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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생각보다 짧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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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ONE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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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 볼래?"
"내일요?"
"지금"

월요일 출근을 앞두고, 충동적인 일요일 저녁 10시 50분의 뜬금없는 제안. 내 전화를 받고 전화기 저 편
에서 그녀는 3초간 망설이는 듯 했지만 곧 "좋아요" 하고 OK싸인을 냈다.

"그런데 무슨 영화에요?"
"ONE DAY라고…앤 헤서웨이 나오는 영화야. 내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 영화야. 재밌을 듯"
"알았어요, 몇 시 영화인데요?"
"11시 반"
"어디서 봐요?"
"음…중간쯤에서, 어, 신림 포도몰 롯데시네마에서 보자"
"네"

출근을 앞두고 뭔 오밤 중에 영화인가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보고 싶었다. 영화도, 사람도. 곧바로 맨
뒷자리로 예매를 했다. 이미 자려고 몸도 씻어놓은 상태고 옷만 대충 챙겨입었다. 멋이고 나발이고 두
툼한 카고바지에 무지티에 패딩 걸치고 모 장갑으로 무장한 뒤 지갑 하나 휴대폰 하나 챙겨서 나갔다.

싸늘한 밤 공기. 그렇지만 좋았다. 나른하고 우울한 일요일 밤을 영화로 채울 수 있어서.



"빨리 왔네요"

그녀도 택시를 타고 나타났다. 츄리닝 바지에 두툼한 스웨터, 눈밭에 굴러도 될 정도의 봄버를 껴입은
그녀를 보며 "너 어디 담배 사러가냐?" 하고 웃었지만 사실 나 역시도 남말할 입장이 아니어서 "오빤
어디 노가다 나가요?" 라는 말에 다시 웃었다.

우리는 콜라와 커피, 오징어를 사서 들어갔다.

예매할 때도 그랬지만 사람은 별로 없었다. 다해서 스무명 정도나 될까. 거의 다 커플이었다. 그녀는
그들을 슥 둘러보고는 한 마디 했다.

"구려"
"뭐가?"
"커플들이요"
"…질투하지마"

영화는 잔잔하면서도 쌉싸름하고, 보면서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였다. 서로에게 단순한 연정
이상의 감정을 가진, 가끔은 서로에게 많은 것을 기댈 정도로 사랑하지만 타이밍과 인연이 자꾸 엇갈리
는 '친구' 관계의 두 남녀 이야기.

영화를 보면서 누군가가 떠올랐다. 나에게 여주인공 엠마와 같던 여자가. 

영화는 담백했다. 구질구질한 감정의 강요도, 눈물도 귀찮은 웃음도 없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영화가
마치고 나자 1시 반이 넘었다. 집에 가면 거의 2시가 넘을테고, 월요일 출근을 앞두고 다음 날 걱정이
되었지만 후회는 없었다.

"재밌지?"
"네, 좋았어요"

그녀도 꽤 재미있게 본 듯 했다. 하기사, 보통은 남자보다 여자애들이 더 재밌게 볼 스타일의 영화다.

'음'

아마 그녀 역시도 자기만의 남주인공 '덱스터'가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별로 궁금하지는 않아 묻지
않았다. 늦은 시간이기도 하고, 내가 불러내기도 한데다 늦은 시간이라 그녀의 집까지 바래다주고 
나 역시 집에 도착했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한참 잠이 몰려올 시간이 지나기도 했고, 한때 나에게 '엠마'와도 같았던 여자의 목소리가 듣고 싶기도
했지만 새벽에 혼자 감성에 취해서 몇 년 만에 새벽전화 할 정도로 미치지는 않았기에 난 그저 침대에
누울 따름이다. 

그녀도 그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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