 에디터들의
기사와 외부 필진 기사 사이의 퀄리티 차이는 서둘러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좋았던 기사들 :
GEEK  JOURNAL 기사들

 

6. 로피시엘 옴므 : 나름 괜찮아요

'남성 패션잡지'라는 정의를 내림에 있어서 '패션'의 기준을 가혹하게 잡는다면, 살아남을 몇 안되는
남성 패션잡지인 로피시엘 옴므.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잡지 선정의 기준을 '재미'로 둔다면 그다지
후하게 점수를 주기 어려운 잡지인데, 이번 달은 '나름대로' 꽤 흥미있는 구석이 있다.

좋았던 기사들 :
브랜드 스토리 - 타미 힐피거(138P)의 초창기 마케팅 일화는 꽤 인상적이다. IRREVERSIBLE이라는
타이틀의 시계 화보 역시 꽤나 멋진 화보. 봄을 주제로 한 몇 가지의 기획 기사들과 리큐어 사전도
좋다. 10년째 연애 중, 이라는 섹스 칼럼도 좋았다. 묘하게 리얼해서.

그에 반해 '스타일 가이드 - 근사한 남자가 되기 위한 몇 가지 방법들(158P)'의 내용들은 픽, 실소가
나올 정도의 올드한 내용들이다. 그리고 246P의 "오빠, 나 명품 가방 사줘!" 기사는…진짜 자기 실명
걸고 이런 기사를 썼다는 용기에 박수는 보내고 싶지만 그 사고방식 수준에 헛기침이 다 나온다.
 

 
7. Luel : 비추

200페이지를 넘기면서도 딱히 기사라고 할만한 뭐가 없었다. 그냥 200페이지 내내 광고를 보는 기분
이었다. 그러다가 'SEEING IS BELIEVING'이라는 제목의 이탈리아/프랑스 남성복 패션쇼 관련 탐방
기사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기대가 크다.

그런데 그 뿐이다. 무슨 해외 출장 처음 간 새내기 직장인이 "완전 좋아!"하고 블로그에 써내려간
일기장 같은 기사다. 이런 개똥!  

루엘이 원래 이 정도로 실속 없는 잡지는 아닌데…하는 한탄이 나올 정도로 이번 달은 영 별로다.
 
좋았던 기사 :
THE BIRDS - 새들과 패션을 조합한 화보. 색감도 아주 좋고 눈을 잡아 끄는 화보다.


8. LEON : 나쁘지 않아요.
 
'중요한건 돈이 아니라 센스입니다' 라고 당당히 잡지 로고 아래 써놓고서는 이달의 잡지 메인
기사로 'DRIVE WITH LOVE - 사랑받는 남자는 자동차로 사랑을 말합니다' 를 선정하는 발군의
언밸런스함으로 표지부터 실소를 짓게 한다.

원래 레옹이 광고와 기사의 선을 넘나드는 기사가 많긴 하지만 이번의 버버리 특집(100p)은 조금
선을 넘었다는 기분이 든다. 물론 지롤라모 판체타의 기가 막힌 수트 핏은 감탄을 연발하게 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9페이지는 조금 심하다.

다행히 그런 무리수에 가까운 과감한 페이지 배분은 멋진 기획과 만나면 빛을 발한다. '이탈리아
멋쟁이들의 리얼 스트리트 패션'(161p)은 32페이지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분량으로 독자에게 강렬한
만족감을 안긴다.

좋았던 기사 :
대한민국 최초의 쿠페 '스쿠프'에 얽힌 조선일보 한현우 기자의 글 '낭만 향상 위원회 - 자동차는
낭만의 원점이다'(200p). 어느 잡지를 불문하고 이런 식의 첫 차에 얽힌 일화들은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데, 이 기사 역시 그래서 좋다.

또 DIVE WITH THE LOVE'의 부속기사로 실린 '자동차에서 들으면 좋은 비장의 음악'(224p) 기사
역시 괜찮다. '뭐 할 때 좋은 음악' 추천 리스트들은 차고 넘치지만 정작 막상 찾을 때면 쓸만한게
없으니까. 
 

 
9. 아레나 : 그저 그래요
 
이번 달이 창간 7주년 기념호란다. 사실 잡지 뿐만이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도 00회 특집이 제일
재미없듯이 창간 기념호는 대부분 재미가 없다. 독자 입장에서야 지들 잔치지 내 잔치가 아닌데
그게 딱히 반가울 리 없으며 자축하는 내용으로 페이지만 날려봐야 더 재미만 없어지는게 현실
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 이번 아레나 7주년 특집호는 제법 선방했다. 7주년 특집을 맞아 아레나 에디터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는데 뭐 다들 뻔한 이야기이긴 해도 역시나 잡지 독자들에게 잡지 에디터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운 법이니까.

그 이외의 내용은 언제나 아레나가 그렇듯이 '무난하다'. 깊이 후벼파지도, 색다르게 바라보지도
않지만 잔잔하면서도 헐렁하지는 않아서, 그래서 무난하게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다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로 표지까지 장식해놓고 정작 그의 두 페이지짜리(화보 한 장 빼면
달랑 한 페이지짜리) 기사는 좀 그렇다. 심지어 인터뷰 기사도 아니고 그냥 그의 팬이라면 누구나
알법한 뻔한 이야기들의 나열로 채운 기사라니. 그의 표지를 보고 그의 내용이 실린 기사를 기대
하며 산 사람은 반쯤 사기 당한 기분 들지 않았을까.
좋았던 기사 :
'다시 세계문학전집(316p)' 요즘 출판사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세계문학전집 출간 열풍에 대해
정리한 기사.
'돌아오라, 김성근!(332p)' 이 기사 속 내용들 역시 모두 누구나 알고있는 뻔한 내용이지만 이 칼럼
속 문구를 빌려 '그러면서(도) 모두 지켜보는' 그런 인물이 바로 김성근인만큼 묘하게 정독을 유도
하게 만드는 기사다. 
 

잡지 몇 권을 죽 훑어본 기분이 들 정도로 꽤 긴 내용이다. 여기까지 읽어준 사람이라면 아마도
평소에 잡지 좀 보는 사람이 아닐까 싶은데, 전체적으로 이번 달 잡지들은 대부분 그저 그렇다.
잡지의 수는 늘어가지만 갈수록 '돈 값' 하는 잡지들은 줄어간다. 다음 달은 좀 더 나아지겠지,
하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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