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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생각보다 짧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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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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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OO일보의 모 여 기자가 메일로 인터뷰 요청을 해왔다. 삼포 세대에 관한 기획기사를 취재 중
이라며 인터뷰가 가능하냐는 것이었다. 어떤 경로로 취재를 요청하게 됐느냐고 메일로 되묻자 일전에
삼포 세대 관련해 작성한 짧은 망상글을 보고 검색해서 제의를 한 모양이다.

나름 재미있는 방향의 기획기사다 싶었지만, 돈도 안되는데 얼굴까지 팔리는 일인데다 별로 간지 안
나는 내용으로 이름 알리는 것도 좆같은 일이다 싶어서 메일과 전화로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그
여기자는 내가 딱이다 생각했는지 거절하자 아쉬워 하는 목소리가 인상 깊었다.

문득 생각이 나서, 나중에 완성되어 나온 기사를 검색해서 봤다. 과연 거절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여러가지 의미에서.



2
그 일이 있기 얼마 전, 모 영화의 홍보 마케팅 회사에서 영화관련 홍보성 칼럼의 원고 제의를 받았다.
잘하면 용돈도 벌고, 자동으로 이름도 알리고 두루두루 좋겠다 싶어서 구체적인 고료나 글의 방향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묻는 답장을 보냈다.

답장이 없었다. 얼마 쯤 더 지나 문득 생각이 나서 또 한번 메일을 보냈다. 역시 답장이 없었다.

조금 무안했다. 하지만 그쪽 업계가 돌아가는 특성상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나중에 영화 홈페이지에
가보니 다른 사람이 쓴 칼럼이 실려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저 그랬다. 

'이 정도면…차라리 날 쓰지' 하는 생각도 슬쩍 지나갔고, 새삼 '안타깝지만 다른 분과 진행하게 되어
스박님하고는 진행이 어렵게 됐네요' 라는 답장 하나라도 날려줬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서운함도 또
한번 들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어쨌거나 공식적인 간판 하나 없이 툭툭 미친 똥글을 싸지르는 사람에게 그런 제의
라도 줬다는 사실이 고마운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우리 박지성 상무가 최고다) 뭣보다
담당자 이름이 옛날 여자친구랑 같은 이름이라 메일 보고 존나 설레였었다.



3
회사에서 신입사원 한 사람이 입사 며칠 만에 일을 관두었다.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관둔 것도 아니고
대뜸 갑자기 연락을 끊고 잠수를 타버렸다. 집에도 연락을 해봤지만 고의적으로 연락을 피하는 낌새. 

입사 직후부터 뭔가 불만에 가득차서 겉도는 느낌이었는데 아무래도 다른 회사에라도 입사한 모양
이다. 어쨌거나 덕분에 당분간 그 사람 몫의 일까지 엉뚱하게 내가 일 폭탄더미를 떠맡게 되었다.

내 전문 업무 분야도 아니고, 생소한 업무를 떠맡게 되었는데 참 걱정이다.



4
대출금 상환내역 메일을 보면서 한숨이 절로 나온다. 무엇보다 내년 대출연장이 가능할지 걱정이다.



5
일반 서적 이외에도 매달 잡지를 서너권 정도 사는데, 요즘 남성지가 난데없는 춘추전국시대라서 꽤
즐겁다. 내용이 점점 대동소이해지는 것 같아 아쉽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몇몇 에디터들이 요새 좀
슬럼프 타는지 글이 별로인게 아쉽지만 어쨌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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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관계로 요즘 유명인들을 몇 명 만났다. 유명인이라고 하기에는 좀 B급들이지만. 어쨌거나 계약
관계가 진행되는 것을 옆에서 보고 있노라니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 특유의 '웃는 얼굴 이면의 칼 같
은 면'들이 언뜻언뜻 보여서 재밌다.



7
저 위에서 언급한 신입사원 이외에 또 다른 사원도 바로 얼마 전 퇴사를 했는데, 그가 '스타일박스'
를 알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를 안다. 과거 모 잡지에 그가 몇 번인가 글을 기고한 것도 기억하고
있다. 나보다 몇 세대 앞선 시절에, 이미 인터넷에서는 나름 유명세도 얻은 분이기도 하고.

쫒겨나듯 씁쓸하게 회사를 관두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모양새야 좀 다르지만 어쨌거나
백수가 되는 처지의 비감을 불과 몇 달 전에 느껴본 입장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그 분이 잘 되
었으면 좋겠다.



8
요즘 방 꾸미기에 새삼 맛이 들렸다. 손바닥만한 방이라서 딱히 꾸미고 자시고 할 것도 없지만 그
래도 심플한 작은 테이블 하나로 얼마나 방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는가에 대해 새삼 놀라는 중
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똥허세다.



9
이제 곧 월급날이다. 언제나처럼 월급은 카드 대금으로 곧바로 공중분해 되어버리겠지만 그래도
그만큼 당분간은 카드한도 걱정 안 해도 되니 역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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