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 소리에 문득 눈을 떴다. 두꺼운 커튼을 치고 에어컨을 선선하게 맞춰놓은 이 펜션 안에는 아직 어둠이
가득했다. 옆에 누운 재윤이는 아직 곤히 자고 있었고 난 그녀가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휴대폰을 들어 시계를
확인했다.
'9시 47분…'
정신이 들자 조금 소변이 마려웠지만 그리 급한 수준은 아니었고, 또 내가 일어나면 분명 재윤이도 잠에서 깰
것이 분명했기에 나는 잠시 참기로 했다. 그리고 누운 채로 고개만 살짝 돌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세상 모르고 자는 그녀의 천사같은 얼굴이 귀여웠다. 그리고 문득 난 아랫도리의 뻐근함을 느꼈다. 그제, 어제
이틀간 얼마나 뜨거웠는가.
'으음'
피서객 행렬 때문에 나름 일찍 출발했음에도 제법 시간이 걸렸다. 저녁에 도착해서 근처 마트에 들러 고기랑
온갖 먹거리 좀 푸짐히 사고 이것저것 2박 3일간의 먹거리를 잔뜩 사서 인상 좋은 주인 아저씨의 인도를 따라
방에 짐을 풀렀다.
"와, 방 되게 예쁘다"
파스텔 톤으로 꾸며진 프로방스 느낌의 풀빌라 펜션에 재윤은 무척이나 만족해했다. 홈페이지에서 본 사진
보다 더 맘에 든다며 연신 사진을 찍어댄다. 난 인테리어보다도 서둘러 에어컨부터 켰고, 그 와중에 고기랑
과일, 술 등 먹거리를 냉장고에 채워넣고 대충 가방을 한쪽에 치워놓은 다음 생수를 벌컥 벌컥 들이켰다.
"아 살 거 같네. 너도 마셔"
"어, 오빠 근데 이거 카메라 배터리 다 됐나봐"
"내 가방 안쪽에 주머니에 충전기 있을거야"
"어 충전해놓을게. 오빠 먼저 씻어"
"알았어"
습도가 높다. 끈끈해진 팔뚝을 만지며 혀를 차고는 티를 벗어제꼈다. 그리고 아까 주인 아저씨가 그토록 자랑
하던 '연수기'의 물줄기를 느꼈다.
"여기, 물도 조~와요. 여긴 다 지하순데, 먹어도 돼. 그 물은. 우리도 여기 지하수 다 퍼먹는건데 뭐. 거기다가
샤워실에 연수기까지 달아가지궁, 아주, 끝내줘. 끝내줘"
끈끈한 몸을 시원한 찬 물에 맡기고 있노라니 그 개운함이 미치도록 좋다. 머리도 감고, 그렇게 씻고 있는데
문득 문이 빠꼼히 열리며 타올을 두른 재윤이가 들어왔다.
"같이 씻을까?"
물줄기가 타고 흐르는 그녀의 몸은 너무나 관능적이었고, 몇 시간에 걸친 운전으로 꽤나 노곤한 몸이었음에도
번쩍 힘이 들어간 나는, 그대로 그녀를 끌어안으며 이윽고 우리는 사랑을 나누었다.
이미 꽤나 출출했던 우리는 씻고 나와 바로 냉장고 문부터 열었다. 바베큐 해먹을까 했지만 그건 내일 먹기로
하고 일단 그녀는 토마토와 모짜렐라 치즈로 간단히 카프레제 샐러드를 먼저 만들어 내왔고 난 훈제 오리를
전자렌지에 돌렸다.
"크흐, 좋다"
꼼꼼하게 파스텔톤의 작은 타일을 예쁘게 붙인 아일랜드식 구조의 탁자에 앉아, 에어컨 바람 아래 씻고 나와
샐러드와 훈제 오리, 그리고 차가운 맥주 한 캔씩을 마시는 이 기분은 더할 나위 없는 천국의 기분.
"너무 좋다"
모처럼 무척이나 행복하게 웃는 그녀의 표정을 보니, 나도 정말 좋았다.
습도가 높더라니, 그날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밤새도록 내렸고, 다음 날이 되도록 그칠 줄을 몰랐다.
