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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생각보다 짧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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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왜 알만한 사람이 교회를 믿어요? 상식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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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종교를 비판하는 준상. 옆에 앉아있던 주영은 태수의 눈치를 보면서 녀석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의외로 준상을 진정시킨 것은 주영의 제지가 아니라 태수의 질문 한 마디였다.

"너는 내가 왜 종교를 가진 거 같냐?"

그리고 뜻밖에 태수가 담배까지 입에 물자 준상은 물론이요 주영까지 당황했다.

"형 담배 피웠어요?"

태수는 껄껄 웃었다.

"왜? 나는 피우면 안 되냐?"
"그런건 아니지만…"

뒷머리를 긁적이는 주영. 준상은 조금 선수를 뺏긴 듯 했지만 곧 다시 공격을 했다.

"이거봐요. 당장 형부터 금욕적이지 못하고 모순이 있잖아요. 종교적으로…"
"성경에 담배 피우지 말라는 구절이 있냐?"

태수의 질문에 주영은 고개를 갸웃했고, 준상은 "있지 않나요?" 하고 되물었다. 태수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몰라. 몰라서 묻는거야"

주영과 준상 모두 태수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태수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준상아, 세상 모든 사람이 다 막 종교를 진심으로 열광해서 믿는거 같니?"
"그건 아니겠지만…"

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거야. 너도 내가 막 진화론 부정하고 창조론 진심으로 믿고 그럴거 같애?"
"아니 그건 아닐거라고 생각해요"
"그러취! 그거야. 나도 임마 술 먹고 담배 피우고, 기집질하고, 할거 다 해?"
"그건 형이 이상한거죠"
"그래, 나 이상한지도 모르지. 근데 뭐?"
"뭐라뇨?"

뭔가 잘 이해가 안 된다는 준상의 말에 흐, 하고 담배연기를 내뿜은 태수는 피식 웃었다.

"그래, 니 나이 때는 그렇게 좀 치기 어린 맛도 있어야 하긴 하지. 여튼간에 말이야… 너 정말 교회에 오는
사람 전부가 다 진심으로 진화론을 부정하고 막 진짜로 신이 존재함을 믿고 막 그럴거 같냐? 아 물론 그런
사람들도 분명 있지. 있기야 있어. 그리고 그런건 당연히 문제지. 근데…"
"네"
"그건 우리가 알 바 아니지 않냐? 세상에 어디 호구가 한 둘이디? 그 호구들 다 일일히 똑똑한 사람이 구해
줘야돼?"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되요"

준상의 말에 태수는 또 너털웃음을 터뜨린 다음 말을 이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형은 솔직히 말해서 진화론자야. 신? 뭐 초월적인 힘이 있으면 좋겠지만, 진지하게 막 신이 존재한다고 또
믿지는 않아. 근데 왜 매주 주말… 아니 솔직히 매주까지는 아니고 2~3주마다 교회를 나가냐? 잘생각해 봐.
형 여자친구, 교회에서 소개 받아서 만난거 알지? 모르나?"
"몰랐어요"
"그리고, 우리 교회에 권사님 아들, 걔 지방대 나왔어. 그렇다고 뭐 대단한 뭐도 없는데. 근데 지금 한수원
가있잖아. 어떻게 갔냐고? 목사님 통해서 우리 교회에 거기 인맥으로 들어갔어. 야, 교회 다니는 이유는
종교로서의 이유도 있겠지마는…"

잠깐 뜸을 들이던 태수는 갑자기 준상과 주영에게 물었다.

"너네 일요일 아침에 뭐하냐? 끽해야 늦잠 밖에 더 자냐? 어쩌다 일찍 일어나면 또 뭐 컴퓨터나 좀 하고.
그게 전부 아냐?"

