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끝나고 간만에 보고 싶은 사진전이 하나 있어서 예술의 전당에 들렀다. 다만 도착하고보니 입장
마감 시간이 8시인 줄 알았는데 7시 반이다. 현재 시간 7시 33분. 물론 3분 늦었다고 매몰차게 입장 금
지할 리야 없겠지만 문제는 지금 뒤가 급하다.
'다음에 보지 뭐'
아쉬운 마음에 한숨을 내쉬고는 화장실로 향했다. 인적 드문 V갤러리 가는 길의 화장실인데다 시간도
시간이니만큼 텅 빈 화장실. 은은한 음악이 흐르는 사이로 서둘러 화장실 칸으로 들어가서 시름을 털어
놓았다.
"후우"
볼일을 보면서 휴대폰을 꺼냈다. 배터리도 거의 없네. 충전 줄을 안 가져온 것이 패착이다. 휴대폰 화면을
끄고 잠시 멍하게 있는데 바깥에서 사람들 인기척이 들려왔다. 목소리나 말투가 중고딩, 아니 어쩌면
초딩일 수도 있겠다 싶다.
"오 여기 화장실은 음악도 나와"
마치 이런 화장실 처음 본다는 말투로 촌스럽게 크게 말하는 남자애A. 예술의 전당에 왔다는 자체로 뭔가
으쓱하고 기분 좋은데다 깨끗하고 음악까지 흘러나오는 화장실에 묘하게 기분이 UP됐겠지.
그 친구로 추측되는 다른 남자애는 조금 침착한 말투로 "어? 여기 처음 와 봐?" 하고 묻는다. 음, 예전부터
느낀건데 그런게 있다. 말투나 어조라는 것도, 가만보면 묘하게 '있는 놈'과 '없는 놈'이 다르다. '없는 놈'
의 말투는 묘하게 정제되지 않고 서툴고 거친, 뭐 때로는 그게 매력이지만 여튼 그런 투박한 느낌이 있다.
반대로 '있는 놈'의 말투는 차분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뭐랄까 여유가 있다고 해야 하나.
아마도… 그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그런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보면 부의 대물림이라는 것은 그에
그치지 않고 교양과 심적 여유의 대물림을 동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튼, A는 언뜻 무안을 당했을지도 모르지만 역시 어린 학생들이라 그런지 별로 꺼리낌이 없는 듯 하다.
그보다 B의 말이 재미있다.
"세종문화회관에 우리 같이 가지 않았나?"
예술의 전당에 세종문화회관이라… 문화생활을 많이 즐기네.
"아니"
"그건 나랑 갔지"
갑자기 끼어드는 C의 목소리. 아 세 명이었나.
그쯤해서 나는 얼추 뒷마무리를 하고 화장실칸에서 나왔다. 사실은 그 셋을 보고 싶어서 서둘렀다. 과연,
손을 씻고 있는 셋을 보노라니 스타일만 봐도 누가 A고 누가 B이며 누가 C인 줄 알 것 같았다.
잠바떼기에 어설프게 꾸민 A, 교회 오빠 스타일이기는 해도 나름 깔끔하게 꾸민 B, 그리고 A보다는 낫지만
역시 빈티가 많이 나는 C. 셋은 나를 힐끔 쳐다보고는 그대로 손을 씻고 머리를 다듬고 화장실을 나섰다.
나는 손을 씻으면서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A나 B보다 C에 감정이입이 되었다. A처럼 모르면 모른다
이런데 처음이면 처음이다, 하고 어떤 자신의 치부(?)까지 당당히 드러내는 스타일도 아니고, B처럼 정말
뭘 잘 알고 이런 데도 자주 다녀본 있는 집 자식은 더더욱 아닌… 그냥 '모를 때는 입 닫고 있으면 중간은
간다' 라는 신조의 C에 말이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는 손을 깨끗이 씻고 화장실을 나왔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다시 예술의 전당을
나섰다. 빨리 집에 가서 푹 쉬고 싶어졌다.