하지만 그녀도 나도 딱히 아쉬울 건 없었다. 당초의 계획은 근처의 수목원에라도 다녀올 생각이었지만 어차피
너무 더운 날씨에 날씨가 맑았더라도 정말 갔을까? 싶었던 데다가 대신 주인 아저씨의 조언에 따라 펜션 뒷길
로 난 산책로를 따라 다녀온 산중 암자 가는 길이 더 재밌었다.
재윤이는 뭐가 그리도 신이 났는지 우산을 벗어나 "오빠도 그냥 비 맞고 시원하게 걸어" 하면서 빗줄기 속에서
옷이 다 젖던 말던 신나게 빗 속에서 걸어다녔고, "아주 영화를 찍는다 찍어" 하고 말하면서도 나 역시 우산을
접고 그렇게 우리 둘은 비를 쫄딱 맞으며 산책로를 한바퀴 빙 돌아왔다. 둘 다 비 맞은 생쥐 꼴이었지만, 나도
그녀도 좋아서 펄떡펄떡 뛰는 설레임을 뭐 어쩌겠는가. 빗 속에서 입을 맞추며 정말이지 시간이 아예 멈추길
바랬다. 재윤이가 그토록 좋아하는 모습을 보노라니, 오기를 정말정말 잘했다 생각했다.
돌아와서는 또 씻고는 월풀 욕조에서 놀자는 그녀. "비 맞고 또 물에 들어가? 감기 걸리겠다" 하며 걱정한 나
에게 그녀는 "찬 물에 들어갈거 아니거든" 하면서 물을 받기 시작했다. 그녀가 물을 받는 사이 나는 고구마를
삶기 시작했고, 아이패드와 책 한 권을 들고 욕조에 몸을 담궜다.
"물에 안 빠뜨리게 조심해"
"아! 헤헤"
내가 반신욕이라도 하는 양 욕조에 몸을 담근 채로 책을 보는 사이, 그녀 역시 아이패드로 잡지를 보기 시작
했고 불안불안하게 들고 있길래 살짝 주의를 주자 그녀는 일부러 놓치는 척 장난을 쳤다.
"어후, 깜짝 놀랬네. 야, 아이패드가 문제가 아니라, 그거 물에 빠지면 방전되서 우리 둘 다 감전되서 죽어!"
"정말?"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치자 재윤은 화들짝 놀라며 아이패드를 얼른 내려놓았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낄낄
대는 나를 보며 그녀는 나에게 물을 끼얹었다.
한참을 물 속에서 때우다, 다 삶아진 고구마를 먹으며 침대 위에 벌렁 드러누워 배 위에 올려놓은 노트북
으로 영화를 한 편 본 그녀와 나. 편안한 관람을 위해 창문에 커튼을 치고 어두운 방 안에서 어깨를 맞대고
보고나니…
"목 아퍼"
"나도"
먼저 그녀가 내 목과 어깨를 안마해주었고, 나 역시 그녀를 맛사지 해주다가, massage creep의 주인공
이라도 빙의된 양 우리는 또 그렇게 체력도 좋게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즐거운 시간이 지나가고, 둘 다
나른하게 누워 실없이 웃음을 주고 받으며
"한숨 잘까?"
"지금 몇 신데?"
"한 세 네시 됐을걸?"
"그럼 한숨 푹 자고 일어나서 저녁이나 먹자"
"오우케이"
노곤해질대로 노곤해진 몸, 다시 굵어져 솨- 하고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으니, 그 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맛이란 세상 그 어떤 음식보다 꿀맛이 아닐 수 없었다.
"이거는 고기 잘 뒤집어야 돼요. 어휴, 고기에다 새우에다가, 맛있겄네"
"아저씨도 좀 드릴까요"
"아녀 아녀 됐어. 우린 다 먹었어. 그럼 맛있게 먹어요"
"네에"
조금 늦잠을 자서 8시에 일어난 우리는 서둘러 저녁 준비를 했고, 주인 아저씨에게 바베큐 준비를 부탁했다.
비가 오긴 했지만 목재 차양이 있는 방 뒷 편이라, 오히려 내리는 비를 보며 먹는 것도 나름 운치 있었다.
번개탄과 숯으로 불을 지피고 자글자글 고기를 구우며 치즈와 와인을 마시고, 남은 고구마를 넣어서 구워
먹었다.