준상과 주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봐 임마. 너네가 늦잠이나 더 잘 시간에 이 형님은 교회 나가서 인맥 만들고, 여자인 친구들하고도
친하게 지내고, 또 나야 그냥 직장인이니 별 거 없어도 사업하시는 분들은 거기서 다 사업 파트너 구하고
또 집에 큰일 있으면 상조회 같은 거 도움도 받고, 결혼하는 또래 같으면 교회에서 들어오는 축의금만
해도 그게 얼만데. 다 그렇게 뜯어먹을거 뜯어먹으면 그게 이득 아니냐. 십일조니 뭐니 해도 그거야 뭐
일주일에 돈 오천원 만원이 니네들한테나 큰 돈이지, 한달에 몇 만원으로 이렇게 수십 수백명 서로 얼굴
트고 궁할 때 말이라도 한번 건낼 수 있는 사람들 구하는게 훨 이득 아니냐? 나는 심지어 여친도 교회
인맥 통해서 얻었는데? 여자라도 하나 건지면 충분히 이익 이냐?"

태수의 말에 주영은 벌써 넘어간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준상은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그게 뭐에요. 그건 완전히 날나리 신도잖아요"

태수는 또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아 날나리면 어때. 안 그래? 직업 얻고 여친 얻고, 인맥 얻고, 사업 하는 사람은 사람 얻고, 큰 일 있으면
서로 도울 사람 얻고, 야, 너 정말 정치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그 정치인하고 뜻이 똑같아서 옆에 있는
거 같냐? 신문사에 있는 사람들 전부가 그 신문사 논조에 동조해서 거기 다니는 거 같애? 아니거든. 임마
정치든 뭐든 당장 나한테 돈 되고 이익되면 빨아먹는게 똑똑한거지. 남들은 뭐 임마 니보다 멍청해서 다
그런 거 같냐? 교회에 매주 돈 수십만원씩 기부하는 돈 많은 아저씨들이 정말로 바보라서 그럴 거 같애?
아니거든. 그 사람들 임마 다 목사님 통해서 여기저기 인맥 소개받고 다 그 이상으로 뽑아먹을거 뽑아
먹는 사람들이야. 왜들 사람들이 큰 교회를 선호하는건데"

뭔가 분하다는 듯 준상은 태수에게 말했다.

"그래도 신자가 그러면 안되는거 아니에요? 벌 받아요"
"넌 신 없다며?"
"형은 어쨌든 신도잖아요"
"뭐, 암만 그래도 니가 신이라고 치면 아무렴 아예 안 믿는 놈보다는 그래도 날나리 신도가 더 이뻐보이지
않겠냐?"

태수의 말에 주영은 씨익 웃으면서 준상을 쳐다보았고, 준상은 무어라 할 말을 찾다가 됐다는 듯 웃고
말았다.

"여튼 그럼 형 같은 경우는 예외로 치고 말이에요. 진짜로 교회에 막 돈이고 뭐고 바치는 사람들 있잖아요"

태수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바보지 뭐. 내가 바보들까지 신경써줘야 되니? 똑똑하게 사는게 남는거지. 니네도 임마 똑똑하게 살어
여기서는 이래서 흥, 저기서는 저래서 흥, 하고 유들유들하게 살고, 또 뽑아먹을 건덕지 있는데 가서는 또
뽑아먹을거 뽑아먹고, 그러고 살아야 잘 사는거야 짜식들아"

태수의 말에 준상은 여전히 무언가 납득하지 못하는 얼굴이었지만, 주영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형네 교회에 이쁜 애들 많아요?"

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꽤 있어. 근데 같은 교회 다니다가 깨지면 지랄맞잖아. 바로 다이렉트로 사귀려고 하지 말고, 친해진 담에
거기 애들한테 소개를 받어. 끼리끼리 모인다고 교회 다니는 애들 주변에 있는 애들은 제법 괜찮은 애들 많어"
"와, 저 그럼 다닐래요"

준상은 어이없다는 듯 주영을 쳐다보았지만, 태수는 그저 그런 둘을 귀엽다는 듯 쳐다볼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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