그리고 문득, 언젠가 자식을 낳게 된다면… 어릴 때부터 진작 이런 데 자주 데리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슥
해보았다.
마감 시간이 8시인 줄 알았는데 7시 반이다. 현재 시간 7시 33분. 물론 3분 늦었다고 매몰차게 입장 금
지할 리야 없겠지만 문제는 지금 뒤가 급하다.
'다음에 보지 뭐'
아쉬운 마음에 한숨을 내쉬고는 화장실로 향했다. 인적 드문 V갤러리 가는 길의 화장실인데다 시간도
시간이니만큼 텅 빈 화장실. 은은한 음악이 흐르는 사이로 서둘러 화장실 칸으로 들어가서 시름을 털어
놓았다.
"후우"
볼일을 보면서 휴대폰을 꺼냈다. 배터리도 거의 없네. 충전 줄을 안 가져온 것이 패착이다. 휴대폰 화면을
끄고 잠시 멍하게 있는데 바깥에서 사람들 인기척이 들려왔다. 목소리나 말투가 중고딩, 아니 어쩌면
초딩일 수도 있겠다 싶다.
"오 여기 화장실은 음악도 나와"
마치 이런 화장실 처음 본다는 말투로 촌스럽게 크게 말하는 남자애A. 예술의 전당에 왔다는 자체로 뭔가
으쓱하고 기분 좋은데다 깨끗하고 음악까지 흘러나오는 화장실에 묘하게 기분이 UP됐겠지.
그 친구로 추측되는 다른 남자애는 조금 침착한 말투로 "어? 여기 처음 와 봐?" 하고 묻는다. 음, 예전부터
느낀건데 그런게 있다. 말투나 어조라는 것도, 가만보면 묘하게 '있는 놈'과 '없는 놈'이 다르다. '없는 놈'
의 말투는 묘하게 정제되지 않고 서툴고 거친, 뭐 때로는 그게 매력이지만 여튼 그런 투박한 느낌이 있다.
반대로 '있는 놈'의 말투는 차분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뭐랄까 여유가 있다고 해야 하나.
아마도… 그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그런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보면 부의 대물림이라는 것은 그에
그치지 않고 교양과 심적 여유의 대물림을 동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튼, A는 언뜻 무안을 당했을지도 모르지만 역시 어린 학생들이라 그런지 별로 꺼리낌이 없는 듯 하다.
그보다 B의 말이 재미있다.
"세종문화회관에 우리 같이 가지 않았나?"
예술의 전당에 세종문화회관이라… 문화생활을 많이 즐기네.
"아니"
"그건 나랑 갔지"
갑자기 끼어드는 C의 목소리. 아 세 명이었나.
그쯤해서 나는 얼추 뒷마무리를 하고 화장실칸에서 나왔다. 사실은 그 셋을 보고 싶어서 서둘렀다. 과연,
손을 씻고 있는 셋을 보노라니 스타일만 봐도 누가 A고 누가 B이며 누가 C인 줄 알 것 같았다.
잠바떼기에 어설프게 꾸민 A, 교회 오빠 스타일이기는 해도 나름 깔끔하게 꾸민 B, 그리고 A보다는 낫지만
역시 빈티가 많이 나는 C. 셋은 나를 힐끔 쳐다보고는 그대로 손을 씻고 머리를 다듬고 화장실을 나섰다.
나는 손을 씻으면서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A나 B보다 C에 감정이입이 되었다. A처럼 모르면 모른다
이런데 처음이면 처음이다, 하고 어떤 자신의 치부(?)까지 당당히 드러내는 스타일도 아니고, B처럼 정말
뭘 잘 알고 이런 데도 자주 다녀본 있는 집 자식은 더더욱 아닌… 그냥 '모를 때는 입 닫고 있으면 중간은
간다' 라는 신조의 C에 말이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는 손을 깨끗이 씻고 화장실을 나왔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다시 예술의 전당을
나섰다. 빨리 집에 가서 푹 쉬고 싶어졌다.
그리고 문득, 언젠가 자식을 낳게 된다면… 어릴 때부터 진작 이런 데 자주 데리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슥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