"으, 나 살 엄청 찌겠다"
"어제 오늘 운동 많이 했는데 뭐. 오히려 살이 더 빠질걸"
"으 저질"
"진짜야. 나 대학교 때 공장에서 알바할 때, 거기 경리보던 뚱뚱한 누나가 하나 있었거든? 막 공장 아저씨
들 막 그런거 있잖아. 어휴, 우리 뚱글이 살 빼야 시집가지 뭐 그런 말 툭툭할 정도로 좀 심하게 통통했단
말이야"
"아 나 아저씨들 그런 말 막하는거 진짜 싫더라. 자기들 외모는? 교양없어"
"흐, 들어봐. 여튼 그 뚱뚱한 누나가 어떻게 했는지 고딩 남친을 사귀었단 말이야"
"나이가 몇이었는데?"
"그때가, 내가 군대 가기 전이었는데 나보다 누나였으니까 뭐 스물 두 세살 쯤 됐겠지"
"스물 두 세살 여자가 고딩을 사귀었다고?"
"뭐 어때. 여튼 그랬는데…사귀자마자 막 살을 막 진짜 폭풍 감량을 하는거야. 진짜 몇 달만에 날씬…까진
아니지만 그냥 보통, 딱 보통으로 돌아갔잖아. 대단했어"
"에 그게 뭐야. 그게 다이어트해서 뺐겠지. 남친 사귀었으니까"
"아 먹는건 그대로였다니까? 맨날 간식을 이만큼씩 먹었는데. 딱히 운동하는 것도 없다고 했고. 둘이 밤낮
맨날 회사만 끝나면 그 경리 누나 자취방으로 가는걸 본 사람도 있어"
"에 말도 안 돼. 안 믿겨. 무슨 섹스 다이어트냐?"
"그 고딩 남자애도 쪽쪽 말라갔다니까?"
끝까지 주장하는 내 말에 피식 웃은 재윤은 "됐어, 그거 고기 다 타겠다. 뒤집어" 하고 지시하며 말을 돌렸다.
고기를 먹고 돌아와, 꽤나 귀찮은 뒷정리를 마치고 다시 또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우니 그녀는 문득 새삼스레
아쉬움이 들었나보다.
"내일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너무 싫다"
"그러게. 뭐 그래도 지금 기분에 만족하면 돼지"
재윤은 내 품에 파고 들어왔고, 그녀를 끌어안으며 이불을 덮은 나.
"오빠랑 이렇게 맨날 놀기만 하면 좋겠다"
"그러게"
"우리 내일은 뭐해?"
"느즈막히 일어나서, 라면 끓여멱고 대충 정리하고 출발해서…도착하면 꽤 피곤할걸? 뭐 하기도 힘들거야 아마"
"그럴거 같애"
맞장구를 친 재윤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나의 손은 그녀의 가슴쪽으로 향했다.
"할까?"
"또?"
"여기 이 동네 공기가 좋아서 그런가 우리 애가 시도때도 없네?"
뭐가 웃긴지 내 말에 빵 터진 그녀는 "아 아저씨 같은 말 좀 하지 마. 어디서 맨날 그런 아저씨 같은 멘트는 배워
오는거야" 하며 웃었고, 난 웃는 그녀 위로 올라갔다.
"내일 피곤해서 죽어도 되니까 오늘 자지 말자"
"아 쫌!"
말이야 부정하는 듯 했지만 그녀는 이미 내 팬티를 벗기고 있었다.
"으음"
먼저 일어나, 아직 곤히 자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지난 이틀간을 회상하다 슬슬 소변을 참는 것에도 한계를
느껴서 나는 몸을 일으켰다. 화장실에서 콸콸 참다 참은 소변을 시원하게 쏟아내고 거울을 보노라니 얼굴에 피
곤이 가득하다.
'30분만 더 자야지'
가볍게 세수에 가글 한번 하고 다시 침대로 가서 누웠다. 슬쩍 잠에서 깬 재윤은 아직도 비몽사몽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으음, 지금 몇 시야?"
"10시 5분 전. 30분만 더 자고 일어나서 준비하자"
"밥은?"
"좀 있다 일어나서 라면 먹자"
"어 알았어"
그녀는 내 손을 잡고 다시 곤히 잠에 빠져들었다. 나 역시, 일어날 즈음에는 날씨가 더 개이기를 빌며, 이
즐거운 휴가의 마지막 30분 잠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가득했다. 옆에 누운 재윤이는 아직 곤히 자고 있었고 난 그녀가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휴대폰을 들어 시계를
확인했다.
'9시 47분…'
정신이 들자 조금 소변이 마려웠지만 그리 급한 수준은 아니었고, 또 내가 일어나면 분명 재윤이도 잠에서 깰
것이 분명했기에 나는 잠시 참기로 했다. 그리고 누운 채로 고개만 살짝 돌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세상 모르고 자는 그녀의 천사같은 얼굴이 귀여웠다. 그리고 문득 난 아랫도리의 뻐근함을 느꼈다. 그제, 어제
이틀간 얼마나 뜨거웠는가.
'으음'
피서객 행렬 때문에 나름 일찍 출발했음에도 제법 시간이 걸렸다. 저녁에 도착해서 근처 마트에 들러 고기랑
온갖 먹거리 좀 푸짐히 사고 이것저것 2박 3일간의 먹거리를 잔뜩 사서 인상 좋은 주인 아저씨의 인도를 따라
방에 짐을 풀렀다.
"와, 방 되게 예쁘다"
파스텔 톤으로 꾸며진 프로방스 느낌의 풀빌라 펜션에 재윤은 무척이나 만족해했다. 홈페이지에서 본 사진
보다 더 맘에 든다며 연신 사진을 찍어댄다. 난 인테리어보다도 서둘러 에어컨부터 켰고, 그 와중에 고기랑
과일, 술 등 먹거리를 냉장고에 채워넣고 대충 가방을 한쪽에 치워놓은 다음 생수를 벌컥 벌컥 들이켰다.
"아 살 거 같네. 너도 마셔"
"어, 오빠 근데 이거 카메라 배터리 다 됐나봐"
"내 가방 안쪽에 주머니에 충전기 있을거야"
"어 충전해놓을게. 오빠 먼저 씻어"
"알았어"
습도가 높다. 끈끈해진 팔뚝을 만지며 혀를 차고는 티를 벗어제꼈다. 그리고 아까 주인 아저씨가 그토록 자랑
하던 '연수기'의 물줄기를 느꼈다.
"여기, 물도 조~와요. 여긴 다 지하순데, 먹어도 돼. 그 물은. 우리도 여기 지하수 다 퍼먹는건데 뭐. 거기다가
샤워실에 연수기까지 달아가지궁, 아주, 끝내줘. 끝내줘"
끈끈한 몸을 시원한 찬 물에 맡기고 있노라니 그 개운함이 미치도록 좋다. 머리도 감고, 그렇게 씻고 있는데
문득 문이 빠꼼히 열리며 타올을 두른 재윤이가 들어왔다.
"같이 씻을까?"
물줄기가 타고 흐르는 그녀의 몸은 너무나 관능적이었고, 몇 시간에 걸친 운전으로 꽤나 노곤한 몸이었음에도
번쩍 힘이 들어간 나는, 그대로 그녀를 끌어안으며 이윽고 우리는 사랑을 나누었다.
이미 꽤나 출출했던 우리는 씻고 나와 바로 냉장고 문부터 열었다. 바베큐 해먹을까 했지만 그건 내일 먹기로
하고 일단 그녀는 토마토와 모짜렐라 치즈로 간단히 카프레제 샐러드를 먼저 만들어 내왔고 난 훈제 오리를
전자렌지에 돌렸다.
"크흐, 좋다"
꼼꼼하게 파스텔톤의 작은 타일을 예쁘게 붙인 아일랜드식 구조의 탁자에 앉아, 에어컨 바람 아래 씻고 나와
샐러드와 훈제 오리, 그리고 차가운 맥주 한 캔씩을 마시는 이 기분은 더할 나위 없는 천국의 기분.
"너무 좋다"
모처럼 무척이나 행복하게 웃는 그녀의 표정을 보니, 나도 정말 좋았다.
습도가 높더라니, 그날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밤새도록 내렸고, 다음 날이 되도록 그칠 줄을 몰랐다.
하지만 그녀도 나도 딱히 아쉬울 건 없었다. 당초의 계획은 근처의 수목원에라도 다녀올 생각이었지만 어차피
너무 더운 날씨에 날씨가 맑았더라도 정말 갔을까? 싶었던 데다가 대신 주인 아저씨의 조언에 따라 펜션 뒷길
로 난 산책로를 따라 다녀온 산중 암자 가는 길이 더 재밌었다.
재윤이는 뭐가 그리도 신이 났는지 우산을 벗어나 "오빠도 그냥 비 맞고 시원하게 걸어" 하면서 빗줄기 속에서
옷이 다 젖던 말던 신나게 빗 속에서 걸어다녔고, "아주 영화를 찍는다 찍어" 하고 말하면서도 나 역시 우산을
접고 그렇게 우리 둘은 비를 쫄딱 맞으며 산책로를 한바퀴 빙 돌아왔다. 둘 다 비 맞은 생쥐 꼴이었지만, 나도
그녀도 좋아서 펄떡펄떡 뛰는 설레임을 뭐 어쩌겠는가. 빗 속에서 입을 맞추며 정말이지 시간이 아예 멈추길
바랬다. 재윤이가 그토록 좋아하는 모습을 보노라니, 오기를 정말정말 잘했다 생각했다.
돌아와서는 또 씻고는 월풀 욕조에서 놀자는 그녀. "비 맞고 또 물에 들어가? 감기 걸리겠다" 하며 걱정한 나
에게 그녀는 "찬 물에 들어갈거 아니거든" 하면서 물을 받기 시작했다. 그녀가 물을 받는 사이 나는 고구마를
삶기 시작했고, 아이패드와 책 한 권을 들고 욕조에 몸을 담궜다.
"물에 안 빠뜨리게 조심해"
"아! 헤헤"
내가 반신욕이라도 하는 양 욕조에 몸을 담근 채로 책을 보는 사이, 그녀 역시 아이패드로 잡지를 보기 시작
했고 불안불안하게 들고 있길래 살짝 주의를 주자 그녀는 일부러 놓치는 척 장난을 쳤다.
"어후, 깜짝 놀랬네. 야, 아이패드가 문제가 아니라, 그거 물에 빠지면 방전되서 우리 둘 다 감전되서 죽어!"
"정말?"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치자 재윤은 화들짝 놀라며 아이패드를 얼른 내려놓았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낄낄
대는 나를 보며 그녀는 나에게 물을 끼얹었다.
한참을 물 속에서 때우다, 다 삶아진 고구마를 먹으며 침대 위에 벌렁 드러누워 배 위에 올려놓은 노트북
으로 영화를 한 편 본 그녀와 나. 편안한 관람을 위해 창문에 커튼을 치고 어두운 방 안에서 어깨를 맞대고
보고나니…
"목 아퍼"
"나도"
먼저 그녀가 내 목과 어깨를 안마해주었고, 나 역시 그녀를 맛사지 해주다가, massage creep의 주인공
이라도 빙의된 양 우리는 또 그렇게 체력도 좋게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즐거운 시간이 지나가고, 둘 다
나른하게 누워 실없이 웃음을 주고 받으며
"한숨 잘까?"
"지금 몇 신데?"
"한 세 네시 됐을걸?"
"그럼 한숨 푹 자고 일어나서 저녁이나 먹자"
"오우케이"
노곤해질대로 노곤해진 몸, 다시 굵어져 솨- 하고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으니, 그 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맛이란 세상 그 어떤 음식보다 꿀맛이 아닐 수 없었다.
"이거는 고기 잘 뒤집어야 돼요. 어휴, 고기에다 새우에다가, 맛있겄네"
"아저씨도 좀 드릴까요"
"아녀 아녀 됐어. 우린 다 먹었어. 그럼 맛있게 먹어요"
"네에"
조금 늦잠을 자서 8시에 일어난 우리는 서둘러 저녁 준비를 했고, 주인 아저씨에게 바베큐 준비를 부탁했다.
비가 오긴 했지만 목재 차양이 있는 방 뒷 편이라, 오히려 내리는 비를 보며 먹는 것도 나름 운치 있었다.
번개탄과 숯으로 불을 지피고 자글자글 고기를 구우며 치즈와 와인을 마시고, 남은 고구마를 넣어서 구워
먹었다.
"으, 나 살 엄청 찌겠다"
"어제 오늘 운동 많이 했는데 뭐. 오히려 살이 더 빠질걸"
"으 저질"
"진짜야. 나 대학교 때 공장에서 알바할 때, 거기 경리보던 뚱뚱한 누나가 하나 있었거든? 막 공장 아저씨
들 막 그런거 있잖아. 어휴, 우리 뚱글이 살 빼야 시집가지 뭐 그런 말 툭툭할 정도로 좀 심하게 통통했단
말이야"
"아 나 아저씨들 그런 말 막하는거 진짜 싫더라. 자기들 외모는? 교양없어"
"흐, 들어봐. 여튼 그 뚱뚱한 누나가 어떻게 했는지 고딩 남친을 사귀었단 말이야"
"나이가 몇이었는데?"
"그때가, 내가 군대 가기 전이었는데 나보다 누나였으니까 뭐 스물 두 세살 쯤 됐겠지"
"스물 두 세살 여자가 고딩을 사귀었다고?"
"뭐 어때. 여튼 그랬는데…사귀자마자 막 살을 막 진짜 폭풍 감량을 하는거야. 진짜 몇 달만에 날씬…까진
아니지만 그냥 보통, 딱 보통으로 돌아갔잖아. 대단했어"
"에 그게 뭐야. 그게 다이어트해서 뺐겠지. 남친 사귀었으니까"
"아 먹는건 그대로였다니까? 맨날 간식을 이만큼씩 먹었는데. 딱히 운동하는 것도 없다고 했고. 둘이 밤낮
맨날 회사만 끝나면 그 경리 누나 자취방으로 가는걸 본 사람도 있어"
"에 말도 안 돼. 안 믿겨. 무슨 섹스 다이어트냐?"
"그 고딩 남자애도 쪽쪽 말라갔다니까?"
끝까지 주장하는 내 말에 피식 웃은 재윤은 "됐어, 그거 고기 다 타겠다. 뒤집어" 하고 지시하며 말을 돌렸다.
고기를 먹고 돌아와, 꽤나 귀찮은 뒷정리를 마치고 다시 또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우니 그녀는 문득 새삼스레
아쉬움이 들었나보다.
"내일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너무 싫다"
"그러게. 뭐 그래도 지금 기분에 만족하면 돼지"
재윤은 내 품에 파고 들어왔고, 그녀를 끌어안으며 이불을 덮은 나.
"오빠랑 이렇게 맨날 놀기만 하면 좋겠다"
"그러게"
"우리 내일은 뭐해?"
"느즈막히 일어나서, 라면 끓여멱고 대충 정리하고 출발해서…도착하면 꽤 피곤할걸? 뭐 하기도 힘들거야 아마"
"그럴거 같애"
맞장구를 친 재윤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나의 손은 그녀의 가슴쪽으로 향했다.
"할까?"
"또?"
"여기 이 동네 공기가 좋아서 그런가 우리 애가 시도때도 없네?"
뭐가 웃긴지 내 말에 빵 터진 그녀는 "아 아저씨 같은 말 좀 하지 마. 어디서 맨날 그런 아저씨 같은 멘트는 배워
오는거야" 하며 웃었고, 난 웃는 그녀 위로 올라갔다.
"내일 피곤해서 죽어도 되니까 오늘 자지 말자"
"아 쫌!"
말이야 부정하는 듯 했지만 그녀는 이미 내 팬티를 벗기고 있었다.
"으음"
먼저 일어나, 아직 곤히 자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지난 이틀간을 회상하다 슬슬 소변을 참는 것에도 한계를
느껴서 나는 몸을 일으켰다. 화장실에서 콸콸 참다 참은 소변을 시원하게 쏟아내고 거울을 보노라니 얼굴에 피
곤이 가득하다.
'30분만 더 자야지'
가볍게 세수에 가글 한번 하고 다시 침대로 가서 누웠다. 슬쩍 잠에서 깬 재윤은 아직도 비몽사몽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으음, 지금 몇 시야?"
"10시 5분 전. 30분만 더 자고 일어나서 준비하자"
"밥은?"
"좀 있다 일어나서 라면 먹자"
"어 알았어"
그녀는 내 손을 잡고 다시 곤히 잠에 빠져들었다. 나 역시, 일어날 즈음에는 날씨가 더 개이기를 빌며, 이
즐거운 휴가의 마지막 30분 잠 속으로 빠져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